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입 개발자의 한중일 취준 회고

장펄씨·2024년 12월 4일
46
post-thumbnail

사실 이거 온타임으로 보려고 일본왔어요

TL;DR: 일본 도쿄 에 취업하게 된 한국인 신입 개발자의 회고록입니다!

들어가며

오늘도 숨막히는 취업 전선에서 고군분투하고 계신 여러분, 안녕하세요!

올해 초에는 대학생 신분으로 여러분과 똑같은 불안감 속에서 신입 개발자로써 취업활동을 진행했고, 지금은 일본 도쿄에 있는 IT 기업에 취업하여 3개월차에 접어든 병아리 개발자입니다.

불과 6개월 전까지만 해도 저도 쌓여가는 불합격 메일속에서, 불안감과 스트레스만 가득하던 시절 다른 선배님들이 써주신 취업 회고록과 팁들을 보면서 위안을 많이 얻었던 기억이 있습니다. 제가 그분들처럼 이런 글을 쓰기에는 부끄러운 점이 많다고 생각하지만, 그래도 누군가에겐 도움이 될 수 있으리라 믿으며 저의 6개월여간의 취준 경험을 글로 풀어보겠습니다.

그래서 너 누군데?

제목으로 여러분의 어그로를 끌었으니, 간단히 자기소개를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저는 한국인이지만, 초등학교때까지만 한국에 있다가 가족과 함께 13년 넘는 기간동안 해외생활을 해오고, 2024년도 7월부로 중국 모 대학의 컴퓨터공학 인공지능학과에서 졸업하였습니다. 올해 초부터 한국, 중국, 미국, 일본 등 전 세계에 위치한 회사들의 취업준비를 진행했었고, 한국에서는 토스, 오늘의집등 기업에서 서류합격, 다수 스타트업에서 최종 합격을 받고, 결론적으로는 일본의 IT기업에 취업해 이제는 그렇게 되고싶었던 신입 개발자로써 고군분투중입니다.

여러 나라의 회사들을 목표로 취준을 진행했지만, 이번 글에서는 그중에서도 한국과 일본에서의 취업을 진행하며, 이력서 작성, 면접 준비등 과정에서 느꼈던 점들과, 취준 중 도움이 되었던 경험들에 포커스를 맞춰볼까 합니다.

이력서 준비하기- 한국/일본 공통

잘먹히는 이력서를 작성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저도 이 질문에 대한 정답을 찾기 위해 몇달간 고군분투 했는데요, 취업이 끝나고 되돌아보니 결국 결론은 정답은 없다인것 같습니다. 충분히 자신의 좋은점을 어필했어도, 어떤 회사는 핏이 맞는다고 느낄 수 있고, 어떤 회사는 핏이 맞지 않는다고 느낄수 있는것 같습니다.

그러니 이력서 작성에 정답이 있다고 생각하지 말고, 뻔한 소리일수도 있지만, 본인의 강점을 제대로 찾아서, 이를 제대로 어필하는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인것 같습니다. 또한, 면접의 내용은 내가 이력서로 결정할 수 있다는 점도 꼭 생각하며 작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지금 봐도 아쉬운 점이 많은 이력서지만, 한국 취업에 사용하여 토스, 오늘의집등 기업과 다수의 스타트업의 서류 전형에 합격한 제 이력서를 보면서 어떤 점을 생각하며 작성했는지 짚어봅시다. (영어, 중국어, 일본어 이력서도 거의 동일한 내용이었습니다)

이력서: 링크

제 이력서가 정답은 아니라는점, 기억해주시면서 참고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본인의 강점을 찾고 어필하기

오랜 기간 고민해본 결과, 다른 쟁쟁한 신입분들 사이에서 제가 어필할 수 있을것 같은 점은 아래와 같았습니다:

  • 메인 스택인 리액트에 대해서 굉장히 깊게 공부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다는 점
  • 진부하지만, 누구나 알고 있는 좋은 학교에 다니고 있다는점, 또한 이 학교를 다니며 개발자에게 중요한 빠른 학습 능력을 가지고 있으며, 이를 증명할 수 있는 경험/사례가 있다는 점
  • 개발자로써는 뜬금없지만, 4개국어를 구사한다는점, 그리고 이를 어떻게든 개발과 융합한 경험이 있다는 점

요즘 대단하신 분이 너무 많아서, 기술적으로 그런 분들과 붙으면 제대로 이길 수 있다는 자신이 들지 않아, 최대한 저의 강점 내지 다른사람은 없는 능력이 무엇인지 오랜 기간 생각해보고 나온 결과인것 같습니다. 이런 어그로(?) 가 겸손하지 않게 보일 수 있다는 점도 있지만, 반면에 면접까지 좋은 느낌으로 진행해주신 회사들은 이런 점들을 굉장히 인상깊게 봐주셨다고 말씀해 주셨기 때문에, 결론적으론 좋게 작용했다고 생각합니다.

이력서로 면접의 질문을 내가 미리 정하기

다수의 면접에서 면접관분들이 하신 말씀이 있는데, ‘신입이시라서 뭘 물어봐야할지 잘 모르겠으니, 이력서 보면서 질문 드릴게요’라는 말입니다. 그분들 입장에선 저희같은 햇병아리 신입에게 기술적으로 뭘 얼마나 깊게 물어봐야할지 난감함을 느끼시는것 같습니다.

그런 면에서, 저희는 이력서에 저희가 먼저 면접의 질문을 결정할 특권이 있다고 봐도 좋을것 같습니다. 실제로 제 면접의 기술 질문중 70% 이상은 전부 위에 작성한 내용중에서 나왔습니다.

대신, 역으로 본인이 자신없는 내용을 작성하면 독이 된다는점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예를 들어, 위에 보이는것 처럼 제가 리액트의 기초 내부 작동 원리에 대해 자신이 있다고 써놓은걸 보시고, 이 한 문장때문에 제 면접에 리액트 내부 동작 이해도를 확인할 수 있을지 시험하는 코드를 2가지나 작성해오신 면접관님이 계신 경우가 있었습니다. 실제로 제대로 훅과 상태의 기초적인 내부 원리에 대해 이해하지 못한다면 헷갈릴 코드들이었고, 다행히도 제대로 답해 오히려 좋은 인상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력서에는 자신만만하게 이해했다고 써놨는데 만약 어버버댔다면… 상상만 해도 끔찍하네요.

결론적으로, 간단해도 상관 없으니, 본인이 이 부분 관련 질문을 받는다면 무조건 자신있게 답할 수 있을것 같다! 라고 생각하는 부분들은 꼭 강조해서 써놓는것이 중요한것 같습니다. 하지만 과하면 무조건 마이너스입니다! 이것도 하고, 저것도 할줄 안다고 써놓는다면, 제가 면접관이더라도 100% 정말 모두 가능한지 의심을 품고 깊게 물어볼것 같고, 하나라도 삐끗하게 된다면 차라리 안쓰느니만도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면접 준비하기- 한국

한국의 신입 기술면접은 다른 나라들과 비교했을때 상대적으로 과하다 싶을정도로 난이도가 높은 면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이런 질문들에도 전부 훌륭하게 답하고 뚫어내는 분들이 있으니 이런 분위기가 형성되었다고 보고, 저희는 아쉽지만 구직자로써 이에 맞춰서 준비해야할 의무가 있습니다.

그렇다고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으면 한국의 면접은 뚫을 수 없냐라고 물으신다면, 그건 또 아닌것 같습니다. 개인적으로 느낀 한국의 신입 기술면접의 포인트는 아래와 같습니다:

  • 사용한 기술/라이브러리를 왜 사용했는지 명확히 알고 있는지? 사용했다면 비슷한게 있음에도 그 기술/라이브러리를 사용한 이유가 무엇인지 아는지?
  • 메인 스택/언어의 기초에 대해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 본인이 만든 프로젝트를 제대로 설명하고, 의사결정 과정을 설명할 수 있는지?
  • (CS관련 질문을 하는 회사 한정) 다른건 몰라도 OS, 네트워크의 기초적인 부분들만큼은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지?

개인적인 생각으론, 위의 포인트들만 제대로 답할 수 있다면 어떤 면접이든 무적이라고 봅니다. 흔히 ‘프론트엔드/백엔드 기술면접 필수 질문들’이라고 돌아다니는 친구들이 결국 보면 다 저 범주 안에 들어가는 질문들입니다.

다만, 몇년간 필드를 뛰시며 개발을 경험하신 면접관분들은 속일수 없습니다. 애매하게 알고있다는게 걸리면 끊임없이 꼬리질문이 들어오고, 이럴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잘 모르겠다고 하는게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번외- 무례한 면접에 대처하기

한국에서의 면접은 대부분 정말 좋은 경험들밖에 없었지만, 정말 무례한 태도로 나오신 기업도 있었습니다. 다짜고짜 한국 단일국적은 맞냐, 군대는 다녀왔냐는 등…

이런 경우에 개인적으로는 욱해서 감정적으로 받아치기보다는, 낮은 텐션으로 적당히 대답하며 시간이 지나가길 기다리는것이 정답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런식으로 말하는 회사는 애초에 제대로 뽑을 생각이 있는지도 의문이기도 하고, 분이 안풀린다면 잡플래닛에 달려가서 있었던 일 그대로 면접 리뷰를 작성해서 다른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면 됩니다.

면접 준비하기- 일본

일본은 신입 개발자 채용에 있어서 한국과 반대입니다. 기술적인 부분을 아예 안보는건 아니지만, 기술보다는 지원자가 어떤 사람인지 제대로 파악하는것에 시간을 좀 더 두고, 기술적인 포텐셜과 종합하여 평가합니다. 그래서 아직도 프로그래밍 미경험자들도 적극적으로 신입으로 뽑고 있는 나라기도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일본 면접을 볼때는 개발 공부한것들이 아깝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기술적인 부분에서의 질문들의 난이도는 많이 낮아졌지만, 대신 저라는 사람에 대해서 제대로 어필하고 설명하지 못하면 얄짤없었기에 어떤 면에서는 더 무섭기도 했습니다.

일본 신입 개발자 면접의 질문들은 대부분 정형화 되어있습니다. 몇가지만 얘기해보자면:

  • 일본에서 일하고 싶은 이유
  • 학창 시절에 가장 열심히 한 일 (개발자는 보통 개발 경험을 말하는게 좋습니다)
  • 리더쉽 경험, 이를 통해 배운 점
  • 프로젝트를 개발하며 배운 점
  • 미래 5년, 10년간의 계획

간단해 보이죠? 그렇다고 무시하면 안됩니다. 예를 들어 미래 5년, 10년간의 개발자로써의 계획을 질문받았을때, 훌륭한 리더 개발자가 되고 싶다고 답변했다고 해봅시다. 그럼 일본의 면접관들은 집요하게 물어볼것입니다. 왜 리더 개발자죠? 왜 다른 사람을 이끌고 싶은 것인가요? 이끌면서 무엇을 배우고 싶은건가요? 그렇다면 좋은 리더 개발자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요? 등등. (실제경험) 평소에 깊게 생각해보지 않고, 대충 대답을 뱉으면 기술 면접에서 털리는것보다 더 자비없이 털려버릴 수 있으니 (주관없는 사람이라 보일 수 있습니다) 나라는 사람에 대해 잘 생각해보고, 대답하는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일본에서 일하고 싶은 이유 한질문만 10분넘게 끈질기게 꼬리질문을 받은 경험도 있습니다. 기술적으로 훌륭하게 크고 싶다면 미국도 있을텐데, 왜 일본이냐… 등등. 간단한 질문이라도, 진지하게 답을 준비하며 나라는 사람이 어떤 생각을 가지고 있는지 제대로 전하는것이 중요한것 같습니다.

혼자 준비하지 말고, 조언을 구하기


황송하옵니다...

이번 한국 기업을 목표로 한 취업 과정은 상당히 외로웠습니다. 외국에서, 선배 개발자에게 한국에서의 취업 팁이나 피드백을 받기도 어려웠고, 맞는 방향으로 나아가고는 있는것인지 스스로 의심이 계속 들었습니다.

그러던 와중, 여러분들도 잘 알고 계실 링크드인을 적극적으로 사용해보기로 결심하고, 어느날 갑자기 바람이 불어 초안 상태의 이력서 링크를 링크드인 피드에 올려, 선배 개발자분들의 피드백을 요청해보았습니다. (지금은 부끄러워서 삭제했지만…)

결론적으로는 피드백 한두개만 받아도 이득이라고 생각했는데, 모종의 이유로 그 글이 입소문(?)을 타버려 정말 뜨겁게 불타올랐습니다. 대단했던건, 피드백뿐만 아니라, 상상도 못한 선배님들로부터의 커피챗 요청도 여럿 들어왔습니다. 커피챗은 거꾸로 저같은 사람이 선배님들께 굽신거리며 요청드리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렇게 생긴 좋은 커피챗 기회들에서, 혼자서 취업을 준비했다면 절대 하지 못했을 좋은 경험들을 정말 많이 했다고 생각합니다. 실용적(?)인 면에서 보면 커피챗 도중 바로 채용제안을 주신 경우도 있었고 (정말 아직도 감사드리고 있습니다), 그런게 아니더라도 선배 개발자님들이 해주시는 한마디 한마디가 저같은 레벨의 개발자에게는 모두 좋은 경험치가 되는 것 같습니다.

커피챗을 통해 배운, 이곳에도 나누고 싶은 소중한 경험들이 너무 많지만, 전부 적을 수가 없어서 아쉬움이 매우 큽니다. 해결책은 간단합니다! 신입이더라도 겁먹지 말고, 링크드인을 적극적으로 사용하여 네트워킹을 해보는걸 꼭 추천드립니다. 저도 겁먹었지만, 선배 개발자님들이 보시기엔 저희들, 은근히 귀여워(?) 보이는것 같습니다!

마치며+작은 홍보

저도 취업으로 힘들었던 시기를 생각하며, 이런 글을 작성해보고 싶다고 계속 생각만 해왔던 것을 지금에서라도 할 수 있게 되어 후련합니다. 아직 대단한 분들 사이에서 저는 경험도, 능력도 부족한 신입 개발자 1일 뿐이지만, 제가 이번에 느꼈던 점들을 읽으시면서 위안과 방향성을 얻어가실 수 있는 분이 계시다면 정말 행복할것 같습니다. 제가 그런 글들을 읽으면서 그랬거든요!

마지막으로, 한국/일본에서의 풀스택 신입 취업 멘토링을 인프런에서 진행하고 있어 소소히 홍보해봅니다. 부족한 저지만, 이미 몇분이 감사하게도 저를 선택해주셔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았고, 이 과정을 통해 저도 정말 배우고 있는 것이 많아 요즘 재미붙혀 진행중입니다. 글을 재밌게 읽으셨고, 더 나누고 싶은 이야기가 있으시다면 찾아주시면 정말 감사하겠습니다!

멘토링 소개 링크

profile
Survived@PKU EECS;

3개의 댓글

comment-user-thumbnail
2024년 12월 11일

I especially appreciate your emphasis on authenticity in resume building and how it can shape the interview process. The idea of "pre-deciding" interview questions by carefully highlighting your strong points is both clever and strategic. It’s also refreshing to see your humility and honesty, admitting that you’re still learning while sharing what worked for you. https://www.jovenesen-accion.com.co

Your ability to leverage your unique combination of skills, such as multi-language proficiency and in-depth React knowledge, shows that self-awareness and clear articulation of one’s value can make all the difference. This post is a treasure trove for aspiring developers, and I’m sure it will resonate with many. Thanks for sharing your experience

답글 달기
comment-user-thumbnail
2024년 12월 16일

안녕하세요 글 잘 읽었습니다 한국에서 1년 개발자 경력을 가지고 회사그만둔뒤 올해 4월에 일본으로 워홀와있는데 운좋게 알바로써 개발을 하는중이지만 개발자로서 일본에서 정직원으로 취직해보고싶은 마음도 있는데 역시 일본어가 미숙해서 비자기간안에 취직이 가능할지 모르겠네요 ㅠㅠ 글에서 처럼 자신을 어필하려면 결국 언어인데 이부분이 아직은 많이 부족하다고 느껴지네요 ㅠㅠ 그래도 글보고 힘이 되었습니다 다음에 기회되면 대화나누면 좋겠네요 ㅎㅎ

1개의 답글

관련 채용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