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접도 떨지 않았는데 막상 회사를 간다고 하니 긴장이 엄청 되었다.
올해 나이 25살, 사회 생활이라고는 2년의 한식당 근무 경력과 1년의 수학 강사, 그리고 1년의 일식집 근무 경력밖에는 없었던 내가 회사로 출근을 한단다. 입사 당일에 최대한 멀끔해 보이는 옷을 입고 거울 앞을 얼마나 서성였는지 모르겠다.
출입증이 없어 회사 문 앞을 서성인지 1분도 채 지나지 않아 직원 분께서 입사자임을 물으시고는 반가운 목소리로 나를 맞이해주셨다. ICT 인턴쉽을 신청할 때 가장 가고 싶었던 기업에 들어온지라 기분이 째질듯 좋았지만, 한편으로는 내가 정말 잘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도 많이 들었다.
나와 같이 입사하게 된 다른 동기 분들과 인사를 나누고, 사원증에 들어갈 프로필 사진을 찍으면서 간단한 스몰 토크 시간을 가졌다. 비록 잠깐의 시간이었지만, 투머치 토커인 나의 대화를 받아주신 것만으로도 좋은 분들이라는 확신을 200% 느꼈다.
첫 날부터 온보딩을 진행하고 협업과 관련된 여러 안내를 들으면서 "아, 내가 근무하는 회사는 정말 좋은 회사구나" 라는 것을 다시금 느꼈다. 내 프론트엔드 공부를 많이 도와준 친구 A는 입사 직후 바로 뭣도 모로는 상태에서 업무에 투입됐다던데, 나중에 입사를 축하한다며 비싼 밥을 사준 친구에게 이를 전하자 분통을 터트리는 모습을 보였다. 힘내자 우리
나는 내 신분을 누구보다도 잘 안다고 생각한다. 아직 학생 티를 못 벗어난 인턴. 이게 회사에서의 나를 대표하는 문장이었다. 이제 갓 들어온 신입에게 일을 잘 할 것이라는 기대를 거는 직원은 아무도 없었다. 물론 나도 그 마음을 충분히 파악했기에 사내 협업에 빠르게 녹아들 수 있도록 모르는 것을 최대한 내 걸로 만드려는 노력을 했다.
먼저 사내에서 사용하는 라이브러리들을 1차적으로 파악했다. 그리고 내가 기존에 알던 내용과 모르던 내용을 분류하여 별도의 내용을 정리하였다. 이후 모르는 것이 있다면 내가 해결할 수 있는 선에서 자료를 조사하고, 질문을 하기 전에 나의 생각과 내가 알아낸 것들을 추가하여 리스트를 만들었다. 이렇게 질문을 건네니 다른 팀원 분들도 내 질문에 흥미를 가져주셨고, 기꺼이 나의 의문을 해소해주셨다.
내가 누군가에게 질문을 받는다고 가정했을 때, 단순히 "A가 안되는데 왜일까요?" 보다는 "A가 안되는데 제가 알아본 바로는 A 내에서 이러이러한 문제가 생겨서 안되는 것으로 확인되었습니다. 대안은 이러이러하다고 파악했는데 혹시 제가 생각한 부분이 맞을까요?" 가 더 답변하기도 쉽고 더 많은 내용을 전하고플 것이다.
추가적으로 프론트엔드와 웹 개발에 관련된 여러 지식을 많이 공유하는 자리를 가졌다. 최근 급부상하고 있는 vite에 대해서도 이야기를 나눠보고, svelte에 대해서도 짤막하지만 다른 팀원 분께 소개를 해드렸다. 이후 팀원 분께서 덕분에 새로운 내용을 많이 알아간다며 감사를 표했다. 제가 더 감사합니다
입사 후 일주일이 지난 시점에서 나를 정말 많이 도와준 팀원 분께서 DM이 왔다. 내용은 비밀이지만 요지는 나를 좋게 봐주고 계신다는 것이었기에 정말 큰 힘이 되었다. 감사한 마음을 백만 배 담아 답장을 보내고 나서 내가 그래도 잘 적응하고 있다는 안심이 아주 약간은 들었다. 물론 아직 갈 길은 멀다고 생각한다.
입사 일주일 전, 사측으로부터 깜짝 사전 과제를 받았을 당시 나는 테오의 스프린트를 진행 중에 있었다. 물론 스프린트를 진행해야 했기에 과제를 진행하고 싶어도 그럴 수가 없었다. (라는 핑계를 대지만 전적으로 나에게 책임이 있다고 생각한다)
따라서 입사까지 이틀이 남은 시점에서 최대한 과제를 끝마치기 위해 갖은 노력을 했다. 요구하는 기능을 구현하는데 하루, 그리고 디버깅과 잘못된 코드 설계를 바로 잡는데 또 하루가 걸렸다. 조금만 더 시간이 있었더라면 완벽하게 해왔을텐데, 그러지 못해서 실로 아쉬움이 크다.
다행히도 사전 과제 리뷰는 비교적 매끄럽게 흘러갔다. 기능에 대한 지적은 없었으며 내가 놓쳤던 부분에 대한 검수를 많이 해주셨다. 덕분에 새롭게 배워가거나 기존에 배웠던 것들을 리마인드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틀이라는 빡빡한 기한 내에 기능을 모두 구현한 점은 칭찬해주셔서 그나마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제가 정말 죄송합니다
올해 3월은 정말 운수가 대통으로 터지는 것 같다. 입사한 지 2주도 안된 시점에서 무려 사내 워크샵을 가게 되었다. 3박 4일 간 정말 힐링은 제대로 한 것 같다. 많은 구성원 분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다양한 경험을 함께 쌓으면서 약간의 유대감이 쌓인 것 같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든다.
그간 극 내향형으로 살았던 인생인지라 대화가 참 쉽지가 않다. 물론 나름대로 노력은 하고 있지만 자연스럽게 스몰 토크를 진행하는 분들을 보면 경외심이 절로 생긴다. 나도 인싸이고 싶지만 그러지 못해 아쉬움을 표하는 스스로를 보며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생각이 들었다.
약간의 TMI긴 하지만, 다른 분들께서 나와 대화를 나누고 나서 혹시 진행 관련 일을 해봤냐는 (...) 질문을 좀 해주셨다. 분명 이 말을 테오의 스프린트 팀원들에게서도 들었던 것 같은데, 그간 들어본 적 없는 칭찬을 연거푸 들으니 감사한 마음이 들면서도 감회가 새로웠다. 나 정말 MC에 소질이 있는 게 아닐까.
먼저, 최근 TIL을 열심히 적지 않은 스스로를 좀 질책해야 할 것 같다. 물론 일이 바빴다지만 그간 궁금한 점이 있다면 착실히 정리했는데 최근에는 그러한 점이 좀 부족하다고 생각했다. 앞으로는 늦더라도 조금씩 정리를 해나가기로 다짐했다.
두번째로, 현재 진행 중인 사이드 프로젝트가 좀 많다. 따라서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내가 해결할 수 있는 분량만큼은 반드시 끝내야겠지만, 그 이상의 역할을 받는다면 약간의 조율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이 부분은 추후에 차차 적응해야겠지만 아직까지는 허용 범위 내다.
마지막으로 조급해하지 말자는 말을 하고 싶다. 물론 아직은 스스로 생각했을 때 부족한 점이 너무 많다. 하지만 황새 따라가다가 가랭이가 찢어지는 불상사를 당하는 것 보다는, 천천히 모르는 것들을 메우면서 성장하는 개발자가 되고픈게 내 마음이다. 그러면서도 한편으로는 더 빠르게 성장하고 싶다는 열망도 들지만 아직 기회는 많다. 눈 앞에 놓인 소중한 찬스들부터 챙기고 생각해도 늦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제 ICT 인턴쉽을 진행한지 고작 2주가 조금 넘었다. 신입으로서의 회고를 짤막하게 작성했는데 막상 되짚어보니 되게 부끄럽다. 그래도 이 또한 추억이라고 생각하면 마음이 편하지 않을까? 더 나은 개발자가 되기를 희망하며, 더 나은 구성원이 되기를 바라며 이만 글을 마친다.
루키 항상 응원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