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 인생 및 취업 준비 회고

roon-replica·2022년 9월 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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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처음으로 정규직이 되어서 개발을 처음 시작할 때 부터 지금까지의 간단한 회고를 작성해봤습니다.
지난날을 한 번 돌아보고 싶어서 작성한 글이고 일기처럼 편하게 썼어요.
그래도 한 취준생의 사례에서 영감을 얻을만한 부분이 있으시다면 얻어가셨으면 좋겠습니다.

대학 시절

2학년

2018년에 전역하자마자 코딩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다.
전역할 때쯤 뭘 먹고살지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고, 입대하기 전에 존경했던 교수님이 스쳐지나가며 했던 말이 생각났다.

"코딩만 잘해도 먹고 산다"

전자 하드웨어가 이론 위주이고 어렵고 고리타분하다고 생각해서 하기 싫었던 내게 매우 달콤한 말이었다.
(심지어 수전증이 있어서 무언가를 조립하는건 자신이 없다)
그래서 전역하자마자 학부연구생으로 들어가서 c언어로 자료구조 및 알고리즘을 구현하며 코딩을 배웠다.
연구실 형들이 숙제 검사를 해주듯이 꼼꼼히 봐주셔서 코딩에 잘 입문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어려운 과제를 끝낼 때 마다 알을 깨고 나왔다는 느낌이 들었고, 컴퓨팅적 사고가 탑재되기 시작했다.
특히 종이에 쓰면서 디버깅을 하다보니 그 당시에 유행하던 말인 '컴퓨팅적 사고'가 무엇을 말하는지도 알 것 같았다.
약 6개월 동안 자료구조와 알고리즘만 공부하고 구현했고, 코딩의 매력과 비전을 알게 되었고 평생을 바쳐도 괜찮을 분야라는 생각이 들었다.

2학년 2학기에는 자바스크립트로 게임을 만들어보는 수업이 있었다. 화면에 물체를 그리고 움직이게 하니까 재밌었다.
매우 뉴비스럽지만 처음으로 몇천 줄 수준의 프로그램을 작성해봤었다.
에어하키 게임 코드
이러한 게임을 3개 정도 만들었는데, 다른 게임들의 코드는 어디있는지 찾아봐야 하지만 그저 비슷한 로직이 반복되어서 노가다만 하면 짜는 코드이다.
(지금 보니 유지보수하기 매우 안좋은 코드같다)

코딩에 잘 입문했지만 아직까지 진로는 막연하게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다.
단순히 알고리즘이 가장 가치있는 것이고 이것만 잘 알면 되겠지라고 생각했었다.

3학년

2019년.
컴퓨터 관련 기초 과목들을 배우느라 학교 수업만 열심히 따라간 것 같다.
지금 돌아보면 학부연구생을 그만둔 후에 찾아온 약간의 정체기였던 것 같다.
그리고 괜히 보안쪽에 관심을 가졌다가 수확은 없는 공부를 했던 시기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컴파일러와 정적분석을 위한 수학, 정적 분석 툴 관련 리서치, 리버스 엔지니어링, 시큐어 코딩 학습 등에 시간을 투자했었다...

서블렛, jsp는 여름방학 때 혼자 3주 정도 공부하면서 입문했고,
2학기 때 서블렛, jsp로 간단한 웹서비스를 만들어보는 수업을 들었다.
(여름 방학 때 jsp를 한 번 해봐서 자만하고 있었는데, 수강 인원이 적어서 시험을 조금 못보니 B+를 받았다..)

'웹개발'에 입문했지만 아직까지 웹개발에 큰 흥미를 느끼지 못했고, 여전히 알고리즘이 더 가치있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4학년

2020년.
코딩테스트라는 것을 통과해야 취업할 수 있음을 알게 됐다.
그래서 1월부터 알고리즘 문제풀이 사이트인 '백준 온라인 저지'에서 문제를 풀기 시작했다.
문제를 풀어보니 정말 뇌에 자극이 많이 됐고, 잘하고 싶었고, 잘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ACM ICPC라는 알고리즘 대회도 알게 되어 팀원을 모집해서 스터디를 했고 대회에도 참여했다.
스터디를 하고 대회를 준비하다 보니 나는 엄청난 뉴비이고, 실력이 쉽게 늘지 않음을 알 수 있었다.

그렇게 2020년은 주로 알고리즘만 공부했다. 대회를 준비했던 것도 있지만 알고리즘 문제만 잘 풀면 취업할 수 있는줄 알았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코딩테스트가 예선전이었다면 면접이 본선임을 알게 됐다.
잘 기억은 안나지만 몇 군데 지원을 해서 쉬운 코테는 붙었는데 면접에서 모두 떨어졌던 것 같다.
알고리즘 문제를 푸는 것 외에 무언가를 더 해야한다고 판단했다.

2021년 상반기

본격적인 웹개발 학습 시작

4학년이 끝날 때쯤 스프링 프레임워크를 알게 되었고, 2021년 1월부터 본격적으로 자바, 스프링을 이용한 웹개발을 공부하기 시작했다.
채용 공고마다 스프링 프레임워크라는 기술을 요구하길래 이게 도대체 무엇인지 궁금해서 한 번 해보자고 생각했었다.
그런데 정말 잘 만들어놓아서 놀랐다. 예전에 서블렛, jsp로 코딩하던 때랑은 완전히 달랐다.
웹개발이란 분야가 무엇을 하는지, 회사를 다니게 되면 어떤 형태의 개발을 할지 이제야 감이 잡혔다.

자바, 스프링 관련 많은 책을 보며 공부했고, 알고리즘 스터디와 면접 스터디를 해봤고, 협업 프로젝트도 한 번 모집해봤다.
사실 알고리즘 스터디는 꼭 필요했다기 보단 혼자서만 공부하니 심심하기도 하고, 감만 유지하기 위해 했었다.
면접 스터디는 카카오 엔터프라이즈 면접에서 받은 충격때문에 모집했다.
(나의 첫 면접은 카카오 엔터프라이즈였다. 자바도 익숙하지 않았을 때 프리인터뷰를 봤는데 인터뷰가 끝나고 10분 뒤에 지원해줘서 고맙다는 메일을 받았다.)

협업 프로젝트 모집은 협업 경험이 없는 내게 가장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안면도 없는 사람들을 모집해서 그런지 책임감없는 모습들을 많이 봤다.
프로젝트는 잘 끝내지 못했지만 개발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며 커뮤니케이션 경험을 해본 것은 도움이 됐다.

첫 인턴

웹개발을 공부한지 약 6개월만에 채용연계형 인턴에 합격했다!
가장 가고 싶은 회사는 아니었지만 괜찮은 회사라고 생각했어서 만족했었다.
교육형 프로젝트를 진행하며 웹 개발에 대한 전반적인 감을 잡을 수 있었다.
특히 자바스크립트로 화면을 조작하고 그리는 부분, SQL에 더 익숙해졌다.

하지만 정규직으로 전환되지 못했다.
돌아보면 예외처리에 대한 개념도 없을 정도로 개발 경험이 부족했고, 마인드도 좋지 못했던 것 같다.

2021년 하반기

책 위주로 반년 이상 공부하다 보니 아는게 꽤 많아졌다. 큰 규모의 개발은 못해보고, 협업 프로젝트도 제대로 진행되지 못해서 아는건 좀 많은데 개발은 별로 안해본 상태가 된 것 같다.

알고리즘 문제풀이 감이 좋을 때였어서 네이버 계열사 4군데 공채 코테에 모두 합격했다.(네이버, 네이버 클라우드, 라인, 네이버웹툰)
하지만 빈약한 개발 경험과 그닥 좋지 않은 마인드로 인해 모두 1차 면접에서 떨어졌다.

2번째 인턴

그래도 겨울에 체험형 인턴에 합격하여 3개월 동안 일할 기회를 얻었다.
간단한 신규 프로젝트를 인턴들에게 전적으로 맡겨서 프로젝트의 설계부터 배포까지 라이프사이클을 경험했다.
백엔드 개발자인지 UI 개발자인지 모를 정도로 화면 개발이 많았지만,
부족하다고 생각했던 상품 수준의 코드 작성 경험과 협업 경험을 쌓을 수 있었서 목표는 이루었다.

그리고 이 때 만났던 인턴 동기들은 지금 내가 가장 좋아하는 개발자 친구들이다.
(개발자 친구가 거의 없기도 하다)
동기들은 나보다 먼저 취업을 했는데, 동기들의 취업 소식을 들었을 때 확실히 뭔가 잘못 살고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동안 취준을 하면서 최선을 다했다고 말할 만큼 열심히는 안했던 것 같다. 예를 들어 개발자로서의 삶과 나머지 삶은 분리되어 있었다. 그리고 개발자가 되고 싶은 이유도 편하게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쉽게 돈 벌 수 있을거라 생각했기때문이다. 이러한 안좋은 마인드를 가지고 시간을 보냈고, 성숙하지 않은 내면을 확인하게 되어서 후회가 많이 됐다.

2022년 상반기

3번째 인턴

2021년 겨울에 체험형 인턴을 하면서 다른 채용 연계형 인턴에 지원했었는데 합격했다.
가장 가고 싶은 회사는 아니었지만 좋은 회사였고 3개월 동안 일했다.
처음으로 재택이 아닌 출근을 했는데 3개월 동안 끼니가 해결되어 좋았고, 다른 직군의 인턴 동료분들과도 교류할 수 있는 프로그램이 있어서 꽤 재밌었다.
하지만 또 전환에 실패했다..!

기술적으로, 직업 의식적으로는 많이 성장했지만 동료와의 관계와 팀에 잘 맞는지도 중요했다.
전환 면접 때 거의 대부분의 시간을 나의 팀 적응 관련 단점에 대해서만 이야기해서 전환이 되면 이상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ㅋ_ㅋ
멘토분들과는 비교적 잘 소통했는데 멘토가 아닌 다른 팀원분들과는 잘 어울리지 못한 것이 안 좋게 평가받은 것 같다.
사실 일을 해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과 많이 달라서 마음이 조금 떠나있었던 것은 사실이다.
그럼에도 취업해서 안정적인 삶을 살고싶은 마음이 컸기때문에 전환이 되기를 바랬다.

그래도 이전 인턴 때 보다 서버 개발쪽으로는 더 많이 배웠다. 다양한 것들을 리서치하고 적용해볼 수 있도록 멘토님들이 잘 코치해주셔서 도움이 많이 됐던 인턴 경험이었다!
예를 들어 servlet filter를 적용하며 WAS와 스프링 컨테이너의 구조를 더 잘 알게 된 점, 약관 API 개발 및 비동기 처리, API를 보호하기 위해 circuit breaker 적용, 리액티브 프로그래밍 입문, 프론트엔드 페이지 개발, 여러 리팩토링, 여러 학습(nginx, agile 방법론, clean code, docker, kotlin) 등 다양한 경험을 했다.

마지막 인턴

3번째 인턴이 끝날 때 쯤에 가장 가고 싶었던 회사에 채용연계형 인턴으로 지원했었는데 합격했다!
이제 실력, 직업의식 면에서는 자신이 있었다.
하지만 팀에 잘 어울리는 것을 이전 인턴 때 잘하지 못했기 때문에 증명이 필요했다.

회사 생활을 해보니 사람, 근무 환경, 개발 분야 모두 너무 좋았다.
이전 인턴 때보다 개인을 더 존중해주는 분위기였고, 더 관심을 가져주셨고, 의견을 말하기 더 편했다.
회사 건물은 국내가 아닌 세계에서 제일 좋은게 아닐까 싶을 정도로 좋았다. 식당에서 샐러드가 제공되는 것도 좋았다.
개발 분야도 백엔드만 집중적으로 해서 화면 개발의 부담이 사라진 것도 좋았다!
그래서 이번 인턴을 할 동안은 다른 곳에 지원하지 않고 올인해봤다.

짧은 인턴 기간 동안이지만 자는 시간외에 대부분의 시간동안 인턴 프로젝트에 몰입했던 것 같다.
잠도 눕자마자 잠들어서 꿀잠을 잔 경우가 많았고, 5시간 정도 자니 눈이 떠졌다.
회사에 가기 전에 1~2시간 정도 도움이 될 내용을 학습했고, 퇴근하고 나서는 부족했던 부분이나 어려웠던 부분을 복습했다.
주말에는 항상 수영장에 가서 체력을 기르고 스트레스를 풀었다.
그랬더니 살도 5kg 정도 빠지고 건강해졌고, 주중에 열심히 일할 수 있었던 것 같다.

회사 적응은 동료분들이 관심가지고 응원해주셔서 내 목소리를 편하게 낼 수 있었고, 나도 가까워지기 위해 노력한 결과 잘 적응한 것 같다!

정규직 전환

전환 결과 발표를 엄청 오래 기다린 끝에 정규직 전환에 성공했다!

이렇게 기다림이 힘들었던 적은 없는데 가장 가고 싶었던 곳이고, 오래 기다려서 엄청 힘들었던 것 같다.
이곳에 떨어지면 다시 한 번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 먼저 사회에 진출해있는 친구들의 모습에 대비되는 내 모습을 떠올리는 것도 너무 힘들었다.
회사 회식 때 전환이 안되면 혼자 창업하겠다고 술김에 호기롭게 말했는데
결과를 기다리느라 불안해서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는 내 약한 모습에 조금 실망하기도 했다.
결과를 기다리는 동안 체스 게임을 구현해봤는데 어려워서 내 실력에도 조금 현타가 오기도 했다.

그래도 전환 합격 메일을 받으니 마음이 편해졌다.
드디어 취준이라는 긴 터널을 빠져나간다는 생각에 기뻤고, 프로 인턴러인 내가 인턴이 아닌 신입 개발자라는 사실이 조금 어색하다.
취준 기간은 힘들었지만, 가치관이 확립된 것 같고 내면이 더 성숙해질 수 있는 시간이었던 것 같다.
만약 졸업할 때쯤 기술적으로 잘 준비가 되어 있어서 쉽게 취업을 했다면, 나의 직업의식과 삶에 대한 태도가 그리 좋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좋게 봐준 회사와 동료분들에게 너무 고맙고 그에 보답할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
더 큰 목표로는 사회에 좋은 영향을 줄 수 있는 개발자, 어른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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