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주인공은 지금은 플레이스토어에서 내려간 "초코플레이어" 라는 앱이다.
한때 유행했던 쯔꾸르 게임으로 만든 PC 게임을 안드로이드 앱에서 에뮬레이팅 할 수 있는 앱을 만들었다. (정확히는 Enterbrain 사에서 만든 RPG Maker 을 에뮬레이팅)
며칠 전에 통계를 확인해보았을때 총 242,531번 다운로드가 있었다
2010년도에 피쳐폰을 쓰고있다 군대를 다녀오니 안드로이드폰이 대세가 되어있었고, 이미 안드로이드 앱 시장에 수많은 앱들이 출시된 상황에 뭘 만들어볼까에 대한 고민만 깊어져가던 참이였다.
그런데 고등학교때 즐겼던 쯔꾸르 게임을 스마트폰에서 하면 좋겠다
라는 생각에 만들어보기 시작했다.
가장먼저 진행했던건 안드로이드 서적을 샀고, Canvas API 기능만으로 덕지덕지 구현해 제대로 플레이할 수 있는 게임이 쯔꾸르 공포게임 Ib(이브)
하나가 될때쯤 플레이스토어에 올리게 되었다.
하지만 직접 플레이도 해보고 사용자 의견도 받아보니 아차 싶었다. 구현에만 집중하다보니 성능과 배터리소모와 같은 기본적인 부분을 많이 놓쳤고, 게임을 플레이하는 동안에 배터리가 광탈하는 증상을 겪게 되었다.
지금은 2D 성능을 올리려면 GPU 를 잘 활용해서 CPU 의 부하를 줄여야된다는 것을 알고있었지만, 그 당시 그런부분에 무지했던 나는 무식하게 매 1프레임마다 Bitmap 을 Canvas 에 수백번 덧칠하고 있으니 성능이 나올턱이 있을까.
그래서 개발 1년만에 Java 로 된 안드로이드 앱 코드를 모두 버리게 되었다.
모든걸 라이브러리없이 만들 수 있다는 패기는 1차 시도에서 다 버렸다. 그래서 게임 엔진을 찾아보았고, 그 당시에도 유니티가 있었지만 당시 폰 성능 대비해서 무거운 게임엔진 이였기 때문에 성능에 가장 초점을 둔 Cocos2d-X
라이브러리를 사용하게 되었다. 이 라이브러리는 C++ 기반으로 작동하고 iOS 와 안드로이드 동시에 개발할 수 있었다. 그리고 1년동안의 우여곡절 끝에 성능까지 챙긴 초코플레이어 앱을 만들게 되었다.
한 게임당 수백번 플레이하면서 QA 도 하고, 직접 플레이하면서 내가 불편했던 사항들 (세로모드, 언제든 저장할 수 있는 기능, 온라인 에러 리포트, 배속모드 등...) 을 모조리 적용했었다.
그 당시에 돈없는 대학생이였고, 나는 쯔꾸르 관련한 네이버카페, 다음카페, 포럼등을 돌아다니면서 앱 홍보글을 올렸었고, 혼자서 개발한 부분에 대견(?)하게 보는 사람들이 많아서 좋은 홍보효과를 받을 수 있었다. (지금에 다시한다면 용돈을 써서라도 광고비를 지불할 것 같다)
2D 게임을 개발하는 것 자체는 난이도가 높지 않았다. 하지만 Enterprise 사의 RPG Maker 로 만들어진 게임은 맵이나 이벤트와 같은 데이터를 binary 로 저장을하는데, 여기서 문제가 데이터가 어떻게 저장되는지 공개된 문서가 전혀 없었다. 메일로 요청했지만 퇴짜도 맞았다.
그래서 게임 에디터에서 설정을 하나씩 바꿔가면서 위와같은 Hex Viewer 프로그램으로 데이터 구조를 분석해나갔고, 총 개발 기간의 9할정도의 시간이 걸렸던 것 같다.
이렇게 아직 특정 상황에서 버그가 있었지만 많은 게임을 플레이할 수 있는 수준까지 개발되었고, 당시 대학생이였던 나는 돈을 벌고싶었다. 하지만 그 당시 할수 있는 비즈니스모델은 많지 않았다. 메뉴에서 배너광고, 광고제거 인앱결제 정도였다. 그리고 결과를 보니 처참했다. 광고비와 인앱결제를 합쳐서 약 월 100달러 정도의 수익이 있었고, 노출 시간당 돈을 매기는 광고 특성상 지속적으로 노출되지 않기 때문에 큰 수익이 발생하지 않았던 것 같다. 게임중 화면에 광고를 띄우면 더 많은 광고료를 벌 수 있었겠지만, 게이머의 입장에서 게임성을 해치는 부분은 싶진 않았다.
앱은 업데이트를 계속 진행하지 못해 2016년쯤에 자동으로 플레이스토어에 내려가게 되었다. Android OS 버전업이 되면 Cocos2d-X 라이브러리도 버전업이 되어야 하는데, 라이브러리 버전에 맞게 나의 소스코드를 전면으로 수정해야 되는 문제에 직면하였다. 대략 어림잡아 3개월정도 소요될 것으로 보고 득보다 실이 더 많다고 판단했었다. 그 당시 내 앱을 다운받은 수많은 사람들에게는 더 유지 못해준 미안한 부분이 있지만말이다..
나에게 개발자로서 서비스를 성공적으로 론칭한 경험과, 개발 실력에 성장의 원동력이 된 이 프로젝트에 만족한다. 다만 1인 개발자의 자신과의 싸움과, 비즈니스 모델이 없는 서비스를 만들고자 했던 과거의 나에게 돌아갈 수 있다면 짧은 귀뜀정도는 하고 싶다. 괜찮은 기획자와 디자이너 동료를 모아서, 최소한의 비즈니스 모델을 구축하고나서의 2년은 더 값지지 않았을까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