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sight] 미라클 레터 정리

·7일 전

💡insight

목록 보기
30/31

AI 말투를 배우는 사람들 : 정체성 상실의 시대

챕터1. 글은 곧 정체성, AI는 곧 평준화

글에는 글쓴이가 누구인지에 대한 수많은 힌트가 숨어 있다. 선택한 단어와 문장, 어순만 읽어도 정체성이나 심리 상태, 심지어 가치관까지 짐작할 수 있다.

미국 남가주대(USC) 연구진은 AI 사용이 빈번해지면서 글에서 정체성이 열어지고 있다고 주장했다. 연구진은 수많은 레딧 게시글, 패치닷컴 뉴스, 아카이브(arXiv) 학술 논문 초록을 분석했는데, 챗GPT가 출시된 2022년 11월 30일 이후 글쓰기의 다양성이 크게 감소하는 사실을 발견했다.

원문 A와 챗GPT·라마3·제미나이 같은 챗봇이 A를 수정해 만든 B를 비교했을 때, 메시지의 글자는 유지되지만 어휘 다양성 지표는 크게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AI는 메시지의 글자는 유지하지만, 글쓴이의 개성을 열어지게 한 것.

AI가 생성하는 문장은 성별이나 연령과 무관하게 진보 성향의 중장년 남성에 가깝다는 연구 결과도 나왔다.

챕터2. AI 말투를 배운 사람들 — Delve를 해 보겠습니다

독일 베를린에 있는 막스플랑크 인간개발연구소가 유튜브 강연 36만 편과 팟캐스트 77만 편의 데이터를 분석했다. 2022년 11월 30일을 전후로 비교한 결과, 사람들이 자주 쓰는 단어 중 AI가 즐겨 쓰는 단어가 다수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표적인 AI 단어들:

딜브(delve): 깊이 파고들다, 천착하다
컴프리헨드(comprehend): 이해하다
보스트(boast): 자랑하다
스위프트(swift): 신속한
메티큘러스(meticulous): 꼼꼼한
언더스코어(underscore): 강조하다
볼스터(bolster): 강화하다
핀포인트(pinpoint): 정확히 짚어내다

연구진은 이런 현상을 '문화적 피드백 루프(cultural feedback loop)' 라고 명명했다.

AI는 인간이 만든 도구인데, 이제는 거꾸로 AI가 인간에게 단어를 가르치고 주입하는 셈이다.

한국어에도 영향을 미치기 시작했다.

AI가 즐겨 쓰는 한국어 표현들:

~겠습니다: delve의 번역
결론적으로, 다시 말해, 궁극적으로
핵심을 정확히 짚으셨네요
~가 약해진다 / 강해진다
지휘봉을 넘겼다, 무대에서 내려왔다, 왕관의 무게

프랑스 사회학자 피에르 부르디외는 언어를 사회적 지위를 드러내는 '상징 자본'으로 봤다. AI 때문에 전 세계 사람들이 선택하는 단어가 점점 비슷해진다면, 역설적으로 AI 냄새가 나지 않는 글쓰기 자체가 새로운 상징 자본이 될지도 모른다.

챕터3. AI를 쓰면 뇌가 달라진다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 미디어랩 연구자 이탈리아 코스미나 박사는 채용 과정에서 후보자들이 제출한 자기소개서가 지나치게 비슷하다는 현상을 목격했다.

이를 검증하기 위해 학생 54명을 세 그룹으로 나눴다:

1번 그룹: AI를 자유롭게 사용
2번 그룹: AI는 검색 용도로만 사용
3번 그룹: AI를 전혀 사용하지 않음

AI를 자유롭게 쓴 1번 그룹은 두뇌 활동이 최대 55%까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창의성과 정보 처리에 해당하는 영역의 활성화가 훨씬 적었고, 기억력에도 영향을 미쳐 "내가 쓴 것 같지 않다" 고 보고한 학생들도 있었다.

이탈리아 후마니타스대 연구진은 AI 내시경을 활용해 대장암 검진을 해 온 의료진을 분석했는데, AI 사용을 중단시키자 AI 도입 이전에 비해 선종 발견율이 오히려 떨어졌다고 한다.

이런 현상을 인지적 항복이라고 부른다. AI가 내놓는 답을 거의 의심하지 않고 받아들이다 보니 직관력이 하락한다는 것이다.

현명한 사용법

싱가포르국립대(NUS) 윈밍 교수는 AI를 많이 쓸수록 전두엽 활성도가 하락하는 현상을 관측했다. 그는 하이브리드 지능을 제안한다.

데이터를 모으는 도구로만 AI를 쓰고, 분석과 작성은 사람이 직접 하는 방식이다.

또 그는 네메시스(Nemesis) 프롬프트, 즉 비판형 프롬프트를 권장한다. 프롬프트를 완성형이 아닌 비판형으로 바꾸는 발상이다.

"너는 나의 평생의 숙적(lifelong enemy)이다. 내 기획안이 시장에서 실패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아주 냉혹하고 논리적으로 비판해라. 근거 없는 낙관론은 일절 배제해라."

비판이라는 피드백을 받아 빌드업하면서 업무 완성도를 높여가는 방식이다.

언어학자 에드워드 사피어는 "언어는 세상을 보는 창"이라고 말했다. 매끄럽고 세련되기만 한 문장보다, 투박해도 진솔한 사람 냄새나는 문장이 사람에게 더 큰 울림을 준다.

인사이트

ai를 쓰면 쓸수록 바보가 되는 것은 사실이구나.
관련해서, 궁금하고 신기한 점은 책을 읽거나 텍스트를 읽으며 얻는 간접 지식은 사고의 확장으로 이어지는데 ai와의 대화나 활용은 사고의 축소로 이어진다는 것이다. 물론 이에 대해서는 'ai가 대신 답을 내려주고 그것을 의심없이 수용하기 때문'이라는 명확한 이유가 있지만, 그렇다면 ai를 답을 내려주는 용도가 아닌, 서로 대화하며 사고를 확장시키는 방향으로 사용한다면? 그럼 과연 그 때도 ai가 여전히 사고를 축소시킬까? 고민해볼 법하다.

각설하고, 언어적인 측면에서 ai가 인간의 언어를, 인간다움을 빼앗고 있다는 것에는 완전히ㅡ 완전히 동의한다. 당장 나조차도 내가 직접 글을 쓰는 빈도가 완전히 낮아졌는걸. 그리고 한 번 맡기기 시작하니까 꽤나 많은 부분을 ai에게 위탁하게 된다. 글이란 건 원래 꼼꼼히 뜯어보고, 음미하게 되는 글이 아니라면 '매끈하고 결함없는' 글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생각하게 되니까.

근데 이 레터를 읽으면서 조금 반성하게 됐다. 무엇보다 레터 서두에 나온 인용구가 나를 혼냈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나는 모든 기록된 것 중에서 피로 쓴 것만을 사랑한다. 피로 써라. 그러면 너는 피가 곧 정신임을 알게 될 것이다."

자신의 체험을 토대로 손수 써내려간 글에는 한 사람의 혼이 담겨 있고, 그러한 글만이 실존적 가치를 지닌다는 메시지를 담은 니체의 글.

내가 가장 심장이 터질 듯 이해받는 느낌이 들었던 문장이었는데, 다시 보니 혼나는 느낌이 들었다는 것은 나 완전히 글을 건성으로 대하고 있었다는 뜻이겠지.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이 '창작'의 범위라기에는 애매할지도 모르지만, '인간'을 위한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고쳐내는 일이라는 걸 잊으면 안된다. 결국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건 같은 사람이라는 것도.

내가 상실한, 가벼운 채팅창에 날려버린 인간다움과 고찰을 다시 주섬주섬 주울 수 있는 계기가 된 뉴스레터에 감사하며.

profile
내일배움캠프 PM 6기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