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g_Ming·2025년 6월 21일

비는 내린다.

도착보다 낙하에 가깝다.
누군가의 의지를 실은 방문이 아니라,
그저 더는 머물 수 없었던 무게의 추락이다.

비는 스스로를 붙잡지 않는다.
버티는 대신 흘러내리고,
머무는 대신 떨어진다.
어쩌면 그것이 가장 정직한 방식일지도 모른다.

우리의 감정도 그렇다.
무거운 말은 끝내 흘러내리고,
참아낸 눈물은 결국 바닥에 닿는다.
억지로 위를 향하는 것은
언제나 부자연스럽다.
사람은 아래로 가는 법을
어릴 때부터 알고 있다.
울음을 터뜨리는 순간부터.

비는 그래서 속이지 않는다.
숨기지 않고, 견디지 않고,
끝내 내려간다.
그 모습이 약한가?
아니다.
모든 것을 젖게 만드는 힘은
항상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우리는 자주 위로 올라가려 애쓴다.
더 강하게, 더 높이, 더 버티라고 배운다.
하지만 비는 묻는다.
왜 반드시 올라가야만 하느냐고.
왜 흘러내리는 것을 실패라 부르느냐고.

비는 포기가 아니다.
비는 흐름이다.
정지된 감정보다 낫고,
가짜 웃음보다 진짜 울음에 가깝다.

가끔은 사람도
내려앉아야 산다.
버티는 게 다가 아니라는 걸
비는 알고 있다.

그러니,
어느 날 이유 없이 가라앉을 때,
그걸 부끄러워하지 마라.
무너진 게 아니다.
그저 내리는 중일 뿐이다.
비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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밍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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