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글은 2023년 10월에 진행한 사이드 프로젝트를 바탕으로 작성되었습니다.
10월 19일부터 10월 31일까지 총 13일 동안 개발한 뒤 공개해 한 달 동안 451명의 새 방문자를 확인했습니다.
누군가는 적다고 비웃을 수 있는 숫자지만 반대로 누군가는 이 숫자가 얼마나 의미있는 숫자인지 알겠지요.
이 포스팅을 통해 제가 개발자라는 직업을 사랑하게 된 계기를 공유하고자 합니다.
저는 졸업 유예 상태에서 개발자로서의 커리어를 시작했습니다.
그러던 중 졸업을 결심하게 되었고, 이를 위해 졸업요건인 학교 한자 시험을 준비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교내 시험에 대한 정보를 찾기는 쉽지 않았고, 학교 커뮤니티를 샅샅이 뒤진 결과 크게 두 가지 공부법을 알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과거 특강 필기 자료를 활용한 단순 암기, 다른 하나는 퀴즐렛이라는 플래시 카드 서비스를 이용하는 것이었습니다.
단순 암기에 약한 저는 퀴즐렛을 통해 공부하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러나 퀴즐렛을 사용하며 다음 세 가지 문제점을 발견했습니다.
처음에는 불편함을 참고 기존 서비스를 이용해 공부했지만, 문득 든 생각이 있었습니다.
‘내가 이 문제를 스스로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제 일상에서 마주친 불편함을 직접 해결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고, 이것이 제가 꿈꾸는 개발자의 모습이기도 했습니다.
먼저 저는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가설을 설정했습니다.
기존 서비스를 이용할 때 첫 문제점으로 인해 네이버 한자 사전을 함께 사용하며 학습했고, 이 과정에서 두 번째 문제점 또한 해결되는 것을 발견했습니다.
네이버 한자 사전에서 특정 한자를 검색하면 그림과 함께 구성 원리를 설명하는 내용을 함께 볼 수 있습니다.
상형문자의 특성상 유래와 기호를 이해하는 것으로 해당 한자를 외우기 더 쉬웠고, 부수나 구성하는 한자 등 관련된 다른 한자들도 함께 익힐 수 있었습니다.
이를 바탕으로 제가 설정한 가설은 다음과 같습니다.
“네이버 한자 사전을 연결한 교내 한자 시험 특화 플래시 카드 서비스를 만들면 학습 효율이 높아질 것이다.”
자연스럽게 제가 기획한 서비스는 기존 서비스의 장점은 살리고 단점은 보완한, 학교 한자 시험에 특화된 맞춤형 플래시 카드 서비스가 되었습니다.
최초 목표는 현업에서 배운 기술들을 활용해 최대한 빠르게 핵심 기능만 구현하는 것이었습니다.
직장 생활을 하며 퇴근 후에만 개발할 수 있는 상황이고, 핵심 기능만을 완성하여 출퇴근 시간에 개인적으로 공부하려고 했기 때문이죠.
그러나 개발 중에 처음 치르는 한자 시험에 대해 불안한 마음들을 공유하던 학우들이 생각났습니다.
시험을 준비했던 주변 친구들에도 물어보니 마찬가지로 걱정이 많았었음을 말해 주었습니다.
시험을 준비하며 막막함을 공유하는 학우들에게 제 서비스가 조금이나마 도움이 될 수 있도록 공개적으로 배포하고 싶다는 마음이 점점 커졌습니다.
결국 여러 사용자들에게 공개적으로 배포를 결정했고, 이로 인해 처음에 기획했던 것과는 다른 결과물이 완성되었습니다.
계획에 없던 일정 안내와 소통 기능등을 고민하여 추가하기도 하고, 여러사람들에게 보여진다는 생각에 디자인에도 조금 욕심을 내게 되었습니다.
이에 따라 처음 목표했던 기능을 모두 제작하지 못하기도 했지만 결과적으로는 후회 없는 선택이었습니다.
2023년 10월 31일, 시험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목표한 기능을 모두 구현하지 못했지만 공개를 결정했습니다.
첫 버전의 모습은 다음과 같았습니다.
메인 페이지의 최상단에는 가장 중요한 시험 관련 정보를 알려주고, 학습 페이지로 빠르게 진입할 수 있게 하단에 큰 버튼을 배치해두었습니다.
혹시나 문의 사항이 있다면 바로 연락할 수 있도록 오픈카톡, 메일, 깃허브 링크를 연결해두었습니다.
학습 페이지에서는 모르는 한자가 나오면 가운데 버튼을 통해 한자 사전으로 이동해 해당 한자에 대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학교 커뮤니티 두 곳을 통해 서비스를 홍보했고 그 중 하나의 홍보글이 인기글로 선정되어 많은 방문자를 얻을 수 있었고, 그 중 7명의 사용자가 오픈카톡을 통해 감사와 질문을 남겨주었습니다.
같은 회차에 응시했던 친구도 제 서비스를 사용해보았다며 보다 가깝게 칭찬을 전했습니다.
제 사이드 프로젝트가 단기간에 많은 사용자를 확보할 수 있었던 것은 다음 세 가지 요인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뒤늦게 연결한 구글 애널리틱스를 통해서는 한 달 동안 451명의 사용자가 방문했음을 확인했습니다.
누군가는 500명도 안되는 사용자 수라고 비웃을 수 있지만, 제 평생 100명이 넘는 사람을 도운 경험은 처음이었습니다.
나만이 겪는 불편함을 해결하는 것에서 그치는 것이 아니라 남들의 불편함을 해결할 수 있었습니다.
처음으로 제가 스스로 기획하고 혼자 개발한 프로젝트를 통해, 타인에게 도움을 줄 수 있음을 알 수 있었습니다.
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자라는 직업의 핵심 가치를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저는 개발자는 단순히 코드를 작성하는 사람이 아닌, 일상 속 문제를 해결하는 문제 해결사라는 것을 압니다.
심지어 제 문제만을 해결하는 것이 아닌, 친구의, 학우들의, 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이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자라는 직업을 사랑하게 된 것 같아요.
여기까지가 제 사이드 프로젝트의 첫 버전을 개발하며 쓴 글입니다.
현재 이 프로젝트는 오픈 소스로 진행되어 링크와 깃허브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개발을 사랑하게 된 뒤에도 가끔은 코딩을 하다 지칠 때가 있었습니다.
그럴 때면 꼭 이 프로젝트를 개발하며 적었던 일기를 다시 읽어보고, 기능 하나라도 더 추가하게 되더라구요.
약 1년 동안 틈틈히 시간날 때마다 업데이트하여 PWA 적용, 일정 안내 기능 추가, 모의 시험 기능 등을 추가했습니다.
그럼에도 부끄럽게도 목표했던 기능을 모두 구현하지는 못한 상황입니다.
언젠가는 제가 목표하는 기능들을 모두 구현해 다른 학우들에게 더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이 글을 읽어주시는 분들도 지칠 때가 있을 거라 생각합니다.
그럴 때는 심호흡 한 번을 크게 하고 주위를 둘러보세요.
주변의 사소한 문제들을 해결할 수 있는 사이드 프로젝트를 해보면 어떨까요?
심지어 다른 사람들의 문제까지 해결할 수 있다면 더욱 좋겠죠.
어쩌면 당신도 개발자라는 직업을 (다시) 사랑하게 될 거에요.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노력하는 모습이 느껴지네요.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