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아한테크코스 4기] 우아한테크코스 한 달 생활기(를 가장한 두 달 생활기)

Jihoon Oh·2022년 4월 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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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테크코스 4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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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은 우테코 생활을 돌아보며

대학 생활을 마무리하고 친구들이 모두 취업 전선에 뛰어들 무렵, 내 발걸음은 우아한테크코스로 향했다. 한 해라도 빨리 취업하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주변의 이야기가 있었다. 하지만 스스로가 전혀 준비되지 않은 개발자라고 생각하던 나는 더 좋은 개발자로 성장하기 위한 열망을 이길 수 없었다. 그런 열망을 가지고 학교 수업까지 포기해가면서 준비한 덕분인지, 운이 좋게도 우아한테크코스 4기 크루가 되었다.

우아한테크코스는 독특하다.

전 세계 개발인구가 2500만 명에 육박하고 기업에서는 억 소리 나는 연봉으로 개발자를 모셔가는 그야말로 소프트웨어의 시대. 그만큼 많은 개발자 양성 과정이 생겨나고 있지만 우아한테크코스는 뭔가 특별하다고 느꼈다. 개발자 양성 교육이라고 하면 여러가지 개발 방식, 그러니까 하드 스킬을 향상하는데 집중하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우아한테크코스는 크루들에게 소프트 스킬을 강조하고 또 강조한다. 그렇다고 하드 스킬을 등한시 한다는 것은 아니지만.

단순히 코딩의 반복이 아니다. 데일리 미팅, 학습로그 말하기, 온보딩 프로젝트였던 보이는 라디오, 우테코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페어 프로그래밍까지. 소프트 스킬을 향상시킬 수 있는 다양한 활동을 통해 우아한테크코스가 대화와 협력을 강조한다는 인상을 강하게 받았다.

교육에 정답은 없겠지만, 개인적으로는 소프트 스킬을 강조하는 우아한테크코스의 방식이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대학교 때 많은 팀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하지만 의지 없는 팀원들로 인해 나를 포함한 몇 명만 팀을 이끌어가며 팀 프로젝트의 의미가 퇴색되었던 경험이 대다수였다.


팀플은 지옥이다

또한 복수전공자의 한계인지 다른 사람들과 함께 개발을 공부하기도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로 인해 개발을 주제로 한 커뮤니케이션에 목말라 있던 내 갈증을 대화와 협업을 강조하는 우아한테크코스가 채워줄 수 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달을 조금 넘게 생활하고 돌아보자면, 내 예상이 틀리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아직 시작도 하지 않았어. 오히려 좋아.

우아한테크코스에는 다양한 사람들이 있다. 현업에서 개발자로 일하다 퇴사하고 지원한 크루도 있고,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고 들어온 크루도 있다. 심지어는 소프트웨어와 전혀 관련 없는 전공이나 직업을 가지고 있다 온 크루도 있다. 이렇게 다양한 크루들이 모인 탓일까? 크루들의 활동을 보고 대화를 나눠보니 '정말 개발을 잘한다', '공부를 잘한다' 하는 크루들이 눈에 보였다.

나보다 잘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기 죽지 않고 지내기란 사실 쉬운 일은 아니다. 솔직히 초반에는 기가 죽었다. 첫 미션부터 퀄리티 높은 코드를 뽑아낸 크루들의 코드와 내 비루한 코드를 비교하며 씁쓸하기도 했다. 아마 나 뿐만 아니라 이런 고민을 한 크루들이 많지 않았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코딩하다 보니 어느 순간 내 코드는 그냥 있어 보이려고 작성한 코드가 되어 있더라. 인생은 속력이 아니라 방향이라는데, 속력에 집착해 방향을 잃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과적인 관점에서 속도는 방향을 같이 가지고 있기 때문에 틀린 말이고 어쩌구 저쩌구...

마음을 고쳐먹었다. 나보다 잘하는 사람과 비교하며 주저앉기보다 어떻게 하면 그 사람들을 따라잡을 수 있을까 생각했다. 많은 크루들과 대화를 나누며 그간의 생활을 되돌아봤다. 내 학습은 방법부터 잘못되어 있었다. 걸음마도 떼기 전에 달리려고 하는 격이랄까. 아직 제대로 시작도 하지 않았는데 다른 크루들과 성과물을 비교하려는 태도부터가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고 다른 크루들의 성과물을 따라잡을 만큼 시간을 많이 쏟은 것도 아니었다.

그렇게 좋아하던 게임을 사실상 끊었다. (정말 가끔 스트레스 해소용으로 하기는 하지만 거의 하지 않는다) 그 이후로 특별한 일정이 없는 날이면 잠자고 밥먹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노트북을 켜고 공부했다. 공부 방법도 바꿨다. 지금 당장 나에게 필요 없는데 사용하면 있어 보이는 개념들에 대한 얕은 지식 쌓기를 중단했다. 새로운 개념을 익히는 방식을 코드를 짜다가 막히는 부분이 있으면 그 부분을 해결하는데 적용할 수 있는 개념을 찾아서 공부하는 것으로 바꿨다.다른 크루들과 코드에 관한 대화를 나누면서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부분을 생각하게 되었다. 더 나아가서는 다른 크루가 생각하지 못한 부분은 이러이러한 방법도 있다는 식으로 제안하면서 선순환의 고리를 만들고자 했다. 다른 크루들이 열심히 하고 잘하는 것? 오히려 좋다. 그들에게서 내가 가지지 못한 부분들을 흡수해 올 수 있으니까. 크루들이 다들 학습에 열정적으로 임한 덕분에 지난 한 달, 많은 것을 얻을 수 있었다.

한 달 전의 나에게 "네게 비친 지금의 나는 성장했니?"

한 달 전의 나에게 지금의 내 모습을 보여주고 나는 성장했느냐고 묻는다면, 많이 성장했다고 답할 것 같다. 여기서 말하는 성장은 코드의 퀄리티 향상이 아니다. 물론 프리코스 때나 처음 우아한테크코스를 시작했을 때의 눈 뜨고는 못 봐줄 코드에 비하면 당연히 성장한 코드를 작성하고 있다. 하지만 여전히 내 코드를 보면 부족해 보이고, 다른 크루들의 코드를 보면서 어떻게 저렇게 잘 짜지, 하며 신기해한다.

한 달 전의 나와 비교하여 지금 내가 가장 성장한 부분이라고 한다면 자신감과 확신이 생겼다는 점을 꼽고 싶다. "코드를 이런 식으로 작성한 이유를 남에게 명확히 설명할 수 있도록 하자."라는 기준을 세우자 자신감이 생겼다. 아직 시작 단계에 불과한 만큼, 명확한 학습 기준을 세운 것 만으로도 한 걸음 전진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하지만 전체 과정 중에 절반도 오지 않은 지금, 이정도 성장으로 만족할 수 있을까? 성장에 대한 열망은 긴 우테코 생활을, 나아가 개발자로서의 인생을 유지하는 원동력이라고 생각한다. 고작 한 달 남짓의 시간을 돌아보며 성장했다고 느껴서 현실에 안주한다면, 내 인생이 추진력을 잃을 것은 자명하다.

끊임없이 채찍질하자. 다시 한 달이 지나, 그때의 내가 지금의 내게 "네가 보는 나는 성장했니?"라고 묻는다면, 망설임 없이 "그래, 너는 한 걸음 더 나아갔구나."라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도록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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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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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9일

잘 읽었습니다! 저도 우테코를 지원했었는데 아쉽게 최종에서 떨어졌지만 역시 우테코는 좋은 곳 이었군요!

"코드를 이런 식으로 작성한 이유를 남에게 명확히 설명할 수 있도록 하자."

정말 좋은 기준이네요. 왜 이런 라이브러리를 사용했지? 왜 이런 기술 스택을 쓰고 왜 이런 코드를 요기서 짰지? 계속해서 생각하다보면 나만의 기준이 생기고 그냥 막 가져다 쓰는 자신이 아니라 명확한 기준을 가지고 사용하는 자신을 볼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취직이나 면접을 통과하는 것은 자연스럽게 따라오는 것이라고 생각해요.
보통 기술 면접을 보면 이 기술을 왜 사용했는지? 주관을 가지고 사용하는지를 많이 물어보니까 일찍부터 이런 연습을 한다면 나중에 큰 도움이 될 것 같네요!

저도 같은 취준생으로 열심히 응원하겠습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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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4월 17일

성장이란 말이 참 어려운 것 같아요... 코드 퀄리티가 상승하면 '성장한 것'인지 아키텍처를 고민하는 시간이 줄어들면 '성장한 것'인지 명확하지 않은 것 같아요.. (전 ㅋㅋㅋ) 이 말에 대해 본인만의 기준을 찾는다면 레벨1을 가장 잘 보낸게 아닌가 싶은데 오찌는 명확한 기준이 있는 것 같네요.. 저도 레벨2에선 이 기준을 찾아 저한테 다시 되물어보고 싶네요 항상

같은 분야는 아니지만 응원하겠습니다 오'찌'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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