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31] 담장과 쪽문 🐋

이순간·2025년 5월 31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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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RAFTON JUN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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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팀이 바뀔 때마다
나는 스스로와 약속하듯 작은 돌멩이를 하나씩 치워왔다.

그 돌은 우리가 나눴던 말들,
함께 웃었던 순간,
어쩌면 꺼내지 못했던 미안함 같은 것들로 이루어져 있다.

혹시라도 마음속에 작은 벽이 생기면,
그걸 매일 조금씩 허물어야 한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왔다.
작은 선물이나, 인사처럼 사소하지만 소중한 행동으로.

한 친구가 내게 이렇게 말했다.
“사람 사이에 담장 정도는 있어도 괜찮지 않을까"

담장은 벽이랑은 다르다.
벽은 서로를 가두지만
담장은 서로의 경계를 인정해 주는 것이다

담장이라는 말이 참 이상하게 마음에 들어왔다
담장이라면,
서로의 공간을 지켜주면서도 언제든 마주칠 수 있는,
그런 호의적 경계 같아서.

나는 여전히 담장에 작은 쪽문을 만들어두고 싶다.
누군가가 다시 찾아오고 싶을 때,
마음 편히 열고 들어올 수 있는 문.

마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웃으며 손 흔들 수 있는 그런 문.

사람과 사람 사이의 거리는 어쩌면
담장의 높이만큼 일지도 모른다.

너무 멀어지지 않도록,
너무 가까워서 상처 주지 않도록,

그리고 나는 문득 깨달았다
담장을 아름답게 가꾸고,
누군가 들어오고 싶게 만드는 것 역시
나의 책임이라는 것을.

나는 담장에 파란색 장미꽃을 피워두고 싶다.
그 꽃이 문득 누군가의 마음을 두드릴 수 있도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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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툴지언정 늘 행동이 먼저이기를

1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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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6월 2일

난 쪽문 말고 대문으로 발소리를 매우 쿵쿵 내면서 들어가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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