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규칙 없음> 후기

Roeniss Moon·2022년 6월 24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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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읽은 비개발 도서 중 가장 마음에 들었다. 물론 비개발 도서는 이게 처음 읽은 책이다.

책의 내용 자체는 뒷날개에 적혀진 한장의 그림으로도 요약된다.

몇 가지 추천 포인트만 짚어보자면,

정말 재밌게 읽을 수 있다

우선 말이 알아듣기 쉽다. 직원들의 에피소드가 주 내용을 이루고, 1챕터, 2챕터, 3챕터가 거의 같은 포인트를 반복해서 얘기한다. 점점 고도화되는 느낌이다. 1챕터에서 중요했던 내용은 2챕터에서도 그대로 나오고, 약간의 살이 덧붙여진다(위의 캡쳐 사진에서도 그런 느낌을 받을 것이다). 그러면서도 뻔하고 루즈한 느낌은 없다.

번역도 아주 유려하고, 즉 읽는데 조금도 불편하거나 어색하지 않고, 오탈자도 전무해보인다. 폰트와 줄간격마저 가독성을 매우 향상시키는 레벨이다. RHK (알에이치코리아) 라는 출판사는 처음 들어봤는데, 한 번에 호감 이미지가 형성되었다. 이건 여담인데, 한 출판사의 책을 많이 보다보면 나중엔 글씨만 읽어도 이 출판사라는 것을 단번에 알 수 있다 (보고 있나 열린책들?). RHK 책은 처음보는데 다음 번에도 바로 알아차릴 것 같다.

유익하다

내 자신을 돌아보고, 어떤 방향으로 사고하고 행동해야 하는지 고민하게 되고, 지금의 나를 반성하고, 나아가 어떤 회사를 찾아야 하는지, 동료와 어떤 식으로 얼마나 어떤 내용으로 대화해야 하고, 내 상사에게 어떤 말을 해야하고 어떤 점을 기대해야 하는지, 어떤 피드백이 건강한 것이고 그건 어떻게 하는건지. 그런 것들을 배울 수 있다. 이 책은 아무리 봐도 CEO 들을 위해 쓰여진 것 같긴 한데 그런데도 아주 많이 도움이 되었다.


좋았던 구절들

약간 편집한 부분도 있다. 첨언이 필요한 부분에는 내 의견을 넣었다. 대부분의 구절은 별다른 코멘트가 필요없다.

재능이 뛰어난 베스트 플레이어들이 생각하는 좋은 직장의 조건은 호화스러운 사무실이나 멋진 체육관, 혹은 공짜 스시 같은게 아니다. 그들에게 중요한 건, 재능 있고 협동심이 강한 사람들과 함께 일하는 즐거움이다.

수준에 미치지 못하는 사람이 1명이라도 있는 팀은 그렇지 않은 팀에 비해 성과가 무려 30~40% 뒤처졌다.

나는 지금도 "내가 이 회사에 다닐 자격이 있나"하는 생각을 수시로 한다. 그러나 그러한 생각을, 긍정적인 영향을 만드는 레벨까지 고도화하는 마인드셋을 갖추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다른 곳에서 다룰 이야기지만.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할 때는 그 사람 면전에서 할 수 있는 말만 하라'

우리는 솔직한 것을 싫어한다 (그러면서도 솔직하기를 바란다). (...) 부정적인 피드백을 받을 때 인간의 두뇌는 flight-or-fight reaction 을 보이는데,

넷플릭스 매니저들은 직원에게 피드백을 주고받는 방법을 교육하는 데 상당한 시간을 할애한다.

면접에 많이 들어간다고 좋은 면접관이 되는 것은 아닌 것처럼, 피드백 또한 적절한 교육이 필요할 것이다.

4A 피드백 지침
1. Aim to assist: 선의를 가지고 피드백하라. 듣는 사람으로 하여금, 피드백을 주는 사람을 위해 피드백하는 것이 아님을 납득하도록 노력하라.
2. Actionable: 실질적인 조치를 포함하라.
3. Appreciate: 주어진 피드백에 대해 자연스러운 반응 (flight-or-fight) 을 자제하고 감사함을 보여라.
4. Accept or discard: 주어진 피드백의 수용 여부는 받는 사람에게 달렸다는 사람을, 피드백 주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가 이해해야 한다.

휴가 규정을 없애려고 한다면, 모든 리더가 상당 기간 휴가를 낸 후 다녀와서도 휴가에 관해 많이 이야기해야 한다. (...) 규정이 없을수록 상사의 솔선수범이 더욱 중요해진다. (...) 중요한 것은 리더의 행동이며, 사람들은 그의 말이 아닌 행동을 듣는다.

"수평적인 조직에도 리더는 존재해야 한다." 이것은 내가 이 책으로 매우 절실하게 깨달은 지점 중 하나다.

명문화된 규정이 없으면, 매니저가 따로 시간을 내서 적절한 허용 범위를 팀원들에게 설명해야 한다.

'휴가를 당일에 얘기해도 되는 문화'는 좋은 문화와 아무 관련이 없다.

인재 밀도가 높았기에, 우리 직원들은 이미 양심과 책임 의식을 가지고 행동하고 있었다. (...) 직원들에게 자유를 주면, 회사 일을 자기 일처럼 여기게 되어 더욱더 책임 있게 행동한다. (...) 자유는 책임을 향해가는 통로다.

현재 넷플릭스의 출장 및 경비 규정은 다음 다섯 마디가 전부다: '넷플릭스에 가장 이득이 되게 행동하라' (...) 자신의 선택(지출)을 상사에게 설명하는 상상을 해보라...

제도를 악용하는 사람들은 있게 마련이다. 그럴 때 과민반응하거나 규정을 늘릴 필요는 없다. 사정이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서 계속 밀고 나아가면 된다. (...) 규정을 정하면 어떻게든 자신에게 유리한 쪽으로 해석해 보려고 열심히 머리를 굴리는 사람들이 있다. (...) 규정이 있다고 해서 꼭 돈이 절약되는 건 아니라는 이야기다. (...) 씀씀이가 너무 심하면 맥락을 알려주는 횟수를 늘려라.

여기서(3장) 맥락(context)이 굉장히 가볍게 언급 되었는데 뒷부분에서 더 자세히 다룬다.

정식 결재 시스템이 있을 때에 비해 출장비용이 약 10% 올라갔다고 추산했지만, 그 10%는 그에 따른 이득에 비하면 그렇게 크지 않다.

책을 다시 훑어보다가 알게 된 부분인데, 이 부분을 내가 굉장히 잘못 읽었다. 내가 다른 팀원들에게 들려준 내용은 "규칙없음 읽어보니까, 일부 직원이 (예를 들면) 식비를 남용해서 회사 전체 지출이 올라가더라도, 그렇게 잃은 돈보다 그로 인해 얻은 전체적인 가치가 더 커서 그냥 규칙을 없애는 쪽으로 정했다고 하더라구요." 꽤 비슷한 내용이지만 다시 읽은 책의 내용은 그와는 다르다. 이 책에선 애초에 '남용하는 직원'같은 케이스가 없다. 그냥 직원들이 "회사에게 가장 이득이 되는" 방향으로 하다보니 지출이 10% 늘었다고 적혀있다. 남용하면 짤린다. 그게 이 책에서 말하는 정확한 표현이더라.

이하 챕터 2:

보너스 방식은 미래를 예측할 수 있고, 어느 때든 한 번 정한 목표가 앞으로도 계속 중요한 목표라는 전제가 성립될 때만 의미가 있다. (...) 넷플릭스에서, 1월에 정한 목표를 이루었다는 명목으로 12월에 보너스를 지급하는 것은 합리적인 방법이 아니었다. 그렇게 되면 당장 급한 목표가 아닌 이미 과거지사가 된 목표에 초점을 맞추게 될 위험이 있다.

내가 속한 회사를 비롯해서, 대부분의 한국 회사에는 (그리고 아마 미국 회사도) 인센티브 제도가 있다. 조금 넷플릭스스럽게 생각해보자면 이러한 인센티브 문화는 결국 '세계 최고 수준의 샐러리'를 지급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겨난 보완책인 듯하다. 조금 심하게 말하면, 연봉 5천이 적당한 직원에게 연봉 3천을 주고 인센티브로 500을 주면 좋아하는 꼴 아니냐는 생각이다. 나로선 보상 전략에 따른 생쥐에 대한 실험이 생각나지 않을수가 없는 부분이다. 물론 나도 생쥐지만.

높은 성과를 내는 직원들에게 현금을 흔들어 보이며 분발하길 유도하는 방식이 나는 늘 못마땅했다. (...) 돈을 더 주거나 덜 준다고 해서 더 열심히 일하거나 게으름을 피우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이미 약속하지 않았는가? (...) 조건부 보너스 지급 방식이 창의적인 업무에서는 효과가 없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한국의 법이 이 못마땅한 방식을 강요하고 있다. 한 주에 50시간 일하면 10시간어치 혹은 그 이상의 돈을 직원에게 줘야한다. 호불호가 개입할 여지도 없이 그냥 그런 법이 생겼다. 한국의 사정이 그러하기 때문이다. 아쉬운 부분이다. 또 한편으로는, 넷플릭스 회사가 아주 예외적으로 '그런 법이 없어도 잘 해나갈' 회사이기 때문에 생각의 기초를 거기에 두면 안된다는 생각이 들 뻔했지만 굳이 내가 왜 그래야하는데 라는 생각이 바로 치고 올라오네.

보너스를 받을 수 있을지 없을지 여부에 관심이 쏠릴 때는 창의성이 떨어진다. (...) 보너스를 제시하지 않으면 경쟁적 우위를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생각한다. 하지만 우리가 확인한 바로는 그 반대였다. (...) 지급해야 할 돈을 모두 연봉에 쏟아부었기 때문이다. (...) 인재 밀도를 높이는 가장 좋은 방법은, 최고 인재에게 고액의 보수를 지급하고 시간이 흐름에 따라 업계 최고가 되도록 연봉을 계속 인상해 주는 것이다.

웬만한 회사들은 직원의 시장가치를 보는 게 아니라, '인상 풀'과 '급여밴드'를 참조해, 인상 폭을 정한다. (...) 급여 총액에 여유가 없다면, 차라리 몇 사람을 내보내 인재 밀도를 높이는 편이 나은 방법이다.

워.

자기 가치를 알아내고 그에 맞는 요구를 해야 할 사람은 어디까지나 저 자신이죠.

창의적인 업무와 운영 업무를 구분하라. 창의적 업무를 하는 직원에게는 시장 최고의 대우를 하라.

Operation 이라는 직무에 대해 굉장히 많은 생각을 하게 되었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은 굳이굳이 분류하자면 운영 업무인데, 그렇다면 나는 여기서 무엇을 해야할까?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찾고 있는 중이다. 운영 업무도 훨씬 더 창의적인 모양새로 나아갈 수 있다. 그것이 우리 팀이 추구하는 방향이라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리더로부터 정보를 공개하면 다른 사람들도 따라서 그렇게 할 것이다. 넷플릭스에서는 이것을 선샤이닝이라고 부른다.

"나는 우리 직원들이 넷플릭스를 위해 일한다고 생각하기를 바라지 않습니다. 나는 그들이 스스로 넷플릭스의 일부라고 생각하길 바랍니다" (...) 절대 그 사람의 머리 위에 우산을 씌우지 않을 것이다. 그가 비를 맞게 되더라도.

모든 직급에서 전략을 이해하고 있는 직원이 많을수록, 회사의 재정 상황과 그날의 맥락을 아는 사람이 많을 수록, 상부의 별다른 지시가 없어도 정확한 정보를 기반으로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다.

"회사가 커진다고 해서 비밀이 많아지면 안 됩니다."

소수의 불미스러운 행동으로 다수를 문책하는 일은 없어야 한다.

한 명의 사례를 확대해석하지 말라. 언제나 잡음은 있기 마련이다.

이사벨라를 성숙한 인격체로 대우하여 우리가 가진 정보를 모두 알려주는 것은 우리가 해야할 일이다.

직원을 정말 걱정한다면 정보를 숨기지 말라. 어떤 직원들은 그 정보에 압도되어 무너질 수 있으므로, 정보 공개의 원칙하에 유연하게 조절하라. 그러나 제1원칙은 여전히 정보공개다.

부하직원들은 바보가 아니다. 당신이 아무리 돌려 말해도 그들은 모두 눈치챈다.

사적인 문제라면 투명성을 요구하는 조직의 윤리보다는 프라이버시를 지킬 개인의 권리가 우선되어야 한다. 그래서 무조건 투명한 노선을 강요하지 않았다. 그렇다고 '돌려 말하지도' 않았다. 우리는 그가 개인 사정으로 2주 동안 결근하게 되었다고 모두에게 알렸다. 상세한 내용을 말하느냐 안 하느냐는 그가 결정할 문제였다. (...) 그것이 직장과 연결되는 일이라면 모두에게 알려하 한다는 것이 나의 생각이다. 그러나 그런 결정이 직원의 사적인 문제와 연결된다면, 자세한 사정을 알리고 말고는 당사자에게 맡기는 것이 좋다.

리더가 실수를 '선샤이닝'하면 사람들은 '아! 실수는 누구나 하는 거구나'라고 생각한다. (...) 유능하고 팀원들의 호감을 얻은 리더는 자신의 실수를 선샤이닝할 때 오히려 더 큰 신뢰를 받게 되고, 그래서 더욱더 큰 모험을 할 수 있다. (...) 다라서 리더는 자신의 실수를 공개하기 전에, 먼저 자신의 유능함부터 입증하고 사람들의 신뢰를 얻어야 한다.

분산된 의사결정은 인재 밀도가 높고 매우 투명한 조직에서만 위력을 발휘한다.

자신이 내린 결정의 모든 맥락을 공개하는 순간, 기초공사가 끝납니다. 승인은 필요 없어요. 당신에게 달렸죠. 당신의 결정.

탁원한 능력을 갖춘 인재들을 뽑은 다음 그들에게 괜찮다고 생각하는 아이디어를 실행할 자유를 주면, 혁신은 일어나게 마련이다. (...) 우리의 활동 무대는 창의력을 중시하는 시장이다. 장기적으로 볼 때 가장 큰 위협은 오류가 아니라, 혁신하지 못하는 것이다.

베팅 비유를 통해 직원들은 자신을 기업가로 생각하게 된다. 기업가는 실패를 통해 성공을 획득한다. (...) 베팅했지만 소득이 없을 때는 가능한 한 빨리 문제를 바로잡고 그로 인해 얻은 교훈을 논의한다. 이런 창의적인 사업에서는 빠른 복구가 가장 좋은 모델이다.

"큰일을 벌일 수 있는데도 칩을 사용하지 않거나, 잘못된 판단이 장기간 이어질 경우메나 쫓겨납니다." (...) 맥락을 확실하게 파악하고 다양한 관점을 가진 사람으로부터 피드백을 받은 후 모든 선택지를 알고 있어야 좋은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넷플릭스 혁신 사이클: 꼭 실현하고 싶은 아이디어가 있다면, 다음 사항을 따라야 한다.
1. 이의 제기를 장려하거나, 아이디어를 공유하라.
2. 빅 아이디어는 테스트를 거쳐라.
3. 정보에 밝은 주장(informed captain)으로서 베팅하라.
4. 성공하면 축하하고, 실패하면 선샤이닝하라.

어떤 아이디어를 찬성하지 않을 때 그런 사실을 표현하지 않는 것은, 넷플릭스에 대한 불충이라고 말한다. 자신의 의견을 묻어두는 것은 회사를 돕지 않겠다는 말 없는 시위다.

일을 완벽하게 처리하는 것은 중요하지 않았어요. 중요한 것은, 발리 처리하고 그렇게 처리한 것에서 뭔가를 배우는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당신이 이렇게 반응하길 권하고 싶다.
1. 그 프로젝트에서 무엇을 배웠는지 물어보라.
2. 그 일로 수선을 피우지 말라.
3. 그녀에게 실패를 선샤이닝하라고 요청하라.

그들은 베팅이 개인 성패의 문제라기보다 사업을 한 단계 진전시키는 데 필요한 절차라는 사실을 깨닫는다.

매니저는 핵심 내용에 관한 관심을 신중하게 밝히되, 질책은 삼가야 한다. 그날 그 방에 있던 사람들은 모두 두 가지 중요한 메시지를 마음에 담았다. 첫째, 베팅했다가 실패할 경우 CEO는 그 과정을 통해 무엇을 배웠는지 물을 것이다. 둘째, 뭔가 큰일을 시도햇다가 성과를 내지 못해도 화를 내는 사람은 없다.

실패할지 모르지만, 그래도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야 한다.

실수를 인정하지 않으면 반복할 가능성이 커진다.

이하 챕터 3:

인재 밀도가 높은 직장의 직원들은 가족이 아니다. (...) 우리는 가족이 아니라, 팀이다.

매니저들이 나름대로 현명하게 판단할 수 있게 고안한 것이 바로 '키퍼 테스트'다:
팀원 중 한 사람이 내일 그만두겠다고 하면, 다시 한 번 생각해보라고 설득하겠는가, 아니면 속으로 다행이라 생각하며 사직서를 수리하겠는가? 후자라면 지금 당장 그에게 퇴직금을 주고 스타 플레이어를 찾아라. 어떻게 해서든지 지켜야 할 사람을 말이다.

뒤에서 언급하지만, 일반 직원이라면 반대로 매니저에게 키퍼테스트를 요청해야 한다. "제가 나간다고 하면 잡으시겠어요?"

다행히 높은 인재 밀도와 긴밀한 협업은 하나를 선택하기 위해 다른 하나를 포기해야 하는 사안이 아니다. 키퍼 테스트를 통해 이 두 가지를 모두 이룰 수 있으니까. 이는 우리에게 프로스포츠팀과 다른 한 가지 특징이 있기 때문이다. 넷플릭스 팀의 자리에는 정해진 수가 없다.

(직원들의 두려움을 완화하기 위한 조치가 무엇인지 묻는 질문에) "피해야겠다는 생각에 위험한 곳을 계속 바라보면 자기도 모르게 그쪽으로 노를 젓게 된다고 한다. 운동선수가 부상을 너무 걱정하다 보면 몸을 날렵하고 자신 있게 움직일 수 없다."

익명 피드백은 너무 불편했다. 자칫 너무 구체적이고 상세하게 피드백을 남겼다가는 당사자가 누가 쓴 글인지 분명 눈치챌 것이라고 우려한 것 같았고, 그래서인지 에둘러 표현한 내용이 많았다. 즉, 도움이 안됐다.

자신의 서툰 부분을 솔직하게 지적한 코메느가 있으면, 더욱 공개해야 한다.

피드백의 내용: Start, Stop, Continue (시작할 것, 중단할 것, 계속할 것)

'고쳐야 할 부분'을 지적받았을 때의 기분을 물어보면 대부분 속상했다고 대답한다. 그런 지적은 당황스럽고 또 불편하다. 그러나 결국 그런 지적이 성과를 끌어올린다.

통제가 아닌 맥락으로 리드하라. (Leade with Context, not Control)

리드 방식을 맥락과 통제 중에 선택하기 전 대답해야 할 첫 번째 질문은 이것이다. '우리 회사의 일재 밀도는 어느 수준인가?'(...) 두 번째 핵심 질문은 이것이다. '1차 목표가 오류 방지인가, 혁신인가?' (...) 한편으로는 비현실적인 요구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 같다. 그래서 세 번째 필요조건을 생각해 냈다. '느슨하게 결합된' 시스템을 유지해야 한다. (loosely coupled)

넷플릭스가 느슨한 결합 체계를 유지할 수 있는 건 '정보에 밝은 주장'이라는 모델이 있기 때문이다. (...) 스타트업이라면, 처음부터 느슨한 결합을 조성해야 한다.

목표는 동일하게, 실행은 자율적으로

우리는 모두 북극성을 향해 달려간다. 단, 그곳에 이르는 방법까지 조율하진 않는다.

부하직원이 멍청한 짓을 했을 때 나무라지 말라. 대신 맥락을 잘못 짚어준 것이 없는지 자문해 보라. 목표와 전략은 확실하게 전달했는가? 그것을 성취하는 데 필요한 의욕과 열망을 제대로 불어넣었는가? 팀이 좋은 결정을 내리는 데 도움이 될 만한 가서로가 위험을 정확히 일러주었는가? 부하직원들이 당신과 같은 비전과 목표를 가질 수 있도록 그들과 의견을 철저히 조율했는가?

조직은 피라미드가 아니라 나무를 닮은 구조로 가동될 것이다. CEO는 아래쪽 뿌리에 앉아 있고, 결정은 가장 꼭대기 나뭇가지에 있는 주장이 내리는 것이다.

넷플릭스가 인도에서 사들일 어린이 콘텐츠를 선별할 때, 가장 정확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사람은 바로 접니다. (...) 하지만 정보에 밝은 주장으로서 제가 작품을 담대하게 결정할 수 있는 것은, 우리 조직이 투명하고 풍부한 맥락을 가진 상태에서, 지도부와 제가 조율을 잘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모든 리더가 맥락을 짚어준다. 재정적 부분까지 맥락을 평소에 잘 조율하고 있기 때문에 자율적으로 판단할 수 있다.

이하 챕터 4:

자신의 삶과 일만큼은 직접 통제하겠다는 의지는, 미국인에게만 해당하는 특성이 아니었다. 그 점에서는 문화적 차이가 없었다.

우회적인 문화에서는 공식적인 피드백 시간을 늘려야 한다

직설적인 표현을 기피하는 문화에서는 동료에게 피드백을 줄 때 조심하라는 것이다. 좀 더 친근한 표현을 써라.

우리가 터득한 중요한 교훈은 어느 나라 출신이든 상관없이 다른 문화를 가진 나라의 동료들과 일할 때는 대화하고, 또 대화하고, 또 대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피드백을 줄 때는 다섯 번째 A도 필요하다: Adapt - 함께 일하는 사람의 문화에 맞춰 전달하는 내용과 당신의 반응을 적절히 조절하라.

즉흥 연주라도 적절한 조건이 없으면 혼란만 초래한다.


추가적인 생각들

한국에선 넷플릭스가 나오기 힘들다

우리나라에선 넷플릭스같은 F&R 문화의 회사가 나오기 정말 어려워보인다. 근본적인 이유는, 사람을 쉽게 자를 수 없기 때문이다. 문화인지 법인지 잘 모르겠지만 쉽게 사람을 자르고 쉽게 뽑는 회사를 우리나라에서 들어본 적이 없다. 여기엔 내 추측으로 세 가지 이유가 있는데,

  1. 노동자의 권리가 강해서 한 명 자를 때마다 회사에 손실이 큼.
    a. 추가로, 근무시간에 대한 법 등 나라에서 강제하는 부분들이 있는데 넷플릭스 정신에 어긋나는 요소들이 껴있음. 예를 들면 초과근무수당제.
  2. 외국인을 쉽게 뽑지 않기 때문에 인재풀이 작음. (한국인만 후보군인데, 이미 웬만한 사람은 시장에 다 나와있기 때문에 지금 한 사람 자른다고 대체할 인원이 없음)
  3. 사람들이 그런 문화에 익숙하지 않음 (솔직한 피드백, F&R 등)

그런 의미에서, 그리고 내가 경험한 몇 가지 회사 내외적 사례들을 종합해보면, 지금 내가 있는 회사가 가장 넷플릭스스러운 문화를 잘 정착시킨 회사가 아닌가 싶다. 이러나저러나, 정말 문화적으로 손색없는 회사다. 회사 자랑 맞음

이 한국의 특수성에 대해, coinbase 의 전략을 참고해보자는 아티클도 있다: https://www.thestartupbible.com/2022/06/meritocracy-based-hiring.html

의구스러운 부분 - 어떻게 선순환 고리를 시작했을까?

세계 최고의 인재를 세계 최고의 급여로 채용한다 -> 세계 최고의 성과를 이뤄낸다 -> 그 돈으로 세계 최고의 인재를 ... 이러한 무한 순환고리에 빠지는데 대체 그 '시작'은 어떻게 하는가?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

책에서 아주 잠깐 언급하는 부분으로 보건대, 이 CEO가 어떤 회사를 엑싯해서 초반 자금을 모은 것 같다. 그러나 그것만으론 충분한 설명이 되지 않는다. 분명 세계 최고의 인재가 없었거나, 세계 최고의 급여가 아닌 상태가 있었을 것이다. 일단 궤도에 올라있으니 그 선순환을 지속하는 것은 알겠는데 그 궤도에 어떻게 올랐는지는 잘 모르겠다. 이 책은 넷플릭스의 역사를 다루는 책은 아니라서 그런 부분은 얘기하지 않는다.

문화는 배울 필요가 있다고 본다

지금 팀에 처음 들어왔을 때 흘러가는 대화 속에서 들었던 말이 있다. "저는 우리 회사의 핵심 가치 (우리 회사에선 이걸 널리 퍼뜨리려고 노력한다)를 굳이 신경쓰지 않아요. 그냥 내 하고 싶은 대로 하는게 회사에 도움 된다는 걸 알거든요." 일리가 없지 않다. 이미 그 가치들을 충족하는 사람들을 뽑는 회사니까, 굳이 회사의 문화가 어떤 항목들이 있는지 낱낱히 알 필요가 없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전사적인 방향성이 아닌) 나 자신에게 있어선 그런 것들을 일일이 아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이 회사가 어떤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어떤 사고방식을 직원들에게 요구하는지 알아야겠다. 나 자신을 회사에 끼워맞추는 일말의 노력이 없으면 보다 완벽하게 회사와 내가 얼라인 되지 않을 것이고, 그렇기 때문에 조금 더 한몸처럼 일하기 힘들 것이라는 추측을 하기 떄문이다. 어떤 인재는 본인의 스타일을 회사와 엮어서 새로운 문화를 아주 조금씩 만들어 나가거나, 애초에 본인의 스타일과 회사가 원하는 스타일이 똑같을 것이다. 그러나 나는 그보다 훨씬 줏대가 없다. 나는 이 문화 저 문화 다 맛보고 싶고, 그러기 위해선 조금 더 문화를 직접 찾아 들어가는 편이다. 이게 좋은 비유일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아랫도리만 가리는 아프리카 부족에 간다면 (허락을 구하고) 같은 복장을 하고 싶다.


p.s. 책에서 자꾸 '일어나게' 마련이다, 라는 표현을 쓰는데 이거 좀 이상해보여서 국립국어원에 문의해둠: https://www.korean.go.kr/front/onlineQna/onlineQnaView.do?mn_id=216&qna_seq=249024&pageIndex=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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