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새싹에서 매칭데이가 열렸다.
첫 매칭데이는 6개의 서류 모두 광탈했는데 2달이 지난 이번에는 2곳에서 회신이 왔다. 😦 메일은 면접 하루 전에 왔는데, 그날 코딩테스트며 알바며 일정이 앞뒤로 있던 날이라 시간 쪼개가며 면접 준비를 시작했다.
그나마 다행인 건 과거에 면접 질문 리스트업을 대략적으로 해뒀다는 것.
지금 보면 하나씩 정리하고 다듬으면 되는데, 코앞에 닥쳐서 그런지 질문의 개수가 너무 압도적이라고 느꼈다. 이럴 때 꼭 드는 생각.
나는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이게 맞나?
이렇게 엉망으로 가면 너무 예의 없는 거 아니야?
집중하기도 모자란 시간에 잡념이 들어와서, 리더님이 슬랙에 올려주신 말들을 다시 읽어봤다. 회사마다 보는 눈이 다르니 준비가 안 됐다고 느껴도 일단 계속 지원해봐야 합니다! 해봐야 늘어요!
인성 질문과 기술 질문을 오가며 나름대로 답을 적어가며 알았다. 나는 기술 질문보다 기본 질문을 더 어려워한다는 것을.
같은 것들 말이다. 각각 다른 질문처럼 보이지만, 맥락은 같다. 나는 결국 '왜 개발자가 되려 하는가?'에 대한 답을 정의할 수 있어야 했다. 아무 이유 없이 선택한 게 아님을 스스로 아는데, 어디서부터 어떻게 설명해야 할지 아득해서 더 어렵다고 느낀 것 같다.
P.S. 내가 정의하는 개발자를 먼저 이야기하고, 이전에 해온 경험과 개발하면서 느낀점을 엮었다면 좋았을 텐데.. 라는 생각을 면접 끝나고서 했다.
30분 텀으로 스타트업 두 곳에서 면접을 봤다. 사실 물리적으로는 두 곳이 아니다. 매칭데이 특성 상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면접과는 달리 한 공간에 기업 대표자가 다여섯 정도 있고, 면접생과 1:1로 대화한다.
서로에게 온전히 집중하기 어려운 환경이라서 그런지, 다른 분들 후기를 들어보면 대부분 커피챗 하듯 가볍게 이어진다고 했다. 그 말을 믿고(?) 최대한 마음을 가볍게 하며 들어갔던 것 같다.
궁금한 점을 서로 주고받는 방식으로 면접이 이어졌다. 정말 딱 자유롭고 편한 스타트업 분위기.
나에 대한 질문보다는 회사 소개를 많이 들려주셨다. 아마 2차 면접이 예정되어서인 것 같았다. 코드는 깃허브에서 볼 수 있으니 기술 면접보다는 개인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하신다고 했다.
내가 투입될 업무에 대한 자세한 설명을 듣고, 한 화면을 보여주셨다.
이걸 구현하는 데에 시간이 얼마나 걸릴 것 같으냐고.
회사 특성 상 라이브러리를 사용 안 한대서 HTML, CSS, Javascript로 레이아웃 배치하고 서버에서 받은 데이터를 조건에 맞게 뿌려주기만 해도 되니까 솔직한 생각으로는 하루 이틀이면 되지 않을까 싶었다.
하지만 혹시나를 위해 '2~3일 정도 걸릴 것 같다' 고 말씀 드리니 충분한 대답이라고 하셨다. 본인 수준을 스스로 안다는 의미라고 덧붙이시면서.
프로젝트 기간 중 내가 하루에 무엇을 얼마나 구현할 수 있는지는 오로지 나만 안다. 특히 일별 회고를 꼬박꼬박 해왔기 때문에 가늠하기 조금 더 쉬웠던 게 아니었을까? 같은 클래스에서 압도적으로 성장하거나 원래 잘한 분들을 보면 나는 사실 열심히 하지 못한 게 아닌가 싶었는데, 남들의 속도가 어떻든 내가 열심히 해온 건 내 안에 그대로 쌓였구나 싶었다.
신입 개발자 소양으로 메타인지를 말씀하신 시니어 분들 인터뷰를 본 적 있는데 이런 의미인 걸까?
P.S. mbti 여쭤보신 게 깊은 인상으로 남았다.
우대사항에 React 사용 경험이 적혀있어서 기술 면접이 있을 거라 예상했는데, 의외로 프로젝트 협업 경험에 대한 질문이 대부분이었다.
이쯤되어서 느꼈다.
스타트업은 초석을 쌓아가는 단계라서, 개인 역량보다는 '함께' 시너지를 낼 수 있는지를 궁금해 하는구나!
프로젝트 일정을 어떤 식으로 진행했는지, 진행 도중 어떤 문제를 어떻게 해결했는지, 만약 같이 일하는 팀원들이 서로 의견이 다르면 어떻게 할 것인지 등 협업 태도에 대한 질문이 한참 이어졌다.
그리고 포트폴리오에 적은 내용을 보며 피드백도 해주셨다. 하나쯤은 직접 확인할 수 있게 배포했으면 좋겠고, 좀더 의미 있는 트러블슈팅이라면 더 좋을 것 같다고. (물론 이보다 훨씬 완곡하게 표현해 주셨다.)
근거가 어설픈 주장은 그에 대한 질문이 계에에속 이어진다.
꼬리 질문은 오히려 면접자에게 유리한 방식이다. 내가 받고 싶은 질문으로 유도했다면. 자기소개할 때 해봤는데 정말로 예상 질문이 들어와서 순간적으로 재밌었다. 면접을 내 페이스로 이끈다는 게 이런 느낌이구나, 싶기도 하고.
하지만 근거에 빈틈이 보이면 거길 콕콕 찌르는 질문이 들어온다. 개발자 전향 계기를 말할 때 의도치 않은 꼬리 질문이 들어왔는데 다행히 내가 이미 생각했던 면이라서 쉽게 대답할 수 있었다. 내 대답을 더 정리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했다.
P.S. 회사가 운영 중인 앱을 직접 사용해 보면서 프론트엔드 눈에 보이는 개선점을 생각해놨는데, 마지막에 까맣게 잊고 말씀을 못 드렸다. 아쉽.
면접할 기회를 주셔서 감사하다는 말씀을 못 드려서 아쉽다. 이분들도 시간 쪼개서 오신 거고, 준비하는 입장에선 실무자의 시선 하나하나가 너무 소중하니까.
그리고 면접에 부른 이유도 물어봤으면 좋았을 뻔 했다. 나의 서류의 어떤 대목에서 흥미가 생기는지, 혹은 가독성이 괜찮은지 다양한 시선을 들을 수 있을 테니!
이렇게만 보면 얻는 것만 잔뜩 있어 보이지만 면접 끝나고 집에 돌아온 후로 기분이 울적했다. 자신감을 얻음과 동시에 잃은 느낌이랄까.
나 정도는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데 개발자로 취업할 수 있을까 싶은 생각과 여태 내가 해온 공부가 너무 비효율적이었나.. 결국 본전공 살리는 거 아닌가. 이럼 난 일평생 피하기만 하는 건가.. 차라리 일찍 졸업하고 취업이나 할걸. 왜 영화 찍는 동아리에 미쳐서 내 시간과 노력을 다 쏟아부었을까....
글로 쓰니까 되게 길어보인다. 근데 나는 정말 빠르게 생각하고 빠르게 슬퍼하고 빠르게 털어낸다. 그래서 지금은 말짱해졌는데, 저때 내 기분 달래는 방법을 명시적으로! 알게 되었다.
내 기분과 어울리는 제목의 플리를 듣는다.
그곳에서 사람들이 남긴 따뜻한 댓글을 읽는다.
후회하더라도 후회할 만큼의 열정을 쏟아붓는 것.
어른의 말을 듣는다.
그 말을 따라 바로 행동할 수 있는 걸 해본다.
(그렇게 갑자기 자정에 책 읽은 사람)
이후엔 내가 개발자로서 어떻게 살아가고 싶은가를 고민했다.
나는 사람들이 남의 시선에 사로잡혀서 보여주기에 급급할 게 아니라 스스로를 존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혹은 절망 속에서도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게끔 어떤 지대한 영향력을 끼칠 아이템을 만들고 싶다. 아이템이란 건 물리적인 도구가 아닌 경험이라고 생각했다.
애석하게도 영화나 글 같은 예술 분야(이전에 해온 것)는 접근 장벽은 물론 도피처에 불과하다는 한계가 있었다. 그래서 인터넷만 연결되면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최대 규모의 도구인 웹 개발을 선택했다.
이 꿈을 생각하면 나에게 취업은 정말 작고 귀여운 이벤트에 불과하다. 물론! 준비는 계속 해나갈 테지만, 나의 궁극적인 목표는 잊지 말아야 한다.
사실 저 아이템이란 게 아직은 뭔지 정확히 모르겠다. 습관 형성보다 중요한 건 생각하는 방식을 바꾸는 거니까.
우리가 살아가면서 무의식 중에 흡수한 그 모든 믿음들을 부술 수 있는.. 뭐 그런. SNS가 삶의 양식을 완전히 뒤바꾸면서 영향을 주는 것처럼, 그 정도의 영향력이되 최소한 서로 비교하며 갉아먹는 사회가 아닌 방향으로다가.
어쨌든 지금의 나는 미약하더라도 당장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할 수밖에!
프로젝트는 결국 목표가 중요하다!
기술을 효율적으로 사용해보기
(데이터 양이 많을 때에도) 사용자 경험 고려하기
배포한 후의 버그는 또 별개니까
할 말 다 하고나면 마무리를 어찌할지 모르겠다. 아, 오늘부터 아침에 감사일기를 간단히 쓰고 하루를 시작하는 중이다. 아무튼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