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부터 9월까지 7개월의 취준 생활을 보내고,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드디어 취직에 성공했다. 한동안 스스로의 실력을 갈고 닦는 고독의 시간을 보냈기 때문에, 다양한 직군의 사람들과 협업을 해야한다는 사실이 막막하기도 하다. 게다가 사이드 프로젝트가 아니라 정말 현업에서 1인분을 하며 뛰어야 하기 때문에 부담이 되기도 한다...
조금이라도 신입으로서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과 행동에 대한 감각을 키우기 위해 입사 전에 『일의 감각』이라는 책을 읽었다. 읽고 나서 개인적으로 느낀 점을 정리하고자 이 글을 작성한다. 인상적인 키워드는 크게 공감, 감각, 소신이다.
오너쉽에 대한 내용이 나온다. 귀에 익도록 들은 말이다. 어떤 친구들은 이력서에 '오너쉽을 갖는 개발자' 라는 서두로 시작하기도 하고, 컨퍼런스에 가도 개발자는 그 제품에 대한 오너쉽을 갖는게 중요하다는 얘기를 많이 듣곤 한다.
물론 중요하고 핵심적인 내용이라고 생각하지만, 나는 그 말을 굳이 인용하지 않았다. 그 말에 대한 진실성에 대한 스스로에게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정말 내가 오너쉽이 있는걸까?
그냥 개발자로 취직하기 위해 갖다붙인 건 아니고?
다들 하니까 하는 건 아니고?
제대로 알아보지않고 '단어'로서 접근하게 되면 이런 일이 생긴다.
내가 생각했던 오너쉽은 '사장의 마음으로 제품을 대하기'였다. 지금도 틀린 말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는 조금 다른 관점으로 오너쉽을 말한다.
오너쉽을 '진심으로 공감하고 몰입하는 마음, 즉 돕고 싶은 마음' 이라고 서술한다.
나는 의심하는 사람이다. 하나의 기능을 만들더라도 이 기능이 왜 필요한지, 그 기능이 기존의 기능과 자연스럽게 연결되는지, 기존 유저들이 불편해하지 않을지에 대한 생각까지 이어진다.
이 책에서는 한단계 더 나아가서 "관심없는 사람들에 빙의해보라고" 추천한다.
나는 내 방식대로 해석하고, 공감했다. 조금 결이 다를 수 있지만 '나는 새로운 기술을 배울 때' 이 스킬을 자주 쓰곤 한다. 관심없음
과 앎
은 대립된다고 생각한다.
아는 게 많아질수록 익숙해지고, 그러면 불편한 점들이 눈에 띄지 않게 된다. '원래 이랬지'라고 받아들이면서 처음 느꼈던 첨예함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난 새로운 기술을 접할때, 그 생소함을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그것이야말로 앞으로 개선해야 할 포인트이고, 다음으로 도입할 기술의 후보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에 들어가서도, 처음에야 모든게 새롭고 신기하게 다가오겠지만, 한달만 지나도 금새 익숙해질 것이다. 나는 그 낯섦을 그냥 넘기지 않고 최대한 초심자의 시선으로 기록하여 그것을 개선의 단서로 삼겠다는 새로운 목표가 생겼다.
감각은 보통 재능과 이어진다. 별다른 노력 없이 타고난 수재적 능력이라는 느낌을 주는 단어다. 이 책의 저자인 조수용 님은 감각이 후천적으로 길러진다는 쪽에 더 공감한다. 물론 나는 조금 다르게 생각한다😅 같은 수준의 능력을 갖추는 데에도 사람마다 필요한 노력의 양이 다르다. 그리고 나는 그것을 감각, 또는 재능이라고 여긴다.
안타깝게도 나는 엄청난 감각을 타고난 사람이 아니다. 그렇기 때문에 감각을 키우기 위한 후천적 노력이 필요하다.놀랍게도 이 책을 읽으며, 취준 기간 동안 나는 그 감각을 키우기 위한 훈련을 꾸준히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
글의 일부를 발췌했다.
그들은 '모험가'처럼 살려고 노력합니다. '몰입하는 시간'과 '그렇지 않은 시간'을 구분하지 않고, 평소 대상의 주변을 돌며 계속 무언가를 발견하려고 합니다.
2주 전까지만 해도 취준생이었던 터라 나의 모든 공감이 취준 생활로 이어진다. 이해해 주길 바란다.
저 문장을 읽고 또 공감이 되었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감각을 키우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취준을 하면서 가장 힘든 것은 사이드 프로젝트도, 코테 준비도 아니고, 서류 작성이었다.
다음으론 면접 준비였다. 나에게 어떤 것을 궁금해할지, 어떤 부분을 어느 정도 깊이까지 물어볼지, 라이브 코딩을 시킬지... 무엇도 알 수 없으니까.
첫 번째, 서류 작성에서는 정말 시간이 없을 때 다른 회사 지원서의 유사한 답변을 조금만 바꿔서 낼 때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매번 다르게 썼다. 새로이 적을 지점들이 계속 보였기 때문이다.
취준을 하면서 고립되고 정체되는 내가 가장 두려웠다. 새로운 경험을 계속해야 나의 시야도 넓어질 텐데... 인턴이라도 해야 공백기가 채워질 텐데... 매일 같은 루틴, 아침에 코테 풀기 - 지원서 작성 - CS 공부의 반복 속에선 '새로움'을 느낄 수 없었다.
이때 내가 한 것은 딴짓하기
였다.
지원서를 작성하다가 하기 싫으면 벨로그의 트렌딩 글이나 미디엄 글을 마구 읽었다. 글을 읽다가 좋은 글을 발견하면 그 작성자의 블로그에 들어가서 다른 글을 읽기도 했다.
n년 차 개발자들끼리 모여서 사담을 나누는 유튜브를 보기도 했다. 그러다 추천하는 책이 있으면 그 책의 후기를 찾아보며 겉핥기식으로 읽기도 했다. 심지어 한동안 역류성 식도염에 걸려서 고생한 적이 있었는데, 식도염의 종류부터 발생 원인까지 찾아봤던 적도 있다...
놀랍게도 이러한 딴짓들이 결국 나의 시야를 넓혀주었다.
면접을 적지 않게 봤는데, 이전 면접들을 아무리 복기하고 가도 예상치 못한 질문이 나오기 마련이다. 이러한 기습 질문이 들어왔을 때, 머리에 딱 떠오르는 건 '전날 밤에 개발하기 싫어서 딴짓한 것들'이었다.
실제로 이번에 들어간 회사에서도 기습 기술 상황 질문이 들어왔는데, 전날 이유없이 호기심이 생겨서 찾아본 라이브러리와 매우 유사하다고 생각해서 그것에 빗대어 설명했고, 결국 최종 합격할 수 있었다.
취준생들이 너무 취준에만 매몰되지 않기를 바란다. 실제로 취업 준비를 하면서 나에게 도움이 되었던 건 물론 기본기를 다지는 것도 있지만, 그 중간중간 알게 된 TMI들이었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목표에 빗대어 상황을 바라보기 때문에, 조금 빗나간 취미 생활이든 탐구 생활이든 결국엔 나의 시야를 넓히는, 즉 감각을 키우는 훈련이 되었다고 생각한다. 아직도 멀긴 하지만.
브랜딩의 다른 말은 소신이라고 적혀 있다. 결국 소신 있는 사람 곁에 사람이 모이고, 팬덤이 생긴다. 자기 PR 시대에 요즘은 자신을 브랜딩하는 것이 하나의 중요한 가치라고들 말한다. 개인적으로 나의 취약점이라고 생각한다. 소신 있는 사람들이 자기 브랜딩도 잘했던 것 같다.
아직은 나만의 소신을 강하게 드러내는 데 익숙하지 않지만, 작은 일이라도 나만의 기준을 세우고 끝까지 밀어붙이는 연습을 할 것이다. 그 과정에서 나를 믿고 함께할 수 있는 동료를 만나고, 나 역시 그런 동료가 되고 싶다.
내 주변의 소신 있는 사람을 떠올려본다. 소신 있는 사람들은 대부분 중요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일도 열심히 하려고 하고, 그것을 끝까지 해내는 그 과정과 고집에서 멋있게 느껴진다. 마이너한 선택을 할 때도, 그래서 단편적인 실패를 겪었을 때도 걱정이 되지 않았다. 성공으로 가는 과정이라고 그 사람을 믿고 있었던 것 같다.
아마 신입으로 일하게 되면서 소신까지 지키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 생각한다. 하지만 평생 직업이 될 수도 있는 중요한 갈림길에서 흘러가는 대로, 시키는 대로만 하는 건 의미 없다고 생각한다. 그 안에서 나만의 가치를 찾고, 일하는 방식을 터득하겠다. 화이팅이다~! 빠샤빠샤
좋은 글 감사합니다!
5년차 개발자로서 찬성합니다.
특히 이 부분은:
"아는 게 많아질수록 익숙해지고, 그러면 불편한 점들이 눈에 띄지 않게 된다. '원래 이랬지'라고 받아들이면서 처음 느꼈던 첨예함을 잃어버린다. 그래서 난 새로운 기술을 접할때, 그 생소함을 기억하려고 노력한다."
이거는 정말 중요합니다. 그래서 저는 회복탄력성이 나쁜 일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뭔가 이상하게 느껴진다면, 더 나아지게 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맹목적으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