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사카 여행 1일차 - 나 홀로 일본

권대규·2022년 12월 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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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

이제 곧 졸업이다. 그리고 또 곧 입학이다. 그렇기 때문에 그 사이에 해외 여행을 꼭 가고 싶었다. 멀리 가는 것은 좀 부담스럽고 일본 혹은 대만 정도??? 가 학부 때 갔을때 즐거웠기도 했고 다시 가도 재밌을 것 같아서 꼭 가고 싶었다. 그래서 내가 속한 두세개의 톡방에 여행가자를 외쳤지만 아쉽게도 대학교 5학년 백수의 삶은 흔치 않기에 좋은 호응을 얻지 못했었다...
그러던 중, 나와 비슷한 처지의 대학원 0-1학기 다니는 친구(교수님이 이적하셔서 입학이 취소됨, 연구는 몹시 잘하나 조금 모자람)가 다음주에 일본 가는 계획을 짠다는 얘기를 듣고 나도 껴줘를 시전해서 홍선,대규의 홍대부터 일본까지 여행이 시작되었다.

문제가 발생했다. 여행 한 주전인데 아무것도 준비가 안 되어있었다. 요즘들어 계획하는 행위에 흥미를 느끼는 나였지만 해외여행 계획은 꽤나 귀찮으므로 조용히 편승하고 커피 한 잔 사주려 했는데 이 놈 비행기, 숙소 심지어 여권까지 하나도 안 돼있었다. 덕분에 같이 계획을 짜는 절차를 밟을 수 있었다. 가진 것 하나는 실행력뿐인 나라 마음 먹은 다음 날(화요일) 여권사진, 여권발급, 잔여백신을 한 번에 조져버리고 수요일 비행기, 목요일 숙소, 금요일 교통권(뭐시기 패스)까지 샀다. 그러고 주말에는 이창열(룸메1)이랑 롤함 ㅋ. 그러고 월요일 쯤 되니 중요한 걸 빼먹었었다. 앗차차, 계획을 하나도 안 짰다. 그래서 전날 트리플? 이라는 어플로 후다닥 짜고 8시 비행기를 위해 숙면을 취했다.

출국

4시 반 칼기상을 때리고 샤워를 하고 5시에 세찬 바람을 뚫고 세상에 나왔다. 그런데 홍선이가 연락이 안된다. 이놈 영등포 살아도 인천공항 가려면 이제는 연락이 되야 하는데... 20분 정도 뒤 연락이 왔다. 근데 이 놈 상태가 이상하다.

그렇게 홍선이는 수속절차를 밟지 못해 비행기는 커녕 게이트도 통과를 못했다. 나도 이놈 도와주랴 환전하랴 여기저기 뛰어다니다가 비행기 못 탈 뻔 했다. 아니 와이파이 받는 거 대기열이 106명이라는 게 말이 됨? 수화물 검사하는데는 사정사정해서 프리패스로 통과하고 어케 뛰어가는데 지하철에서 들리는 말이 다들 "우리 늦었는데?" , "괜챃아 비행기는 우리를 버리지 않아" 였다. 역시 한국인들. 근데 장홍선은 버려졌다. 아무튼 그 말듣고 그 때부터 걸어갔다. 무사히 비행기 탑승!

나홀로 숙소 찾기

판타지 작품들의 흔한 클리셰는 소중한 동료를 잃고 홀로 퀘스트를 깸으로써 좋은 보상을 얻는 것이다. 나 역시도 의도치않게 해당 루트를 거치게 되었는데 보상은 있지 않았지만 혼자 숙소를 찾는 건 꽤 재밌었다. 우선 패스를 끊고 간사이 공항에서 오사카 남바역까지 가는 표를 끊으려고 했는데, 생각보다 홀로 일본어 가득한 공항에 서 있는 것은 무서운 일이었다. 처음에는 좌우에서 들리는 일본어를 듣고 내가 여행을 오긴 왔구나 했지만 갈수록 일본어가 무서워졌다. 할 줄 아는 말은 아리가또, 스미마셍, 나마비루 잇빠이 구다사이 셋 뿐...(안녕하세요도 몰랐음). 다행히 무수한 캐리어들이 가는 곳을 따라가 발권도 패스도 혼자 잘 해냈다. 멋찐 어른같았다. 그렇게 기차 타고 쭉 달리는데 일본의 낮은 건물들이 쫘르륵 있는 풍경은 언제 봐도 아름다웠다.

아무튼 체크인 시간은 안돼서 짐 맡기고 혼자 오사카 성으로!

오사카 성

짐을 맡기고 나오니 배가 고팠다. 나름 혼자 다니다가 캐리어 사라지니 긴장도 풀리고, 우리 홍쪽이 비행기 무사히 탔다는 소식을 들으니 마음도 놓여서 그랬던 것 같다. 원래는 첫날 점심이 스시였는데 홍쪽이 버리고 혼자 스시를 먹으면 홍쪽이 비행기 놓친것도 서러운데 두배로 서러울 것 같아서 간단하게 먹으려고 했다. 다만 이 놈 도착하면 주유패스는 끝나버려서 오사카 성은 원래 계획대로 가기로 했다. 오사카 성 맛집 찾으니 카레우동 맛집이라고 '도쿠마사'라는 곳이 나왔는데 마침 오사카 여행 장인이라는 내 사촌도 여길 추천해줘서 이곳을 점심으로 정했다! 도쿠마사 니꾸우동 세트를 시켰다.

결론부터 말하면 카레는 맛있었으나 우동은 별로였다. 카레는 맛이 깊다?라는 느낌으로 되게 맛있었지만 우동은 카레맛을 빨아들이기 위한 탄수화물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었다. 쫄깃함은 있었으나 뭔가 면이 맛있다라는 느낌은 없었다. 식감을 중요시하고 면요리를 정말 좋아하는 나이기에 인생 카레우동이라는 느낌을 들지는 않았다. 그래도 일본에서 먹은 첫 끼로는 나쁘지 않았다. 원래 가려고 했던 스시집은 호테이 스시라는 곳이었다. 혹시 오사카 성이 일본 여행 첫 코스라면 들러보고 후기를 알려주세용. 그러고 스타벅스 가서 라떼 하나 사고 혼자 고독함을 즐기려고 했다. 근데 스타벅스 가니까 앞뒤로 또 한국말만 들리더라 고독함이 잠시 깨졌었다. 아무튼 다시 고독함을 장착하고 거니니까 날씨도 따뜻하고 해도 쨍쨍하니 정말 좋았다.

오사카 성에 들어가기에 앞서 주유패스를 사용해서 배를 타는 게 정말 효율적이라길래 배를 타려고 여기저기 찾아봤다. 선착장은 꽤나 멀리 있었고 생각보다 티켓 경쟁은 치열하지 않았다. 여기서 의심을 했어야했다. 내가 옳게 왔나? 고부자네 그게 맞나? 정답은 아니었다. 그 오사카 성 중심으로 동그랗게 물길이 있고 그 밖으로 오사카 전역을 도는 강이 있는데 오사카 성을 도는게 고부자네였고 내가 탄건 아쿠아라이너?? 라는 거였다. 물론 그거 탈 때는 모르고 헤헤거리면서 탔다. 배 타면서 오사카 성은 40분 코스 중 3분 정도 보이고 사라졌을 때 알아챘어야 했는데... 아무튼 굉장히 쾌적하게 앞뒤좌우 사람 아무도 없이 혼자 창가에 붙어서 배를 탔고 강변에 앉아있는 사람들에게 무수한 인사를 나누며 오사카 주변을 살살 돌았다.

그러고 이제 오사카 성을 가려고 하는 길에, 오사카 성 주변에 배가 하나 더 도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앗차차 내가 배를 잘못 탔다라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고 이제 오사카 성을 들어갈까 말까 고민하는데 생각해보니 올라가봤자 철근 때문에 뭐 보이지도 않고 중간중간 있는 것은 어차피 내가 읽지도 못했던 기억이 있어서 그냥 앞에서 사진만 찍고 가기로 했다. 해외에서 사진 찍는 꿀팁은 역시 한국여성분을 찾는 것이다. 당차게 한글 이름표를 달고 계신 분께 사진을 부탁드렸다. 그 분은 수줍게 "어머 저 사진 잘 못 찍는데..."로 시작하셨지만, 카메라를 들자마자 "어머 여기 너무 예뻐요. 하늘 뭐야, 너무 잘 나와요" 라는 말로 역시 내 이론은 틀리지 않았다는 걸 보여주셨다.

오사카성과 내가 translation vector값이 맞지 않은 건 위치를 잘못 잡은 내 탓이라 뭐... 그렇게 오사카 성을 마무리 짓고 원래는 우메다 공중정원까지 가서 오사카 주유패스를 척추 끝까지 빨아먹으려 했으나 홍쪽이를 맞이하러 가야했고 나 역시도 핸드폰 배터리 이슈로 숙소로 돌아가 체크인을 했다.

우려와 다르게 오사카는 와이파이가 잘 되어있어 홍쪽이와 연락이 잘 되어 무사히 만났는데 이 놈은 지하철 출구도 제대로 못찾네... 아무튼 눈물의 상봉쇼를 성공하고 이제 저녁을 먹으러 갔다

도톤보리 탐방

우선 몸과 마음은 물론 지갑까지 모두 굶주린 상태인 홍선이를 위해 타코야끼로 간단한 요깃거리를 했다. 그리고 이때는 몰랐다. 이 타코야끼가 일본에서 먹은 음식 중 가장 맛있는 음식이었을 줄은. 반죽이 우리나라랑 달랐고 문어만 들어간 게 아니라 새우도 들어가 있었다. 동그란 해물 완자? 느낌인데 맛은 물론이고 식감이 진짜 미쳤었다, 저 겉에 템푸라같은 거 붙은 거 봐라. 아으 이건 진짜 다시 먹고 싶네... 이건 길거리에서 먹어서 어디서 먹었는지 잘 기억은 안나는데 줄이 되게 많이 서있었다.

그 후, 도톤보리 유람선 티켓을 사고 스시집을 찾아 다녔다. 우리의 조건은 구글맵스 평점 4점 이상이었다. 하지만 그런 곳은 전부 1시간 정도 되는 웨이팅이 있거나, 일본어 메뉴판만 있는 식당이었다. 파파고를 돌려봤지만 천연 멧돼지 이런거나 떠가지고 포기해버렸다. OCR 연구자들은 좀 더 분발해야 할 것 같다. 그러다 보니까 어느덧 유람선 시간이 근접해서 그냥 아무데나 앉아서 쿠시카츠에 나마비루를 때렸다. 첫 날에는 두 잔이라는 표현을 몰라서 나마비루 니 구다사이 이랬다. 나중에 알게 된 건데 마츠다 상이 나마비루 잇빠이 거리는 건 잇빠이가 많이라는 표현이 아니라 한 잔이라는 표현으로도 쓰여서란다. 왜 자꾸 많이 달라 그러나 싶었는데 아니였다... 둘이라는 표현이 후타츠인 것 같아서 그 뒤로는 사람 수도 후타츠 나마비루도 후타츠!

그러고 배를 타러 다녔다. 살짝 비가 내려서 불안하긴 했지만 톡톡 내려서 괜찮았고 밤에 보는 도톤보리도 꽤나 느낌있었다. 여기서도 여러 관광객들한테 무지성 인사를 박았는데, 이게 뭐냐면 배 타면서 보이는 사람들한테 손을 흔들면 그 사람도 손을 흔드는 간단한 문화다. 생각보다 재밌고 사람이 긍정적이어진다. 사실 그 때 비도 조금 오는 것 같고, 횟집 세 군데 거절당해서 약간 텐션이 떨어졌는데 무지성 인사를 박다보니 텐션이 자연스럽게 올라왔다.

그렇게 배 타는 걸 마무리하고 드디어 회를 먹으러 갔다. 가기로 한 곳은 무려 구글 평점 4.5에 카미나리 스시, 특히 Daily Special 메뉴도 있다길래(이런거 좋아함) 여기서 그냥 한시간 기다리기로 했다. 시간이 지나서 그런지 한 40분만에 들어갈 수 있었고 초밥 두 판과 사시미 한 판을 시켰다.

구성은 생각보다 평범했지만, 네타가 진짜 두꺼웠다. 초밥 하나하나가 정말 컸는데 샤리보다는 네타가 크고 굵어서 과하다고 느낄 정도였다. 신선도는 이루말할 것이 없었다. 다만 좀 아쉬운 것은 구성이 우리나라 판초밥과 별 차이가 없어서리... 그리고 하필 전주에 오마카세 한 번 갔다와서 자꾸 머릿속에서 비교가 됐는데 퀄리티는 거기나 여기나 비슷하다는 느낌이었다. 그래도 여기는 추천할만한 집인 것 같다. 네타로 입이 가득해지는 스시를 먹고 싶으면 카미나리 스시 좋다!

그러고 숙소 들어와서 마무리 하이볼 한 잔 하고 잤다. 뭔가 게스트하우스 낭만을 노렸는데 여기는 개인실 다 따로 있고 홀은 잘 안 쓰는 느낌이었다... 그것도 조금 아쉬웠던 부분

의도치않게 첫날 혼자 여행을 다니게 됐지만 혼자 다니는 것도 나름의 즐거움이 있는 것 같다. 이번 여행은 둘이 가는 첫 해외여행인데 그만큼 서로 의지할게 많겠지? 라는 생각이 들어서 새로운 설렘이 있었는데, 혼자 다니는 것도 혼자 다니는 것만의 설렘이 있는 것 같다. 앞으로는 해외여행을 다니면 꼭 하루쯤은 자유여행을 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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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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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7월 1일

저도 데려가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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