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비사업은 멋이 없다?

끼토끼·2024년 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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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에듀테크 시장에서 국비교육이란 매출을 일으키기 위한 불가피한 수단으로 치부되는 경우가 많은 것 같다. 그리고 한 에듀테크 기업 대표님은 국비사업은 멋이 없다고 노골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ㅎㅎ

국비 사업이 회사 매출을 크게 견인해주는 사업임은 부정할 수 없다. 하지만 국비 교육을 이수하고 그 회사에 입사하여 커리큘럼을 설계, 제작, 개선, 운영한 사람으로서 멋이 없다는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

교육의 기회는 결코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는다.

나는 사범대를 졸업했고, 사범대는 졸업 요건으로 교육봉사 학점을 채워야하기 때문에 서울시에서 진행하는 멘토링을 2학기에 걸쳐 참여했었다.

지역명을 직접적으로 밝히기는 어려우나, 서울 안에서도 저소득층이 많은 지역에서 나는 교육의 기회가 결코 평등하게 주어지지 않는다는 점을 몸소 체험했다.

중학교 2학년인데도 불구하고 알파벳을 모두 외우지못하고 있다던지, 단순한 영단어도 스펠링을 보고 발음하지 못하는 사례도 있었다.

학원에 한번도 가보지 못해서 학원다니는 친구들이 부럽다는 학생부터 멘토링에 3주 연속 결석하여 학부모님께 연락을 드렸더니 "학교도 결석해도 아무 말안하는데 왜 방과후 수업 선생이 일하는데 전화해서 귀찮게 하냐?"라는 이야기도 들어보았다.

그중에서도 가장 마음이 아팠던 일은 고등학교 지원 일정을 아무도 챙겨주지않아 원하는 학교의 지원접수기간이 끝나 지원조차 할 수 없었던 학생이였다. 아무도 나에게 관심이 없다고 펑펑 우는 학생을 떠올리면 10년 가까이 된 지금도 울컥한다.

국비교육이 한 사람의 삶을 바꾸는 교육이라면?

이처럼 교육의 기회는 자본과 너무나도 밀접하기에, 우리가 너무 당연하게 생각하는 교육조차도 이들에게는 기회로 와닿기 어려울 수 있다.

내가 운영하고 있는 국비교육 부트캠프에서도 국비과정이 아니라면 취업 또는 직무전환할 수 없었던 사례가 상당하다.

특히 지방 소도시에 거주하고 있거나 고졸인 경우, 쉽게 IT 직군으로 진입하기가 어려운데 국비교육을 통해서 성공적으로 직무전환한 케이스들이 꽤나 많다.

즉, 앞서 말한 케이스처럼 대학은 커녕 고등학교도 원하는 곳으로 진학할 기회를 놓치고 사교육에서 완전히 배제된 사람들에겐 이런 기회는 삶을 바꾸는 기회라는 것이다.
사실 이렇게 극단적인 케이스가 아니더라도 국비 과정은 다양한 사람에게 좋은 기회가 되고 있다.

혹자는 말한다. 부트캠프 출신은 깊이가 없다고 무조건 거른다고.
또 누군가는 국비사업은 재미없고 그저 매출을 견인하는 사업이라고 말한다.

그러나 나는 국비사업이 불평등한 기회 속에서도 삶을 바꿀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되어준다고 강하게 믿는다.

애초에 잘할 사람을 뽑아서 좋은 곳으로 취업시키는 것이 혁신적인 교육인가요?

얼마 전 한 컨퍼런스에서 우리 프로덕트에서 튜터로 활동 중인 개발자분을 만나 대화하다가 국비교육에서 혁신적인 교육을 하기는 어려운 것 같아 튜터 활동을 지속할지 고민이라는 말씀을 들었다.

나는 튜터님께 혁신적인 교육을 하시려면 더더욱 저희와 함께 하셔야 한다고 말씀드렸다.

입문자, 비전공자도 성공적인 취업, 이직할 수 있도록 교육하는 것과 애초에 잘할 수 밖에 없는 학생들을 선별해서 교육하는 것을 비교한다면 혁신적인 교육이란 당연히 전자를 통해 일어난다고 생각한다.

물론 행정처리나 시스템 상 한계도 존재하지만, B2C 프로덕트라고 아무런 제약없이 운영하는 것도 아니고 이러한 한계를 극복하는 것 또한 혁신의 한 과정이라고 믿는다.

실제로 우리 프로덕트를 맡고 있는 모든 사람들은 이러한 자부심을 갖고 있다.

국비의 편견을 깨는 교육

그럼에도 불구하고 국비에 대한 편견은 여전하다.
강의나 자료에 대한 퀄리티는 부실할 것이며, 강사진도 실무 경력이 짧거나 혹은 실무 경력조차 없을 것이란 생각. 그리고 프로덕트를 운영하는 사람들은 돈벌이에만 관심있을 것이고,수강생들의 미래에 대해서는 관심 밖일 것이란 생각 등등..

내가 처음 입사하고서부터 지금까지 약 1년반이 넘는 기간동안
우리 프로덕트의 objective 중 가장 강렬했던 것이 "국비의 편견을 깨는 교육"이였다.

실제로 국비 교육 중에는 편견이 실재하는 곳도 상당하니, 편견을 깰 수 있도록 노력하는 일들을 꾸준하게 해왔던 것 같다. 오히려 고용노동부의 기준보다 더 높은 기준으로 튜터를 선발하기도 하고 다른 프로덕트보다 더 집요하게 커리큘럼 개선, 운영 개선을 하려고 노력했다.

그래서 국비교육에서 하지않던 Non-bau시도들도 더 다양하게 할 수 있었던 것 같다. 그덕에 수준별 학습이라던지, 데일리 미션 등은 bau로도 자리 잡게 되었다.

아직 1등 부트캠프는 아니지만..

여전히 국비교육이라고 해서 적당히 타협점을 찾아 교육할 생각은 없다.
첫 기수 운영 시 과정 중에 주차별로 회고를 타이트하게 진행하고 있고, 평가 체계를 더 뾰족하게 설계하기 위해 목표를 잡고 달리고 있다.

또한, 빠르게 변화하는 트렌드를 살피면서 남들도 하는 만큼이 아닌 한가지라도 차별점을 갖출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

다른 곳에서 우리의 커리큘럼이나 운영방식을 베끼거나 차용하는 것을 보면 열심히 잘하고 있다는 것은 어느정도 증명된 듯하다.

내가 하는 일을 보고 남들이 투박하고 멋이 없다고 여기더라도 솔직히 상관없다. 나는 떳떳하고 동시에 새로운 가치를 만들어 내는 일이라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묵묵하게 나의 길을 갈 것이며, 시간이 지나서 1등의 자리로 증명하면 그것이야말로 진정한 멋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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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히못하는사람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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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월 25일

어떤 일이든 여러 관점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국비사업에 대한 시선이 바뀌는 멋진 글이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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