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4년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를 꼽으라면 휴학
과 복학
이었다.
2023년도 말에, 나는 '다음 학기는 무조건 휴학해야겠다'고 생각했었는데,
휴학을 결정한 이유는 무엇인지, 반 년의 휴학 기간동안 무엇을 했는지, 또 2학기에 복학하고서는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에 대해서 적어보면서 2024년 회고를 진행해 보겠다.
시행착오를 겪은 해라고도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빠르게 지나가 버린 한 해지만, 이 지점이 내 인생의 변곡점이 되겠다 싶을 정도로 많은 고민이 있었던 해였다.
나는 학교에서 2-2를 마치고 휴학을 결정했다.
나의 휴학 결정의 가장 큰 이유는 '프로젝트를 심도 있게 진행해보고 싶다.' 였다.
23년에 말은 나한테 조금 힘든 시기였다. 프로젝트도 진행하고 있었고, 학교 팀플로도 스트레스를 많이 받았고, 동아리 운영진과 스터디, 학교 TA, 튜터링 튜티 등 정말 이것저것 다 했던 거 같다.
참고: ✍🏻 2023년 회고록
나름대로 다 잘 마무리되기는 했지만..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정신이 없는 시간을 보내다 보니, 정리의 시간이 필요함을 느꼈다.
내게 지금 가장 필요할 게 뭔지 생각해보고, 선택과 집중을 하고 싶었다.
나는 1학년 새내기로 입학하자마자 연합 개발 동아리인 UMC에 들어갔었고,
앱 런칭 세계에 한 번 빠져든 이후로 2년간 쉬지 않고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당연히 출시까지 진행한 프로젝트도 몇 개 있었다.
출시라는 건 어쨌든 '내가 만든 앱을 스토어에 올리는 일'이라는, 명확하게 보이는 결과물이 있기 때문에, 프로젝트 진행 시에 1차 목표로 많이 잡는 거 같다.
실제로 나도 '어떻게든 출시까지만이라도 하자'라는 마음가짐으로 1년 넘게 진행한 프로젝트를 23년의 마지막 날 출시에 성공한 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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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짜 2023년 마지막 날에 스토어에 올라간 모습~~
그렇지만,, 출시가 끝인가?
막상 출시까지 가긴 했어도,
출시한 후에 뭐가 남았나?를 생각해 봤을 때는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손 볼 부분이 너무 많으니 차라리 처음부터 얼른 만들고, 유지보수까지 하자.'며 앱 런칭 프로젝트 이후 세운 당시 우리의 목표가 무색하게도.. 학업과 프로젝트를 병행하며 프로젝트 기간은 끝을 모르고 늘어났고, 오랜 개발 기간에 팀원들은 지칠 대로 지친 상태였다.
마무리는 짓고 끝내고 싶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출시까지는 이루어냈지만, 늘어진 프로젝트에서 지쳐버린 팀원들은 유지보수까지는 못 하겠다는 의사를 보였다.
오래 끌던 프로젝트가 출시했다는 후련함도 잠시, '내가 이 프로젝트로 얻어간 게 뭐가 있지?'라고 누군가 묻는다면 대답할 자신이 없없다.
아예 처음이었고, 특히 내 아이디어로 진행된 프로젝트였기 때문에 분명 나에게는 의미가 큰 프로젝트고, 그만큼 많은 걸 배우게 해준 프로젝트였다. 그렇지만 취업 시장에서는 이야기가 다르지 않나.
그맘 때쯤 포트폴리오를 정리해봤는데.. 개발적인 부분에서는 도무지 무슨 내용을 써야할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그간 아무리 학교 공부를 잘 안한다 하더라도 학교에 왔다갔다하고, 과제와 팀플을 하다보면 이래저래 신경쓸 게 많았다. 학교에 다니면서 프로젝트를 같이 하기는 조금 힘들었었다.
생각 후 내린 결론은
학교를 쉬고, 기존에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리팩토링하면서 개발 실력을 향상시키자!
였다.
이를 위해서는 휴학이 꼭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휴학함)
지식을 제대로 학습하고 싶다는 생각에 스터디를 몇 개 진행했는데, 스터디 활동을 간단히 정리해 보겠다.
2024년이 되고 가장 먼저 시작한 유의미한 일은 Android 스터디에 들어간 걸 꼽겠다.
안드로이드에 대해 더 심도 있게 공부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차에, 내가 들어가 있던 동아리에서 안드로이드 스터디 모집글이 올라왔고, '이건 해야겠다!' 싶은 생각에 바로 신청했다.
모집 공고에서 본 스터디의 주된 내용은
- 코틀린 코드 리뷰
- 안드로이드 공부
였다.
나는 앱 개발자, 그 중에서도 Android 개발자로 진로를 정한 상태였는데.. 안드로이드를 처음 배우고 나서 2년째 안드로이드 개발을 하고 있지만 개발 실력은 형편없다고 느꼈다. 분명 코드를 쓰긴 쓰는데.. 어떻게 동작하는지는 제대로 모르고 예전에 썼던 코드만 계속해서 복붙해서 쓰는 느낌이었다.
안드로이드 공부를 더 심도있게 진행하고 싶다고는 생각만 했을 뿐, 혼자서 공부를 하기엔 어디부터 시작해야할지 막막했던 차에 좋은 기회라는 생각이 들었다. 어쨌든 여럿이서 하는 스터디는 강제성을 느끼게 되니까! 그만큼 더 배워가는 게 많겠다고 생각했다.
스터디에서 기대헀던 건 '내가 쓰는 코드에 대해서 명확히 이해하기', '안드로이드 최신 기술 공부해보기' 였었다.
항상 디자인 패턴이 어떻고, 클린 아키텍쳐, MVVM, DI, 컴포즈 등등.. 들어보기만 했지 프로젝트에 사용하거나 공부를 제대로 해 본 적은 없었기에 항상 배워보고 싶었다. 그래서 스터디 공고에서 안드로이드 공부 안에 이런 내용이 포함된다고 적혀있었을 때 꼭 해야겠다 싶어서 바로 지원했다.
스터디는 매주 별 일이 없는 이상 대면으로, 스터디룸을 잡아서 진행했다. 인원은 4명이었다.
스터디 첫 시간에는 스터디 때 어떤 내용을 다루면 좋을지 각자 의견을 냈고, 아래와 같은 내용으로 진행됐다.
코틀린 코드리뷰 (우테코 프리코스 과제)
Android 로드맵에 맞춰 공식 문서 공부
Compose 공부
우선, 우테코 프리코스 과제를 각자 풀어보며 서로 코드 리뷰를 해 준 부분이 좋았다. 다른 사람의 코드를 면밀히 살펴본 게 처음이기도 했고, 동일한 문제를 풀다 보니 내 코드와 비교해서 생각해볼 수 있었다. 좋은 코드를 짜기 위해서는 객체지향, 코틀린 기초부터 다시 공부할 필요가 있다고 느꼈다.
Android 로드맵을 따라 각자 조사하면서 공부하고, 스터디 시간에 공유했을 때는 공부한 주제를 가지고 프로젝트에 적용시켜보기도 했다. 나는 처음 사용해보는 기술이라 적용에 조금 헤맸었는데 이미 해당 기술을 사용해 보신 분들이 프로젝트에 적용하신 모습을 볼 수 있어서 많은 도움이 됐었다.
기존 동아리에서는 안드로이드를 공부하는 사람이 적었고, 모두가 동일한 내용을 배우고 프로젝트를 진행하다 보니 사용하는 기술이 비슷비슷했었다. 그래서 스터에서 동아리 외의, 안드로이드로 진로를 생각하는 사람들과 다양한 인사이트를 나눌 수 있다는 점도 좋았다.
Android, iOS를 네이티브로 배워보고 나니 이 두 가지를 동시에 개발할 수 있는 크로스 플랫폼
에 대한 관심이 높아졌다.
그렇지만 플러터도 혼자서 공부를 시작하려니 엄두가 안 났었는데,,
방학에 일이 어느정도 정리된 이후 동아리 디스코드에서 구미가 당기는 모집글을 하나 발견하게 됐다!
다같이 스터디를 진행한 후 프로젝트까지 한다니, 완전 이상적인 학습 방법이 아니겠는가?!? 하는 마음에 바로 신청했다.
네이티브도 했는데 플러터 한 번은 해봐야지, 하는 생각도 컸다.
막상 사람들이 모이니 다 아는 얼굴들(이전 기수 운영진)이어서 조금 웃겼다.
시작은 노마드코더의 강의 2개를 보면서 매주 각자 학습한 내용을 공유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 강의 내용 정리]
그리고 강의 수강이 끝난 뒤에는 Instagram 클론 코딩을 하며 플러터 개발에 대한 감을 익혔다.
구현한 기능은 아래와 같다.
스터디 커리큘럼은 스터디를 모집해주신 멘토님이 모두 짜주셨다.
강의를 수강하고, 인스타그램 클론 코딩을 하면서 멘토님이 다른 팀원들 피드백을 많이 해주셔서 좋았다.
일단, 플러터를 사용해 앱을 만든다는 거 자체부터 되게 새로웠는데, 컴포즈를 해보고 플러터를 하니 UI 구현 방식을 비교해보는 재미도 있었다.
그리고 크롬 개발자모드로 들어가서 로그인 과정과 성적 조회 과정의 API를 살펴본 것도 무척 신기했다. 네트워크 과목에서 배운 내용들이 괜히 생각났다. 로그인을 거쳐 세션 정보를 가져오고, 세션을 쿠키에 넣고 포스트맨에서 직접 성적 조회를 해본 일이 굉장히 기억에 남는다.
- iOS 출시 ‼️
- PM을 넘기고, Android 개발만 진행하자!
기존에 진행하던 '나모'라는 프로젝트에서 변화가 유독 컸다.
나의 작년의 가장 큰 목표가 나모 Android 출시였을 정도로 23년도에는 나모 안드 출시가 간절했는데, 2024년에는 iOS도 출시하고자 했다. 이유는 내가 아이폰 유저기 때문에 내가 실제로도 자주 사용할 목적 + 제대로 홍보할 목적이었다.
1월달에 iOS 개발자를 새로 모집하고, 새로운 개발자를 위해 문서 정리를 싹 하고, 이왕 하는 김에 서버 API 수정 필요한 부분도 싹 다 바로잡고자 했다. UMC 2기 프로젝트이고, 나도 프로젝트 자체가 처음인데 PM까지 맡았다 보니 미흡한 부분이 많았기 때문이다.
팀 블로그도 만들어 우리의 개발 과정을 기록하고자 했다.
📝 나모 팀 블로그: https://namo-log.vercel.app/
올해 초반에는 PM으로서 iOS 런칭에 힘을 쏟았지만, 한편으로는 '개발자로서 나모를 제대로 개발하고 싶다.'는 욕구가 컸다. 기존 프로젝트는 항상 아무것도 모르고 마구잡이로 개발했기에, 제대로 된 개발 경험을 가지고 싶었다. 새로 프로젝트를 시작해봤자 크게 달라지지 않을 걸 알았기에, 새로운 안드로이드 개발자를 뽑아 기존 코드와 프로젝트 구조를 리팩토링 하기로 했다. 리팩토링 경험을 챙겨보고 싶었다.
새 개발자와 가장 첫 번째로 논의한 내용은 '디자인 패턴 변경'이었다.
기존에는 디자인 패턴이라고 부를만한 게 없었고, 그냥 View 코드에 모든 걸 다 때려놓은 구조였다. 코드 리뷰도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에 서로의 코드에 대한 이해가 없었고, 앞으로 새로운 기능을 넣고 지속적으로 유지보수 하려면 먼저 기존 코드들을 제대로 이해하고, 컨벤션에 맞게 리팩토링 해야겠다고 판단했다. 그리고 추후 확장성을 고려하고, 앱 전반적으로 동일한 로직을 지니게 하고자 MVVM 디자인 패턴을 채택하면서 MVVM과 궁합이 좋은 DataBinding도 함께 쓰기로 했다.
레거시 코드를 정리하고, 디자인 패턴을 변경하며 리팩토링하는 과정은 장장 2개월간 이루어졌다. 기존 다른 개발자들이 작성했던 코드를 이해하는 것도 힘들었고, 이에 새로운 디자인 패턴을 적용해 수정해나가는 것도 쉽지 않았다. 책임 분리를 명확히 하기 위해 아키텍처도 변경하고자 했다. presentation, domain, data 3개 레이어를 두었는데, 의존성을 어떻게 가져갈지 설계하는 과정도 기억에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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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은 수정이 있었다ㅋ.ㅋ
리팩토링 후에도 자잘한 오류를 확인하며 수정하거나, 추가 기능을 넣는 식으로 버전 업데이트들이 있었다.
리팩토링 경험 자체도 굉장히 의미있었지만, 사소한 부분까지도 다른 안드로이드 개발자와 의논하고, 새롭게 이슈 및 PR 템플릿을 도입하고 PR 리뷰를 남기면서 서로의 개발 상황을 파악 + 컨벤션을 맞추는 과정이 인상깊었다. 개발에 있어서 컨벤션이 얼마나 중요한지도 많이 알게됐던 것 같다. 프로젝트를 처음 시작할 때 컨벤션 맞추는 게 중요하다는 것도.
기존 J력 내가 2022년 12월부터 합류했던 프로젝트로, iOS가 이미 있던 앱을 Android로 개발해서 출시했었다. 하지만 iOS, Android 간 개발 속도가 다른 문제로 싱크가 잘 맞지 않고 개발자 리소스가 많이 들었기에(당시 iOS 개발자 분이 일이 바쁘셨음), PM 분께서 Flutter로 스팩을 변경하자는 결정을 내리셨다. 막 결정이 내려진 당시에는 기존 iOS 개발자 한 분과 새로 모셔온 개발자까지, 2명이서 Flutter로 프로젝트 개발을 처음부터 시작했고, 나와 기존 Android 개발자 분은 기존 안드로이드 프로젝트에 추가 기능(캘린더 디자인&로직 변경)을 개발했었다. 즉, iOS만 Flutter로 변경되어 처음부터 시작하고, Android는 안드대로 신기능을 이어서 개발하는, 어쨌든 두 종류의 개발이 이루어졌다는 말이다.
사실 안드로이드로 신기능을 개발하면서도 '플러터로 아예 바꾸게 되면 안드로이드 개발은 이제 어쩌지?'하는 걱정이 들었었는데, 같이 안드로이드 개발을 하던 분이 개발자를 아예 접고 다른 진로를 찾는다며 팀을 나갔고, 기존에 iOS 개발을 하던 분도 바빠지셨기에 PM과의 면담 후 내가 Flutter 개발자로 들어가게 됐다. 올해 4월달의 일이었다.
기존에 어쨌든 한 번 개발해 본 기능을 플러터로 새로 만드는 거니까, 어떤 차이가 있을지가 궁금했었다. 그리고 그때는 플러터 스터디도 했을 때라서 내가 프로젝트 구조를 이해하는 거나, 신기능을 개발하는 게 문제 없지 않을까 싶었다.
플러터 개발이 안드로이드와 달랐던 점은, 컴포넌트에 대한 고민이 체게적으로 이루어졌다는 점이다. 선언형 UI다 보니까 동일한 컴포넌트를 여기저기에 활용해 쓸 일이 많았다. 플러터에서 Android, iOS 앱을 배포하는 경험도 얻을 수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개발을 오래 하셨던, 잘하시는 분과 같이 개발했던 점이 좋았다. '개발 시에 이런 점들을 미리 고려해야 하는구나.', '이렇게 컴포넌트를 미리 만들고, 프로젝트를 세팅하면 편하구나.'하는 점들을 알 수 있었다.
졸업작품, 학과 해외연수 프로그램 탈락
상반기를 휴학하고, 하반기에 바로 복학을 했다. 한 학기만 휴학하고 빠르게 복학한 이유는 휴학하고 생각보다 한 게 없었고.. 졸업작품을 시작하는 학기라(우리 학교의 졸업작품은 1년인다) 학과 팀플도 날이 갈수록 하기 싫어지는데, 차라리 빨리 하고 끝내자! 라는 생각이 강했다.
복학하고 돌아온 학교에서, 나는 '3학년은 실력이 확 다르구나.'를 느꼈던 것 같다. 내가 한 학기를 휴학하고 학교에 돌아온 거라 더 느껴졌을지도 모르겠다. 이것저것 하다가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이미 3학년이고, 졸작도 하고 있었다. '나 더이상 어리지 않네? 근데 지금 왜 아직까지도 이러고 있지?'라는 생각이 컸다.
1, 2학년에 걸쳐 다양한 분야를 배운 것을 후회하지는 않는다. 다만, 정신을 차려보니 3학년이었고, 3학년이 되고 고민이 조금 많아졌을 뿐이다. 이래서 3학년을 사망년이라고 부르나? 싶기도 했다. 나는 앱 개발 쪽으로 진로를 빨리 정했다고 생각했기에 미래 걱정으로 이렇게 힘들 줄은 몰랐었다.
기폭제는 학과 해외연수 프로그램에서 2번 떨어졌던 일이었다. 호주와 미국으로 2번의 기회가 있었는데, 둘 다 서류는 붙었지만 면접에서 떨어졌었다. 심지어 미국 면접은 30명 중 18명이 붙는, 과반 이상이 합격하는 면접이었는데 그 과반에조차 내가 없다는 사실에 자존감이 많이 떨어졌다.(지인들은 나 빼고 다들 붙었다는 점에서도)
그간 나쁘지 않은 학점을 받아왔고, 교내/교외 활동도 나름 열심히 해왔다고 생각했기에 결과를 받아들이기가 더 힘들었던 것 같다. 어쩔 수 없이 다른 사람들과 비교를 하게 됐다.
자꾸만 땅굴을 파며 우울해지는 기분이 너무 싫었고, 혼자 왜 떨어졌는지 계속 생각하며 끙끙 앓을 바에야 이유라도 직접 들어보자! 하고 해외연수 면접관이셨던 교수님 한 분께 메일을 보냈다. 말을 잘 하고 싶어서 스피치 학원까지 다녔던 적이 있는데, 여전히 면접에는 자신이 없는 것 같다. 면접관 입장에서는 어떻게 느껴졌는지 궁금하기에 면접 피드백을 요청드리고 싶다는 내용으로 말이다. 면담 후 찾은 원인은 생각보다 허무했다. 면접에서 그렇게 망친 게 아니라, 애초에 영어 점수가 전혀 없어서 서류 점수가 낮았던 거라고. 그 말을 들으니까 그냥.. 다 납득이 됐다. 지인 중에서는 호주 서류를 떨어지고 미국 모집 공고가 나오기 전, 영어 성적을 준비해 미국 최종 선발까지 간 사례가 있었다. 충분히 할 수 있는데 그렇게 하지 않았던 건 내 탓이었다. 내가 부족하고 안일해서 떨어진 거라는 걸 받아들이게 되니 마음이 조금은 편해졌다.
그렇지만? 시련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여기서 잘 끝맺었더라면 참 좋았을 것이다..)
휴학하고 진행하던 프로젝트 정리 없이, 학교를 다니면서 계속 프로젝트도 진행하다 보니까 안그래도 정신적으로 많이 부담이 됐었다. 어느 순간 또!!!! 일을 감당할 수 없게 너무 벌려버린,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심지어 해외연수 프로그램에서 떨어지고 '이제 방학에 해외에 나가지 않으니까, 돈을 받고 개발하는 일을 해볼까?'하고 외주 프로젝트를 시작한 게 최악의 선택이었다. 그 때는 다들 나한테 "요즘 바쁘지 않아? 하는 일 몇 개나 있어?"라는 말로 인사를 건네는 게 일상이었다. (ㅋㅋ.. 정말 반성한다) 대체 왜 투두메 상메로 '감당할 수 있는 일만 벌이자'라고 떡하니 써놓고도 자꾸만 일을 만드는 거임?!
하는 양이 많아지다 보니까 당연하게도 뭐 하나 제대로 하지 못했다. 점점 일이 감당이 안 되니까 자꾸 의문을 던져보려고 했던 것 같다. 내가 왜 일을 이렇게 많이 벌이게 됐지? 하면서 말이다. 나는 내가 꼼꼼함이 장점인, 완벽주의자 성향이지 않았나 싶었는데 점점 스스로와 타협하는 내 모습을 발견하니 내가 너무 싫어졌다. 자꾸만 단점밖에 안 보이고, 내 장점이 뭐였는지 까먹게 됐다. 이전에 생각해오던 내 장점은 더이상 장점이 아니게 됐다. 그간 쉬지 않고 무언가를 지속적으로 해왔건만, 실력은 제자리걸음인 느낌이었고, 부족한 만큼 열심히 배워야지! 하던 열정 넘치는 마음도 어느새 사라진 것 같았다. 언제부터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 점점 '이만하면 됐지.'라는 생각으로 개발을 했다. 너무 갑갑하고 막막했으나, 어떻게 이 상황을 타계할 수 있을지, 이런 무력감에서 벗어날 수 있을지 감이 오지 않았다.
그 때 많이 도움됐던 건 예전 동아리 선배들과 돌아가며 커피챗을 했던 일이었다.
내가 있는 곳은 우물 안이었다.
첫 커피챗은 프로젝트에서 PO로 있던 선배와 진행했다. 내가 휴학을 왜 했었는지, 그리고 개발을 왜 하고 싶었는지를 말했다. 어느 순간 생각 없이 자꾸만 일을 늘리는데, 제대로 감당을 못할 수준이 되자 너무 힘들다는 고민도 털어놓았다. 이에 들었던 말은 "일을 더 늘리는 건 지금 필요한 게 아니다. 책임감을 줄 수 있는 일이 필요하다. 일정을 맞추지 않으면 큰일나는 일. 그치만 이건 사이드 프로젝트에선 겪을 수 없는 일이다". 그리고 프로젝트에 계시던 안드 현업자 분께서 날 보며 예전보다 많이 성장했다고 말씀해주셨다는 얘기를 전해들었다. 이 말을 듣고 어쩐지 눈물이 났었는데, 스스로도 그 이유를 잘 모르겠었다. 그땐 내가 이렇게 다른 사람과 얘기하다가 눈물이 나올 정도로 심적으로 힘든 상황이었나? 싶은 생각이 가장 컸다.
그리고 내 상황과 고민을 계속해서 듣던 선배가 헤어지기 전 과제를 하나 내주었다. 바로 '무언가 결정내린 상황이 있으면, 잠깐 멈춰서서 '내가 왜 이런 결정을 내렸지?' 하고 생각해봐라.'는 것이었다. '오늘 점심 뭐 먹지?'와 같은 간단한 의사결정이더라도 말이다. 이렇게 한다고 무언가가 크게 달라질 수 있을까 잠시 의문이 들었지만, 어쨌든 그동안 충분한 고민 없이 '하고 싶어? 그럼 해야지!'하고 내린 결정이 모여 큰 파장을 일으키는 걸 보고 많이 반성했기에, 의사 결정 과정에서 의식적으로 이유를 되짚어보는 게 도움이 되겠다 싶었다. 실제로도 그랬다.
그 뒤로는 자주 만나던 모임의 직장인 선배들과 한 번씩 커피챗 시간을 가졌다. J력에서 나랑 같이 플러터 개발을 하시던 리드 개발자 분과 커피챗을 나눴을 때는 좀 더 개발적인 부분에서 조언을 구할 수 있었다. 동아리에서 제일 친하고 편한 언니와는 좀 더 사담을 나누었는데, 근황 토크를 하며 내가 너무 일을 많이 한다는, 어딘가 뼈가 들어있는 말을 들었다.
누군가에게 내 상황을 말하고, 그들이 해주는 이야기를 들으며 정리되지 않던 생각이 조금 정리되는 느낌이었다. 말하는 대상이 나를 오래 봐왔던 사람들이기에. 그리고 나랑 프로젝트를 같이 해봤기에 일적인 내 모습도 알고 있는 사람들이었기에 말할 때 더 편했고, 그들이 하는 조언도 나를 위해 해주는 말이라는 게 많이 느껴졌다. 이래서 개발자에게 네트워킹이 중요하다는 건가? 싶기도 했다. 그들 중에 안드로이드 개발을 하는 사람들은 없었음에도 말이다.
나는 내 고민을 누군가에게 털어놓는 편이 아니다. 고민이 있더라도 어느정도 해결된 후에 "나 이런 일이 있었는데, 지금은 이래."라고 회고하듯이 말하곤 했다.(그리고 항상 그닥 심각한 고민은 아니었다.) 친구들을 만나면 하는 얘기는 대개 일상 속에 있었던 개인적인 에피소드였고, 비개발자 친구들에게 이런 개발적인 고민을 털어놓을 수는 없었으므로 이런 고민 자체를 밖으로 꺼낼 일이 전혀 없었다. 더욱이 나는 올해는 동아리를 전혀 하지 않았고(그동안 내 학교 인맥은 동아리 사람들이 전부였다.), 2학기에 복학하고서 학교에 다니면서도 이야기를 할 사람이 없었다. 원래 안면이 있던 사람들과 팀플을 같이 했어도 그냥 팀플만 하고 끝이었다. 어디에도 내 얘기를 털어놓을 데가 없었다. 커피챗 전에는 생각하지 못했지만, 그 점이 내 우울함에 크게 작용했던 것 같다.
커피챗 시간은 사실 그렇게 길지 않았다. 선배들은 나에게 해결책을 제시해주지 않았다. 다만 내 얘기를 듣고, 그간 나를 보며, 그리고 내 얘기를 들으며 느꼈던 점들을 말해줄 뿐이었다. 어떻게 보면 고민 상담의 형태였다. 그렇지만 그들과 한 이야기를 곱씹어볼수록, 나는 나를 다시 되돌아볼 수 있었다.
스스로 질문을 던지고 내가 왜 그런 결정을 내렸을까, 하는 이유를 자꾸만 붙어보려고 했다. 처음 한 커피챗에서 선배가 내준 과제처럼 말이다. 혼자 생각해볼 때는 생각이 계속 맴돌고 우울해지기만 했었는데, 선배들이 내 이야기를 들으면서 간간히 묻는 질문들에 어떻게든 대답하려 정리되지 않던 내 생각을 밖으로 이야기하다 보니 '아, 내가 이런 생각을 가지고 있었구나.'를 새롭게 알게되기도 했다.
혼자 생각하는 것과, 그걸 누구한테 얘기하는 건 차원이 달랐다. 덕분에 생각을 정리하고, 다시 발전을 꿈꾸며 기운차릴 수 있었다.
2024년에도 나는 정말 많은 일을 했다!
그러나 일이 많이 벌이는 것은 오히려 도움이 안 된다는 걸 깨닫게 된 해였다.
많이 힘든 시간을 겪었지만, 주변인들과 이야기하고, 스스로 고민을 거듭하며 깨달은 점이 많았다.
앞으로 나는 어떤 일을 마친 후에 나를 되돌아보는 시간을 항상 가지려고 한다. 내가 향하고 있는 방향이 맞는지, 그 일이 내게 어떤 변화를 주었는지를 매번 점검할 생각이다.
우물 안 개구리라는 걸 뼈저리게 느꼈으니, 더 넓은 세상을 향해 나아가보려고 한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벽에 가로막힐지 모른다. 그렇지만 그럴 때마다 나의 좁디좁은 새장을 인지한, 올해의 무력감을 떠올릴 생각이다. 나는 분명히 올해 내가 했던 수많은 고민들이 내 앞으로의 인생에 있어서 변곡점이 되리라 믿는다.
가장 중요한 다짐은 기존에 진행하던 프로젝트를 다 정리하고, 새로운 한 가지에 몰입하는 경험을 해보고자 하는 것이다. 써봤던 기술로만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자가복제성 프로젝트에 지쳐버렸다. 앞으로는 내가 쓰는 기술에 대해 깊게 고민해보고, 필요성을 느껴 선택하는, 그런 경험을 너무나 하고 싶다.
안드로이드 개발로 나아갈 마음을 먹었으니, 앞으로는 안드로이드 개발에 뜻이 있는 사람들을 적극적으로 만나볼 생각이다. 그간은 주변에 안드로이드 개발자가 많이 없었을 뿐더러 다들 비슷한 환경에만 있던 사람들이라, 안드로이드 개발 이야기를 나누는 데 한계가 있었다. 새로운 기술을 도입하고 싶더라도 다들 처음 접하는 기술이었고, 우리가 진행하는 프로젝트에 어떤 문제점이 있는지 파악하더라도 어떻게 고쳐야 할지 잘 모르겠어 힘들었다. UMC에서 2년간 다양한 분야를 접했다면, 이제는 다른 곳에서 Android 개발을 새로운 마음가짐으로 공부하고 싶다. 그간 내가 가졌던 지식은 아무것도 아니었고, 나는 아직 아무것도 모르는 감자라는, 그런 마음가짐으로 새롭게 나를 쌓아올리고 싶다.
올해 고민이 깊었던 자기 점검 후에 내린 나라는 사람에 대한 결론은, 한 가지만큼은 분명했다.
나는 계속해서 발전하고 싶은 사람이라는 것에는 변함이 없다.
변화한 투두메이트 상태메시지를 소개하며 길었던 2024년 회고록을 마무리하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