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굉장히 두서없이 작성되었으며, 제가 앞으로 학습하고 포스팅할 것들에 앞서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 지 정리할 목적으로 쓰기 시작했으나, 다 쓰고 나니 그냥 제 20대 일대기에 가까운 게 나왔습니다.
그냥 이런 대책 없고 운도 개발자/기획자도 있구나 하고 봐주시고 앞날과 당장의 학습을 응원해주시면 너무 감사할 것 같습니다.
전 어렸을 때부터 그림이나 소설 등 무언가를 창작하는 일을 좋아했고, 게임도 좋아하다보니 자연스럽게 게임 개발에 관심이 갔습니다. 최종적인 목적지는 당시에는 디렉터였지만, 혼자서 개발을 진행하는 일이 많아지다보니 자연스럽게 디자인이나 프로그래밍도 취미로 익히게 되었죠.
아직 고등학생이었던 움우루는 졸업 후엔 어떻게든 제가 좋아하는 게임들이 만들어진 일본에서 게임 개발자로서의 꿈을 펼치고 싶었습니다.
다행히 급하게 준비한 EJU는 문제가 없었고, 사전에 알아두었던 도쿄의 게임 전문학교에 입학하는 데에 성공합니다.
전문학교지만 4년제였기에 나름대로 유익한 시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현장에서 멀어지신 분들이 강사를 하고 있는 경우가 많아 당시에도 인기가 많았던 Unity를 커리큘럼 내에서 배울 수 없었던 건 흠이지만, 그만큼 컴퓨터 사이언스나 C/C++, HTML/CSS 정도는 탄탄하게 배울 수 있어 개인의 노력 여하에 충분히 독학 가능했습니다.
3학년이 되었을 무렵 무난히 세 곳의 IT/게임 기업에서 인턴을 진행하고 그 중 한 곳에 취직을 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면접을 보지 않고 채용이 됐다고 생각했을만큼 채용 플로우가 특이했는데, 인턴 중 점심 시간에 여러 사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있다고 해서 매번 따라갔더니 세 번째 식사 후 학교에 돌아가니 수업 중에 전화가 걸려와 내정 소식을 듣게 됐습니다.
아, 인턴은 모두 엔지니어로 참가했습니다. 이것은 당시에도 지금도 변하지 않는 생각인데, 내가 기획으로 개발자, 디자이너와 원활한 커뮤니케이션을 하고 그들이 직면한 어려움에 공감하기 위해서는 기획자로서의 역량 뿐만 아니라 기술을 갈고 닦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아무튼 그렇게 빠르게 내정을 받고 무사히 4학년 과정까지 마친 저는 전직장의 모바일 게임 개발 부서에 소속되어 총 두 자회사를 돌며 Unity 게임 클라이언트 엔지니어로서 3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습니다. 이때도 곧장 기획으로 입사하는 것보다 엔지니어로 먼저 현장 경험을 쌓자는 생각이었습니다. 입사 당시에도 나중에는 기획으로 직군 변경을 하고 싶다는 의사를 강력하게 어필했었습니다.
첫 자회사에서의 경험은 결코 순탄치 않았습니다. 제가 어사인되기 전부터 총 4년을 개발한 첫 프로젝트는 고생 끝에 릴리즈했으나 일주일만에 서비스 종료 결정을 내리게 되었고, 그 직후에는 사후 처리 담당으로 팀에 홀로 남아 서비스를 유지하거나, 오프라인 버전 어플리케이션을 개발하게 되는 등, 제가 이미지하고 있던 게임 개발자로서의 성장에서 점점 멀어지고 있는 것만 같았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이것도 다 경험이지만, 그래도 남에게 시키려면 절대 못할 짓 같습니다. 당시에 위에 스트레스로 생긴 구멍을 달고 살았습니다.)
첫번째 프로젝트의 사후 처리가 끝난 후 자연스럽게 해당 자회사의 신작 타이틀 개발 프로젝트에 어사인되어 마찬가지로 Unity 엔지니어로서 각종 UI의 구현, 아웃 게임 시스템 개발 등 많은 파트를 담당하며 매일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3년차가 되었을 때에 문득 그런 생각이 듭니다.
슬슬 기획자로 직종 변경을 해봐도 좋지 않을까?
그러던 어느 날 같은 그룹의 타 자회사로부터 인재 채용 공고가 내려옵니다.
IP명은 말할 수 없으나 제가 굉장히 좋아하는 타이틀의 완전 신작 프로젝트를 개발하게 되어 해당 IP를 좋아하는 사원들을 모집 중이라고.
꼭 필요한 인재라 판단되면 모회사의 판단 하에 이동에 문제가 없게끔 조치해주겠다고도 기재되어 있었습니다.
지금이 아니면 기회가 없으리라 생각했고 그 공고를 본지 5분이 채 안되어 저는 폼을 작성해 제출했습니다.
시간이 조금 흘러 모집 기간이 마감되자 Slack을 통해 해당 인사 담당자로부터 미팅의 안내가 들어왔고, 그 미팅에서 프로듀서와 30분을 꽉 채워서 그 IP와 서로가 좋아하는 VTuber에 대해 열띤 토론을 한 후 시간이 모자라 사내 카페로 이동, 마저 30분을 떠든 후 무사히 해당 프로젝트에 참가하게 됐습니다. 오타쿠 마음은 오타쿠가 움직이는 법.
저는 그 미팅의 마지막에 제가 만약 참가하게 된다면 현재 직군인 클라이언트 엔지니어가 아니라 기획직에 도전하고 싶다고 말했고, 제 오타쿠 토크는 해당 컨텐츠에 대한 이해도와 열의를 내비치기 충분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프로듀서는 총 3년을 Unity 클라이언트 엔지니어로 지낸 저를 기획직에 앉혀주었고, 어사인되자마자 여러 미션을 받으며 차근차근 기획자로서의 역량을 길러가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염원하던 새 프로젝트에 참가하고 나서는 매일 매일이 행복했습니다. 왕복 3시간을 걸려 출퇴근하지만 사랑하는 이를 만나러 가는 길처럼 그 시간이 소중하고 애틋하게 느껴질 정도였으니까요.
엔지니어로서의 기술력이 있다는 것은 기획자로서 꽤나 어드벤티지가 컸다고 생각합니다. 개발팀 내에서 의사소통을 하는데에 있어서 장벽이 상당 수 해소되고, 때로는 다른 기획자와 엔지니어를 잇는 징검다리가 되기도 하며, 원래 UI 개발을 담당하는 일이 잦았기에 UI 디자이너 등과 의견을 나누기도 한층 수월했습니다.
어떤 작업이 얼마나 걸리는지 파악하고 있기 때문에 사전에 매니저와 개발 스판을 조율하기도 좋았고, 때로는 기획 팀에 필요할 것 같은 툴이나 Unity 확장 기능을 직접 개발하기도 했습니다.
그렇게 충실하게 기획자로서의 커리어를 쌓던 와중, 저는 두 가지 문제를 껴안게 됩니다.
첫번째는 허리 디스크입니다. 개발자들 사이에서는 흔한 일이겠지만 당시 한국 나이로 27세. 나름대로 운동도 하며 평소 자세에는 신경을 쓰던 저지만 당시 집에서 사용하던 좌의자의 영향으로 무참하게 허리가 망가지고 맙니다.
두번째는 병역 문제입니다. 눈치가 좋은 분은 아시겠지만 이 사람, 고등학교 졸업 후에 바로 일본으로 갔다면서 아직까지 군대 얘기를 안하고 있습니다. 입대 자체는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았지만 지금 팀에서 나가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나 제게는 끔찍했습니다. 아, 물론 이 지경까지 '일본에서 게임 개발 너무 좋아 군대 나중에 가야지.' 같은 막연한 생각을 한 제 잘못이 가장 큽니다. 해외 취업 하시려는 남성 개발자 분들은 꼭 병역 끝내고 가세요.
위 두 가지 문제는 지금 당장은 서로 연관이 없어보이지만 귀국 후 환상의 콜라보레이션을 펼치게 됩니다.
고작 기획이 된지 1년만에 저는 퇴사 수순을 밟았고 쓸쓸히 한국으로 돌아오게 됩니다.
이미 디스크로 일본에서 4개월 정도 주 2회 치료를 받고 있었는데, 아쉽게도 이 치료 기록은 제 신체 검사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했습니다. 크게 개의치는 않았습니다. 입대하게 된 이상 제 목표는 빠르게 제대한 후 전 직장에 복귀하는 거였거든요.
이 프로젝트는 아직 갈 길이 멀다. 릴리즈 전에 꼭 돌아와라.
정말 고마운 이야기가 아닐 수 없습니다. 프로듀서는 몸조심하고 꼭 돌아오라고 해주었고, 저는 그런 기대에 보답해 다시 프로젝트에서 활약하고 싶었습니다.
그렇게 1급 현역으로 최대한 빠르게 훈련소에 들어갔습니다만, 아, 불행은 연쇄되는 법이라고 했던가요.
때는 한창 코로나 바이러스가 유행 중이었습니다. 입대 전 클럽에 다녀온 동기들이 가져온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아무것도 하지 않고 하루종일 생활관에 허리를 곧추 세워 앉아있게 된 저는 3일차에 이변을 느낍니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허리가 일정 각도 이상으로 넘어가면 엄청 아픈겁니다.
해당 내용을 소대장에게 전달하고 싶었으나 급하게 생활관에 모습을 비친 소대장은 곧장, 병영 내 방역을 위해 생활관에서 퇴거 후 전원 격리 조치를 취하게 됐다고 전해왔습니다.
제대로 이동도 할 수 없었기에 저는 타 장병에게 부축을 받으며 그대로 근처 관사로 이동하게 되고, 그 과정에서 하필 비가 내려 미끄러워진 바닥에 넘어지며 허리에 한 번 더 대미지를 입습니다. 어찌저찌 관사 방에 던져진 저는 천장을 바라보며 생각했습니다.
프로젝트 복귀고 나발이고 아파 죽을 것 같다.
결국 군의관, 소대장과 상담 끝에 귀가 조치 후 치료를 진행하기로 했습니다.
그때부터 반년 간의 치료 후에 다시 받은 신체 검사로는 4급 판정을 받으며 무언가가 단단히 꼬였음을 느꼈습니다. 이미 반년을 소모했는데, 점점 프로젝트 복귀로부터 멀어지고 있습니다.
코로나 때문인지 사회 복무 요원의 TO도 쉽사리 나지 않는 모양새였습니다.
서서히 정신적으로도 한계가 찾아와 불면증과 우울증 약을 복용하게 되었고, 병역이 해소되지 않은 몸이라 마땅한 경제 활동을 유지 할 수 없었습니다.
불행 중 다행으로 지인을 통해 일자리를 얻게 되었고,
그로부터 약 3년의 시간이 경과해 저는 실질적으로 게임 개발자로 있었던 시간과 동일한 시간을 서비스/판매 업종에서 소모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이건 이것대로 귀중하고 유일한 경험이었다고 생각하기에 그 시간 자체가 무의미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하지만 제 귀국 당시 목적은 이전 프로젝트에 돌아가 다시 최전선에서 게임을 개발하는 것이었기에 내 실력은 녹슬지 않았는가, 팀 메이트에게 민폐가 되진 않을까, 과연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같은 자존감 떨어지는 고민도 들고, 하염없이 흘러가는 시간이 점점 제 짐이 되는 것 같았습니다.
취미로 Unity 개발을 하거나, 업장에 필요한 것들을 만들거나, 도입하는 등 이전 직장에서의 경험을 최대한 살려왔지만, 제 기준에는 미치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제가 그토록 복귀하고 싶었던 프로젝트는 이 3년 사이에 이미 세상에 공개되버렸습니다.
(출시일에는 게임을 너무 훌륭하게 완성해준 전 동료들에 대한 감사와 세간의 평가에 의한 기쁨과 그 자리에 함께 할 수 없다는 슬픔 때문에 정서가 엉망진창이었습니다.)
그러고나니, 제가 하고 싶은 것에도 변화가 생기고, 많은 가능성을 체크하게 됐습니다.
게임 기획으로 무사히 직종 변경을 한 저였지만, 하도 개발을 안하다보니 다시 직접 개발을 하고 싶어지기도 했습니다. Unity로 다시 게임을 만드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습니다.
굳이 게임이 아니어도 좋겠다는 생각도 하게 됐습니다. 제가 좋아하는 VTuber 관련 시장은 정말 꾸준히 성장해왔고, 그런 새로운 시장에도 개발자로서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개발 환경으로 제가 꾸준히 써온 Unity가 주로 사용된다고 하고, 거기에 라이브 스트리밍이나 VR/AR 특유의 기술이 접목되어 신선할 것 같습니다.
Unity가 아니어도 될 것 같습니다. 전 직장의 신입 연수 기간 중, Kotlin을 사용해 Slack을 구현하는 과제가 있었습니다. 전혀 사용한 적 없는 언어와 개발 환경이었지만 생각보다 쉽게 사용이 가능했고, 게임에 비해 금방 틀을 갖출 수 있고 직관적으로 서비스의 퀄리티를 평가할 수 있는 점도 매력적이었습니다. ('재미' 라는 척도가 존재하는 게임만 개발하다보니 오히려 새로웠습니다.)
프론트엔드가 아니어도 될 것 같습니다. 저는 백엔드에 대한 막연한 공포가 있었습니다. 어떤 기술 스택이 존재하고, 어떤 역할을 하고, 무슨 용어들로 지칭되는 지에 대한 지식은 있으나 한 번도 실천한 적이 없고 어디서부터 해야하는 지도 너무나 막연하게 다가왔었습니다. 요전번에 흥미 삼아 AI에게 이런 내용으로 상담을 했더니 굉장히 직관적으로 제게 학습 플로우를 제시하며 친절하게 환경 설정 가이드까지 해주더군요. 따라 해보니 15분만에 로컬 서버에 메세지를 띄울 수 있었습니다.
어떤 게 좋을지는 못 고르겠습니다. 항상 얕고 넓게 하고 싶은 것들을 해온 저였기에 그런 걸까요.
가장 경험이 없는 백엔드를 AI의 도움을 받으며 학습하되 제대로 흡수하기 전에 진도가 나가는 경향이 있어 개발 후에는 꼭 학습한 내용을 정리하며 내 것으로 삼아 나아가기로 했습니다. 일단은 Node.js로 시작하고, DB는... 아직 못 정했습니다. 배우면서 정해보죠.
백엔드 개발을 통해 서버 처리가 가능해지면, 그걸 활용할 어플리케이션을 각각 Unity와 ReactNative로 1개씩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게임 1개와, 다른 무언가 1개요.
한편 Unity로는 버추얼 스트리밍에 필요한 기술을 하나씩 사용해볼까 싶습니다. 다행히 전 직장에서 VR/AR 세미나에 참가한 적이 있어 어느 정도 이미지가 됩니다.
고민하는 대신 전부 하기로 하니 갑자기 마음이 편해졌습니다!
이미 ReactNative와 Node.js는 AI의 힘을 빌려 조금씩 학습하고 있고, 이걸 다 하고 나면 뭐라도 할 수 있을 것 같은 다소 근거 없는 자신감까지 생기고 있습니다.
시간은 만들면 생기고, 공부는 들이박으면 진행됩니다.
DO IT.
최종적으로는 어디에 가서 저 풀스택 엔지니어입니다, 라고 말할 수 있는 레벨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과정을 저 자신의 복습을 위해 포스팅으로 남길 예정입니다.
여러분께 읽히는 것을 전제로 작성하면 훨씬 좋겠지만, 포스팅보다는 학습 자체에 중점을 두고 싶어 글을 다듬는다던지 하는데에 코스트는 들이지 않을 생각입니다.
하지만 그런 글도 비슷한 처지의 사람이라면 조금은 도움이 될지도 모릅니다.
(저도 생각 없이 읽은 글에서 영감을 얻거나 도움을 받거나 하니까요.)
첫 글이 너무 일기장처럼 되지 않았으면 좋겠어서 의식하고 썼는데, 본문 앞에 쓴 것처럼 의식은 개뿔이 하나도 의도대로 써진 것 같진 않습니다.
하고 싶은 얘기는 많은데 정리는 안하고 글 주변은 없으니 좀 더 포맷을 정해두고 써야겠다는 생각은 드네요.
앞으로 올릴 포스팅은 ReactNative와 Node.js를 사용한 제 공부장이 될거고, AI가 뱉어준 내용을 공식 레퍼런스와 타 포스팅, 제 실천을 통해 크로스 체크하며 되도록 간결하게 정리해나갈 예정입니다.
꾸준히 할 수 있다면 좋겠네요.
해야지.
울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