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작년에 스타트업 회사를 퇴사 했습니다.
회사라는 게 잘 될 때도 있고 안 될 때고 있고 그렇지만
계속 안될 때는 그 안에서 일하는 직원들 스트레스도 만만치 않습니다.
가능한 아름다운 퇴장을 하고자 했었지만
그 어떤 퇴사도 아름다울 순 없을테죠.
아무튼 저의 퇴사에도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결국 마음을 굳히게 된 것은 재무제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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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에게 성적표가 있다면, 회사에는 재무제표가 있습니다.
대표들은 원래 '뻥카'를 잘치고 많이 칩니다.
당근과 채찍과 비전을 동시에 들고 있어야 하니까요.
원래 그런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 자리가 그렇게 만듭니다.
회사가 잘 안되더라도 잘 안된다고 말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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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론이 길었는데요,
그 복잡하고 어려운 코딩을 자꾸만 해낸다는 개발자들 중에서
회사의 <재무제표>를 대략적으로라도 들여다 보는 사람은
과연 몇 % 정도 될까요?
만약 작은 회사라면 직접 열람에 어려운 점이 있겠죠.
그래서 경영지원팀 사람들과 친하게 지내면 좋습니다.
제가 다녔던 스타트업은 상장사 투자를 받은 덕분에
회계가 연결되어 외부감사 및 외부공시를 하고 있었습니다.
전자공시 웹사이트에서 언제든 열람할 수 있었습니다.
https://dart.fss.or.kr/
공시된 자료는 대략 이렇습니다.
회사가 드러날 수 있으니, 숫자는 대충 옮겨 적었습니다.
2021년 결산은 아직 공시되지 않은 상태입니다.
저도 회계전문가는 아닙니다, 몇 가지 중요 과목들을 살펴보면
회사의 재무상태를 이해하는 데 큰 도움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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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1 ~ No.3
재무상태표 : 회사가 보유한 사업자금 구조는? (자산 = 자본 + 부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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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이 증가하다가 급격하게 줄었습니다.
시쳇말로 판돈이 크게 줄었습니다. 거의 100억..
내가 회사자산으로 알고 있던 것이 이미 다른 사람 것이 되었을 수 있습니다. -
자본금도 계속 줄어 자본잠식 상태입니다.
부채가 크게(100억) 줄었는데도 자본잠식이라는 점은 주의 깊게 볼 필요가.. -
부채가 크게 줄어들었습니다만, 순이익 없는 손실 상태입니다.
부채상환에 자산이 사용되었다고 봐야할지도....
No.4 ~ No.6
손익계산서 : 회사는 얼마나 장사를 잘 하고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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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업수익은 회사가 1년 동안 영업해서 버는 금액입니다.
매출규모만 보면 회사 규모도 적당히 있어 보입니다. -
영업비용은 회사가 1년 동안 영업하는 데 사용하는 비용입니다.
앞으로 100억 벌고, 뒤로 130억 나가는 구조가 보입니다. -
당기순손실 = 영업수익 - 영업비용
안타깝게도 매년 30억 이상 적자가 나고 있습니다.
본사업 외 비용 투자가 있는 게 아니라면 심각하게 봐야할 수도 있습니다.재무제표의 다른 항목들도 살펴볼 필요도 있습니다만,
일단은 버는 돈 보다 쓰는 돈이 많은 상태입니다.
No.7 ~ No.8
현금흐름표 : 그래서 회사 통장에 현금 얼마 있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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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초현금 : 1월 1일 기준으로 법인 통장에 있는 현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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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말현금 : 12월 31일 기준으로 법인 통장에 있는 현금
2020년 말, 법인 통장에 8천만원 들어 있음이 확인됩니다.
이 정도면 현금 유동성에 문제 없다고 보기가 어렵습니다.
다음 달 직원 급여를 위한 보유분이 없는 상태로 볼 수 있습니다.
(인건비 항목은 손익계산서에서 추가로 확인가능합니다.)
만약 학생의 성적표가 이렇다면 99% 이상의 확률로
상위권 대학입학은 어려울 것이라고 보는 게 합리적일 것입니다.
회사의 성적표인 재무제표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재무제표 숫자가 곧 회사의 성적이 되는 것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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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은 거짓말 해도, 숫자는 거짓말 하지 않습니다.
물론 겨우 8개의 지표만 확인하는 것으로
회사 전체의 상황을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회사의 분위기를 느끼는 직원의 입장에서 눈여겨 본다면
다양한 정보를 파악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내가 다니는 회사의 재무제표는
조금은 관심을 갖고 살펴볼 필요가 있는 것입니다.
브런치에 제 이야기보다 더 훌륭한 글이 있어 추가합니다.
https://brunch.co.kr/@lshkorea/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