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년 2분기는 지금까지의 내 인생에서 가장 큰 시련을 겪은 시기였다. 하지만 이 시련은 단순히 겪고 끝나는 외부의 어려움이 아니었다.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의 삶에서 무엇이 잘못되었는지, 나는 어떤 사람인지,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할지를 깊이 있게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문제라고 생각했던 부분들을 고친 과정들과, 앞으로 나아가야 할 삶의 방향을 기록해 보았다.
내가 겪은 시련에 대해 구체적으로 이야기할 수는 없지만, 요약하자면 혼자서만 모든 것을 감당하려고 했으며, 스스로를 인정해주는 방법을 알지 못해서 생긴 문제였다.
항상 남들에게 인정받기 위해서 노력했었고, 결과가 나오지 않으면 스스로 자괴감을 느꼈다. 완벽주의적인 성격도 있어서 결과물의 퀄리티를 위해서 모든 것을 쏟아부었고, 스스로 생각하는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자책을 많이 했었다. 또한 무의식적으로 항상 남들과 나를 비교하려 했다. 기술 포스팅을 작성할 때도 비슷한 주제의 글이 있으면 '저것보다 잘 써야지' 하는 생각을 했었고, 내가 좋아하는 피아노를 칠 때마저도 좋은 음악,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려고 하기보단 나의 재능을 뽐내기 위한 목적이 더 컸었다.
이렇게 스스로 즐거움을 느끼기보단 남에게 인정받기 위해 노력하는 부분이 컸다. 그러다 보니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면 쉽게 조급함을 느꼈으며, 노력하는 과정에서 스트레스도 굉장히 많이 받았던 것 같다.
하지만 부족한 모습도 나이며, 그 순간의 부족함이 나라는 사람 전체를 규정하는 것은 아니다. 단점보단 내가 가진 장점들에 집중했고,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항상 가졌던 책임감과 성실함에 집중했다. 타인이 나를 인정해주는 것이 아니라 내가 나를 인정해주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렇게 인정의 방향을 외부가 아닌 내부로 돌리니 많은 변화들이 생겨났다. 부끄럽게도 다른 사람이 나보다 먼저 좋은 결과물을 낼 때, '내가 저 사람보다 부족한 게 없는 것 같은데, 왜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에이, 저 사람은 잘 안 될 거야' 하는 생각을 했던 적이 있다. 하지만 이렇게 인간은 완벽하지 않다는 것을 느끼게 되니 오히려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것을 넘어, 결과물을 만들어내기까지의 과정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으며, 그 사람을 진정으로 응원할 줄 알게 되었다.
또한 사고가 훨씬 유연해졌고, 마음이 평온해졌으며, 회복 탄력성이 높아졌다. 예를 들어 예전에는 어디로 이동할 때 뭘 가지고 오지 않았다면 자책하면서 그것에 대해 오랫동안 생각했다면, 요즘은 사람은 완벽할 수 없다는 것을 진정으로 깨달으며 이에 대해 웃어넘길 줄 알게 되었다.
또한 삶에 완벽한 정답은 없다. 항상 어떤 일이나 상황에 대해 나에게 맞는 최적의 무언가를 찾으려 했는데, 상황은 변하고 내 가치관이나 인식도 변한다. 따라서 완벽한 정답에 집착하지 않아야 한다.
진짜 단단한 것은 부러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조금 무르더라도 유연한 것이다.
평소 성공한 사람의 이야기를 듣는 것을 좋아한다. 나와 다른 점은 무엇일지, 어떤 요소들이 이 사람을 성공으로 이끌었을지에 대해 생각해보곤 한다.

야구선수 오타니의 어린 시절 계획표를 보면 쓰레기 줍기, 인사하기 등 뭔가 성공이나 원하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거리가 멀다고 느껴지는 요소들이 많았다. 부끄럽게도 나도 이걸 따라 했지만, 행동을 따라 하며 원하는 결과가 나오기만을 기대했지 이 계획이 뜻하는 진정한 의미가 무엇인지는 깊이 있게 생각해보지 못했던 것 같다.
오타니는 결과에 대해서는 생각하지 않고, 쓰레기 줍기라는 행위를 남들이 버린 행운을 줍는 것이라고 여기며 지속적으로 실천하였다. 많은 생각을 통해 추측해보건데, 오타니는 오히려 남들이 보지 않을 때 하는 행동들이 그 사람의 인격을 결정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아무도 바라보지 않는 순간에도 묵묵히 바른 행동을 쌓아가는 것, 그것이 결국 한 사람의 내면을 단단하게 만드는 핵심이었다. 또한 이런 행동들을 습관화하여 다른 사람들이 있을 때에는 그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기여하는 역할을 하게 되며, 결과적으로 자신이 잘 될 수 있는 확률을 스스로 높일 수 있었던 것이라고 생각한다. 단순히 운을 바라는 것이 아니라, 좋은 인격과 습관을 통해 스스로 좋은 흐름을 만들어내는 과정이었던 것이다.
나는 어떤 개념에 대해 의문이 들면 끝까지 파고드는 성격이라 쉽게 피곤해지곤 한다. 이런 성향이 개발자로서의 강점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뭔가 일이 잘 진전이 안 되다 보니 이 분야를 선택하는 게 맞나 하는 생각까지 갔다. 이미 이해한 개념에 대해서도 더 파고들어 뭔가 깊이 있는 의미를 찾으려 했고, 그렇게 overthinking에 에너지를 쏟았다.
하지만 한 번 이해가 됐다면 그것에 대해 더 생각하지 않고 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 과정에서 핵심은 현재의 내 상태를 자각하는 것이다. '지금 내가 불필요하게 더 파고들고 있는가'를 스스로 점검하는 것이 좋다. 이것은 비단 개발할 때뿐만 아니라 내 감정에 대해서도 적용해볼 수 있다. 뭔가 이성적인 판단이 아니라 감정이 올라오게 된다면, 이를 억누르는 것이 아니라 자각하는 것만으로 80프로 정도는 잠재울 수 있다.
그리고 이를 실제로 쉽게 끊을 수 있게 하는 도구가 타임박싱이다. 원래는 생각을 통해서만 '이때쯤 되면 멈춰야지' 했지만, 이걸 가시적으로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실제로 타이머를 맞추고 시간이 끝나면 끊는, 생각이 아니라 가시적인 행동으로 멈추는 것이다. 이렇게 하고 나니 어떤 개념에 대해 파고들다가도 쉽게 끊을 수 있게 되었고, 찝찝함을 한쪽에 치워둘 수 있게 되었다.

또한 나는 개발을 할 때 머릿속으로 내가 수행해야 할 태스크들을 그때그때 떠올려서 작업할 때보다, 미리 할 일을 나열해두고 생각나는 것들을 리스트에 최신화해서 보며 하나씩 수행하는 것이 훨씬 효율이 높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을 수행하는 데 필요한 개념이 아닌 자꾸 지엽적인 부분으로 빠지려고 할 때, 내가 지금 당장 해야 할 일들이 적힌 리스트를 체크하면서 작업하니 지엽적인 늪에 빠지지 않고 일을 수행하기가 훨씬 쉬워졌다.
이번 시련을 계기로 "나는 어떤 삶을 살아야 하는가?"에 대해서도 깊이 생각해보았다. 남들에게 베풀고 도와주는 것이 결국 스스로에게 가장 큰 행복감을 줄 수 있는 방향이라는 것을 느끼게 되면서,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삶이란 나 혼자 잘되는 것이 아닌 타인에게 기여하는 삶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개발자라는 직업에 대해서도 다시금 정의해볼 수 있게 되었다. 개발자라는 직업은 내가 한 학습과 노력을 바탕으로 가장 직관적으로 타인에게 기여할 수 있는 아주 매력적인 수단이다.
사용자에게는 내가 고민하고 만든 서비스가 실제로 그들의 손에서 쓰이며, 지루한 일상을 즐겁게 만들거나 복잡한 업무를 편하게 만드는 형태로 직접적인 기여를 한다. 내 노력이 누군가의 삶을 더 나은 방향으로 바꾸는 가시적인 가치가 되는 것이다.
또한 동료 개발자에게는 코드, 문서, 리뷰를 통해 기여한다. 내가 깊이 파고들며 겪었던 시행착오와 깨달음을 친절한 문서로 남기면, 나와 같은 고민을 하며 밤을 지새울 누군가의 소중한 시간을 획기적으로 아껴줄 수 있다. 코드 리뷰에서 상대방이 어떤 부분에서 고민했는지 그 맥락을 짚어내고 더 좋은 방향을 함께 찾아가는 것도 마찬가지다.
우리가 오픈소스 코드를 보며 수많은 도움을 받고 성장하는 것처럼, 나 역시 내가 남긴 발자국을 통해 누군가에게 기여할 수 있다. 이렇게 직업의 의미를 '기여'에 두고 나니, 개발자라는 직업이 더욱 나에게 매력적으로 다가왔고 공부와 성장에 대한 더 큰 동기부여가 생겼다.
이렇게 내면에서 일어난 변화와 깨달음들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게 혼자서만 웅크리고 학습하던 방향에서 타인과 함께 소통하며 학습하는 방향으로 전환하게 되었다.

루퍼스는 경력 개발자들을 대상으로 하는 교육과정이라 처음에는 내가 감당할 수 있을지 두려움과 의문이 앞섰다. 하지만 지나고 보니 오히려 지금의 나에게 가장 필요한 교육 과정이었다. 만약 아예 기초적인 기본기부터 시작하는 과정이었다면 지루하거나 시간 낭비라는 생각이 들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루퍼스에서 주어지는 과제들은 모두 실무에서 가장 치열하게 고민하는 중요하고 깊이 있는 부분들이었고, 이를 수행하며 내가 혼자 외롭게 공부하면서 했던 고민들을 실무에서도 똑같이 한다는 확신을 얻을 수 있었다. 그동안 '내가 지금 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걸까?' 하는 불안감이 늘 마음 한구석에 있었는데, 루퍼스는 그 고민에 대한 명쾌한 확신과 안도감을 주었다.
교육 과정 속에서 다른 사람의 시각을 직접적으로 접할 수 있다는 점이 정말 큰 자극이 되었다. 과제를 마치고 RT를 받은 다른 사람들의 코드를 내 코드와 꼼꼼히 비교해 보았다. '이 사람은 왜 이런 구조로 짰을까?' 하며 작성 의도를 추측해보고, 좋은 접근 방식은 다음 과제 때 내 코드에 직접 적용해보기도 하면서 함께 발전하는 즐거움을 느꼈다.
무엇보다 네트워킹이 활발하다는 점이 큰 위로가 되었다. 나와 비슷한 고민, 비슷한 벽에 부딪혀본 사람들과 소통하면서 '이런 고민을 나만 하고 있었던 게 아니구나' 하는 유대감을 느꼈고, 그들의 다양한 시각을 바탕으로 내가 갇혀 있던 단단한 고정관념을 깰 수 있었다.
예전의 나는 내가 먼저 완벽하게 잘되어야만 좋은 사람들이 곁에 머문다고 믿었다. 그래서 성과나 목표를 이루기 위해 타인과 교류하는 시간은 사치라고 여겼다. 하지만 루퍼스를 거치며 결과가 아니라 과정을 가감 없이 공유하는 것에서 진정한 교류가 시작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과정을 공유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궁금한 부분을 부끄러워하지 않고 쉽게 물어보며 내 고민이나 취약점을 적극적으로 드러내는 용기였다. 또한 고민을 머릿속에서 완벽하게 정리한 후에 말하려 하지 말고, 한 50프로 정도만 정리되었다면 일단 밖으로 뱉어내는 것이 중요했다. 다듬어지지 않은 생각이라도 밖으로 꺼내는 과정에서 신기하게도 스스로 생각이 더 구조화되기도 하고, 답변해주는 동료와 대화를 주고받으며 거칠었던 생각을 더욱 구체적이고 정교하게 다듬어갈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렇게 나의 부족한 점과 취약점을 적극적으로 드러냈을 때, 놀랍게도 아무도 나를 나쁘게 보거나 비난하지 않았다. 오히려 나보다 더 진심으로 내 문제를 해결해주기 위해 애써주셨고, 덕분에 서로 더 깊이 가까워진 기분을 느꼈다. 내가 혼자서 며칠 동안 끙끙대며 앓았던 고민들이, 타인에게 털어놓는 순간 생각보다 너무나 쉽고 빠르게 해결되는 경험을 했다. 지금까지 나의 고민을 타인에게 아예 공유하지 않았던 것은 아니었지만, 이처럼 나를 내려놓고 적극적이고 쉽고 구체적으로 내 취약함을 표현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함께 동료들과 발맞추어 가는 법을 배우며 진정한 성장의 의미를 깨닫게 되었다.
누군가는 이 글을 보고 사람이 한순간에 이렇게 크게 변했다는 사실을 믿기 어려울지도 모른다. 하지만 때로는 인생을 송두리째 흔들 만한 큰 시련을 겪으며, 그동안 쌓아온 경험과 생각들이 단단하게 맞물려 한 번에 커다란 전환을 맞이하기도 하는 것 같다. 그리고 이러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시련이 닥쳤을 때 도망치지 않고 이를 정면으로 대면하는 나의 태도라고 생각한다.
지난 회고에서는 혼자 묵묵히 하는 학습 방향에 확신을 두고 글을 썼지만, 지금은 타인과 함께 부딪히며 성장하는 학습이 맞다고 느끼는 것처럼, 앞으로도 삶에 대한 내 인식과 가치관은 경험에 따라 계속해서 변하고 확장될 것이다.
중요한 것은, "내가 틀렸음을 혹은 잘못된 방향임을 깨달았을 때 얼마나 빠르고 유연하게 방향을 전환하느냐" 이지 않을까? 이번 시련은 나에게 그 빠른 전환을 가능하게 해준 인생의 귀중한 터닝포인트가 되었고, 앞으로도 마주할 수많은 변화 앞에서 이 유연한 태도를 잃지 않고 잘 지켜나갈 생각이다.
화이팅입니다 민재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