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이 재미없어지는 이유

상만·2026년 9월 10일

개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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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들어 개발자로써의 삶이 재미가 없다.

일이 힘들어서 그렇나? 라고 하면 그것도 아니다. AI가 없던 시절에는 아직까지도 못할 작업을 이미 다 쳐내고 할게 없어서 사소한 리팩토링만 하고,
밤 늦게까지 개발한적도 거의 없어 개발이 다음날 삶에 지장을 주지도 않는다.

그럼 나만 그런걸까? 소프트웨어마이스터고(이하, 소마고)를 졸업하여 주변에 실무 개발자가 많아, 물어보니 다 비슷하게 답한다.

일은 훨씬 더 쉽고, 워라밸도 우려와 다르게 잘 보장되는데 개발이 재밌냐 하면 그건 아닌거 같다.

대부분 위와 비슷한 말들을 한다.

분명 소마고까지 가서 개발을 배운 애들은 대부분 개발에 관심이 있어 시작한걸텐데 왜 다들 재미가 없다 할까?

개발을 처음 공부했던 시기는 어땠을까?

난 개발을 중학교 3학년, 갑자기 인문계 가기 싫어서 소마고를 지원했다. 그리고 얼떨결에 원서 합격을 해서, 급하게 면접 준비를 하기 위해 23년도 8~9월에 처음으로 개발을 접하였다.

그때 컴퓨터로는 게임밖에 안하던 나에게 개발이란건 신세계였다.

당시 C로 처음 접하여 포인터까지 공부하였는데, 난 수학에서도 문제 공식의 이론에 대해 접근하는걸 좋아해서 코딩이 나랑 잘 맞는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여기서 모르는건 주로 Github discussions, Stack Overflow, 기술 블로그 등을 보면서 공부했다.

프로젝트를 만들었던 시기는?

내가 프로젝트를 제대로 만들었던 시기는 24년도 6월쯤이었다.

그전까진 뭐했냐 라고 하면 난 웹디자인기능반이었다.

html, css, js, php, ps를 통해 디자인 + 풀스택을 하던거였는데, 우리 학교가 기능반을 강제로 없애버려서, 다른 프론트 지망생들에 비해 다소 늦게 React, TS를 시작하였다.

그리고 그때 당시에 GPT 3.x 버전들이 연달아 나왔는데, 이를 통해 LLM으로 개발을 하는게 개발자들 사이에서 유행이었다.
하지만 그때 당시 LLM은 굉장히 멍청하여서 난 실 개발에 넣기보다, 학습 보조용으로 주로 사용했다.

그렇게 LLM을 보조 도구로 활용하면서 남들에게 뒤쳐지지 않기 위해 한번에 4~5개의 프로젝트들을 개발하였다.

이로 인해 밤을 새는 일이 잦았고, 1주일동안 에러 하나를 붙잡고 있을 정도로 여러모로 고생을 많이 했다.

그땐 개발이 재밌었나?

그럼 그땐 개발이 재밌었냐? 라고 묻는다면 난 주저없이 재밌었다고 할꺼다.

아침부터 새벽까지 붙잡던 에러가 해결되고 화면이 나왔을때의 그 희열감,
내가 몇달전에 짠 코드를 다시 보니 과거의 나에게 어떤 피드백을 줄지 고민하면서 느끼는 성취감,
해커톤을 나가 밤을 새며, 머리가 안돌아가는 상태로 팀원들과 시덥잖은 얘기를 하면서 피식하며 웃는 사소한 행복까지

비록 마음이 많이 힘들었지만, 위와 같은 상황들로 회복하면서 난 개발을 굉장히 좋아했었다.

그럼 지금은 왜 개발이 재미없나?

내가 고민해보고 느낀점으로는 두가지 이유가 있다.

  1. AI로 인해 더이상 내가 개발하지 않는다
  2. 개발이 이젠 일이 되버렸다

아무래도 1번이 젤 큰거 같다.

옛날엔 팀원들과 머리를 맞대며 서로 얘기하면서 서로 프로젝트 아이디어를 주고받으면서 서비스 기획도 해보고,
직접 코드를 짜면서 모르는건 검색해보고, 에러를 가지고 팀원과 새벽까지 붙잡다가 갑자기 성공 화면이 딱 뜰때 친구와 서로 부둥켜 안으며 드디어 잘 수 있다며 기뻐하던 그 희열감.

근데 요즘은 어떤가? 내가 원하는 아이디어가 있으면 AI에게 돌려서 기획 구체화하고 피드백 받고, AI가 개발하고 디버깅해서 완성된 화면막 띡 갖다준다.

내가 만들고 싶은 프로젝트가 있으면 그냥 내 손이랑 AI만 있으면 알아서 다 해준다.

심지어 최근 GPT Astra의 등장으로 그냥 내가 이상하게 말해도 내가 원하는걸 띡 갖다준다 라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럼 편하고 좋은거 아님?

물론 내가 원하는걸 딱딱 만들어서 딱 나오는걸 보고 처음엔 좋았다.

하지만 하다 보니 점점 그냥 난 텍스트만 입력하면서 개발자가 아니라 그냥 타자 치는 사람 같다. 라는걸 느꼈다.

해커톤을 나가도 AI로 개발하고, 업무들을 AI로 인해서 휙휙 쳐내고 하루를 꼬박 투자해야 완성할걸, 1시간만에 디자인, 로직, 테스트 코드까지 완벽히 구현해낸다.

그럼 AI를 안쓰면 되는거 아닌가?

그건 또 어렵다. 이게 뭔 말도 안되는 소리냐 할 수도 있다.

그럼 비교해보자. 내가 팀장이 되어서 인턴 A,B에게 각자 문의폼이 있는 랜딩페이지를 하루안에 만들어 오라 했다.

인턴 A는 AI를 써서 화려한 디자인과 문의 기능까지 다 완벽히 구축해왔다. 코드도 까보니 완벽했다.

인턴 B는 직접 개발하여 그냥 "음. 깔끔하네." 라고 생각할 무난한 디자인의 랜딩 페이지를 구축해왔지만,
문의 기능은 시간이 부족하여 다 구현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코드라도 보니까 그냥 단일 html에 인라인 css로 개발했다.

이러면 누구를 뽑겠는가? 둘 다 성격도 비슷하고 성장 가능성도 비슷하다 봤을땐 난 주저없이 인턴 A를 뽑을거다.

요즘 개발 시장이 그렇다. AI를 통해 더욱 생산성 있는 일을 한 사람이 각광받고, 그러지 않는 사람은 도태된다.

근데 여기서 AI를 안쓰고 개발한다? 남들 휴대폰 쓸때 혼자 비둘기로 편지 보내는거랑 다를게 없다.

개발이 일이 된것도 있다

물론 AI 때문만은 아니다.

학생때는 프로젝트를 만들면서 거창한 이유가 필요없었다. 그냥 재밌어 보이면 기획하고 개발했다.

만들다가 흥미 떨어지면 접고, 새로운 기술 소식을 들으면 기존 코드를 엎고 적용시키고 했다.

근데 일이 되면 좀 달라진다. 내가 원하는 기술보다 상황에 맞는 기술을 선택해야 하고,
내가 만들고 싶은것보다 서비스에 필요한걸 먼저 만들어야 한다.

그리고 학생땐 하기 싫으면 그만했지만, 지금은 업무 시간에는 계속 개발과 관련된걸 해야한다.

좋아해서 시작한걸 일까지 한게 처음이라 이런걸수도 있지만, 아직은 다소 재미없는게 사실이다.

그럼 나의 문제가 정확히 뭘까

내가 위와 같은걸로 개발에 번아웃이 오기 시작하자, 나와 비슷한 문제를 겪어봤을꺼 같은 선배에게 물어봤다.

그리고 난 내가 결과물보단 과정에 재미를 느꼈다는걸 알았다.

내가 위에서 말했던것들은 다 결과물을 만드는 과정 안에서의 재미였다.

근데 지금은 그 과정이란게 없다.
요즘 에이전트들은 브라우저 띄어서 테스트하고, 로그 추적해서 분석하고 수정하고 이상 없으면 배포하니까..

사람은 그냥 가만히 앉아서 커피 한잔 하거나 폰 보면서 다 완성할때까지 기다리기만 하면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하나

솔직히 아직 잘 모르겠다.

내가 과정에서 재미를 느끼는 사람이라는걸 알았다고 해서 AI를 안쓰고 직접 모든걸 개발할 수도 없다.

앞에서 말했듯 AI를 쓰지 않는건 생산성 측면에서 너무 큰 손해고, 앞으로 AI가 더 발전하면 지금보다 직접 코드를 작성하는 일은 더 줄어들거라 생각한다.

그렇다고 일부러 에러를 직접 해결하고, AI가 몇분이면 찾아줄 내용을 몇시간동안 검색하면서 예전의 개발 방식을 고집하는것도 이상하다.

결국 나도 계속 AI를 사용해야 하고, AI가 계속 발전하면서 아마 지금보다 더 많이 사용하게 될거다.

그래서 이 글을 쓰면서도 아직 어떻게 해야 예전처럼 개발을 재밌게 할 수 있을지에 대한 답은 찾지 못했다.

AI를 사용하는 새로운 방식에서도 과정의 재미를 찾게 될 수도 있고,
시간이 지나면서 개발은 그냥 일이 되고 다른 곳에서 재미를 찾게 될 수도 있다.

아직 개발자로 일한 기간도 길지 않으니 지금 당장 답을 내릴 필요도 없다고 생각한다.

다만 예전에는 개발을 하면서 이런 고민을 해본적이 없었다.

어려운걸 하나씩 해결하면서 내가 성장하는게 보였고, 그 과정 자체가 재밌었으니까.

지금은 AI 덕분에 그때보다 훨씬 적은 시간으로 훨씬 많은걸 만들 수 있게 됐다.

그런데 아이러니하게도,

개발이 가장 쉬워진 지금, 나는 처음으로 개발이 왜 재밌었는지를 고민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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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프론트엔드 개발자

13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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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2일

개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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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4일

요즘 산업 분위기 자체가 개발자가 더 좋은 품질을 위해 고민하는 시간 자체를 병목으로 여기는게 참 슬픈 것 같습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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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4일

글이 좋아요. 잘 봤어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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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5일

모두가 비슷하게 느끼는 것 같습니다 ㅜㅜ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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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6일

공감합니다 좋은 글이었습니다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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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9월 18일

저랑 같은 고민하시네요...

1개의 답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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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일 전

공감합니다 좋은 글 감사합니다

1개의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