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 토요일인 8월 19일, 23기 넥스터즈 활동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번 기수에도 나름 느낀 점도 얻어간 것도 많아 후기를 남겨볼까 한다.
(최종 발표 PPT의 첫 페이지를 가져왔다. 너무 이뻐서 틈새 홍보를 해본다.)
이번 기수에(도) 내가 PM이 되서 우리 팀원들과 8주간 열정을 다해 만든 넥스터즈 팀 빌딩 서비스이다. 여기서 팀 빌딩 서비스라는 단어가 어색할 수 있어 쉽게 이야기하면 팀원 선택 서비스라고 생각해도 좋다.
넥스터즈는 매 기수를 시작하기 전에 아이디어를 발제하고 투표하여 선정된 아이디어로 8주간의 팀 프로젝트를 진행한다. 이때 아이디어를 발제한 사람이 PM이 되는데, 같이 프로젝트를 하고 싶은 사람을 팀원으로 선정해 팀 빌딩을 해야한다. 그러나 그 과정이 지난 기수에는 꽤나 불편했다. 구글 설문지로 팀 지망을 받고 스프레드시트로 옮긴 뒤, PM들이 일일히 수동으로 팀원을 선택하고 해당 열을 지우는 식으로 팀 빌딩을 진행했다. 넥스터즈의 모든 활동이 만족스러웠으나 하나 아쉬운 점을 뽑으라면 이 팀 빌딩 과정이었기 때문에, 이번 기수에는 이 부분을 개선해서 넥스터즈에 기여를 하고 싶었고, 발자취라도 작게 나마 남겨보려 했다.
그리고 작게나마 남길려고 했던 발자취는 꽤나 크게 남겨 버리고 말았다… 왜냐하면 8주 간의 활동 마지막 날, 최종 발표를 하고 투표를 통해 프로젝트 1~3위를 뽑는데, 정말 놀랍게도 1등을 차지했다.
사실 최종 발표날 전에는 운좋으면 1등일 수도 있겠다라는 생각을 솔직히 했다. 다들 그렇지 않을까? 열정을 들이부은 만큼 잘되길 바라니깐 말이다.
그러나 그런 생각은 앞선 팀들의 발표를 듣고 어렵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왜냐면 대부분의 팀이 출시를 했고 너무 이뻤다. 다들 개발 완성도도 높았고 외부에 손보여도 좋은 서비스인데 반해, 우리 서비스는 넥스터즈 내에서만 사용될 서비스니깐 감점 요인이 되지 않을까 싶었다.
순위 발표는 3등부터 진행되었다. 그래서 속마음으론 3등이라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3등은 아니었다. 그럼 4등이겠구나 싶었고 2등도 아니여서 맘편히 있었다. 근데 1등을 했다…
가장 처음으로 든 생각은 “말도 안돼” 였다. 그리고 여러 가지 감정이 모여 소용돌이를 쳤다. 어떤 감정을 느꼈는지 설명하자면, 첫 번째론 지난 기수에 서비스 시연을 못해서 결과물을 제대로 못보여준 것 같아서 아쉬움과 죄책감이 있었는데 이 감정들이 해소되어서 안도감을. 두 번째는 발표하기 직전 순간까지 최선을 다해 함께 으쌰으쌰해준 팀원들에게 감사함을. 세 번째는 몇 달간 이직 및 퇴사 준비를 하면서 맘고생을 꽤나 했었는데 이렇게 기쁜 일로 인해 위로받는 듯한 느낌을. 네 번째는 모여모여라는 서비스를 좋게 평가해준 23기 넥터 모든 분들에게 감사함을. 마지막으론 옆에서 나의 대외활동을 응원해주고 지지해준 아내가 떠올라 행복함을 느꼈다.
1등 수상을 하러 올라가는 길에 앞서 말한 감정의 소용돌이 속에 자연스럽게 울컥했다. (나중에 23기 CEO인 여종님이 그때 울었어야 대박이라고 했다. 근데 진짜 울뻔했다.) 그래서 그런지 수상 소감을 말하긴 했는데 자세히 기억이 나질 않는다. 그나마 기억나는 건 너무나도 잘 만든 서비스들이 많았는데도 불구하고 좋게 봐주셔서 감사하다는 것과 1등이 된 이유가 배경음악이 있어서 였을까라고 말한 기억이다… ㅎㅎ… (TMI, 배경음악은 아내가 골라줬다. 참고로 처음에 내가 고른건 너무 구리다고 했다.)
이번 23기를 마치며 이번에도 몇 가지 느낀 점이 있다.
첫 번째, 나는 아직 기획 및 PM 역량이 부족하다는 걸 느꼈다. 나는 기획자가 프로젝트의 중심이 되어야하고 프로젝트와 관련된 내용은 모르는게 없어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이번 기수의 나는 기획적인 면에서도 구멍이 많았고 팀의 중심을 잡는데에도 약했던 것 같다. (변명을 하자면) 레퍼런스로 삼을 서비스가 거의 없는 것 같아 서비스 정책을 확정짓는데 어려움도 많았다. 그래서 팀 차원으로 함께 기획을 발전해 나가자는 명분을 내세웠다. 이 부분에서 의견을 받고 정리하는 역할을 내가 중심이 되어서 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했다. 그래서 초기에 팀을 얼라인시키지 못해 같은 말을 전달해도 서로 다른 그림을 경우가 있었다. 좋은 팀원들이 있었기에 서비스 개발을 잘 마무리할 수 있었지만, 개인적으로 나의 약점이라 생각이 드니 어떻게든 개선할 필요가 있어보인다.
두 번째는 새로운 기술과 협업 방식을 경험해볼 수 있어 매우 유익했다. 이번에 프레이머 모션을 사용해보고 싶어 디자이너 분과 처음에 프레이머로 협업을 했었다. 작업을 하면서 느낀점은 피그마와는 다른 결의 도구라고 생각하게 되었다. 피그마와 달리 프레이머는 디자이너와 프론트엔드 개발자와의 협업과 작업의 반복을 피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있다고 느꼈다. 나중에 알게된 거지만 프레이머를 제대로 쓰려면 디자인 시스템 기반으로 프론트엔드 개발자가 먼저 React로 공통 컴포넌트를 만들어주고 이를 디자이너가 활용해서 최종 결과물인 화면을 만들고, 프론트엔드 개발자는 바로 코드로 export해서 사용해야 유의미하겠다라고 느꼈다. 즉, 토스에서 예전에 발표했던 내용에 대해 이제서야 체감할 수 있었다. 물론 그때는 잘 이해하지 못하고 피그마보다 불편한 도구라고 생각해서 피그마로 돌아갔지만… ㅎㅎ 그래도 회사에선 경험하지 못했던 경험을 할 수 있어서 나름 만족스럽다. 새로운 기술은 panda-css를 사용해보았는데 매우 만족스러웠다. 만들어진지 얼마 안되는 라이브러리라 그런지, 버그로 보이는 현상을 issue로 제보해서 메인테이너가 하루만에 수정 및 배포해주는 경험도 할 수 있었고, css-in-js로 스타일링 하는데 결과물은 atomic css로 나오는 것을 보고 세상에는 천재가 많구나라는 것도 다시 한 번 느꼈다.
마지막으로 넥스터즈에선 항상 얻어가기만 하는 것 같다. 좋은 사람들과의 인연도 얻었고, 좋은 팀원들과 기분 좋은 추억도 쌓을 수 있었다. 그리고 8주 간의 활동을 하면서 나에게 부족한 점을 다시 알게되기도 했다. 넥스터즈가 잘 되었으면 하는 마음에 모여모여라는 팀 빌딩 서비스를 만들었는데, 오히려 1등이라는 영광을 얻게되었다.
나는 책을 읽는 것도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무언갈 만들어보는 경험이 가장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한다. 그런 점에서 넥스터즈 활동은 너무나도 달콤했다. 사이드 프로젝트를 통해 성장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두 번 추천한다.
라쿤 정말 수고 많았어~~~ 최고최고👍👍👍👍👍👏👏👏👏🔥🔥🔥🔥🔥🔥 CTO 너무 든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