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 연말결산

노력을 즐기는 사람·2023년 1월 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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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은 쏜 화살과 같다.

최근들어 이 말이 매우 실감이 난다. 2021 연말결산을 쓴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2022년 연말결산을 작성하고 있다. 보름 후면 아홉수에 접어들고 일년 후면 계란 한판이다.

이십대 초중반까지만해도 얼른 서른이 되고 싶다는 생각이었는데 이젠 나이 먹는게 너무 싫다.

어쨌든 조금 샜는데 올해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사건들을 나열하며 돌아보자

취업

올해 4월 드디어 취업했다. 취업까지 정말 고생을 많이했다.
여정의 시작과 끝을 되돌아보고자 한다.

[취업 과정] 수능 공부와 대학 생활

전역 후 무언가에 홀린듯이 프로그래머가 되겠다는 일념하나로 23살에 수능을 공부를 시작했다. 24살에 대학에 입학하여 미친듯이 달려왔다. 미친듯이가 아니라 미쳤었다.

세상 모든것이 그렇듯이 과하면 부작용이 따른다. 컴퓨터에 미쳐살면서 나도 부작용을 겪었다. 공부하면서는 주변인을 챙기지 못했고 시간을 모두 컴퓨터 관련된 내용에 써야만 한다는 강박이 생겼다. 나의 시간을 컴퓨터 이외의 것에 빼앗기는 상황이 오면 극도로 예민해지고 날카로워졌다.

인간관계도 엉망이었다. 감정을 숨겼고 사람과 친해지는 것을 피했다. 정이 가는 사람들에게는 일부러 공격적으로 대했다. 인간관계를 열심히 하면 컴퓨터 외에 시간을 쓸 것 같았다. 이럴수록 주변 사람들은 나에게 로봇 같다고 말했고 감정이 없는 것 같다고 했다.

그렇게까지 할 필요가 있었을까? 싶지만 그래야 했다. 시간이 없다고 생각해서 엄청 조급했다. 남들보다 나이도 많았기도 했고 유독 시간이 없을 수 밖에 없는 개인적 배경이 더 있다.

  1. 타지 생활 비용과 대학 교육 비용을 스스로 해결해야 했다.
    월세, 보증금, 등록금, 식비, 생활비 등을 모두 부담해야 해서 학업을 하면서도 많은 돈을 벌어야 했고 식사 준비, 빨래, 청소 등등 직접하며 시간을 써야 했다. 당연히 알바를 여러개하면서 학업을 병행 했으니 시간이 모자랐다. 돈이 시간으로 보였다. 돈을 버는 족족 교육에 투자했다. 돈을 받으면 이게 돈이 아니라 시간으로 보였다. 나는 공부할 시간을 벌었다고 생각했다.
  2. 학습 환경이 열악했다. 그래서 모두 개척해야 했다.
    최근 서울권 대학생들과 어울리며 그들을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가 다녔던 학교에는 컴퓨터를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이 없었다. 4학년 전공 수업에서도 for 문을 가르치고 있는 수준이었다. 교육과정의 문제는 아니였고 학생들의 문제였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4학년까지 for문도 몰랐다. 그러니 진도를 나갈 수가 없었다. 학생들이 컴퓨터에 관심이 없으니 당연하게 학과 동아리 혹은 함께 공부할 선배/동기가 모여있는 집단이 없었다. 즉, 인프라가 전혀 없었다. 그래서 직접 동아리를 개설하고 운영했다. 매 학기 홍보 포스터를 제작하고 캠퍼스 곳곳에 홍보 포스터를 부착하고 에브리타임에 홍보 했더니 꽤나 잘 나가는 동아리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물론, 각종 대외활동에서 많은 상도 받았다.

대학생 때 진짜 치열하고 열심히 살았다. 졸업 평균 평점도 4점을 넘었고 수상경력은 쓸 칸이 모자랄 정도로 많았다. 사이드 프로젝트도 너무 많아서 덜어내기 바빴다. 인턴 경력도 3회나 쌓았다. 지금 생각해도 말이 안되는 스펙이다.

사실 나는 고등학생 때 학교를 안나가서 유급 위기였던 학생이었다. 수능과 대학 생활 5년만에 네이버에 입사하다니 실감이 안난다. 스스로가 자랑스럽다.

그래서 그런지 술에 취하면 주변 사람들에게 자꾸 나의 이야기를 했다. 이런 인간승리에 대한 비하인드 스토리는 듣는 사람 입장에서 아주 부담스럽다.

설명하기에 호흡이 길기도 하고 부정적인 이야기들이 주를 이루기 때문에 듣기에 거북하다. 그런데 올해에는 유독 주변 사람들에게 이런 이야기를 많이 했던 것 같다.

이런 부정적인 생각들을 떨쳐내고 싶다. 이번 포스팅을 마지막으로 이제 이런 이야기를 절대 하지 않으려고 한다.

열악한 환경에서 헤쳐나가느라 고생 많았다. 진짜 존나 장하다 성찬아. 꽃길만 걷자.

[취업 과정] 인턴십

두 달간 네이버 Clova에서 인턴을 했다. 내가 지원한 팀은 네이버와 라인 서비스들에 음성 검색을 제공하는 Open API Platform 서버를 운영하는 팀이었다. 참고로 우리 팀의 대표적인 상품으로는 클로바 스피커가 있다.

인턴십 기간 동안에는 과제를 진행했다. 메인 주제를 우리에게 제시하고 우리가 직접 기획 - 개발 - 배포를 하는 과제였다. 과제를 진행하면서 네이버의 내부 인프라와 우리 팀의 플랫폼 서버의 Open API 스펙에 맞춰 개발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과제에 대한 솔직한 후기를 말하자면 너무 쉬웠다.

학생 때 이런 개발 주기를 지긋지긋하게 반복했기 때문이다. 해커톤, 사이드 프로젝트, 동아리를 전전긍긍하며 기획 - 개발 - 배포까지의 싸이클을 몇번이고 경험해왔다. 이런 경험들이 쌓이고 쌓여서 체화되었고 인턴십도 큰 어려움 없이 무사히 완수했다.

실력이 뛰어나서라기 보다는 대학생 때 미친듯이 노력 했던 것의 당연한 보상이라고 생각한다. 실력을 갈구하며 공부하고 또 공부했었다. 공부한 것을 사용해보고 싶어서 사이드 프로젝트를 만들고 고치고를 반복 또 반복했었다.

결국 일정 수준의 개발 능력이 체화 되었고 인턴십 때 꽃을 피워냈다. 내가 너무 기특하다. 이 기간은 아쉬운 점을 찾기 보다는 마음껏 자랑하며 만끽하고 싶다.

[취업 후] 커리어의 시작

인턴십 수료 후 전환면접을 통해 전환에 성공했고 꿈꾸던 네이버에 입사하게 되었다. 근무 환경이 정말 좋다. 나를 제외한 팀원들이 경험이 풍부하다. 최소 8년차 엔지니어와 최대 20년차 이상의 엔지니어와 함께하고 있다. 재밌는 사실은 우리 팀은 주~중니어 보다 20년차 이상의 엔지니어들이 더 많다.

입사 초기에는 시니어 엔지니어들과 일하면 좋은 점을 잘 몰랐다. 처음에는 시니어 엔지니어들이 구몬 선생님처럼 옆에 딱 붙어서 하나하나 알려주겠지? 라는 기대가 있었던 것 같다. 예상과는 다르게 전혀 그런 것은 없었고 각자 일하기 바빴다. 그래서 그럼 시니어 개발자랑 일하면 좋은 점이 뭐지? 라는 생각을 했다.

이젠 시니어 엔지니어와 일하면 좋은 점이 무엇인지 알 것 같다. 그들의 커밋 단위, 아키텍쳐 선정, 장애 대응, 업무 진행 방식, 코딩 스타일, 객체 설계, 업무 공유, 문서 구성 등등 어깨너머로 배울 점이 산더미이다.

이젠 확실히 알 것 같다. 내 두 귀만 열어두면 함께 일하는 매 순간이 배움과 성장의 기회이다. 배울 것이 많은 환경이라는 뜻이다.

그들은 IT 산업이 황무지일 때부터 이 산업을 지켜온 사람들이다. 그리고 열악한 환경을 헤쳐나온 사람들의 이야기와 경험을 듣는 것은 항상 값지고 재미있다.

우리 팀에대해서 한가지 더 자랑하고 싶은게 있는데 경력 무관하게 모두를 같은 엔지니어로 본다는 점이다. 팀원들은 내가 주니어라는 이유로 의견을 무시하거나 본인들의 방식을 강요하지 않는다. 본인들이 시키는 대로만 일하는 것을 바라지 않는다. 이점이 정말 마음에 든다. 나의 역량을 마음껏 펼치고 싶다.

나는 신뢰 가운데에서 신나게 업무를 진행하고 성장하고 있다. 업무 진행 중 난해한 문제를 마주하면 팀에 공유한다. 팀원들은 열린 마음으로 서로의 의견을 자유롭게 나누고 힌트를 얻어갈 수 있다.

나는 믿음에 보답하고자 더욱 열심히 공부하고 열심히 질문한다. 올바른 팀 문화로 인한 선순환이라고 생각한다. 주니어에게 이보다 더 좋은 업무 환경이 또 있을까?

커뮤니티 활동

회사를 다니면서도 여러가지 활동을 하고 있다. AUSG, Mash-UP, 글또, AWSKRUG 소모임, AWS Community Builders까지 총 다섯개의 그룹에 소속되어 있다.

그 중 올해에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그룹은 AUSG, Mash-UP, AWS Community Builders이다. 부정적인 영향도 받았지만 오히려 부정적인 부분이 나에게 도전과제로 다가왔고 극복해내며 한단계 더 성장할 수 있었다.

어떤 일이 있었는지 되돌아보자

Mash-UP과 Burn Out

이제 바쁘게 사는 것이 너무 익숙해졌다. 그래서 번아웃이 안올 줄 았았다. 사실 번아웃을 겪을 때만 해도 번아웃인지 몰랐다. 다시 생각해보니 그때 겪었던 것은 번아웃이 맞는 것 같다.

취업 이후에 기술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 동아리 활동을 했다. 왜냐하면 일을 하면서 기술적인 성장이 멈췄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취업 전에는 현업에서 일을 하기만 해도 매 순간이 성장이고 기술적인 도전이 주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천만에 말씀. 현실은 생각과 정반대였다.

회의는 어찌나 많고 이곳저곳에서 유지보수 요청은 또 어찌나 많이 들어오는지 이슈를 정리하고 우선순위를 정하는 데에도 정말 많은 시간을 써야했다.

그래서 하루에 코딩할 수 있는 시간은 고작 2 ~ 3시간 남짓. 그마저도 기존 코드를 유지보수하는 일이다. 레거시 프로젝트에서 코드 몇줄 변경하는게 전부였다.

회사는 개인의 성장을 책임지지 않는다.

나는 이 말을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스스로의 성장을 책임지기 위해서 동아리 활동을 했다. 기대와는 달리 동아리 활동은 또 다른 회사 생활로 느껴졌다. 기술적인 성장이 전혀 없었다. 일정에 쫓겨서 과거에 했던 코드를 복붙하거나 대충대충 코딩했기 때문이다.

회사과 동아리 활동을 병행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다. 그렇다고 못할 일인가? 대학 때를 떠올리면 새발의 피이다. 성장하기에 나의 상황이 여의치 않았던 것이 아니라 내가 변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Mash Up 활동을 다시 한번 해보고자 한다. 적극적으로 참여해서 나에 대한 증명을 하고 좋은 기억을 남기고 커뮤니티 활동을 마치고 싶다.

AUSG

AUSG 활동을 하면서 귀인들을 정말 많이 만났다. 그들은 나보다 훨씬 젊으며 직장에서 이미 경력이 많고 풍부한 인생 경험에서 오는 통찰력이 있다. 내가 가지고 싶은 능력들을 모두 가졌다. 배울점이 많은 사람들이다. 그런데 너무 배울점이 많아서 버겁다.

한 때는 너무 버거워서 이 사람들과 멀어지려고 마음을 먹었었다. 그 사람들과 나를 자꾸 비교하며 자꾸 부정적인 생각에 빠졌기 때문이다. 바보같은 생각을 버리고 그들을 더욱더 가까이두고 장점들만 쏙쏙 뽑아서 배우기로 마음을 고쳐 먹었다.

특히 올해에 나에게 가장 큰 영향을 준 인물이 있다. 살인적인 일정에도 항상 긍정적인 태도로 일정을 대하며 뛰어난 성과와 함께 일정들을 마무리하는 인물이다. 어떻게 그게 가능할까 주변에서 관찰해보니 일상을 대하는 태도가 달랐다. 어떤 일을 마주해도 긍정적이고 적극적인 태도로 임하는 모습을 발견했다.

아주 단순하고 진부한 이야기지만 실제로 이것이 그 친구가 다른 사람들보다 특별해 보이는 이유이다. 물론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아주 현명하게 구분짓기도 한다. 나는 커뮤니티 활동과 직장 생활을 병행하는 것이 나의 능력 밖이라고 생각하고 커뮤니티 활동을 접으려고 했는데, 아닌 것 같다. 긍정적인 마음과 적극적인 태도를 가지고 다시 도전해보고자 한다.

Mash-Up을 다시 하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것도, 회사 업무, 커뮤니티 활동 모두 소화해낸 것도 돌아보면 AUSG의 인물들의 영향과 덕이라고 생각한다.

AWS Community Builders

AWS Community Builders로 활동하고 있다. 사실 회사에서는 AWS를 사용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AWS 엔지니어링 스킬은 성장하지 못했다. 그렇지만 커뮤니티를 Build하는 역할을 잘 해내고 있는 것 같다.

2022년 12월부터 판교 소모임을 운영하고 있고 매 달 1회 호스트할 예정이다.
AWS 스킬 향상에 목마른 사람과 타 개발자와의 네트워킹이 고픈 사람들에게 큰 보탬이 되고 싶다.

기타

커뮤니티 활동을 하면서 여기저기 정말 많이 놀러다녔다. 스키장, 에버랜드, 방콕 등등.. 평생 누려보지 못한 것들을 누리고 있고 삶의 형태가 달라졌음을 느낀다. 참 어리숙하다. 스키장, 에버랜드, 해외 여행을 갔다고 좋아서 헤벌쭉하고 있다.

그런데 나는 이 느낌이 너무 좋다. 죽어있던 감각과 감정이 활성화됨을 느낀다. 공부하느라 5년간 포기하며 살았던 것들을 하나씩 되찾는 기분이 참 좋다. 커뮤니티 안에서 사랑하는 사람들과 그것들을 함께해서 더 좋다고 느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커뮤니티 활동이 정말 좋다. 앞으로도 계속 하고 싶다.

그런데 항상 커뮤니티 활동에 매몰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회사에서의 내가 가장 중요하고 그 다음이 커뮤니티 활동이 되었으면 좋겠다.

지금처럼 잘 균형을 잡았으면 좋겠다.

내년 목표

내년엔 어떤 목표를 세웠는지 나열하고 연말결산을 마치자.

  • 영어 공부
    • 듣기와 말하기
  • 데이터 중심 서버 아키텍처 공부
    • RDB
    • MongoDB
    • Redis
    • Kafka
    • ES
  • Admin Tool 개발을 혼자 할 수 있을 정도의 프론트엔드 실력 갖추기
    • vue3 + TS
    • webpack이 뭐지?
    • 나만의 bootstrap repo 유지
  • 비기술 서적 3권 읽기
    • 숨결이 바람될 때
    • 물고기는 존재하지 않는다.
    • 내가 잘못 산다고 말하는 세상에게
  • 운동 꾸준히 하기
    • 런닝
    • 웨이트
    • 클라이밍
  • 재무 관리
    • 절세
    • 저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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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

8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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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1일

다들 가슴 속에 묻어두는 이야기가 있고, 이따금 술을 통해 그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용기를 얻곤 하는거 같아요 ☺️
그래도 공유해주신 덕분에 성찬님이 훨씬 더 대단하신 분임을 알 수 있었네요.
주어진 상황에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하시는 분들이 너무 멋있고 호감이 갑니다. 👍

AUSG 모임에 대해 엄청 큰 관심이 생깁니다. 저도 기회가 된다면 참여해보고 싶네요!
건강하고 즐겁게 커뮤니티 활동 이어가시는 2023년이 되면 좋겠습니다.
성찬님 새해복 많이 받으세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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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9일

입사 축하드려요~!
글에서 커리어에 대한 열정이 느껴져요. 좋은 자극 받고 갑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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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1월 23일

성찬님께서 다른 분들에게서 영감과 귀감을 받듯이, 누군가는 성찬님께 동일, 혹은 그 이상의 영향을 받을 것입니다. 👍(그중 하나가 저라는 사실과..)
2023년에도 성찬님의 모토와 같이 거북이처럼 목표를 달려가시는 모습 함께 지켜보며 갈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2023년에도 좋은 일 가득하시길 바라며 Mash-Up에서도 즐겁고 유익한 추억 함께 만들어가면 좋겠습니다.
( _ _ )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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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년 3월 17일

앞으로도 더 든든하고 멋진 사람이 되길! :)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