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

박경록·2023년 9월 13일

앞으로의 이야기는 모두 허구이다.

으레 그렇듯 아이가 처음 태어나면서 느끼는 감정은 분노와 불안이다. 그것도 아주 강렬한. 아마 성장하면서 겪을 그 어떤 분노와 불안 보다 강렬하지 않을까 ... 그리고는 식후의 편안감과 부모님 품에서의 기쁨을 느끼게 될 것이다. 이 또한 앞으로 느낄 그 어떤 감정들 보다 강렬할 것이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한다. 그치만 이러한 감정의 강렬함을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느끼는 것이다. 서서히 깍여 나갈 것 이기 때문에. 어머니의 잠깐동안의 부재에도 우렁차게 울어대던 아이는 성장하여 어머니의 영원한 부재에도, 떠나간 연인 앞에서도 울지 않을 수 있게 된다. 감정을 참는 방법을 배운 것이라고? 아니다. 감정은 이성의 영역이 아니며 참아야 하는 것도, 참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나는 이러한 감정의 깍임을 감정의 '상실' 이라고 부른다. 우리의 원초적 감정은 그 형태도 질감도 덩어리지고 까끌까끌한 돌과 같다. 이러한 돌은 점점 깍이고 깍여 때로는 맨들해지기도, 다양한 형태를 지니게 되기도 한다. 이러한 상실로 인해 우리는 좀 더 다양한 감정들, 창피함, 육체적인 것이 아닌 마음으로 부터의 아픔, 그리움등을 느낄 수 있게된다. 다시한번 분명히 말하지만 이것들은 배우는 것이 아니다. 마치 바위가 깍여서 작은 돌이 되듯이, 좀 더 뾰족하고 흉측한 형태가 되듯이 감정의 상실로 인해 드러나는 것이다. 인생은 모든 가능성을 가지고 태어나 모든 것을 상실해가는 과정이다.

나 또한 여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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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잘 하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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