험난한 주니어개발자로의 길

Psj·2021년 1월 1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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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 이전의 나

'안정된 직장에 돈만 잘벌면 되는게 아닌가?' 하는 생각이 첫 취업을 하기까지의 나의 생각이였다. 고등학교 2학년, 문과를 선택할지 이과를 선택할지 많은 고민이있었다. 주변 어른들은 모두 문과는 밥벌어먹기 어려운 직업이라고 이과를 선택하라고 하였다.

나도 당시 대부분의 학생들처럼 뚜렷한 목표나 꿈이 없었고 단지 취업이 잘된다는 이유로 과 선택란에 이과를 체크했다. 하지만 나는 통일골든벨 시대회에서 대상을 받기도 할 정도로 역사를 좋아했었다. 고등학교 1학년때 우연히 로마인이야기라는 책을 읽으며 한국사뿐만 아니라 서양사에도 폭넓은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이과를 선택하고나서 고민에 빠졌다. 내가 관심없는 과목들을 배우며 억지로 공부를하면 공부가 잘될것인가에 대한 고민이였다. 내 생각은 '아니다'였다. 다음날 바로 선생님에게 달려가 진로를 문과로 바꾸었고 문과를 선택하고 세계사와 동아시아사를 정말 재밌게 배웠다.

문제는 대학진학시기의 학과 선택이였다. 취업과 연결지으니 인문계의 학과들은 졸업을해도 그 뒤가 암담하기만 했다. 당시 우리지역에는 전국적으로 대기업 생산직 취업률이 높은 전문대가 있었고 나는 인문계열 대학교를 선택하는것보다 조금더 안정된 삶과 미래가 보장되는 전문대를 선택했다. 이후 과에서 두번째로 취업하여 23살에 꽤 괜찮은 연봉을 받으며 직장생활을 했다.

퇴사를 결심한 이유

내가 퇴사를 결심한 이유는 세가지가 있다.

첫째. 이 직업은 나의 경력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기계는 스스로 돌아갔고 가끔 정지하면 한번씩 조치만하면 되는 일이기에 일 또한 어렵지않았다. 하지만 이 일을 하면 할수록 남는건 공허함뿐이였다.

현재 또래보다 연봉을 많이받는 축에 속한다고해도 이 단순 오퍼레이터일은 나에게 어떠한 경력으로도 기술로도 남지않을것이라고 생각했고 이렇게 나중에 나이가 들었을때 이 회사를 다니기 싫어도 그동안 일궈놓은 능력이 없어 이직을 못하고 절망감에 빠진 나의 모습을 생각하면 암담하기만 했다.

둘째. 내 가치를 높일수 있는 일을 하고싶다.

회사에서의 내 업무는 내가 할수있는 일의 한계가 명확했다. 내가 하는일은 단순한 일이였기 때문에 어느정도 배우면 더는 배울것이 없었고 그렇기에 다른 기술적인 일을 배우고싶었지만 내가 그 일에 다가갈수 있는 환경이 되지않았다. 그리고 나와 같이 일하는 사람들 또한 현재 이 단순하고 편한환경에 머물러서 꼬박꼬박 월급 받는것에 그저 만족했고 어떤 사람은 내가 어떤것을 개선하려는 노력을 하면 왜 쓸데없는 짓을 하냐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내는 사람도 있었다.

그리고 이런식의 내 노력으로 배우는 기술들이 크게 내 몸값을 올릴만한 기술이 되지도 않을것같다는 생각을 가졌다. 나는 남들이 쉽게 할수없는 진짜 기술을 가지고싶었고 그렇게 나의 가치를 올리고 싶었다.

셋째. 직장생활의 한계를 느끼다.

입사하기전에는 이정도 연봉을 벌면 나름 잘 살것이라고 생각했고 앞으로 인생길이 탄탄대로일것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내 착각이였다. 생각보다 세상은 컸고 너무나 넓었다. 내가 받는 연봉이 높은 연봉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이 넓은 세상에서 더 잘 살기 위해서는 직장생활로 받는 급여만으로는 만족할수 없었다. 수입이 들어오는 머니파이프를 구축하고 싶었다.

위 이유들의 공통점을 찾아보면 모두 결국은 내 능력것 더 많은 돈을 벌고싶다는것이다.
퇴사할때까지만해도 내 목표는 열심히해서 더 많은 돈을 버는것이였다.

개발자가 되기로 결심하다

위의 세가지 생각이 항상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하지만 그저 맴돌뿐이였고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는 몰랐다. 일단은 회사 수입외의 머니파이프를 구축하고 싶었기에 개인블로그를 운영했다. 블로그를 운영하고 구글 애드센스를 연결하여 조금씩이지만 광고수익을 얻는 쾌감을 느꼈고 나는 내 블로그를 더 멋지게 꾸미고 싶었다.

블로그를 꾸미기 위해서는 html, css라는 것을 알아야 했고 이것저것 검색을 해보다 보니 유투브 알고리즘에 의해 개발자라는 직업을 알게되었다. 개발자는 내가 이 일을 내 직업으로 선택할만한 모든 이유를 충족시켰고 나를 설레게 했다.

하지만 현재의 안정된 직장생활을 버리기에는 너무많이 두려웠다. 2020년이 되고 몇달을 고민하다가 사설 부트캠프를 들어가기로 마음을 먹고 과감히 퇴사를 했다.

첫 부트캠프에서의 실패

나의 전 회사경력은 2년 10개월이였다. 2개월만 더 채우면 3년 경력자가 될수 있었음에도 다시는 이 일에 몸담지 않을것이라 생각하고 뒤도 안돌아보고 과감히 퇴사했다.

20년 4월말 퇴사후 부지런히 움직여 서울에 자취방을 구했고 6월부터 부트캠프를 다니게 되었다. 이 부트캠프에서는 오기전 개발에 관해 아무것도 공부하지 않고 와도 된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고 아무런 준비없이 들어가게 되었다.

이 부트캠프의 방식은 매주 단계별로 과제를 던져주고 어떤방식으로든 해당 과제를 풀어오는것이었는데 그 외에 어떠한 가이드도 없었다. 그리고 과제를 제대로 못하면 공격적인 피드백을 받는식이였는데 아무런 개발에 대한 기본개념없이 과제를 하려니 10시간이상 노트북을 잡고있어도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를 몰랐다. 책이고 유투브고 보면서 어떻게든 개발지식들을 머릿속에 우겨넣었지만 개념을 공부하고 과제에 응용하는데에도 프로그래밍적 사고가 부족해 굉장히 진도가 더뎠고 생각하는법이 너무 어려웠다.

그러던 와중에 나보다 먼저 들어온 친구를 한명 만났고 그 친구에게 정말 많이 물어봤다. 정말 사막의 오아시스 같았다...
그친구와 얘기를 나눈지 일주일쯤 지났을때가 4주차 과제때였는데 그 친구가 위코드라는 다른 부트캠프를 간다는 소식을 들었고 나도 더이상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막막하기만 했다.

그 주는 과제를 놓아버렸다. 어떻게 할 수가 없었다. 노력을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몰랐고 노력을 한다고해도 남은 시간이 너무 부족했다. 아무것도 만들지 못한 발표날을 기다리는게 끔찍했다.

내 머릿속은 이미 개발에 대한 고민에서 멀어져있었다. 인생이 나락으로 빠지는것이 아닌가하는 암울한 생각들만 머릿속을 가득채웠다. 안정된 직장도 잃고 차도 부모님께 드렸다. 또 그 시기에 오래 사귄 여자친구와도 헤어졌다. 그리고 오로지 믿고있던 개발도 포기할 위기에 처했다. 그날은 전화기만 붙잡고 밤새 친구와 내가 처한 끔찍한 현실에 대한 얘기만 했던거 같다.

위코드에서 개발을 다시 배우다

첫 부트캠프를 고심끝에 환불하고 나와 얘기를 나눴던 친구가 말한 위코드라는 부트캠프에 대해도 알아보고 여기저기 다른 여러 부트캠프에 대해서도 알아보다 결국 위코드를 선택했다.

내가 선택한 이유는 오프라인이였던 이유가 가장 컸고 개발자 커뮤니티를 강조하는 부분, 그리고 기업협업을 할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다. 위코드는 프론트엔드와 백엔드 중 한가지를 선택해야했는데 어떤걸 선택해야할지 갈피를 못잡았다.

본과정까지 3개월이라는 대기시간이 있었음에도 자바스크립트랑 파이썬을 번갈아가며 설렁설렁 공부해서 2개월을 거의 날려먹다시피했다. 한달이 남았을때서야 제대로 해야겠다고 생각하고 이전 부트캠프에서 백엔드쪽을 배웠기때문에 파이썬을 공부하기로 마음먹고 매일 스터디카페에 나가 공부했다.

그렇게 20년 10월 19일 위코드14기를 시작하게 됐는데 이전 부트캠프와 비교해서 너무 밝은분위기고 여러가지 이벤트, 게임도 많이해서 처음에는 내가 공부를 하러 온 건지 캠프를 온건지 적응이 되질 않았다. 하지만 나중에 위코드를 다니면서 이 분위기가 정말 중요하다고 느꼈다. 이런 분위기속에서 공부하니 개발이 어렵긴 마찬가지지만 힘들지 않았다. 그리고 멘토님들이 개념에 대해 정말 잘 알고 있어서 끙끙앓다 질문하면 속이 너무 시원했다. 그리고 가이드 자료가 정말 잘 구성되어 있어서 개발을 배우는 입장에서 공부할때 참고하기가 너무 좋았다.

그렇게 꾸역꾸역 버티고 3개월이 지난 나는 파이썬과 장고를 이용해 백엔드를 구현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것을 바탕으로 이제 개발을 어떻게 공부해야할지 보이기 시작했다. 실력은 아직 남보여주기 부끄러운 낮은 수준이지만 이렇게 앞으로도 계속 성장하고 싶다.

어떤 개발자가 되고싶은가

나는 왜 사는가?
나는 무엇을 위해 사는가?
나는 왜 개발을 하는가?

예전부터 생각한 고민이였지만 이제 나는 답을 안다.

위에서 말했다시피 내가 처음에 개발자가 되려던 이유는 돈을 많이 벌고싶어서였다. 내 능력것 내 가치를 올리고싶었고 어플을 만들어 불로소득을 얻고싶었다.
하지만 이제는 돈이 가장 큰 목적은 아니다.

나는 일론머스크가 한 이 말을 좋아한다.

"누군가 공을 굴려야 해요, 내가 그 공을 끝까지 못 굴리더라도 다음사람이 이어서 굴린다면 괜찮습니다. 중요한건 누군가 굴리길 시작해야한다는거죠."

우리는 노트북과 아이디어, 노력만 있다면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

그렇기에 나는 무작정 대기업에 가는것이 목표도 아니고 돈을 목표로 사는 삶도 살고 싶지 않다.

우리보다 앞선 시대에 살았던 사람들이 그 당시의 세상을 조금 더 나은 세상으로 만들기위해서 고민하고 노력하여 지금과 같은 살기 좋은 세상이 만들어졌듯이

내가 가진 이 개발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세상을 지금보다 조금 더 나은 세상이 될수있게 하는곳에 일조할수있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그 일을 내가 시작하든 다른 사람이 시작하든 그것은 중요하지 않다. 그러한 사업이 정말 세상에 필요하고 도움이 된다면 나는 온 힘과 노력을 다해 그 일을 하고싶다.

개인적으로 나는 이 세상이 지금보다 더 안전한 세상이 되었으면 한다.
스마트폰이 위험에 처한 많은 사람들을 구하는데 지금보다 더 큰 일조를 할 수있을거라고 생각한다. 아직 그 활용법을 찾지 못했다고 믿는다. 나는 내 개발능력이 이러한 부분에 쓰였으면 좋겠고 그러한 일이 시작됐을때 필요한 인재가 될 수 있게 열심히 공부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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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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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14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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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25일

승제님 !! 차분하고 꼼꼼하게 공부하시는 모습에 자극도 많이 받고 좋았습니다 !! 동료 개발자로 api 쭉쭉 뽑아내는 그 날까지 화이팅 !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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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25일

승제님 제 똥같은 글과 대조되는 아주 좋은 글이네요..
하지만 흔들리는 꽃들 속에서 그 익숙한 향을 느껴버린거야..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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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25일

승제님 이미 멋진 개발자이신거 같아요!! 기업협업 하면서 의지도 많이 됐고 호흡도 잘맞아서 즐겁게 프로젝트 할 수 있었습니다!!

1개의 답글

승제님 너무 멋져... 진짜... 너무 멋찌잖아여..ㅠ 앞으로 꽃길만 걸어여..ㅠ 화이팅!!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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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29일

안녕하세요.
15기 백엔드입니다.

저랑 아주아주 유사한 과정을 겪으셔서 공감되는 부분이 많아서 댓글 남겨봅니다.
문과 -> 이과 직업 -> 미래가 그닥... -> 내가 평생 가져갈 기술을 익혀야 겠다. -> 그곳 -> 탈주닌자 따라서 위코드 -> 여기가 천국인가...?
(그 사설 부트캠프의 짜릿함이란...)
기회 된다면 선릉역 근처에서 차 한잔 대접해드고 싶네요 : )

건승하세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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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29일

그 친구 영향을 많이 받았나봐요 ㅋㅋㅋㅋ 좋은 글 읽고 갑니다 :)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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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2월 2일

와 승제님!! 그때 잠깐 들은적이 있었는데 글로 읽으니까 새롭네요.
공감도 되고 너무 멋져요ㅠㅠ 잘 읽었습니다!
화이팅!!!!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