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번에 프로젝트 실패 경험이라며 글을 적었었다. 그 글에서 굳이 내가 실패라고 기술한 이유는 다시는 이런 경험을 하지 않기 위한 다짐이라는 이야기를 했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극복한 경험에 대해서도 남겨야한다고 생각한다. 나 같은 주니어 레벨에서 이런 큰 프로젝트를 책임지는 경험을 하긴 힘들고, 실제 결과가 실패라고 해도 어색하지 않을 정도라고 할지라도 이걸 끝까지 끝맺으면서 배운 것들 역시 꼭 남겨야 할 자산이라고 생각한다.
이 프로젝트는 7월에 시작하여 3월 초인 이번 주에 마무리될 예정이다. 사업수행계획서 작성부터, 과제조정위원회를 포함하면 거의 10개월 가까이된 기간동안 진행한 나름 장기 프로젝트이다. 10개월동안 끝이 안 보이는 과제를 진행하면서 프로젝트가 처음에 기획한 대로 진행되지도 않고, 어떤 부분은 처음에 기획한 것부터 잘못되어 열심히 해도 수월하게 진행하기 어렵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이 모든 책임이 많은 부분 나에게 있다라는 생각에 스트레스를 정말 많이 받았던 것 같다. 정말 출근길이 지옥 같고, 차라리 어디 사고나서 이 책임에서 벗어나고 싶다는 생각까지 들었다.
그럴 때 가장 유효했던 것은 '달리기'였다. 작년부터 취미삼아 러닝크루도 들어가고 달리기를 열심히하기 시작했다. 사실 처음 시작했을 때는 혼자 달리기 싫어서, 그냥 몸이 건강하기 위해서였다. 하지만 정말 힘든 시간을 보내다보니, 달리기가 '휴지통 비우기' 같은 효과를 보였다.
달리기 = 휴지통 비우기
8시 9시까지 야근을 하더라도 머리 아픈 날에는 한 시간이라도 꼭 달리고 잠들었다. 5~10km 정도 달리고 나면 그 날 하루종일 나를 괴롭혔던 일들이 기억에서 흐릿해진다. 이런 효과로 9월 10월 정말 많이 뛰었다. 두 달동안 거의 200km 가까이 뛰었던 것 같다. 그래도 그 달리기 덕분에 내 뇌에 있던 잡 생각들 스트레스를 비우고 다음 날 출근할 수 있었다. 적어도 새 부대에 새 걱정을 담을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여유 있을 때는 나 자신을 위한 취미 생활 및 여가 생활도 선물해주었다. 8월 초에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8월 말에 밴드 공연 등의 일들로 꾸준히 refresh 해주었다.
밴드 공연도 야근하고 집에서 새벽까지 기타 연습하고 그러는 과정이 너무도 고되었다. 그리고 락 페스티벌도 연차까지 써가면서 섭씨 30도가 넘는 폭염에 3일 동안 텐트에서 자면서 돈 30만원 넘게 쓰면서 자체 혹서기 훈련을 한 셈이었다. 하지만 그래도 그런 과정이 없었다면 이 스트레스를 이겨내지 못 했을 것 같다.
몸이 힘든 것이 마음이 힘든 것보다 적어도 5배 이상 낫다.
또한 굉장히 유효했던 경험은 팀원들과 내 고민을 나누는 것이다.
나도 이 사업을 처음 해보는 주니어였지만 어쩌다보니 팀원을 7명 뽑아서 운영하는 tf팀의 팀장의 역할을 하게 되었다. 처음엔 내가 모르는 것을 저 사람들에게 지시하는 것이 책임을 전가하는 것처럼 느껴져서 많은 부분 내가 끌어 안고 진행하게 되었다. 중요한 것은 나는 이런 오피스물에 나오는 유능하고 효율 높은 팀장이 아니었기에 그런 부분들에서 누수되는 부분들이 점점 많이 생기기 시작했다. 그 후로 발주기관에서 특정 요구가 있을 때 가급적 정말 짧게라도 회의를 하여서 이 요구사항을 어떻게 해결할지 논의하기로 했다. 실제 그렇게 했을 때, 내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는 것은 둘 째 치더라도, 내가 전에 놓치던 부분들에 대해서 팀원들이 챙겨주는 부분들, 생각지도 못한 창의적인 해결책을 내는 부분들이 눈에 띄게 많아졌다.
내가 이 문제를 최대한 해결하고 팀원들에게 넘겨줘야겠다는 생각이 오만한 것이었다.
또 가장 큰 팁은 이 문제를 대표님께 보고하는 것이다. 이 사업은 우리 회사도 처음 시도해보는 사업이었고 그렇기 때문에 회사 내 따른 분들께 조언을 구하기 까다롭다고 생각했다. 특히 우리 회사처럼 작은 규모의 회사는 같은 업무를 하는 시니어나 동료가 없기 때문에 많은 부분 내가 책임지고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가 책임질 수 없는 문제들은 점점 생겨났다. 그래서 대표님께 많은 부분을 보고하고 의견을 물어보기 시작했다. 내가 정말 심각하게 생각하는 문제들이 사실 간단한 해결책이 있던 경우도 많았고, 큰 문제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경미한 이슈인 적들이 많았다. 무엇보다 대표님과 동료들에게 고민을 이야기하면서 내 생각이 정리되고 같은 고민을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큰 위안을 받았다.
그래서 대표님께 모든 사안에 대해서 정리해서 보고하기 시작했고, 팀원들과는 점심시간 끝나고 꼭 30분 정도 티타임을 만들어서 지금 현안에 대해서, 앞으로의 방향성에 대해서 논의하는 시간을 만들어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큰 도움이 되었다.
나는 사실 내가 지금 겪은 실패보다 더 큰 실패를 할 줄 알았다. 그냥 이 사업을 접고, 모든 돈을 뱉어내야하는 상황이 생길 줄 알았다. 하지만 생각보다 많은 걱정들은 괜한 걱정이었던 적이 많았고, 생각보다 할 필요가 없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절대 안 될 것 같던 일들이 나와 팀원들이 그 기한까지 온 갖 리소스를 모아서 진행하다보면 해결되는 부분들이 많았다.
따라서 이런 걱정도 경험을 해봐야 정말 필요한 걱정을 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극복 경험을 기록하여 다음에 어떤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걱정이 되었을 때 이 문제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길라잡이가 되길 바라면서 글을 남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