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을 마무리하며

옵주비·2022년 12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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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많은 일이 있었던 한 해가 이렇게 끝나간다. 정신없이 12월을 보내고, 말일에 임박해서야 이렇게 글을 남기게 되어 아쉽다. 1월에는 중간중간 배운 것을 기록할 수 있도록 좀 더 시간을 내봐야겠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이며 그를 통해 펼쳐지는 것을 온전히 체감한 2022년이었다. 이전에 다니던 직장을 과감하게 그만두었던 것, 전혀 연고가 없는 타지에서 합숙하며 공부해야 하는 정글에 지원한 것 등등 모든 선택이 중요한 순간이었고, 그 순간순간이 인생을 새롭게 바꿔주었다.

가족들과 송년회를 하고 와서 적어보는 글이라 약간 두서없을 수 있지만, 내일은 하루종일 밖에서 보낼 예정이기에 지금 글을 남겨두려고 한다.

퇴사

velog에 작성한 가장 첫 번째 글에서 언급했지만, 나는 올해 2월 말에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었다. 코로나가 더 심해지고 있었기에 채용 시장도 얼어 있었고, 나름 대기업이기에 모두가 나를 말렸다. 초봉이 5에, 세무조사라는 특수한 상황이 있긴 했지만 어떤 달의 월급 실수령액이 거의 500만원에 달하기도 했다. 그냥 다녔으면, 아마 10년 차가 조금 넘어갈 무렵에 연봉 1억을 찍었을 것이다. 계속 다녔다면 금전적으로는 안정적인 삶이었을지 모른다. 하지만 결코 행복하진 않았을 것이다.

무엇보다도 내 스스로는 오랜 기간 부정해왔지만, 나는 욕심이 정말 많은 사람이다. 올해 초에만 해도 반신반의했지만,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은 100% 인정한다. 한번뿐인 인생, 나는 일적으로든 인간적으로든 조금씩이라도 성장하고 싶었다. 그리고, 서른 살이지만 아직 늦지 않았다고 생각했다.

원래 소프트웨어 복수전공을 시작했을 때부터 개발자라는 직업이 너무나도 매력적이었지만, 27살에 처음으로 프로그래밍을 접한 것이 다른 개발자들에 비해 너무 늦은게 아닐까 생각했었다. 하지만, 더 늦기 전에 도전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고, 개발자로의 커리어 전환을 결심했다.

SW사관학교 정글

정글이 없었더라면, 오늘의 나는 없었다. 나는 정글에서 인생을 다시 배웠다. 커리큘럼이나 가이드는 있지만, 그 어떤 수업이나 강제도 없는 환경에서 나는 이렇게 열심히 살 수 있을 것이라고는 생각해보지 못했다. 꿈을 위한 열정을 가진 25명이 모였을 때, 서로가 서로에게 동료이자 경쟁자가 되어 이겨낼 수 있었다. 들어가기 전에는 주 100시간 몰입이 물리적으로 가능한가 싶었는데, 그보다 더 많이한 적도 있으니...

정글의 가장 좋았던 점은, 내 스스로에 대해 살펴볼 시간이 많았다는 것이다. 아무래도 하루종일 앉아서 공부하는 와중에, 나라는 사람에 대해 끊임없이 고민하고 성찰하는 시간을 가졌던 것 같다. 5개월 동안 정말 많이 성숙해졌고, 멘탈이 성장했다. 이제는 진짜 어른이 된 것 같다.

정글에 대한 후기는 좀 더 길게 쓰고 싶기에, 지금은 이 정도로 마무리한다. 확실한 것은, 나는 내 지인들에게 정글을 강력히 추천하고 있다. 인생이 바뀌는 경험을 직접 해보았기 때문이다.

2022년 하반기 취준

정글에서의 시간이 너무 좋았고, 정글에 대한 애정이 커서 취업도 웬만하면 협력사에 하고 싶었다. 꼭 협력사에 가서 나도 설명회 때 대전에 내려가서 정글 후배들에게 좋은 얘기들도 해주고 싶었다. 하지만, 아쉽게도 협력사엔 가지 못했다. 나는 네이버, 크래프톤, 당근마켓, 코드브릭, 채널코퍼레이션에 지원했다. 토스는 성향이 맞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당시에는 지원하지 않았다. (요즘 드는 생각은 오히려 성향이 잘 맞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그런데 5개의 협력사에서 거의 채용을 하지 않았다. 네이버와 당근마켓은 간 사람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고, 크래프톤은 인턴으로 1명, 채널은 1~2명 뽑아간 것 같다.

하지만 10월 중순이 될 때까지는 아직도 채용 검토 중인 것으로 알고 있었어서, 적극적으로 하반기를 준비하지 못했다. 그러다가 코드브릭은 아예 폐업을 했다는 소식을 들었고, 나머지 협력사도 채용이 끝났음을 인지하게 되었다. 그리고 하반기를 시작했다. 10월 초부터 이런저런 서류를 접수하기 시작했기에, 나는 10월 첫째 주부터는 엄청 바빴다. 매 주마다 서류나 코딩테스트가 있었고, 거기다 11월 첫째 주부터 저번 주까지 매 주 면접을 1~2개 보았다.

사실 11월 초에 면접이 3개 잡혔을 때, 이 중에 하나는 붙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쉽게도 다 떨어지고 말았다. 돌이켜보면 간절함이 부족했던거 같다. 분명 셋 다 좋은 회사인데, 하나씩 크고 작은 아쉬움이 있었다. 그래서 셋 다 떨어졌을 때 물론 충격도 있었지만, 한편으로는 새로 잡힌 면접들을 진짜 열심히 준비해서 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제대로 해보기 위해서 나는 스터디카페를 등록했다. 그리고 정글에서 했던 것보다는 부족하지만, 매일 10시 전에 스터디카페에 가서 새벽 1시에 돌아왔다. 외고 가기 전에 공부했을 때 이후로 가장 열심히 했다. 살면서 한 번도 겪어보지 못한 쌍코피가 터지기도 했고, 어떤 면접 당일에는 밤을 새고 오전에 스터디카페에서 의자에 앉아서 마무리 준비를 하다가 앉은 채로 졸기도 했다.

정말 열심히 하다보니, 어느 순간 감사하게도 가장 원하던 기업 중 하나에 인턴으로 합격하게 되었다. 네카라쿠배의 카! 학부 시절에 데이터베이스 수업을 융합소프트웨어 강의 대신에 컴퓨터공학 강의로 신청해서 정말 재밌게 들었는데, 그 선택을 바탕으로 합격할 수 있었다.이 역시 글의 도입부에서 언급했던 내 인생을 구성하게 된 하나의 중요한 선택이었다.

점심을 차려서 먹으려던 순간에 발표가 났다는 소식에 수저조차 들지 못했고, 합격 메일을 보자마자 사랑하는 가족들과 여자친구에게 기쁜 마음으로 소식을 전했다. 그리고 발표 열흘 후인 이번 주 월요일에 기쁜 마음으로 입사를 했다.

사실 이 글을 작성하는 시점에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정규직 최종결과가 2개 있고, 그 중에 1, 2차 면접 모두에서 감사하게도 나라는 사람을 정말 좋게 봐주신 곳이 있다. 그래서 기쁜 마음으로 새 회사에 적응하고 있는 와중에 혹시나 정말로 최종합격하면 어떡해야 할지 간간히 신경이 쓰인다. 물론 선합격 후고민이 진리기에, 아직은 본격적으로 고민해보진 않았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 그에 더해 '내 힘으로 해냈다' 는 사실

2022년 하반기에 대한 코딩테스트나 면접 등의 취준 수기는 내 거취가 확정되면 그 때 제대로 적어보려고 한다. 미리 귀띔하자면 코딩테스트를 응시한 기업은 LINE, 카카오(블라인드), SK텔레콤, BC카드, 요기요, 넥슨, SSG닷컴, 카카오(인턴), EA코리아, 현대카드, 가우스랩스, NCSOFT, 카카오모빌리티, 야놀자로 총 14곳이다.

프로그래머스

그리고 뜬금없지만 11월에 400위로 마무리했던 프로그래머스는,이제 282위가 되었다. 알고리즘 풀이 연속 커밋 기록은 12주차에 끊겨서 연속 100일에는 아쉽게 실패했다. 엊그제 7주 동안 진행해야 하는 프로젝트 설명을 듣고서, 충격받아서 그만 깜빡하고 말았다. 그걸 7주만에 만들라니....... 그래도 확실히 성장했다고 느낀 것이, 수요일은 정신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이젠 괜찮다. 중요한 것은 꺾이지 않는 마음이다. 내가 해내고자 하면, 다 할 수 있다. 그렇게 정신차리고 바로 다시 새로운 연속 커밋 행진을 시작했고, 프로젝트 관련 리서치 및 작업도 잘 해내고 있다.

마무리

내 인생에 가장 중요한 한 해가 이렇게 끝나간다. 정말 후회없는 한 해를 보냈다. 내 인생을 바꾸기 위한 중요한 기점이었고, 절반의 성공을 거두었다. 아직 남은 최종면접 결과들이 어찌 나올지, 그리고 내가 어떤 선택을 할 지는 아직 모르겠다.

확실한 것은 돌아오는 새해에도 후회없는 선택을 하고, 그 선택에 정말 후회가 없도록 최선을 다하는 삶을 살 것이다. '이펙티브 엔지니어'에서 언급하는 레버리지가 높은 활동들에 꾸준히 투자하다보면, 좋은 결과는 자연스레 나타날 것이라 생각한다!

요즘 가장 좋아하는 구절로 2022년을 마무리한다.

day by day, in every way, i'm getting better and better - Emile Coue

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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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3일

응원합니다 !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