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2023년은 대변동의 시기였다. 10년 동안 머물던 학교를 졸업하고, 돈 내고 배우던 것들로 미약하게나마 돈을 벌기 시작했고, 30대가 되었고(만 나이는 29), 새로운 취미가 생기고 그 취미를 같이하는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며 살아왔다. 평소에 지나간 것들에 아쉬움을 느끼며 살아가는 편은 아니지만 돌아보았을 때 한 단계 나아갔다고는 생각하지만, 정신없이 지나가서 내가 지나온 것들을 온전히 붙잡으면서 지내오진 못했던 것 같다. 그래서 새해를 맞이한 이 시점을 기회 삼아 인생의 몇몇 부분들을 Renewal 하여 새로 오픈하려고 한다.
대학원 생활부터 지금까지 노션을 메모장 겸 스케줄러 겸해서 사용해 왔다. 회사나 학교에서 노션을 협업툴로는 활용한 경험이 없고, 그저 메모장으로 사용했는데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어느 파일이 어느 위치에 있는지도 잊어버릴 지경이다. 아래 사진처럼 여느 템플릿을 가져와 이것저것 정리를 해보려 하였으나 실패하였다.
최근 다른 정리 툴이 없을지 알아보던 중에 옵시디언이라는 툴을 알게 되었다. 유로 모델을 쓰지 않으면 다른 기기와의 싱크가 어렵다고 노션보다 기본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기능들이 많이 없다는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아래 그림처럼 내가 만든 노트들을 연결하여 그래프 형태로 볼 수 있다는 것이 큰 장점인 것 같다. 1년 동안 사용하면 얼마나 많은 노트들이 어떤 그래프로 나타날지 그 효과는 또 어떠할지 기대하고 시작하게 되었다.
장인은 도구를 탓하지 않는다고 했던가
하지만 여러 경험상 초보자일수록 좋은 장비가 필요한 상황이 있는 것 같다. 힙한 도구가 내가 일정을 정리하는 사람이 되는데 큰 동기부여가 된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사용 가치인 것 같다.
다만 옵시디언 Sync(온라인으로 노트 공유 기능)을 사용하지 않으면 사실상 로컬에서만 돌아간다는 단점이 지금은 방해되는 정도여서 어떻게 정착될지는 아직 미지수이다.
작년부터 글또라는 개발자 글쓰기 모임을 통해 난생처음 블로그라는 것을 운영(?)하게 되었다. 2주에 하나씩 글을 올려야 하는 제도 덕에 10개 정도 되는 글을 억지로 억지로 쓸 수 있게 되었다. 카카오 계정으로 만들 수 있는 티스토리를 선택하여 그곳에 글을 올리고 모임 사람들에게 공유했다.
결과적으로는 위에 보는 것과 같이 처참한 방문자 통계를 가지게 되었다. 일기장처럼, 숙제처럼 작성한 글들을 올린 블로그라 부담만 있고 열정이 부족했던 것, 그리고 콘텐츠 자체가 아쉬운 것이 가장 중요한 이유였을 것이다. 공들여 쓰지 않은 글을 올려놓고 왜 사람들이 보지 않는지 따질 정도로 염치가 없는 사람은 아니다. 하지만 그냥 글을 쓰는 입장에서 보았을 때 좀 더 글을 쓰고 블로그를 관리하는 품을 줄여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이런 걸 다 떠나서 지금까지 쓴 글들이 창피해서 새로 시작하고 싶었다
티스토리 역시 작성하는 절차를 정말 많이 간소화하였고, 글 작성하는 것 자체에는 큰 부담이 없었으나 아무것도 꾸미지 않고 정리되지 않은 블로그를 꾸미는 작업은 생각보다 번거로웠다. 그냥 아무것도 꾸미지 않고 글만 쓸 수 있는 플랫폼을 찾다가 Velog를 찾게 되었다.
아직 친해지는 중이지만 이 플랫폼은 티스토리보다는 인라인이나 다른 기능들을 사용하는 것이 조금 번거롭긴 하지만, 마크다운을 잘 이해하게 되면 글 올리는 것에 집중할 수 있을 것 같다.
올해의 가장 큰 목표이다.
나는 사회에 쓸모 있고 값어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지금껏 노력해 왔다고 믿고 있다. 그래서 대학, 군대, 인턴, 대학원 등의 긴 교육을 마치고 사회에 랜딩할 기회를 잡았다. 대학원 졸업 직후 감사하게도 작은 규모에 데이터 기반 컨설팅 회사에 연구원으로 취업하여 일을 할 기회를 얻었다. 5명 이내의 작은 규모의 조직이기 때문에 때론 회사 동료 이상의 끈끈함으로 일을 헤쳐 나가는 그런 일들도 있었지만 가장 아쉬웠던 점은 내 분야 Senior 혹은 동료들이 없었다는 것이었다. 입사 1년 차에 데이터 분야의 전문가라고 부를 수도 없는 사회 초년생이었지만, 회사의 모든 데이터 관련 업무의 담당자 및 책임자가 내가 되어버렸다.
써먹을 때보다는 채울 때
능력 있고, 진취적인 사람은 이런 상황을 오히려 기회로 삼고, 남들보다 더 빠르게 나아가는 기회로 삼겠지만 모든 프로젝트에서 내 전문성 부족이 실제 사업에 큰 영향을 끼치는 모습이 나타났고 그것이 굉장히 부담된다. 조금 비겁하다고 할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그런 부담을 이겨내는 방법을 배우는 시기보다는 부담스러운 상황에 닥치지 않을 스킬을 조금 더 배워야 할 때라고 느껴진다. 그리고 무엇보다 같은 업무와 같은 고민을 미리 해온 선배들이나 또래 사람들을 만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따라서 이직을 목표 삼기로 했다.
가장 중요한 것은 내가 일하고 싶은 회사가 어떤 회사인지 명확히 정의 내리는 것
이렇게 이직을 본격적으로 준비하는 1년이 될 것 같다. 공고들을 매주 업데이트하고 링크드인, 원티드, 사람인 등 플랫폼을 가리지 않고 도전해 보는 것이 중요할 것 같다. 하지만 지금 회사를 나가는 기회비용을 지고 준비하는 것인 만큼 이제 가게 될 회사가 어떤 회사여야 하는지 충분한 고민이 필요할 것 같다. 회사를 옮기고 나서 그때 또 안 맞는다고 계속 나갈 수는 없으니 말이다.
새 술은 새 부대에... 그렇다면 헌 술은...?
1년의 첫 1주일 정도가 지난 시점에서 지난 2023년이 아쉬웠던 것은 바쁘게 살아갔지만, 그것들을 온전히 내 것으로 머금는 시간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새 술을 새 부대에 담는 것 역시 중요하지만, 이전에 담았던 술 중에 맛이 좋은 술들은 나중에 다시 마실 수 있도록, 아쉬웠던 것들은 보완할 수 있도록 정리하고 기록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1월은 새해 준비를 하면서 2023년의 것들을 돌아보고 정리하는 시간을 가지고 싶다.
이에 이어서 앞으로 살아갈 2024년은 미리미리 그날 느끼는 것들을 기록하여 흘러가는 하루하루들을 온전히 머금으며 나아가는 한 해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