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배웠던 기술보다 무엇을 느꼈는지에 초점을 맞춰 작성하려고 한다.
항해99에 참석하기 전에는 마냥 코딩이 재미있었다. 무언가를 새로 배운다는 것이 어떤 것이 되든지 재미있을 수 있지만, 코딩은 내가 배운 기술로 무엇이든 만들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이라고 생각했다.
방향을 취업으로 잡고 공부하며 알아보기 시작했을 때, 주니어개발자가 되는 데 필요한 것을 말해주는 글을 보게 되었는데 주니어 개발자에게 가장 중요한 두 가지는 성장 가능성과 협업능력이라고 한다. '뭐, 어딜 가나 회사생활은 협업이니까.' 혹은 '협업? 팀플도 해볼 만큼 해봤고 회사생활도 해봤으니 그 정도면 되겠지.' 따위의 생각을 했던 것 같다.
미니프로젝트는 일사천리로 진행되었다. 이렇게 갑자기 시작하라고? 싶었다. 대표님이 말씀하시던 "생존훈련을 위해 일단 바다에 빠뜨리는 거에요" 그 말 그대로였다고 느꼈던 것 같다. 어려운 상황이었지만 알 수 없는 자신감이 있었다. 뭐든 일단 맡겨만 주면 어찌어찌 해결하고 팀에 기여해야지 라는 생각으로 의견을 내고 업무를 분배받아 코딩을 시작했다.
하지만 자신감은 금방 무너졌다. 일단 배웠던 것만큼 쉽지 않았고, 컴퓨터 또한 말썽이었다. 플러스 강의는 이해가 되지 않았고 집은 너무 더웠다. 혼자 일하는 게 익숙했던 나는 어느 순간부터 다시 혼자 일하고 있었다. 짜증 나는 순간에 (물론 팀원들에게 짜증을 내거나 하진 않았지만..) 그 짜증을 머금은 채로 있었고 작업은 진전이 없고 소통은 줄어들었다.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 티가 조금 났다고 한다...
정신 차렸을 때는 팀원들이 열심히 하는 모습을 느꼈을 때 같다. 다들 잠을 줄여가면서 본인이 맡은 부분을 달성하려고 노력했고 다들 나처럼 고충은 고충대로 있었던 것 같다. 내가 너무 한심하고 모지리 같아 보였다. 나 스스로 컨트롤도 못하면서 자신감은 무슨 자신감인지..
협업은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일단 내가 필요한 소통을 하기 위해 상대의 입장과 상황에 대한 이해가 필요했고 나의 상황에 대한 정확한 이해도 필요했다. 둘 중 하나는 항상 부족했던 것 같다. 그렇게 마음만 앞선 소통을 하거나 때로는 나도 지쳐서 나한테 하는 말이 아니면 피했던 적도 한두 번 있지 싶다.
결론적으로는 좋은 협업을 위해 노력했다. 엉망인 소통을 했을지언정 진심으로 도움이 되고 싶었고 마음이 앞설 때가 많았지만 나만 생각하려 하지 않았다. 상대의 상황을 이해하려고 노력했고 혹여나 피해 주지 않았을까 생각했다. 그리고 무엇보다도 같이 하는 작업에 흥미를 느꼈다.
아직은 좋은 협업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그런데 확실한 건 모든 것이 마무리되었을 때, 팀원들에게 도움을 주었을 때 정말 기분이 좋았다. 첫 주차 미니 프로젝트는 이걸로 만족하려고 한다. 그리고 다음번엔 더 좋은 팀원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항상 시작은 호기롭다. 잘할 자신이 있고, 어떤 어려움도 까짓거 하는 마음으로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나 스스로 나를 제일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이럴 때 보면 또 그렇지 않은 것 같다. 당장 극복이 힘든 벽을 느끼는 순간 자신감이 꺾인다. 처음엔 좌절하고 지나치게 많던 의욕이 한없이 줄어들고 주변에 조금이라도 거슬리는 것이 있으면 짜증이 밀려온다. 처음에 넘치던 자신감과 의욕도 여기에 한 몫 하는 것 같다.
이번에도 두어 번 그런 순간들이 있었다. 내가 아는 나의 부족함이 눈앞에 다가왔을 때 그랬고, 쉽게 극복이 안 될 때 그랬다. 당연한 건데 공부한 지 얼마 안됐는데 아는 게 더 이상한 거 아닌가 생각해야 했지만, 욕심이 컸나 보다. 그 순간이 너무 괴롭고 못해낼 것 같고 잘하는 사람들이 너무 눈에 들어왔다. 하다 보면 괜찮겠지라는 생각만으로는 버티기 힘들 정도였다. 내가 할 수 있을까? 극복할 수 있을까? 좌절감에 빠졌던 것 같다.
지금은 그때를 견뎌준 나한테 고맙다. 이번에 가장 크게 느낀 부분은 결국은 어찌어찌 하게 되고 할 수 있다는 것이었다. 크게 대단한걸 한 건 아니지만 작은 위기를 극복하면서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봤고 그런 점이 내가 앞으로 한 발짝 더 나아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고 될 것으로 생각해보려고 한다.
앞으로 분명 더 힘든 순간들이 올 것이고 걱정도 있지만 기대가 크다. 내가 많이 부족한 걸 아는 만큼 메꿔지는 것도 눈에 잘 보이기 때문인 것 같다. 좋은 결과를 내고 좋은 경험을 할 수 있다면 짧지 않은 기간 동안 건강, 시간 전부 갈아 넣더라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 그래야 후회도 없을 것 같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