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피신 한줄 요약 : 인생에서 다신 경험하지 못할 한달
바로 어제 7기 1차 라피신이 끝났다. 같은 클러스터 사람들끼리 회식한 후 집에 오자마자 곯아 떨어졌는데 자고 일어나보니 인트라넷도 막혀있었다. (슬랙 확인해보니 11시 42분에 막힌 것 같다. 지독한 컨셉충들) 한달 내내 매일같이 확인하던 인트라넷이 닫힌 것을 보니 기분이 이상했다. 지긋지긋한 터미널 환경도 이제는 적응돼서 오히려 vs가 낯설어지는 불상사?도 생겼다ㅋㅋ 벌써부터 복학했을 때가 걱정된다. 7기는 분리선발이라는 얘기가 따로 없기 때문에 합격 결과는 7월 중에나 나올 것 같다.
한달동안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오늘은 깔끔한 정리보단 현재의 심정을 최대한 있는 그대로 담아내고 싶다.
가장 먼저 적고 싶었던 말이다. 여러가지 요소들이 나의 멘탈을 건들였지만 라피신이 끝난 시점에서 가장 먼저 기억나는건 역시 첫번째 시험이다. 확신에 가득 찬 망한 시험^_^... 첫 시험 첫번째 문제에서 empty file을 제출하는 실수를 여러번 반복해서 무려 리트라이를 7번 했다. 시험 시간은 총 네시간이었는데, 첫 문제에서 이미 두시간 반이 지나있었다ㅋㅋ 정말 간단한 문제였는데도 trace가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어서 맞왜틀? 거리고 있었다.
사실 첫주에 여러명과 친해져서 미리 시험에 대한 정보를 얻고 갔는데도 힘들었다... 문제는 쉬웠지만 정답을 내도 deepthought(기계채점기)는 파일이 없다고 하니 미칠 지경이었다. 겨우 문제를 해결하고 다음문제로 넘어갔지만 어색한 터미널 환경 + norminette 해야되는줄 알았던 미련한 나의 환장의 콜라보로 네번째 문제를 제출했을 때 시험이 끝나버렸다. 설상가상으로 네번째 문제는 다 풀었지만 시험 종료 5분 전에 서버가 터져서 채점이 안됐다...ㅋㅋㅋㅋㅋㅠㅠ 첫 시험 결과는 48점이었다.
나보다 더한 분들도 계셨다. 10분동안 시험 시작을 못 해서 내 바로 앞에 앉았던 두분은 시험 시작 10분만에 퇴실하셨다. 시험을 보기 위해서는 인트라넷에서 미리 신청을 해야하는데 그걸 안해서 (혹은 두개 중 하나만 해서) 시험용 shell에 접근조차 못하고 쫓겨나신 분들도 계셨다. 시험 시간에 1분 늦었다고 입장을 못해서 자리에도 못 앉은 분도 계셨다. 정말 열심히 하는 분이셨는데 복도에서 우는 소리가 들려서 안타까웠다. 시험이 여러 사람 울리지 않았을까 싶다. 나는 첫번째 시험을 저렇게 망해놓고도 멀쩡했지만 정작 마지막 시험 때는 꽤 높은 점수를 받고도 분하고 속상해서 눈물이 났다.
매주 주말에는 신청자를 받아서 rush라는 팀프로젝트를 하게 됐다. 첫주차 러쉬는 미리 로직을 생각해 갔지만,,, 랜덤으로 매칭된 팀원분이 전 날 코드를 전부다 짜오셔서 나와 다른 팀원분은 코드의 전반적인 이해 및 보너스 점수를 위한 추가 구현을 맡았다. 말이 추가 구현이지 인자로 들어가는 값을 바꾸는게 다였다. 그래서 첫주차 러쉬는 120점이라는 높은 점수를 받았지만 솔직히 기억에 많이 남지는 않는다. 혹시 라피신 참여를 앞두고 있는 전공자라면 러쉬00은 코드 구현을 직접 해보는걸 추천한다. norminette이나 dir에만 안 걸리면 경험치 뿌리기용 문제다. 문제는 저 두가지에 걸리는 팀이 반은 된다는 거...
진짜는 2주차 러쉬였다. 퍼즐을 해결하는 프로그램을 만드는 과제였는데, 여기서 만난 분들과 정말 미친 팀워크로 팀플을 해서 점수를 얻었다. h님, j님... 다신 없을 훌륭한 팀원님들이다.
우리팀에 리더쉽이 뛰어난 분이 계셔서 시작부터 파트를 잘 나누고 시작할 수 있었다. 러쉬01에 대한 힌트가 될수도 있는데, 우리 팀은 보드라는 구조체를 만들어서 구조체를 초기화할 때 미리 구한 식으로 최대한 보드를 채우고 그 뒤에 dfs를 사용해서 전체 보드의 빈 공간을 채우는 식으로 코드를 짰다. 나는 보드 생성 및 초기값 설정을 맡았는데 재귀함수에 워낙 자신이 없었던 탓에 팀원분이 짠 코드를 리뷰하는 것도 힘들었지만, 평가날에 맞춰서 다른 분들 파트까지 이해해서 평가장에 들어갈 수 있었다. 이틀 밤을 꼬박 새워가며 예외처리 및 몇십개는 되는 테스트케이스까지 다 돌린 결과 시간복잡도가 보너스를 받을 수 있을만큼 잡히게 됐고, 2주차 러쉬는 110점을 받게 됐다.
평가 왔던 카뎃님이 우리팀의 협업을 굉장히 부러워하셨다. 내가 생각하기에도 랜덤으로 만난 팀원들이 이정도로 분배해서 코드를 짜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던 것 같다. 심지어 팀원 두분은 본전공자도 아니었다. 아마 나 혼자였다면 이렇게까지 못했을거다. 이분들이랑 꼭 본과정에 가고 싶어서 마지막 시험 전 날 모여서 사진도 찍고 서로 시험 응원도 했다.
3주차 러쉬는 개인진도를 밀고 싶어서 미참여했다. 뒤에서 이야기할 y님이 bsq팀 제의를 주셨는데 그것도 같은 이유로 거절하게 돼서 너무 죄송했다.
라피신 끝물에는 이전에 평가 왔던 분들을 평가하러 가거나, 내가 평가갔던 분들이 나를 평가하러 오는 일이 잦아진다. 이게 라피신의 숨겨진 묘미 아닐까 싶다. 우선 나는 토론을 굉장히 좋아하고 뒤끝이 길다.
앞에서 bsq 팀 제의를 주신 y님이 동료평가를 다니면서 가장 기억나는 분이다. 처음 그분이 내 과제를 평가하러 오셨는데 포인터 문제로 한참을 ko인지 아닌지 토론했다. 결국 내가 디펜스에 실패해서, 그럼 우리가 오류케이스를 잡아보자! 하고 야매 코딩을 한 적이 있었다. 그때 내 과제물에 내가 직접 실패할 수 있는 경우의 수를 만들어내게 됐다...ㅋㅋ 이 슬픈 상황이 인상깊으셨는지 평가 다음주에 y님이 나에게 팀 제의를 주셨다. 그러나 바쁜 시기라 거절... 아쉬운 거절 후 서로 시험에 대한 응원만 남기고 대화가 완전히 끊겼다. 그런데 bsq 팀 신청 마감 직후 내가 y님의 평가를 하러 가게 됐다.
워낙 인상깊은 분이셨고 내가 이전에 우스갯소리로 다음에 평가 잡히면 두고보라고 했었기 때문에 토론거리가 없으면 아쉬웠을 것 같다. 그러나 코드를 참 재밌게 짜셔서 코드리뷰가 즐거운 토론이 될 수 있었다. 그 때 평가 잡힌 시간이 새벽 6시였다. 둘다 밤샘 과제하고 포인트 이벤트 열릴때까지 존버하다가 매칭된거였다. 지금 생각해보니 내가 그렇게까지 코딩을 했다고...? 싶긴 한데 이상하게 라피신 기간동안은 새벽에 집중 잘 되는 날이 좀 있었다. 지금은 못할거같다.
평가해야 하는 과제중에 소수를 구하는 간단하지만 시간복잡도 관련 요구사항이 좀 까다로운 문제가 있었는데 y님은 그걸 시프트연산자를 사용해서 푸셨다. 난생 처음보는 풀이라서 왜 이렇게까지 했어야됐냐고 질문드렸는데 자기도 잘 모르겠다고 답변하셔서 너무 웃겼다. 순수하게 코드가 웃겼던건 처음인 것 같다. 진짜 웃기고 존경스러웠다. 이것저것 얘기하다보니 과제 평가도 끝났고, 피드백에 이모티콘 넣는 꿀팁까지 알려드렸다.
과제 평가는 한참 전에 끝났는데 3주차 러쉬 자랑한다고 코드 보여주셔서 로직 얘기도 듣고 실행 결과물도 봤다. 나는 마지막 러쉬를 안 신청했기 때문에 문제도 몰랐는데, 막상 설명을 들으니 재미있고 문제도 직관적이라서 신청 안 한게 후회됐다. 나한테 마지막 러쉬에 대해 생각나는 로직 있냐고 물어보셨는데 내 기억으로는 재귀함수랑 배열의 인덱스를 적절히 조합해서 만들수 있을 것 같다고 대답한 것 같다. 그러나 사람들이 시도하지 않는다면 이유가 있겠지^^ 아무튼 내 방식은 코드가 복잡해질수도 있고 세세한 부분은 손대지 못하므로 y님은 해당 문제를 트리를 이용해서 구현하셨는데 참 깔끔하다 싶었다. 내 지나치게 직관적인 로직이 잠깐 부끄러워졌다. 둘 다 신청 못한 bsq에 대한 얘기도 하고 ko 뜬 내 과제 얘기도 하고 그러다보니 한시간 반~두시간이 지나있었고 남들 출근할 시간쯤에 퇴근할 수 있었다. 사실 h님이랑 아침에 스터디 하기로 했었는데 도저히 8시에 들어가서 10시에 나올 자신이 없어서 저녁으로 미뤘다.
다양한 나이대와 성별을 가진 사람들이 모인 곳에서의 토론은 많이 색달랐다.
동료평가 관련해서 평가 빌런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분들을 많이 봤는데 빌런이야 사람 여럿 모이는 곳엔 얼마든지 있는거고 거지같은 사람들 신경쓰는 것보단 토론할 수준 되는 분들이랑 즐겁게 토론했던 기억만 남겨두는게 정신건강에 좋은 것 같다. 다들 공부하러 온거지 남들 트집잡으러 온건 아니잖아요? 평가를 빙자한 무시말고 건설적인 피드백만 합시다. 아무튼 나는 동료평가 시스템에 굉장히 만족했다!
공부 외적인 것에 대해서도 남겨볼까 한다. 내가 처음 배정받은 클러스터는 10클러스터였다. 이후에는 아무데나 가도 상관없지만 나는 주로 넓고 8클러스터보다는 사람이 적은 10클러스터를 애용했다. 1열 11번이 내가 주로 앉는 자리였다. 첫날 인트라넷 계정 생성 시간에 만난 다은이와 첫주에 만난 hi님, s님, 다으니가 알려준 덕에 알게 된 h님, 그리고 10클에 주로 계시던 여러 사람들과 어쩌다보니 두루두루 친해졌다. 하루종일 돌아다니면서 질문하다보니 안 친해질수가 없었다.
7기 1차 라피신의 가장 큰 행운은 이분들을 만난거라고 확신한다. 정말 하나같이 너무 좋은 분들이었다. 누구 하나 노력하지 않는 사람이 없었다. 그덕분에 나도 자극받고 더 열심히 할 수 있었고, 하나같이 잘하는 분들이었던만큼 모르는 것도 물어보고 아는 것도 바로 알려줄 수 있어서 좋았다. 매번 배우는 입장이었던 나에게 누군가를 가르쳐 본다는게 특히나 색다른 경험이었다. 물론 대부분은 내가 배우는 입장이었다. 나랑 친했던 분들은 다들 나보다 진도가 빠르거나 레벨이 높았다. 이제와서 말하지만 승부욕이 있는 나에게는 최적의 환경이었다. 주변 사람들을 따라잡고 싶다는 생각으로 더 열심히 했던 것 같다.
바로 어제(마지막 시험날) 친해진 분들과 다같이 회식을 하러 갔다. 16명이나 참석했는데 정말 열심히 하셨던 분들인만큼 끝나자마자 미친듯이 놀았다ㅋㅋㅋ 나는 시험을 기대보다는 못봐서 다소 우울해 있었는데 회식 중간에 다으니가 나를 만나서 너무 행복했다며 잘 챙겨줘서 고맙다고 하는 말을 듣고 오히려 내가 더 고마워서 울컥했다. 술자리에서 우는건 정말 아니라고 생각해서 혼자 나와서 울다가 들어갔다... 지금 생각해도 감동이다.
첫주에 통학하다가 체력적으로 한계가 와서 방을 잡게 됐다. 급하게 잡느라 나 혼자 방을 보러다닐뻔 했는데 다은이가 같이 방 보러 돌아다녀줬다. 처음 자취 시작했다고 많이 챙겨주기도 했다. 아마 혼자서 이 짓 하라고 했으면 못했을거다. 첫 날 다은이 옆에 앉았던게 정말 운이 좋았다. 마음 맞는 사람들과 함께 공부할수 있는게 큰 행운이라는걸 알게됐다. 다른 분들도 정신적으로 많은 지지가 됐다. h님은 처음 알게된 새벽반 메이트였는데 새벽에 같이 남아서 공부하기도 하고 나름의 스터디 모임도 꾸려갈만큼 친해져서 많은 의지가 됐다. 워낙 잘 하는 분이셔서 내가 도움드린 것보단 도움받은게 월등히 많았지만 그럼에도 항상 겸손하고 유쾌하셔서 매번 감사함을 느꼈다. 아마 친해진 분들이 없었다면 한달이 너무 삭막하고 고단했을거다. 서로가 버팀목이 되어줬기에 본과정에서도 이 사람들과 꼭 함께 공부하고 싶다.
마지막 시험 전날 포토부스 이벤트가 열렸는데 10클 사람들이 다같이 사진찍으면서 놀았다. 그 어느때보다 행복했던 것 같다. 내 인생에 이런 경험을 다시 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 본과정 합격을 위해 누구보다 열심히 달려왔기에 더이상 후회가 없다. 이번이 마지막이라면 정말 슬플거같으니 7월에 모두 한자리에서 모였으면 좋겠다. 개포동.
field | scor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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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eedback log | 62 |
evaluation log | 2page(130..140) |
exam00 | 48 |
exam01 | 80 |
exam02 | 84 |
final exam | 84 |
shell00 | 95 |
shell01 | 100 |
c00 | 100 |
c01 | 100 |
c02 | 100 |
c03 | 100 |
c04 | 100 |
c05 | 100 |
c06 | 100 |
c07 | 100 |
c08 | 100 |
c09 | 100 |
c11 | 50 |
rush00 | 120 |
rush01 | 110 |
level | 10(65%)(57/315) |
할수있다!! 우리는 최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