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회사에서 맡았던 첫번째 프로젝트를 끝내고 작성했던 회고를 끝으로
한 글자도 적지 않았던 내가 약 9개월만에 돌아와 글을 쓰고 있다.
그동안 글을 적지 않았던 변명을 해보자면,
1. 나는 블로그를 쓰는 게 일로 느껴졌다.
2. 개발적으로 내가 삽질하고 공부한 것만 적어야 할 것 같았고,
3. 그래서 방과 후 숙제 같았다.
4. 그래서 하기 싫었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완벽한 실패와 나름의 성공을 포함해) 몇 가지의 사이드 프로젝트를 했었고
개발 지식을 글로 남기는 것보다는 꽤 삽질의 시간을 보냈던 것 같다.
개인적으로는 회사 메인 서비스 개발을 하게 돼 여러 프로젝트에 참여하며 도메인 지식을 쌓았고,
연애 사업도 열심히 하느라 글을 쓸 시간이 없었다.
무엇보다 위에 썼던대로 블로그를 한다면 개발자로서 응당 개발 블로그를 운영해야 할 것 같은
의무감에 휩싸이는데, 나 역시 그런 의도로 블로그를 시작했지만 매번 뭔가 새로운 지식을
알아내서 공유한다는 건 쉽지 않았고 너무 부담스러웠다.
그래서 자연스럽게 글을 쓰는 걸 멀리하게 됐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굳이 개발에 대한 것만 쓸 필요는 없지 않은가?
그냥 내가 생각하고 느낀 대로, 그게 개발이 됐든 회사 생활이 됐든, 연애사가 됐든,
그냥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적는 일종의 창구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작년 한 해는 개발을 참 열심히 하고 또 잘하고 싶었다.
그래서 남을 많이 질투하기도, 내 스스로를 너무 몰아세우기도 했던 것 같다.
그리고 주변인들에게도 너무 화를 많이 냈던 것 같기도 하다.
(주변 분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물론 여전히 일에 대한 열정은 있지만, 그 열정으로 인해 주변에 화를 내는 건 하지 않으려고 한다.
올해 내 목표가 화 내지 않기
생각해보면 다들 각자의 입장에서 각자 잘하고 싶을 것이다. 생각이 다른 거고,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게
누군가에게는 맞지 않을 수 있다. 그걸 머리로는 알지만 사실 마음적으로 받아들이기는 쉽지 않을 때가
많다. 그래도 내가 항상 맞는 건 아니니까 앞으로는 입을 좀 닫고 귀를 좀 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 내 친구 중 한 명이 그런 말을 한 적이 있다. 어느 날 그 친구를 만났는데 평소와 달리 너무 말이 없길래
무슨 일이 있느냐, 왜 이렇게 말이 없냐고 물었다. 그랬더니 그 친구 왈, 평소에 자기가 같이 다니는 친구들이랑
모여서 무언갈 얘기하고 있었는데 항상 자기가 제일 말을 많이 하는 것 같아서 그날따라 입을 닫고 가만히 친구들이 하는 말을 들었더니 자기가 너무 많이 말을 해서 친구들이 그동안 말을 참았던 거지, 자기가 조용히 하니 다들 할 말을 잘 했다고, 그래서 너무 자기만 말을 했구나 그런 반성을 하게 됐다고 했다.
그 때는 아 그냥 그렇구나 했는데, 점점 시간이 지날수록 그 때의 그 이야기가 때때로 생각이 나면서
말을 좀 줄이고 남들 이야기도 좀 들어보자 하는 때가 오곤 한다. (항상 그런 건 아니고 일정한 주기를
탄다고 해야 하나?) 작년에는(올해 1월을 포함해) 나름대로 할 말 안 참고 많이 한 것 같다.
(물론 참기도 했다. 응당 사회적 동물이라면 선은 지켜야 하니까?)
그래서 민족대명절 설을 기점으로 이제 한동안은 내 얘기보다는 남들의 얘기를 좀 들어보려고 한다.
뜨거움은 좀 내려놓고 차분하고 이성적으로 놓인 문제를 바라보고 해결책을 내놓는 연습을 하면 좋겠다.
이번 새해를 맞이해 다짐한 최소 한 달 한 권, 일 년 합산 10권 이상의 책을 읽고자 하는데
벌써 (작년부터 읽던 책 포함) 2권을 완독했다. 지금은 파트장님한테 추천받은 자기계발서를 읽고 있는데
솔직히 자기계발서를 좋아하진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소설을 제일 좋아하고 주로 소설만 읽는다.)
그래도 자기계발서는 뭔가 새로운 일을 시작할 때 저지를 수 있게 도움을 주는 힘이 있다.
그게 이 글이고, 앞으로는 길든 짧든 개발이든 아니든 하루에 하나의 포스트를 발행하려고 한다.
아 개인적으로 또 이사를 간다. 이 전세 사기가 판치는 시기에 전셋집을 얻어 이사를 간다.
그래도 한 달에 내던 월세가 없어지니 2023년에는 좀 더 많이 저축을 할 수 있으리란 기대를 품는다.
글을 쓰는 이유는 별 건 없고, 원래 학생 때? 그 때는 꽤나 글로 방귀 좀 뀌었었다.
(진짜다. 본가에 아마 내가 받은 백일장 대회 상이 몇 개는 있을 거다.)
그래서 내가 진짜 글을 좀 잘 쓴다고 믿었고 문과를 간 것도 그 때의 성공의 추억이 어느 정도 영향을
미친 것도 있지 않을까 싶다. (라기엔 과학에 큰 흥미가 없었다. 그러나 지금 후회한다.)
그래서 다시 돌아오자면 글을 쓰는 걸 나름대로 좋아하고 뭔가 쓰면 후련한 기분이 든다.
요즘에는 블로그가 너무 잘 되어 있어서 누구나 멋진 글을 손쉽게 쓸 수 있고, 베스트셀러 작가가 될 수 있지 않은가?
책을 내는 건 너무 거창하니까 나도 그냥 취미로 몇 자 적어보는 것이다. 가끔은 하루에 무언갈 배운 것도 있는데
어딘가에 기록하지 않으니 그냥 흘려보내는 기분이 들기도 했다. 그래서 너무 빨리 흘러가버리지 않게
잠시나마 묶어둘 수 있는 도구로 포스팅을 선택하려 한다.
가끔은 개발 얘기를 할 거고 대부분의 경우에는 개발 얘기를 하진 않겠지만 한 해가 마무리가 될 즈음엔
그래도 열심히 한 해를 기록했구나 내 스스로 뿌듯해 할 수 있는 그런 2023년이 됐으면 좋겠다.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