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도서관을 쓰다' 수상

Mark Lee·2021년 12월 22일
0

개인 에세이

목록 보기
3/5
post-custom-banner

중랑구립도서관에서 진행한, 도서관 이야기 공모전 ‘나의 도서관을 쓰다’ 에 수상한 수기입니다. 우연히 도서관 공고를 보고 어린 시절 기억이 나서, 적어보았는데 운좋게 수상을 했습니다.

중학교에 처음 입학한 나는 책읽기를 좋아하는 작고 뚱뚱한 아이였다. 내가 다닌 중학교는 살고 있는 동네와는 멀리 떨어진, 어린 나이에 다니기에는 조금은 높았던 산 중턱에 위치하고 있었다. 그리고 학교 바로 옆 내리막을 조금만 내려가면 시립 도서관이 하나 있었다. 도서관 표지판이 학교 바로 앞에 있었기에, 아래로 가면 도서관이 있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건 그냥 도서관이라는 글자일 뿐 나에게 특별한 의미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책읽기를 좋아했지만, 도서관은 나와 상관없는 어른들의 공간이라고 생각했기에 나는 도서관에서 책을 보거나 빌린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부모님은 도서관의 존재를 알지 못했으며, 학교에서도 갓 입학한 우리들을 통제하기 위해 규율만 강조할 뿐, 학교 주변에서 무엇을 할 수 있는지 가르쳐주지 않았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로빈 쿡의 '코마', '바이러스'와 같은 의학소설에 빠진 때가 있었다. 나와 같이 비슷한 책을 좋아했던 한 친구로부터 학교 옆 도서관을 가면 로빈 쿡의 다른 책도 볼 수 있다는 사실을 듣게 되었다. 그렇게 그 날 , 난 친구와 같이 도서관을 처음 가보았다.

학교 통제에 익숙해져 있었던, 나는 도서관 입구에서부터 서고 까지 그 엄숙한 분위기에 긴장한 채 걸어갔다. 서고 입구옆 책상에 앉아 있는 사서 선생님이 나에게 왜 여기에 왔냐고 호통칠거 같아 무서웠다. 친구를 따라 들어간 서고에서 나는 지금은 익숙해진 책냄새 맞이하고, 서고안 책장에 꽂혀있는 수 많은 책을 발견하고는 긴장감과 무서움을 떨치고 금방 호기심에 휩싸였다. 친구가 가르쳐준 하나의 책장에서 처음 보는 로빈 쿡의 소설을 발견할 수 있었고, 도서관 한 구석에 앉아 책을 읽기 시작했다. 책을 읽고 돌아가던 나를 불러세운 사서 선생님은 친절히 도서관 카드를 만들면, 책을 집으로 빌려갈 수도 있다는 사실을 알려 주었다. 집에 돌아가자마자 엄마와 같이 증명사진을 찍고, 신청서를 작성하여 사서 선생님에게 드렸고, 3일 뒤에 나는 내 사진이 조그맣게 붙어있는 도서관 카드를 받을 수가 있었다. 그 것이 나의 첫 도서관 경험의 시작이었다.

내가 다닌 중학교의 몇몇의 선생님들은 자유로운 발표와 토론 수업을 즐겨했다.
내 차례가 되었을 때, 선생님은 나에게 유명한 수학자를 소개하라고 했다. 집에 있는 위인전을 다 읽어보았기 때문에, 그 곳에는 수학자가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사실 뉴턴도 수학자였지만 그때는 수학자랑 과학자는 다른 줄 알았다. 그렇게 난 도서관을 가서 인명사전을 찾은 다음에 가나다라 순서로 무작정 수학자를 찾기 시작했다. 그리고는 운좋게 앞쪽에서 가우스라는 수학자를 발견했다. 지금이야 대단한 사람인 줄 알지만 그 때는 처음듣는 이름이 였다. 난 다른 인명사전도 찾고, 위인전도 찾아보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그냥 수학자가 아닌 유명한 수학자여야 했기 때문에. 곧 나는 여러 책에서 가우스에 대한 내용을 발견하고 이 사람은 유명한 수학자라고 확신을 하게 되었다. 그렇게 난 가우스에 대한 내용을 찾아서 발표를 하였고 선생님으로부터 칭찬을 받았다. 그 칭찬은 나에게 발표수업이 있을 때마다 도서관을 향하게 했다. 그렇게 도서관은 나에게 놀이터이자 공부방이 되었다.

3학년이 되어서 난 전학을 가게되었다. 전학간 곳은 도서관도 없었고 책을 읽는 시간도 허용되지 않는, 오로지 입시공부만 있는 곳이였다. 책이라고는 교과서와 문제집이 다였던 그 시절을 여러 해 보내며 책도 도서관도 그렇게 나에게서 멀어졌다.

그리고 20여 년이 지난 지금, 나는 아이들을 데리고 동네 도서관을 찾는다. 유아청소년 서고에서 책을 읽어주고, 때로는 내가 재미있게 보았던 책을 추천해주기도 한다. 물론 아이들은 내가 추천한 책은 제목만 쓱 보기만 하고, 딸아이는 자기가 좋아하는 마법사 책을, 아들 녀석은 자동차 책을 찾으러 간다. 내 책을 선택하지는 않았지만, 그 모습이 흐믓하다. 그래 니들이 보고 싶은거, 읽고 싶은 거, 마음 껏 많이많이 보거라. 오래도록. 아빠는 뉴턴이 과학자도 되고 수학자도 된다는 걸 가르쳐줄게

profile
C++/C#, Python을 주로 사용하는 개발자입니다. Engineering 알고리즘 개발을 주 업무로 하고 있습니다.
post-custom-banner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