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부분의 크루들이 그렇겠지만, 우아한테크코스에서 가장 기대했던 활동은 레벨 3 프로젝트였습니다. 우아한테크코스에 들어오기 전, 선배 크루들이 작성한 프로젝트를 보면서 나도 저렇게 잘 짜인 프로젝트를 만들 수 있을까? 라는 생각하며 두근거렸었거든요. 특히나 대학생 때까지는 팀 프로젝트다운 팀 프로젝트를 해 본 적이 없었기 때문에 더 그랬던 것 같습니다.
팀 프로젝트다운 팀 프로젝트가 뭐냐고요? 저는 팀 프로젝트라는 게 단순히 여러 명이 모여서 무언가를 만드는 행위라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건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니까요. 제가 생각하는 팀 프로젝트는 팀원 간의 지속적인 소통을 통해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며 성장하는 것입니다. 서로의 경험과 지식을 나누지 못한다면 개인 프로젝트를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까요. 다행히 저는 그런 팀 프로젝트를 경험했습니다. 되돌아보면, 두 달 남짓한 레벨 3 프로젝트 기간 좋은 팀원들을 만나 좋은 경험을 쌓은 것 같아 미소가 지어지는 순간입니다.
어느 팀이나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가장 많이 마주하는 상황은 의견 충돌일 겁니다. 한두 명도 아니고 여섯 명. 심지어 저희 팀은 일곱 명. 이렇게 많은 사람이 팀을 이뤄 프로젝트를 진행합니다. 이 사람들의 의견이 처음부터 끝까지 일치된다면 그게 더 이상한 게 아닐까요? 의견 충돌이 없을 수는 없으니, 이견을 조율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저희 팀 역시 수많은 의견 충돌과 조율 과정을 느꼈습니다. 그 과정에서 재미있게도 서로의 의견에 감화되어 제가 A라는 의견을, 다른 팀원이 B라는 의견을 내다가 서로의 의견이 뒤바뀐 경험도 했었죠. 그만큼 계속 근거를 제시하고 서로를 설득하려고 노력을 했었던 것 같네요.
그 과정에서 나를 이해시키지 못하는 의견으로는 남을 설득할 수 없다는 것을 느꼈습니다. 한 번은 머릿속에 어렴풋이 남은 지식에 의존해서 의견을 제시했었는데요, 그걸 지금 왜 써야 해?라는 팀원의 물음에 답을 할 수가 없었습니다. 결국 다른 팀원들을 설득하지 못했죠. 돌이켜보면 제가 의견을 제시했지만 제 자신조차 설득하지 못한 것 같아요.
결국 팀원들이 제가 제안한 아이디어를 채택하도록 설득하기 위해서 저 스스로 이해하고 납득할 때까지 자료를 조사하고 공부하게 되었습니다. 덕분에 단순히 설득을 잘 할 수 있게 된 것뿐 아니라 제 의견의 장단점을 명확히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그게 뭐가 좋은 거냐고요? 팀원을 설득하고 코드에 적용할 때 훨씬 방향성을 잘 잡아 나가게 되었습니다.
팀 프로젝트 첫 주였을까요? 제 머릿속을 강하게 때리고 간 생각이 하나 있었습니다. '아, 잘하는 사람이 정말 많구나.' 팀 프로젝트를 시작하기 전, 그래도 나름 많이 공부했고 남들만큼은 알고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물론 제가 다른 팀원들에 비해 조금 더 깊이, 많이 아는 분야가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그만큼 제가 잘 모르는 부분을 다른 팀원이 더 깊게 아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덕분에 다양한 지식을 쌓고 미처 생각해보지 못한 부분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었지만, 나 그래도 나름 많이 공부하고 잘하는 편이지 않나?하는 주제넘은 생각은 무참히 깨져버렸습니다. 감히 안심하고 자만할 단계가 아니라고 느꼈습니다.
그러다 보니 자연스럽게 다른 팀원들의 의견 하나하나에 귀 기울이게 되더라고요. 경청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다른 팀원에게서 하나라도 더 듣고 하나라도 더 배우는 자세를 가지는 것. 팀 프로젝트에서 가장 필요한 자세인 것 같습니다.
프로젝트가 끝나면 무엇이 가장 크게 남을까요? 프로젝트 경험? 다양한 이슈 상황에 대한 대처 능력? 물론 그런 것 다 좋습니다. 하지만 제 생각에 가장 크게 남는 건 바로 사람입니다. 같은 팀으로 만난 든든한 동료들 말이죠.
정말 감사하게도, 저는 팀으로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났다고 생각합니다. 그저 개발을 열심히 하고 잘한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서로를 이해하고, 배려하고, 의견을 잘 조율하고, 웃음을 잃지 않는 팀원들을 만났습니다. 팀 프로젝트를 진행하면서 고비가 올 때마다 유머러스한 말 한마디로 다시 분위기를 띄우는 좋은 팀원들입니다. 레벨 3 동안 힘들고 지치는 시기가 몇 번 있었는데요, 이 팀원들이 없었다면 아마 한참 주저앉아 있었을 것 같아요.
분명 저를 포함한 저희 팀원들이 우테코 내에서 가장 개발을 잘하는 크루들은 아닐 수 있습니다. 하지만 개발 능력이 100, 200이 아니면 뭐 어때요. 70, 80 하는 개발 능력을 서로의 시너지로 채워 나가는 게 진짜 팀 아니겠어요? 그런 의미로 본다면 저희 팀은 분명 좋은 팀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팀원들과 앞으로 계속 프로젝트를 진행해 나가는 것. 제 남은 우테코 생활에 가장 큰 복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