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근 윈터테크 회고

우기·2025년 5월 2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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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류

2024년, 나는 SW 마에스트로라는 대외활동에 참가하며 ‘그라운드 플립’이라는 프로젝트를 진행했다.

그라운드 플립”은 위치 기반 데이터와 사용자의 걸음 수를 결합한 게임형 만보기 앱으로, 사용자가 실시간으로 땅을 점령하며 활동 데이터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프로젝트였다. 나아가 AWS 인프라를 직접 설계하고, 대규모 Geo 데이터 최적화를 고민하며 다양한 인프라와 백엔드 기술들을 다뤄볼 수 있었다.

지도와 관련된 여러 이슈를 다루다 보니, 자연스레 관심이 깊어졌다.

사실 예전부터 길을 잘 찾는 편이었고, 심심할 땐 지도로 동네를 이리저리 둘러보며 POI(주변 관심 지점)를 구경하는 게 취미이기도 했다. 하지만 이 흥미를 본격적인 커리어로 이어가야겠다는 생각까진 하지 못했었다. 그냥 “지도 관련 회사에서 일할 기회가 있으면 재밌겠다”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당근마켓 윈터테크 인턴십 공고를 보게 된다.

무려, 지도 팀에서 인턴을 모집한다는 것!

공고를 처음 봤을 때의 느낌은 지금도 생생하다. “혹시… 이거 나를 위한 자리 아니야…?”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너무 나와 잘 맞는 포지션이라고 느꼈다.

기회라는 건 정말 이렇게 갑자기 오는 걸까?

포트폴리오와 이력서는 기존에 다른 회사에 지원할 때와 크게 다르지 않게 준비했다. 다만, 이번엔 심사위원분들의 눈길을 한 번이라도 더 끌기 위해 아래와 같은 문구를 첫 페이지에 추가해뒀다.

지도 관련 앱을 기획, 개발, 운영해보았습니다.

시간이 흘러… 어느새 서류 발표 날이 다가왔다.

같이 지원했던 지인들은 하나둘 메일을 받기 시작했지만, 나는 밤 10시가 되어도 메일이 오지 않았다.

오픈채팅방 분위기를 보니, 보통 저녁 시간대에 합불 상관없이 결과 메일이 모두 도착하는 것 같았다.

뭐지… 배치 잡 돌다가 서버가 죽었나…???

불안한 마음을 안고 잠들었고, 다음 날 점심시간이 다 돼서야 잠에서 깨어보니…

메일이 와 있었다. 합격이었다.

정말 기뻤다. 사실 작년 하반기, 당근마켓의 Location Intelligence, 부동산 등 위치 데이터와 관련된 직무에 지원했었지만 모두 서류 탈락했었다.

그래서인지 이번 서류 합격은 더더욱 감격스러웠다. 인턴 포지션이었기에 조금 더 가볍게 봐주신 걸까? 어쨌든 운이 좋게도, 인터뷰라는 정말 값진 기회를 얻게 되었다.


면접

서류를 통과하고 나니, 바로 면접 준비에 들어갔다.

하지만 막상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전혀 감이 잡히지 않았다.

‘라이브 코딩 테스트’라는 단어가 특히 무섭게 느껴졌다. 면접관 분들 앞에서 직접 코딩을 한다니… 이거 괜찮을까?

이 글에서 면접 내용에 대해 어디까지 공유해도 될지는 모르겠지만, 적어도 대비할 수 있는 성격의 면접은 아니라고 판단했다. 그래서 포트폴리오에 적은 내 경험들을 위주로 정리하고, 자연스럽게 흐름을 가져가자는 마음가짐으로 준비했다.

면접 날. 1시간 일찍 도착해 1층 스타벅스에서 빵을 먹으며 대기했다.

하지만 너무 긴장한 나머지, 결국 모두 토해버렸던 기억이 있다.

자기소개를 중얼거리며 포트폴리오를 정리하고, 마인드 트레이닝을 하다 보니 어느새 입장 시간이 되었다.

회사가 있는 층으로 올라가 문을 열자마자 느꼈던 첫 인상은 “정말 자유로운 분위기의 스타트업 같다”는 것이었다.

킥보드를 타고 오가는 직원분들, 로비에서 다 같이 요거트를 시켜먹고 있는 모습…

정말 인상 깊었다.

면접 자체는, 지금까지 겪었던 모든 면접 중 가장 좋았다고 말할 수 있다.

면접관분들은 내 경험을 충분히 이해한 상태로 질문을 던져주셨고, 질문 하나하나에 이유가 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무엇보다도 내가 솔직하게 이야기할 수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 주셨다는 점이 정말 감사했다.

걱정했던 라이브 코딩 테스트도, 운 좋게 직전에 독학했던 지식을 활용할 수 있었던 터라 큰 무리 없이 잘 마무리할 수 있었다.

결과와는 별개로, 면접 경험만으로도 충분히 얻은 게 있었다고 느껴졌던 시간이었다.


결과

결국, 나의 프로젝트 도메인 경험이 긍정적으로 작용했을까? 아니면 면접에서 솔직하게 이야기했던 모습이 인상적이었을까?

운이 좋게도, 약 3개월 동안 당근마켓이라는 굴지의 IT 기업에서 그것도 ‘지도’ 도메인 팀에서 함께 일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를 얻게 되었다.


입사 이후

Local Business의 Search & Discovery 팀의 백엔드 엔지니어로 입사하게 되었다. 지도가 만들어지고, 컨텐츠가 올라가는 과정을 지켜보거나 참여할 수 있었다. 특히, 지도라는 희귀한 도메인을 좋아하지만, 같이 얘기할 사람이 없었는데 이곳에 오니 매일 매일 지도 얘기를 할 수 있었다.

실제로 처음 뵙게 된 GIS 엔지니어라는 처음 뵙게된 직군 분들과도 여러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내가 맡았던 일

이제 내가 당근에서 맡았던 일에 대해서 얘기해보려고 한다. “지도가 만들어지고 서빙되는 전반적인 시스템을 개선했다” 정도로 말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도를 만든다는게 무슨 소리지?

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나 역시 입사 전까지는 비슷한 궁금증을 가졌었다.

지도를 만든다는 건 단순히 마커 몇 개를 띄우거나, 폴리곤을 그리는 수준의 일이 아니었다.
현실 세계는 너무나 넓고 복잡하기 때문에, 우리는 이를 일정한 크기로 쪼개어 ‘지도 타일(Tile)’이라는 단위로 나눈다.

각 타일은 (z, x, y)라는 좌표로 표현된다.
여기서 z는 줌 레벨, x와 y는 해당 축의 위치를 나타낸다.
우리는 전국의 하천, 건물, 도로와 같은 공간 데이터를 받아 이를 벡터 타일로 변환하고, 그 위에 POI(식당, 병원, 카페 등)를 입혀 하나의 지도 스타일로 구성해간다.

그래서 이렇게 지도를 만드는 과정을 ‘지도를 굽는다’ 라고 표현하는데, 처음에 들었을 땐 뭔가 귀여운 표현같다고 생각했었다.

회사에 와서 놀란 점

첫 실무 경험이었기에, ‘실제 회사에서 개발을 어떻게 할까?’라는 막연한 궁금증이 많았다.
하지만 막상 현장에 들어가보니,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많은 걸 배울 수 있었다.

  1. 수평적 기술 토론(?) 문화

    나를 페어로 봐주시던 분은 무려 1n년 차 시니어 개발자분이었다.
    입사 초기에는 코드 리뷰나 의견을 제시할 때 무의식적으로 그분의 의견을 전적으로 따르게 됐었다. 뭔가 말씀하시면 “네네 그렇죠” 하고 무의식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곤 했다.
    그런데 그분은 그런 태도를 경계하셨고, 오히려 “같이 고민해보자”는 자세로 나를 대해주셨다.

    덕분에 기술적으로 내가 더 낫다고 생각하는 바를 편하게 이야기할 수 있었고, “ㅇㅇ님이랑 열띤 토론하는 소리 들리던데 ㅋㅋㅋ”라는 말까지 들을 정도로 자연스럽게 팀의 일원으로 녹아들 수 있었다.

  2. 무려 “사내 개발자 플랫폼”이 존재한다.

    Kontrol이 그것인데, 처음에 사용했을 땐 정말 신세계였다. 코드가 Merge되는 순간 Alpha 환경까지 자동으로 배포가 완료되었고, 이후에는 배포 방식을 골라 버튼만 누르면 프로덕션으로 배포가 완료되었다.

    이외에도 다양한 기능들이 있었지만… 정말 “개발”만 할 수 있게끔 도와주는 툴이었다.

아쉬웠던 점 & 배운 점

3개월 동안 정말 쉼 없이 달렸다.

이곳에 다 담을 수는 없지만, 야근 택시를 타본 적도 있었고, 어느 순간엔 출퇴근 시간이 너무 아까워 회사 근처 고시원을 알아본 적도 있었다.

큰 후회는 없다. 하지만 돌아보면 “그때 이렇게 했으면 조금 더 잘할 수 있지 않았을까?”싶은 순간들이 있다.

  1. “돌아가게끔 만드는 것은 누구나 한다. 잘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이건 내가 3개월 동안 당근에서 가장 크게 배운 한 문장이다.
    배운 점이자, 아쉬운 점이자, 앞으로 내가 가장 보완해야 할 부분이기도 하다.

    회사에 오기 전, 나는 여러 프로젝트를 진행해왔다.

    그중에서도 메인이라고 할 수 있는 ‘그라운드 플립’은 빠르게 작동하는 MVP를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했기에, ‘일단 동작하게 만드는 것’에 초점을 두고 개발을 했다. 품질이나 안정성도 어느정도는 챙기긴 했지만, 어디까지나 “지금 당장 보여줄 수 있는 것”에 집중한 개발이었다.

    물론 그 전략은 꽤 유효했고, 우리는 짧은 시간 안에 만족스러운 성과를 낼 수 있었다.

    하지만 회사는 달랐다. 고품질의 응답이 요구되고, 많은 트래픽이 몰리며, 실패했을 때 그 피해가 사용자에게 직결되는 환경이었다.

    그런데도 나는 첫 업무를 맡을 때까지, 여전히 ‘돌아가는 것’에 초점을 두고 있었다.

    첫 업무는, 특정 모듈을 Kotlin에서 Go로 포팅하는 일이었다.

    나는 업무를 받자마자, 동일한 기능을 수행하는 Go 라이브러리를 찾는 데 3일을 소모했다.

    물론 라이브러리 리서치 자체는 중요하다. 하지만 돌이켜보면, 그보다 먼저 파악했어야 할 것들이 있다.

    • 이 모듈이 우리 팀 전체 서비스에서 어떤 역할을 하고 있는지
    • 내가 바꾸려는 작업이 어떤 부수효과를 일으킬 수 있는지
    • 배포 후 예상치 못한 문제가 발생하면 어떻게 롤백할 수 있는지

    나는 기능 구현에만 몰입한 나머지, 이 서비스가 어떤 맥락에서 작동하는지를 깊이 고민하지 못했다.

    ‘잘 만든다’는 건, 단순히 코드 작성만을 의미하는 게 아니란 걸 뼈저리게 배웠다.

  2. 주도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생각보다 정말 어렵다.

    지금까지 진행했던 대부분의 프로젝트는 협업 난이도가 낮았다.

    같은 학교, 비슷한 또래, 말이 잘 통하는 친구들과 함께였고, 언제든지 편하게 의견을 나눌 수 있었다.

    게다가, 대학 프로젝트나 대외활동은 성과가 학점이나 수료 조건으로 연결되기에, 자연스레 누군가가 일을 Drive하게 된다.

    때론 내가, 때론 다른 팀원이 중심을 잡아주며 프로젝트가 굴러갔다.

    하지만 회사에서의 일은 다르다.

    겉으로 보기엔 혼자 진행하는 작업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수많은 사람과 밀접하게 연결된 흐름 속에 있다.

    내가 맡은 작업이 완료되기 위해선, 타 팀의 API가 먼저 완료되어야 하거나, 관련 엔지니어의 승인이 필요하거나, 디자이너나 PM과 사전 조율이 필요한 경우가 많다.

    그리고 이 모든 상황을 인지하며, 스스로 타 팀과의 회의를 잡고, 의사결정을 진행하고, 일정에 반영하는 일까지 내 몫이다.

    때로는 내가 추진하고 싶은 방향과 다른 의견들이 부딪힐 때도 있다.

    그럴 땐 두 입장을 모두 이해한 채로 중간에서 조율하는 일 역시 나의 책임이 된다.

    (위 얘기들은 실제 내 상황을 기술한 것은 아니며 예시를 든 것이다.)

    ‘주도적으로 일한다’는 것은 단지 앞장서는 게 아니라, 이해관계를 조율하고, 책임을 지고, 흐름을 끌어가는 것이라는 걸 실감했다.

이 두 가지는 내게 단순한 기술적인 피드백이 아니라, 개발자로서 일하는 자세에 대한 중요한 깨달음이었다.

앞으로 어떤 팀에 있든, 어떤 기술을 다루든, 이 배움만은 잊지 않을 것 같다.

퇴사

그렇게 세 달간 열심히 달려온 끝에, 무사히 수료할 수 있었다.

내가 흥미를 가져왔던 ‘지도’라는 도메인에서, 실제로 그 일을 업으로 삼고 있는 사람들과 매일같이 대화를 나눴다.
그리고 그 사이에서, 나보다 훨씬 더 뛰어난 엔지니어분들의 코드를 읽고, 설계를 보고, 리뷰를 받으며 조금씩 성장할 수 있었다.

때로는 내가 낸 작은 의견이 받아들여지기도 했고, 때로는 아무도 몰랐던 문제를 발견하고 먼저 제안할 수도 있었다.
누구보다 빠르게 성장하고 싶었던 나에게 이 경험은 정말 소중했고, 개발자로서 어떤 자세로 일해야 하는지를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

물론 모든 것이 쉽지는 않았다. 하지만, 어렵고 막막했던 순간조차도 지금 돌이켜보면 전부 배움이었다.

이제 다시 취준생의 자리로 돌아오지만, 이곳에서 보고, 듣고, 배운 모든 것들은 앞으로 어떤 팀에 있든 나만의 기준이 되어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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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한번 더 생각하는 개발자를 지향합니다!

9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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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5월 29일

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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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5일

멋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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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9일

신입들이 회사들어가서 하는 고민이 다 비슷하네요 당근도 그렇군요 확실히 기능구현의 오류에 빠지는것같습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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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10일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서비스 초반 메일로 건의사항을 몇개드렸던 사람입니다 !

멋지게 성장하고 계신 모습보니 저도 의욕이 불타오르네요 화이팅입니다 !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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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11일

높은 자율성과 책임감: 당근은 인턴에게도 실제 팀원과 동일한 수준의 자율과 책임감을 부여합니다. 단순히 시키는 일을 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문제를 정의하고 해결 방안을 모색하며, 프로젝트에 대한 오너십을 가지고 참여하는 것을 강조합니다. 이는 인턴들에게 큰 성장의 기회를 제공하지만, 동시에 상당한 부담감으로 다가올 수도 있습니다. https://www.targetpayandbenefits.i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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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11일

우왕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우기당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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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12일

What an interesting knowledge, thanks for shari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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