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지가 인을 물으니 공자께서 말씀하셨다. (樊遲問仁. 子曰,)
"사람을 사랑하는 것이다." (“愛人.”)
책 이름: 논어
저자: 공자
옮긴이: 김영진
출판사: 매월당
전주에서 서울로 올라오는 버스에서 막힘없이 쭉 읽었다. 이상하게 버스에서는 집과는 다르게 집중도 잘 되고 글자도 눈에 잘 들어오는 것 같다. 아무래도 책은 집이 아니라 버스에서 읽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평소에도 철학에 관심이 많았고, 이전까진 서양 철학 (플라톤의 국가, 니코마코스 윤리학, 향연, 데카르트의 성찰 등) 을 위주로 보다가, 무슨 계기였는지 기억은 안 나지만 갑자기 흥미가 동해 논어를 사서 읽게 되었다.
책의 구성은 플라톤의 국가와 마찬가지 로 공자가 그의 제자들과 나눈 대화를 공자 사후에 제자들이 정리하여 서적으로 모아 편찬한 것이다. 그러나 본질에 대한 깊은 논의 과정(소크라테스의 문답법, 혹은 산파술)은 없고 아주 짧은 수 많은 단문들을 주제에 맞게 모아서 정렬해 놓은 식이다. 책 아래에 해설도 마련되어 있어 철학이라 생각하기 어려울 정도로 쉽게 읽었다.
그의 핵심 사상은 인(仁)으로부터 시작되어 이를 위한 실전적인 방법으로 효제(孝悌)와 충서(忠恕)를 강조한다. 그 밖에는 극기복례, 인의예지, 공관신민혜, 덕치 등의 내용을 다룬다. 아주 짧은 단문이지만 한자의 특성상 내포하는 내용이 함축적이며 때로는 의미심장하다. 그래서 책 아래의 해설이 이해 될지언정 그의 도(道)에 닿았다는 느낌을 받진 못했다.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고 한 공자의 말을 들어보면 그 역시 도에 근사했을 뿐 그 본질에 도달하진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크라테스의 이상이 이데아라면 공자의 이상은 도(道)일 것이다. 표현하는 언어만 다를 뿐 그들이 추구하는 본질은 모두 하나를 가리키는 듯 하다.
닿을 수 없는 이상일지라도 그에 달하기 위해 부단히 노력해야 한다. 공자의 극기복례는 니체에 위버맨쉬와 다를 바 없다 생각한다. 나 또한 과거의 허물을 벗겨내고 새로운 내가 되기 위해 노력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