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자인 슈퍼스타 대신 개발 락스타로

Doyoon Lee·2020년 8월 1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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벌써 한달?

벌써 위코드 커리큘럼이 시작된지 한달이 지났다. 오늘은 9기 분들의 수료식이 있었다. 수료식을 지켜본 동기들 모두가 조금은 기분이 붕 떠 있는 듯해 보였다.
한 달을 무사히 마쳐서 뿌듯한 사람들도 있을테고, 벌써 한달? 하면서 소스라치게 놀란 사람들도 있을테다. 물론 나는 후자다. 아무래도 걱정이 많은 천성 탓에 충분히 성장했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더 열심히해야 나중에 후회가 없겠구나 하는 생각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위코드 출신이다라는 소속감이 생긴다는것

매일매일 밤을 새워가며 작업하던 대학교 작업실 생각이 많이 난다.

위코드 부트캠프. 밤낮으로 붙어있으면서 서로 의지하고, 하지만 동시에 묘한 경쟁심이 있기도 하고. 꽤나 특수한 상황 속의 특별한 관계들이다. 대학교 때 다행히 비슷한 환경에 한 번 있어봤던터라 너무 들뜨지도, 너무 초조하지도 않게 최대한 평정심을 유지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어느 대학교 출신 디자이너, 어느 회사를 다니던 디자이너였던 내가 이제는 개발자가 되기 위해서 첫걸음을 떼고 있다니. 이제 나는 완전히 새로운 풀(Pool)에 뛰어들었다는 것을 하루하루 느끼고 있다.

위코드의 커리큘럼은 굉장히 실무 위주이다. 그럼에도 3달 안에 스스로 뭔가를 만들 수 있게 된다는 것이 아직도 잘 믿기지 않는다. 이걸 정말 혼자 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며 벅차다는 생각이 들 때면 항상 멘토님들이 강조하시는 '혼자할수있어빌리티' 를 되새긴다.

일산에서 강남까지 출퇴근하는 시간을 절약하려 위워크 근처 고시원을 잡고 위워크에서 지박령처럼 지냈다. 최근에는 '혼자할수있어빌리티'를 기르는 방법을 내내 고민했다. 어떤 단계에서 도움이 필요한지를 알고 도움을 청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우고 있고, 이제 조금씩 알아가는 단계이다. 내가 뭘 모르는지 정확하게 알고 도움을 구해야 도움을 얻었을 때, 그걸 내 지식으로 만들 수 있다는 걸 알기도 했다.
그게 정말 어려운 것이긴 하지만 위코드에서는 그걸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고 하고, 난 그게 중요하다는 걸 알고 있으니 3달 후에 적어도 그 능력은 갖고 나갈 수 있지 않을까?



어쩌다가 여기에 왔지?

흔한 디자인과 학부생의 책상

내가 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하자 디자이너 친구들 몇몇은 나를 말렸다. 개발자는 더 힘들다, 왜 굳이 잘 하던 디자인을 버리고 개발 공부를 하냐고. 너가 아직 좋은 디자인을 할 수 있는 회사에 못 들어가봐서 그렇다고. 그런데 나는 그것보다는 내가 디자인에서 다른 분야로 눈을 돌리게 된 게 좀 더 근본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디자인 일을 할 때 가장 힘든 점은, 결과물이 어느정도 퀄리티만 되면 그 이후에는 정말 취향의 문제가 된다는 것이였다. 내가 시간과 정성과 전문성을 쏟아 만든 좋은 디자인을 내놓았을 때, 그것이 클라이언트의 마음에 들지 않으면 그것은 나쁜 디자인이 되었다. 디자인은 예술과 산업의 경계에 있는 정말 독특한 분야이다.

나는 개발이 매력적이라는 생각을 어느 순간부터 하기 시작했던 것 같다. 아직 초보 개발자이지만 내가 여태까지 느끼고 봐온 결과로 개발은, 객관적인 기준에서 좋은 결과물이 명확히 판단되면서도 만드는 사람의 창의성이 발현될 수 있는 분야다. 또한 스스로 열심히 공부하면 그만큼 보이는 모습으로 결과가 돌아오고, 보상 또한 늘어난다는 점에서 더 보람을 느낄 수 있을거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해보니 학교를 다닐 때부터 이미 나는 개발자 문화에 큰 매력을 느꼈다. 마치 과학자들 같이 전체 분야의 발전을 위해서 모두가 지식을 공유하는 문화. 항상 어떤 일을 어떻게 하면 효율적으로 해결할지 고민해보는 문화. 나도 저기 속하면 어떨까하는 생각을 잠깐 해보기도 했던 것 같다. 그 때 나를 막아섰던 게 한 가지 있었다.
바로 개발은 정말 코딩을 좋아하고 자나깨나 코딩 생각 밖에 안하는 사람들이 해야한다는 오해. 주변 사람들 사이에 만연해있던 오해였고, 나는 그렇지 않으니까 시작도 하지 말아야지하는 생각으로 빠르게 흥미를 접었었다.



꾸준한 락스타

사실 나는 개발이 미친듯이 재밌어서 끝도 없이 탐구하는 사람은 아니다. 그런데 그런 사람들만 개발을 해야할까?
실제로는 적당히 개발에 흥미가 있고, 성취감과 책임감으로 개발자의 길을 계속 걸어가는 사람들이 훨씬 더 많지 않을까?
문득 '회사에는 슈퍼스타와 락스타가 있고, 그 둘 모두 좋은 산업의 구성원이 된다'는 누군가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미국 실리콘밸리 '팀장 리더십' 전문가 킴 스콧은 갸웃거릴 만한 얘기를 했다.
그는 뛰어난 팀원을 '수퍼스타(superstar)'와 '록스타'로 구분했다. 두 스타들 사이 균형을 잡고 서로 다르게 관리하는 게 성공하는 팀장과 기업의 비결이라고 강조했다.

'수퍼스타'는 야심가로 항상 새로운 기회를 추구한다. 조직 변화의 원동력이다. 하지만 '유성' 같은 존재로 언제든 다른 기업으로 떠날 가능성도 크다. 반면 '록스타'는 자기 일을 사랑하며 현재 역할에 만족하는 팀원을 말한다. 튀지는 않지만 (이베리아반도의 남쪽 끝에 있는) 지브롤터해협 암벽처럼 팀의 든든한 기반이라고 했다. 로큰롤 스타가 아니라 말 그대로 '바위(rock)'같이 묵직한 일꾼을 의미한다.

개발천재 슈퍼스타 말고 나는 개발을 꾸준히해서 잘하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 묵직하게, 팀에 있는 것 만으로 팀의 중심이 되는 그런 개발자

나는 둘 중 따지자면 락스타일 것이다. 그만큼 꾸준히 뭔가를 하는 것에는 자신이 있고, 그렇게 스스로 다양한 능력치를 길러온 경험도 있다. 바위처럼 묵직한 개발자가 되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개발 공부는 생각보다 더 어렵고 가끔은 너무 거대한 거인을 앞에 마주한 것 같은 기분이 들기도 하지만, 개발자가 되기로 목표를 정한 이상 끝까지 해보고 싶다.

내가 간혹 어떤 일을 싫어하게 될 때는, 그것을 할 때마다 부담감을 느낄 때인 경우가 많았다. 부담감은 남과의 비교에서 온다. 당장 저사람보다 잘해야할 것 같은 압박감.

학창 시절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처럼 뻔하고 지루한 말이 없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공부를 하고, 일을 할 때마다 그 문장처럼 맞는 말이 없다.

경쟁심에서 오는 압박감. 그게 내가 개발 공부를 하면서 가장 경계해야할 부분이다. 나는 자존심도 세고, 욕심도 많다. 한달 내내'나는 왜 저렇게 못하지?'하는 생각이 시시때때로 고개를 처들었다. 하지만 개발이라는 것이 그렇게 단기간에 실력이 상승할 수 있는 분야가 아니기에, 천천히 꾸준히 하는게 중요하다는 걸 잘 알고 있다. 이제 정말 마음 깊이 그걸 받아들이고 실천하기만 하면 된다.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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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8월 15일

오.. 수퍼스타와 락스타에 대한 이야기 처음 들어봐요!! 적절히 둘이 섞는 개발자가 되고 싶네여 ㅋㅋㅋ
이:리 봐도 저리 봐
도:
윤:이 나는 개발자, 화이팅쓰 🌸
충분히 잘 하고 있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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