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은 어디가서 뭐하냐는 질문에 조심스럽게 개발자라고 대답하지만 불과 일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나는 컴퓨터 혹은 개발의 ㅋ, ㄱ 자도 모르던 사회학과 학생이었다.
개발은 정말 우연한 계기로 시작하게 되었다. 20년 겨울, 졸업 요건을 충족하기 위해 참여했던 기업 현장 실습에 운이 좋게 소프트웨어 인턴으로 함께 하게 되었고 그렇게 개발을 처음 시작하게 되었다. (인턴이라는 말에 아무것도 모르고 아빠와 정장을 사러 갔고.. 그대로 입고 첫 출근을 했던 아찔했던 기억이..)
당시 정말 운이 좋았던 것은 회사가 처음으로 신입을 뽑기 시작했고 그에 따라 약 세 달여간의 OJT 프로그램을 만들어놨었는데, 그 안에는 기본적인 CS지식, HTTP, Web등을 포함한 전체적인 교육 커리큘럼과 한 달여간의 실습 주제를 선정하고 진행하는 내용등이 포함되어 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이 과정이 없었다면 내가 지금까지 개발을 할 수 있었을까 하는 의구심이 들기도 한다.
OJT 프로그램의 기본 방식은 2주 동안 공부하고 다같이 모인 자리에서 본인이 공부한 내용을 발표하고 질의응답하는 일종의 세미나 방식으로 진행되었다. 떨리긴 했지만 단순하게 나를 평가하는 자리가 아닌, 참여자들 모두가 발표자의 내용을 경청하고 궁금한 점들을 나누는 방식 속에서 진행되었고, 상대방의 질문을 답한다는 그 엄청난 쾌감이 아직도 기억난다. 처음으로 서버, 웹, HTTP, API 등의 개념을 익히는데는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특히 서버라는 개념을 이해하는데는 굉장히 많은 혼란이 있었다.
유튜브 강의를 통해 많은 도움을 받았다. 우아한 테크코스 테코톡, 코딩 애플, 생활코딩, 노마드 코더, 드림코딩 엘리 등 개발에 있어서 주요 개념들을 다루는 채널들을 구독하여 찾아 시청했고, 관심있는 분야에 대해서는 무작정 패스트 캠퍼스에서 강의를 사서 보았다. 주말에는 도서관에 가서 그림으로 보는, 비전공자로, 기초 등의 키워드를 중심으로 책을 골라서 매주 봤다.
그렇게 쌓은 지식을 기반으로 처음으로 개발을 하게 되었다. 내가 배정 받은 개발은 회사의 여러 물리서버들을 모니터링 할 수 있는 간단한 모니터링 페이지 만들기였다. 지금 정리해보면 당시 내가 만들어야 했던 부분은 크게 3가지 정도였던 것 같다.
결과적으로는 최종 시점까지 만들어 내기는 했으나 부족한 점이 너무 * 1000 많았다. 한 개의 API에서 조회, 검색, 페이지네이션 등의 모든 기능이 가능했고 UI를 보면 이게 뭔가.. ? 싶은 부분들 많았다. 그래도 내 인생 첫 개발이었고 지금도 내가 가장 애정하는 프로젝트이자 API이다.
기업 현장 실습은 총 6개월의 과정이다. 회사가 진행하는 3개월 간의 OJT를 진행하고 남은 3개월은 작은 실무들을 진행했다. 개발을 시작하고 6개월의 시간을 나타낼 때 정말 눈 깜빡할 사이라는 표현이 가장 적절할 것이다. 그리고 그 마지막에 사수분이 나를 조용히 불러서 앞으로도 같이하자는 말이 아직도 기억난다. 이전과 달라지는 것은 없었지만 정말 개발자가 되었다는 생각에 알 수 없는 떨림과 책임감이 함께 생겼던 것 같다.
그 이후의 대부분의 시간은 회사의 모니터링 플랫폼을 만들며 보냈다. 다른 개발자들이 참고할 수 있는 지표를 선정하고 이를 시각화하여 본인들의 업무에 참조할 수 있는 플랫폼을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은 아니었다. 도메인을 이전보다 더 깊게 이해해야했고 이를 통해 발견한 점들을 선정하고 이를 수치화하여 DB저장 했고, 화면의 전체 구성을 고려하여 UI를 그리고, API를 설계 및 개발했다.
실서비스가 아닌 백오피스 업무였던 점. 또한 그리 규모가 큰 회사가 아니었기 때문에 내가 기획 + 프론트 + 백을 종합적으로 맡아 진행했다. 지금에서 생각하면 기획자가 개발자를 이해하고, 반대로 개발자가 기획자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되었으며 백엔드에서 던져주는 데이터 구조나 포맷이 화면을 그리는데 어떠한 영향을 주는지 알게되는 기회가 되었다.
이직을 결정하게 된 직접적인 트리거는 사수의 이직이었다. 회사의 서비스가 좋아서, 회사가 가진 방향이나 비전이 마음에 들어서, 혹은 주변 동료나 워라밸 등의 이유로 다녔던 회사가 아니라 나에게 개발자라는 기회를 준, 문제를 정의하고 풀어가는 과정을 알려주었던, 매일 새로운 메시지를 던져주는 사수가 그곳에서 내가 개발을 하던 이유였다. 그렇기에 사수분이 이직을 결정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고 미련 없이 이직을 준비하게 되었다.(본인의 이직을 나에게 통보한 것이 아닌 구체적인 이유와 구상, 미래 등을 설명해주었고 본인의 이직이 미칠 영향 등을 종합적으로 전달해준 사수님께 다시 한 번 감사.. 🙏❤️ )
이직을 결심하고 가장 어려웠던 것은 무엇을 기준으로 이직을 해야하는 가였다. 당시 내가 고민하던 부분은 아래와 같다.
우선 비전공자 + Python을 메인 기술스택으로 가지고 있던 나에게 채용 시장은 다소 차가웠다. 그렇기에 이번 기회를 통해 정말 제대로 준비해볼까라는 고민을 정말 많이했던 것 같다. 또한 주변 개발자 인맥이라고는 사수님과 회사의 몇 분이 다였기 때문에 또한 이직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는게 쉽지 않았다. 종합적으로 고려한 끝에 선택한 결정은 아래와 같다.
내가 특정 도메인, 서비스에 큰 관심이 있던 것이 아니었기 때문에 기술과 기회를 이직의 기준을 세우게 되었다.
결과적으로 빨간 공유 전기 자전거 서비스 일레클(나인투원)로 소속을 옮기게 되었다. 면접 과정에서 받았던 느낌, 젊음 +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문화 + 함께 일할 사람들이 주는 느낌 등이 최종 결정 영향을 미쳤다. 알게 모르게 이직을 준비하는 과정동안 지쳐 있던 탓인지 한 곳을 붙고 나니 이후의 진행하던 곳들에게 정중하게 메일을 회신하고 이직을 마무리하게 되었다.
이직한 회사의 옆자리 분의 소개로 글또를 처음 알게 되었다. 굉장히 개발을 사랑하시고 그런 열정의 넘침이 나에게까지 느껴져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받고 있는 분인데 본인이 글또를 통해 얻었던 점, 개발자 글쓰기의 장점등의 이야기를 들었을 때 안할 이유가 없는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게 되어 도전하게 되었다.
이전까지의 블로그는 나에게 이직을 위한 하나의 수단이었다면 이번 글또를 통해 나의 생각과 경험을 담는 공간으로 옮겨가고 싶다. 단순히 찍어내는 글이 아니라, 나를 제일 잘 나타내고 나의 경험이 담겨 있는 책임감 있는 공간으로 변화시키려 한다. 또한 모든 분들의 글을 읽지는 못하더라도 나와 같은 백엔드 엔지니어로 활동하시는 분들의 고민이 담겨있는 글들은 시간을 내어서라도 읽으려한다.
내가 이번 글또를 통해 전하고 싶은 글감의 후보는 아래와 같다.
글을 쓴다는 것, 글을 읽는 다는 것, 같은 조원분과의 커피챗 등 기대되는 부분이 많다 ! 부디 여러 핑계를 대며 미루는 일이 없기를 바라며 글또 7기 활동을 시작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