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tvN, Netflix 에서 방영 중인 드라마 스타트업
을 보면서 '나는 어떻게 하다가 스타트업에 발 담그게 됐지?' 라는 생각을 해봤습니다. 그리고 머리 속의 이야기를 정리 할 겸 글로 옮기게 됐습니다.
이 글은 지금으로부터 약 10년 전 (2011년)에 제가 직접 경험 했던 이야기입니다.
등의 이야기를 다룹니다.
2010년에서 2011년으로 넘어가는 겨울, 저는 대학교 졸업을 한 학기 남겨두고 있었습니다. 그때까지만 해도 졸업하면 취업 되겠지 라는 막연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러던 중 친구들이 인턴을 지원하면서, 너는 인턴 지원 안 하냐는 말에 왠지 모를 불안감이 엄습하여 저도 같이 인턴을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삼성 SDS'에 인턴 지원을 하고 서류 통과 후 적성 검사까지는 무난히 통과할 수 있었습니다. 당시에는 면접을 위해서 도대체 뭘 준비해야 될지 감이 잡히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자기소개, 끝 인사 그리고 기초 전공 지식 조금 정도만 준비하고 면접에 응했습니다. 결과는 참담했습니다. 질문에 대해서 대답을 못 한 것도 있었지만, 지금 생각해도 자다가 이불 킥 할 만한 삼행시를 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인턴 지원은 실패로 돌아갔습니다.
그러던 중 한 친구가 자신이 어쩌다 알게 된 회사 대표님이 있는데, 친구들 데려와서 사업 이야기 들으면 고기를 사준다고 했다는 겁니다. 그래서 '뭐 얘기 듣고 고기나 얻어 먹자' 라는 생각으로 친구를 따라 갔습니다. 대표님이 사용하는 단어 중에는 스타트업
이라는 단어가 유난히 많았습니다. 2010년의 저는 스타트업
이란 단어를 알지 못 했습니다. 그 때는 오히려 스타트업
보다는 벤처
라는 단어가 더 익숙할 때 였습니다. 아무튼 고기를 맛있게 먹으며 이야기를 듣는데 묘하게 빠져 들어갔고, 친구 한 명과 함께 그 뒤로도 몇 번 더 대표님과 미팅을 했습니다. 여러 번의 미팅 중 한 번은 셋이서 함께 영화 소셜 네트워크
를 봤습니다. 지금도 가끔 생각나서 다시 보는 영화이기도 한데, 그 당시에 그 영화를 보면서 스타트업 스팀팩을 취할 정도로 맞았습니다. 그 중에서도 영화 초반에 마크 주커버그가 여자친구에게 차이고, 음주와 블로깅을 하면서 페이스매쉬를 만드는 장면은 아직도 생생합니다.(이 장면에서 나오는 음악이 중독성있고 신나서 노동요로 사용하기 좋습니다.) 그리고 페이스북이 대박을 터뜨리자 명함에 I'm CEO, Bitch
라는 문구를 새기며 자신을 물 먹였던 사람들에게 소심한 복수도 합니다.
Let the hacking begin
I'm CEO Bitch
그렇게 스타트업 스팀팩을 맞고 회사에 합류하게 되었습니다. 제 생각에 대표님은 실력 보다는 열정을 높이 샀던 것 같습니다. 제가 맡은 역할은 iOS 앱 개발이었는데, 그때 iOS에 대해서는 1도 모르는 상태였습니다. 심지어 사용하던 핸드폰도 안드로이드 폰(HTC의 Desire) 이었습니다.
회사에서 개발용으로 사용하던 iPhone 3GS(당시 최신 모델은 iPhone 4)를 받아서 개발을 시작했습니다. 처음부터 바로 메인 앱을 개발하진 않았습니다. 약 한 달 간 대표님이 운영하던 기존 서비스를 정리하고, 그 이후부터 새로운 멤버를 세팅해서 시작하기로 했죠. 그 동안 저는 토이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스마트폰에 저장 된 이미지 또는 직접 촬영한 사진에 필터 효과, 스티커 첨부, 위치 지정이 가능하며 SNS로 공유도 가능한 어플이었습니다. 다운로드 성적은 그닥...
App Store 등록까지 직접 해보며 대략적인 감을 잡을 수 있었습니다. 약 한 달 뒤 멤버 세팅이 끝난 후 새로운 사무실인 가산에서의 생활을 시작했습니다.
새로운 멤버는 대표님을 제외하고 총 4명이었습니다. 개발자 3명(Web, Android, iOS), 마케터 1명 그리고 디자인을 외주로 진행했습니다. 스타트업의 상징!!! 영어 이름을 사용했습니다. 저는 David 이었고, Cavin, Jason, Sun이 있었습니다. — 이름과 관련 된 재미난 에피소드가 하나 있습니다. 가끔 회장님(대표님의 아버님)이 오시곤 했는데, 모니터 위에 적혀 있는 Sun, Jason의 이름을 보시곤 '여기는 썬이고, 그 옆에는 자손인가?' 라고 말씀하셔서 웃음을 꾹 참았던 기억이 있습니다.
수원에서 가산으로 출퇴근을 해야 됐는데, 그 시간이 너무 아까워 자진해서 라꾸라꾸 침대를 사달라고 했습니다. 그래서 평일에는 늦게까지 일하고 사무실에서 자고 주말에만 캐리어 끌고 집에 갔다 오곤 했습니다. 샤워는 건물 지하에 있는 사우나 정기권을 끊어서 이용했고, 간단한 세면은 사무실 안 쪽에 있는 수돗가에서 해결했습니다. 아침 일찍 사무실 창 밖을 보면 반대편 건물 옥상에서 전 직원이 모여서 체조하는 것을 볼 수 있었습니다.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그 건물이 이랜드 건물이었습니다.
밤낮 없이 개발한 끝에 드디어 앱을 완성하고 Apple App Store, Google Play Store에 등록까지 완료되었습니다. 우리가 만든 'LUKnFEED' 라는 서비스는 패션 정보를 주고 받는 SNS 였습니다. 처음엔 정말 단순한 기능들만 갖추고 있었습니다. 사진을 올리고, 사진을 보고, 내가 팔로우 한 사람들의 소식만 모아 보는 정말 단순한 기능의 일반적인 SNS였는데 단지 컨텐츠가 패션인 것 뿐 이었습니다. 지금이야 패션 SNS 하면 바로 'StyleShare'가 떠오르겠지만, 당시만 해도 국내에는 딱 대표할 만한 서비스가 없었습니다. 'StyleShare'도 같은 해에 베타 서비스를 오픈 했습니다. 그냥 그렇다고요...ㅠㅠ
흥미진진하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