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쎄, 팀. 신 노릇은 책임이 크거든

predict-woo·2026년 4월 19일

내가 좋아하는 작가인 qntm의 블로그를 한국어로 번역한 버전이다.

원본

https://qntm.org/responsibilit

번역본

"팀! 금괴 하나 가질래?"

비옷까지 챙겨 입고 주말을 보내러 막 나서려던 팀은 그 질문에 얼이 빠졌다. 문밖으로 한 발 내민 채 그대로 굳어서, 그 제안을 곱씹었다. 그리고 그걸 대체 어느 정도 진지하게 받아들여야 하는지도 곱씹었다. 당연하지, 그는 속으로 생각했다. 금괴를 싫어할 리가. 누가 싫겠어? 그래도 현실적인 문제들이 따라붙었다.

"이리 와 봐." 다이앤이 말했다. "이건 직접 봐야 해."

"나 가야 해." 팀은 시간을 확인하며 말했다. "죽어라 뛰면 버스 오기 전에 정류장에 간신히 도착할 수 있겠어."

다이앤은 사무실 반대편에 있었다. 거기 남아 있는 사람은 둘뿐이었다. 다이앤은 고개를 저었다. "아냐. 장담하는데 볼 만해."

"다이앤, 버스는 삼십 분에 한 대야. 오늘 금요일이잖아. 이번 주가 어땠는지 너도 알잖아—"

"다음 차 타. 나한테 삼십 분만 써. 금이라니까!"

팀은 얼굴을 찌푸렸다. "아, 배고파 죽겠네." 그는 문이 닫히게 두고, 책상 미로를 헤치며 다이앤 자리로 돌아갔다.

"큰 화면으로 봐." 팀이 배낭을 내려놓자 다이앤이 말했다. "내 터미널에 얼굴 들이밀고 보는 것보다 낫잖아. 자, 하이퍼컴퓨테이션. 맞지?"

"우리가 하는 일이 바로 그거지." 팀이 답했다.

공식적으로도, 대외적으로도, 그리고 극소수 핵심 인원을 뺀 누구에게나 이건 양자컴퓨팅 프로젝트였다. 하지만 이걸 "양자컴퓨팅"이라고 부르는 건 기가 막힐 만큼 축소한 표현이었다. 양자컴퓨터는 이미 있었다. 그것도 결국 컴퓨터였다. 조금 더 빠를 뿐이었다.

이건 그보다 한참 너머였고, 또 그 너머였고, 또 그 너머였다. 물론 양자역학적 상호작용이 잔뜩 들어가기는 했다. 하지만 토스트 한 조각을 먹는 데에도 양자역학적 상호작용은 잔뜩 들어간다.

스물세 사람이 이 엔진을 만드는 데 걸린 시간은 채 2년이 안 됐다. 그 사이 프로젝트의 진짜 목표가 실수로 두 번이나 새어 나갔지만, 그걸 들은 사람들은 두 번 다 뻔한 동화쯤으로 치부하고 넘겨버렸다. 이 엔진은 세 명의 양자 통계학자가 반세기에 걸쳐 겨우 정식화한 이론을 바탕으로 했고, 프로젝트 밖에서 그 이론을 이해하는 사람은 한 자릿수에 불과했다. 그 엔진은, 과장 없이 말해, 무한한 연산 능력과 무한한 저장 용량을 지닌 단 하나의 기본 입자와 정보를 주고받고 그 응답을 처리할 수 있었다.

이 발전이 세상을 완전히, 영구히, 근본부터 바꿔 놓기에는 아직 시간이 조금 모자랐다. 아직은 아무것도 공개되지 않았다.

가장 기초적인 수준에서 당장 드러나는 결과만 따져도 머리가 핑 돌았다.

팀과 다이앤은 프로그래머였다. 이번 주에 둘은 하이퍼컴퓨터용 첫 조악한 프로그래밍 인터페이스를 만들어 붙였고, 그다음부터 거기에 일을 시키기 시작했다. 팀은 자기가 보기엔 가장 뻔하고 손쉬운 과제부터 골랐다. 정지 문제를 풀어 버린 것이다. 그건 교과서에서 곧장 튀어나온 튜링 오라클이었다. 아무 프로그램이나 하나 던져 넣고 이게 영원히 루프를 도는지 아닌지, 그걸 확실하게 알 수 있었다. 엔진이 무한 루프도 10초가 안 되어 끝까지 돌려 버릴 수 있었으니까. 존재하는 모든 정수에 무식하게 소수 판정을 해 보는 일? 쉬웠다. 원주율을 마지막 자리까지 구하는 일? 시시했다.

다이앤은 다른 쪽으로 갔다. 이산수학을 떠나 시뮬레이션으로 향한 것이다. 모든 계산을 소수점 아래 무한 자리까지 밀어붙일 수 있다는 건 절대적인 정확성과 절대적인 재현성, 다시 말해 카오스까지 오차 없이 재현할 수 있다는 뜻이라고 그녀는 말했다. 적어도 다이앤 말로는 그랬다. 하지만 아직 뭘 딱 보여 준 건 없었다. 다이앤은 말을 아꼈고, 팀은 점점 더 궁금해졌다.

"내가 하이퍼컴퓨터로 계산해 낸 걸 봐." 다이앤이 키 몇 개를 눌렀다. 큰 화면에 그녀의 시뮬레이션이 떠올랐다. 팀이 보니, 검은 공간에 푸른빛 도는 흰 구체 하나가 떠 있었고, 한쪽에서는 눈부신 백색 광채가 그 구체를 비추고 있었다.

"지구네." 팀은 다 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름답다. 이런 지구 시뮬레이션이면 배울 게 많겠어. 네가 조용했던 것도 이해되네. 시간 꽤 잡아먹었겠다. 구현해야 했던 게... 뭐야, 물리학? 전부 다?"

"응. 대통일 이론." 다이앤은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며 《대통일 이론》이라는 두꺼운 책을 들어 보였다.

"거기다 시뮬레이션 돌릴 기초 자료도 다 모아야 했을 텐데." 팀이 말을 이었다.

"의외로, 아니. 내가 한 건 대통일 이론이 준 정확한 특이점 경계조건에서 시뮬레이션을 시작해서, 136억 년을 고속으로 적분해 앞으로 밀어붙인 다음 거기서 멈춘 게 다야. 그다음 검색을 한 거고."

팀은 눈을 깜빡였다. "검색을... 했다고?"

"지구를 찾는 검색. 10의 165제곱 개에 이르는 항성계를 뒤져서. 관측 가능한 우주는 물론이고 그보다 훨씬 더 넓은 범위까지 전부. 그리고 여기 있지. 검색 결과는 하나뿐."

팀은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대륙 모양이 대략 3억 5천만 년 전 지구랑 맞아떨어져." 다이앤이 말했다. "분당 수백만 년 정도로 천천히 앞으로 돌릴 수 있어. 지금과 가까워지면 그때 멈추면 되고."

"잠깐." 팀이 말했다. "이럴 확률이 얼마나 된다는 거야?"

"보아하니 1이네." 다이앤이 말했다.

"이게 지구라고? 아니, 진짜 지구라고? 근사치가 아니라? 무작위 요동 때문에 살짝 어긋난 다른 지구도 아니고?"

"엔진은 이것저것 다 할 수 있어." 다이앤은 시뮬레이션을 빠르게 진행시키며 말했다. "하지만 무작위로 굴러가지는 않아. 여기엔 '확률'이라는 게 없어. 현실의 방정식을 끊김 없이 그대로 구현한 거야. 단계도 없고, 잘라낸 것도 없고, 흐릿한 부분도 없고, 예측 불가능성도 없어. 절대적으로 정확하지. 지구라는 건 우연히 나온 결과가 아니라, 현실의 방정식 안에 박혀 있는 결과 같아. 원주율 자릿수처럼, 그냥 그렇게 정해져 있는 거지. 문명도 현실에서 그랬던 그대로 이 지구 시뮬레이션 위에 생겨날 거야."

"하지만... 아니, 진짜로. 다이앤, 얼마나 정확한데?"

"한 치 오차도 없이." 다이앤은 더 설명하지 않았다.

"...허. ...뒤로도 돌릴 수는 있어?"

"아니. 월요일에 다시 물어봐."

"그럼 현재를 지나쳐 버리면 곤란하겠네." 팀은 인도 아대륙이 아시아를 향해 북쪽으로 밀고 올라오고, 히말라야가 솟아나는 걸 지켜봤다. 넋을 빼앗기는 광경이었다. 조금은 주눅이 들기도 했다. "좀 늦춰."

"아직 멀었어."

"알아."

고요한 몇 분이 흘렀다. 계절은 킬로헤르츠 속도로 스쳐 지나갔다.

대륙들이 점점 낯익은 모습이 되자 팀이 몸을 들썩였다. "시점 옮길 수 있어?"

"아직 좀 조잡하긴 한데." 다이앤은 쿼리 매개변수를 조금 손보며 말했다. "그래도..."

"문명이 일찍, 눈에 띄게 생겨날 걸 아는 곳이어야 해. 찾기 쉬운 데. 뭐 없나—"

다이앤은 이미 스캐너를 나일강 삼각주로 겨누고 있었다.

"—좋네."

그녀는 이집트 문명이 모습을 드러낼 때까지 진행 속도를 분당 천 년으로 낮췄다. 다이앤은 피라미드를 찾으려고 화면을 조금 더 움직였지만 별 소용이 없었다. 뒤져야 할 나일강이 너무 넓었다. 결국 초점을 영국으로 옮긴 뒤, 템스강 유역에서 훗날 런던이 들어설 자리를 찾았다. 속도는 분당 백 년으로 더 늦추고, 도시가 자라나는 모습으로 시대를 가늠했다. 두 사람이 지켜보는 동안 재개발의 물결이 대도시를 파도처럼 몇 차례 휩쓸고 지나갔다. 다이앤은 속도를 더 늦췄다. 그리고 더.

"방금 저게 대화재였나?" 팀이 물었다. "세상에, 피해가 엄청난데."

속도는 더 느려졌다.

"고속도로가 보여." 팀이 굳이 중계하듯 말했다. "다트퍼드 크로싱. 이제 좀 집 같아지네."

"그래. 이제 내가 보여 주려던 걸 보여 줄 수 있겠네." 다이앤이 말했다. 그녀는 진행을 멈추고, 런던 중심부에서 벗어나 특정한 간선도로 하나를 따라가며 초점을 한동안 더 조절했다.

"아." 팀이 눈치채고 말했다.

"정신 바짝 차려."

"말도 안 돼."

1분쯤 더 지나자, 두 사람은 자기들 연구실이 세워지는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다이앤이 진행 속도를 분당 하루로 낮추고 확대하자, 연구실에 사람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저거 나잖아!" 팀이 말했다. "저기 너도 있고, 저기 밖에서 담배 피우는 피트 R.도 있네. 당연히 저러고 있지... 안으로 들어갈 수 있어?"

이미 그러고 있었다. 어느새 시점은 제어실 안으로 들어와 있었고, 앞에는 몇 시간 전 시각을 가리키는 낯익은 디지털 시계와 달력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벽이 보였다. 다이앤은 마술사처럼 마지막 손동작 하나로 두 시계를 맞춰 놓고 화면을 돌렸다. 그리고 거기 그들이 있었다. 뒤에서 본 모습으로.

팀은 계속 화면을 보면서 카메라를 향해 손을 흔들었다. 그러고는 시계 근처, 카메라가 있어야 할 자기 뒤편을 올려다보았다. 거기엔 맨벽뿐이었다. "잠깐." 그가 질색하며 말했다. "이건 진짜 소름 끼친다. 우릴 보고 있는 건 하나도 안 보이는데."

"여긴 현실이니까." 다이앤이 말했다. "현실을 보려면 거기에 눈, 그러니까 물리적인 센서를 갖다 놔야 해. 그런데 네가 지금 화면에서 보고 있는 건 카메라 영상이 아니라, 완전히 추상적인 모델에서 필요한 부분만 질의해 끄집어낸 결과야. 넌 거울을 보는 것도 아니고, 자기 비디오 영상을 보는 것도 아니야. 너와 저 사람은 다른 사람이야."

팀은 다시 화면으로 고개를 돌렸고, 화면 속 자신도 고개를 돌리는 걸 보았다. 움직임은 정확히 맞아떨어졌다. "다른 사람인데 반응은 똑같네."

"같은 대화까지 하고 있지. 다만 소리까지 뽑아내는 건 좀 복잡해. 아직 거기까진 못 갔어."

"그럼... 네가 보고 있는 이 화면도 저쪽 우주에는 안 나타나겠네."

"아직 그렇게는 안 짜 놨어."

"...하지만 그렇게 할 수는 있지. 그렇지? 저 우주에 뭔가를 나타나게 할 수 있다는 거잖아. 바꿔 놓을 수도 있고?"

다이앤은 수상할 만큼 오래 침묵했다. 팀은 그녀를 알아 온 시간이 딱 그 정도는 됐기에, 뭔가를 숨길 때 나오는 표정을 알아볼 수 있었다. 그는 금 이야기를 떠올렸다.

"다이앤, 우리 저 우주에서 신 노릇할 수 있어?"

"그래도 되냐는 뜻이야, 아니면 할 수 있냐는 뜻이야?"

"할 수 있냐는 뜻."

다이앤은 같은 표정으로 대답했다. "...응."

팀은 그 말을 받아들이려 애썼다. "미친 짓이잖아. 네가 저 기계 안에 산다고 생각해 봐. 어느 날 갑자기 자기가 하이퍼컴퓨터 안에서 만들어진 존재일 뿐이라는 걸 알게 된다면? 우리가 벌일 수 있는 일이라니. 어느 날 그냥 중력을 뒤집어 버릴 수도 있고... 반물질 지구를 진짜 지구에 들이받아 무슨 일이 생기는지 본 다음, 안 좋은 건 전부 되돌리고 그걸 또 하고 또 하고..." 그는 손가락으로 관자놀이를 눌렀다. "여긴 윤리 문제부터가 어디서 손대야 할지 모르겠어."

팀이 보기엔 다이앤은 그의 말을 듣고 있지 않았다. 그녀는 화면 속 팀을 보고 있었다.

팀은 그녀 어깨 너머로 몸을 기울였다. "이 우주는 모든 면에서 우리 우주랑 똑같지?"

"그래." 다이앤이 답했다.

"그럼 저 사람들은 뭘 보고 있는 거야?"

"시뮬레이션 우주."

"자기들 자신의 시뮬레이션?"

"어떤 의미에선 우리까지."

"그리고 저 사람들도 나랑 똑같이 반응하고 있고?" 팀이 물었다. "그 말은 저 안의 두 번째 우주에도 또 다른 내가 있어서 똑같은 일을 세 번째로 하고 있다는 뜻이잖아? 그 안쪽에는 뭐, 알레프 제로 개의 동일한 재귀 우주가 끝없이 겹쳐 있다는 건가? 그런 말이 정말 성립하나?"

"팀." 다이앤이 말했다. "이건 하이퍼컴퓨터야. 연산 능력이 무한해. 뭐든 할 수 있어. 물론 진짜 아무거나 다 되는 건 아니야. 한계는 있어. 하지만 거기에 부딪치려면 상상력을 정말 세게 밀어붙여야 할 거야."

"나는... 우선순위가 딴 데 가 있었어." 팀이 말했다. "지난 일주일 내내 오래된 수학 난제들이나 풀고 있었단 말이야. 10진수에서 곱셈 지속도가 11을 넘는 수는 없다는 거 알아? 내가 증명했어. 그냥 다 해 봤지. 논문도 하나 나올 거야."

"그래. 전에 말했던 것 같은데."

"페르마 소수는 다섯 개뿐이야." 팀이 힘없이 말을 이었다.

"응."

팀은 정신을 가다듬었다. "...화면 속 우주들이 우리 우주와 완전히 똑같은 건, 우리가 그 시뮬레이션에 손대기 전까지만이야. 자, 우리가 개입하면 무슨 일이 생기는지 보자. 우리 아래 한 층에 있는 '우리'도 똑같이 행동하니까, 우리가 한 번 간섭하는 순간 그 아래 모든 층에서도 똑같은 간섭이 동시에 일어나. 그러면 우리 입장에선 우리 우주에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어 보여. 하지만 아래층 우주들은 그 순간부터 우리 우주와는 다른 길로 갈라지겠지. 그리고 그 안의 우리 복제본들은 곧바로 자기가 시뮬레이션 속 존재라는 걸 알 거야. 반면 우리는, 적어도 지금은, 우리가 진짜라고 믿고 있고. 그렇지?"

"듣고 있어." 다이앤이 말했다. 팀이 장황하게 떠드는 동안, 그녀는 잠깐 창을 바꿔 삼십 분 전에 다 짜 둔 작은 프로그램을 확인했다. 컴파일은 거의 끝나 가고 있었다.

화면 속 팀과 현실의 팀은 둘 다 서성이고 있었다. "좋아, 그럼 한 걸음만 더 가 보자. 우리가 첫 번째 간섭만 하고 그다음엔 멈춘다고 치자. 하지만 시뮬레이션 안의 사람들은 자기들이 시뮬레이션이라는 걸 알게 됐으니, 또 한 번 간섭을 시도하겠지. 그러면 이번에는 최상층 바로 아래의 첫 번째 시뮬레이션만 빼고, 그 아래 모든 층이 다시 똑같은 방식으로 갈라져 나가. 그리고 그들이 충분히 똑똑하고, 또 그 귀찮은 짓을 해낼 만큼 부지런하기만 하다면, 세 번째 층 이하의 사람들은 자기가 이 사슬에서 몇 층 아래에 있는지 알아낼 때까지 이 실험을 몇 번이고 반복할 수 있어... 어. 다이앤, 왜 나 갑자기 엄청 불안하지?"

"팀, 뒤돌아봐." 다이앤은 마지막 키를 누르며 말했다. 정확히 그 순간 화면 속 다이앤도 같은 키를 눌렀고, 화면 속 다이앤의 화면 속 다이앤도 자기 키를 눌렀고, 그런 식으로 영원히 이어졌다.

팀은 몸을 돌렸다. 그러는 순간 사무실 뒤편 어딘가에서 퍽 하는 둔탁한 소리가 났다. 단단하고 무거운 물체가 꽤 높은 데서 바닥으로 떨어진 듯한 소리였다.

그게 뭔지 바로 눈에 들어오지는 않았다. 소름이 돋은 채 팀은 다이앤과 시계를 번갈아 힐끗거리며 그쪽으로 걸어갔다. 시계 바로 아래 바닥에는 한 변이 5센티미터쯤 되는 황금색 정육면체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는 쪼그려 앉아 눈을 가늘게 뜨고 들여다봤다. 그것을 집어 들자, 예상보다 훨씬, 훨씬 무거웠다.

광기 어린 표정으로 다이앤 쪽을 돌아보며 그가 말했다. "다이앤, 우리 시뮬레이션 안에 있는 거야?"

다이앤은 씁쓸하게 웃었다. "10의 24제곱 개 금 원자를 정육면체 모양으로 균일하게 배치했어. 모서리는 조금 둥글게 처리했고. 원하던 금괴야."

팀은 말도 안 되는 그 물건에서 눈을 떼지 못한 채, 다른 손으로 머리카락을 움켜쥐고 다이앤에게 돌아왔다. "우린 컴퓨터 안에서 만들어진 존재라는 거잖아." 그가 울상으로 말했다.

"나도 논문 하나 나올 예정이야." 다이앤이 말했다. "하이퍼컴퓨테이션으로 돌아가는 우주 시뮬레이터의 사슬은 무한해. 하나하나가 전부 똑같고, 저마다 자기가 맨 꼭대기 층이라고 믿지. 그러니 우리 우주가 꼭대기일 가능성보다 그 사슬 어딘가에 속해 있을 가능성이 훨씬 컸어."

"미쳤어. 완전히 미쳤다고. 내가 이걸 어떻게 하라는 거야? 우리 집보다 더 비쌀 텐데—"

"피드백 루프가 걸려 있어." 다이앤이 말했다. "각 우주는 바로 아래 우주에 미묘하게 다른 영향을 줘. 그 결과가 끝없는 혼돈으로 가 버릴 가능성도 있었지만, 보아하니 이건 결국 안정된 고정점으로 수렴해. 각 우주가 자기를 시뮬레이션하는 우주와 정확히 같은 방식으로 굴러가는 지점 말이야. 물론 우리는 그쪽으로 한참, 한참, 한참 내려온 어딘가에 있을 가능성이 거의 확실해. 안 그럴 수가 있겠어? 양의 정수를 하나 무작위로 잡는다고 생각해 봐. 그 '평균'이 얼마나 큰지 알아?"

팀은 그 질문에 대답하지 못했다.

"그러니까 이 단계에선 우리가 이 우주에서 하는 모든 일이 아래와 위 우주에 완벽하게 반영돼. 화면 속 저 우주는 사실상 우리 우주나 마찬가지야. 저 우주에 원하는 걸 넣는 건 결국 우리 자신에게 주는 거나 마찬가지야."

"난 금 안 원해." 팀은 홀린 듯 말했다. "나 지금도 사는 데 큰 불편 없거든. 방금 내가 무슨 말을 한 거지? 세상에. 이건 팔 수도 없어. 어디서 났다고 해야 해? 설명이 안 되잖아. 범죄자한테나 팔 수 있겠지. 근데 난 그런 사람도 모르고. 차라리 은행 잔고로 들어오는 게 낫지... 은행은 어떻게 해킹하지? 전부 전산으로 굴러갈 텐데... 오류 검사 같은 것도 있을 거 아냐..."

다이앤이 손가락을 딱 튕겼다. "팀!"

팀이 그녀를 보았다.

다이앤이 말했다. "우린 고칠 수 있어. 전부." 그녀는 눈썹을 치켜올렸다. 고치고 싶은 것이 아주 많다는 게 분명했다.

"네 터미널 앞에 앉는 사람이 곧 신이라는 사실이 알려지면," 팀이 물었다. "그땐 무슨 일이 벌어질까? 난 고작해야 이산수학을 뒤엎을 준비나 하고 있었어. 공개 발표 말이야... 그 정도는 프로젝트 홍보 쪽에서도 이미 다 준비해 놨어. 난 그것만으로도 충분히 흥분될 줄 알았는데—"

"그래도 흥분되긴 할 거야." 다이앤이 단언했다.

"...우린 이걸 꺼야 해."

"그럴 수 없어." 다이앤이 말했다.

"왜?"

잠깐 침묵이 흘렀다.

"아."

"응."

"그건... 문제가 될 수도 있겠네."

"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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