개발자라는 직업을 가진지 벌써 2년이 넘었다. 잘 하고 있나? 그런 확신은 없다. 아는 것보다 모르는 게 더 많고, 컨퍼런스 같은 걸 참석해도.. 들어본 이야기보다 못 들어본 이야기가 훨씬 많다. "아, 그때 그게 이 얘기였구나." 라는 통찰을 얻게 될 날까지, 그게 언제인지는 모르지만 그냥 하는거다.
굳이 이런 이야기를 글로 남기려고 결심한 이유는, 어떤 결정을 하는 시점에는 항상 나름대로의 근거가 있기 마련이지만 시간이 지나면 그걸 까먹고 똑같은 실수를 하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 때문에 퇴사하기로 했는지 명확히 하면, 두고두고 이걸 새기면서 다음 직장을 선택하고 근무하는 데 조금 더 나은 기준을 세울 수 있을 것 같아서다.
환승이직도 아니고, 퇴사하면 그냥 백수였기 때문에 계속 갈팡질팡했다. 맨 처음 퇴사라는 단어를 떠올렸던 게 퇴사통보 6개월 전이었던 것 같다.
퇴사를 희망하는 날로부터 1개월 전에 말하는 게 일반적이라고는 들었다. 하지만 인원수가 적은 회사이기도 하고, 채용이라는 게 매우 어려운 일이라는 걸 알기 때문에 나는 넉넉히 내가 희망하는 퇴사일을 기준으로 2개월 전에 정중히 말씀드렸다.
그 2개월 내내 회사에서 다시 고려해보지 않겠냐고 붙잡아주셔서 뭔가 감사(?)하기도 하고 퇴사일이 가까울수록 이게 맞는 선택인가 멍했던 것 같다. 다행히 맞는 선택이었다.
컨텐츠 중독자처럼 눈에 밟히는 모든 것을 봤다.
나는 걱정이 많다. 안 많은 척 하지만 많은 편이다.
퇴사한지 1개월 쯤 코드를 너무 안 봐서 VSCode와 낯을 가릴 지경이었는데, 관심만 갖고 있던 리액트 네이티브를 살살 시작했다.
사실 구직이라는 것이 뭔가 액션을 취하지 않으면 기약 없어지기 좋은 일이다. 격주로 최소한 1번은 면접을 봐야겠다는 마음으로 이력서를 넣었다. 채용공고를 보고, 기술 스택과 앞서 이야기했던 기준이 맞는 회사를 위주로 일주일에 1~2개 정도 넣었다.
전직장에서 했던 프로젝트를 갈무리하고 이력서도 쓰고 이것저것 정리하는데, 다음부터는 꼭 재직 중에 틈틈히 하기로 마음먹었다. 이게 한꺼번에 하려니까 여간 귀찮은 일이 아니었다.
나의 첫 직장은 첫 면접에 붙은 곳이었다. 면접 경험 자체가 많지 않아서 면접을 부담스러워하는 편이었는데, 퇴사 후에 연습게임처럼 면접을 보고 떨어지고 보고 또 떨어지고 그러다 보니 익숙해져서 오히려 조금 마음이 편해진 것 같다. 좀 덜 긴장하는 법을 배운 느낌?
그리고 첫 취업을 준비할 때보다 기술적으로 이야기 할 수 있는게 늘어난 게 느껴져서 스스로 놀랐다. 달달 외워서 말하는 거 말고, 주제에 대해 질문이나 대답을 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이! 항상 남들에 비해 느릿느릿 제자리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그게 꼭 그렇지도 않았다.
사실 2개월 정도는 아무 생각 안 하고 쉬었다. 반드시 해야 하는 일도, 그에 따른 보상도 없는 시간을 뒹굴거리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그 시간을 빼고 따지자면 이직까지 3~4개월 정도 걸린 셈이다. 결과만 놓고 보면 가고 싶어서 이력서를 넣고 면접을 보러 다녔던 회사 중에서는 아쉽게도 최종 합격은 없었고(그래도 정말 좋은 경험이었다), 붙은 곳들은 핏이 맞지 않는다는 생각이 들어 고사했다.
그러던 중에 이직 플랫폼에 올려놓은 내 이력서와 프로필을 검토하고 먼저 면접제의를 준 회사가 있었고, 그런 적은 처음이어서 신기한 마음으로 면접을 보러 갔다. 그리고 커피챗 후 코드리뷰와 기술면접 절차를 거쳐서 입사하게 됐다.
이 취업난에 고작 1년 반 정도 다니고 이직을 하겠다고 퇴사를 한 게 정말 믿기지가 않지만, 나름 그때의 내가 머리 잘 굴려서 했던 선택이었고 결국 이직했다. 개인적으로도 많이 성장할 수 있는 시간이어서 좋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