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 널린게 직업인데, 거기서 개발자를 고르고, 또 프론트엔드를 고른 이유는 무엇일까.
사실 언젠가 부터 컴퓨터를 이용하는 직업을 하고 싶었다. 요즘 세상에 컴퓨터를 쓰지 않는 직업이 몇이나 되겠냐만은..
돌이켜보면 초등학교 때 인것 같다. 초 5때였나, 하마치를 이용해 직접 마인크래프트 서버를 열어서 친구들이랑 같이 했던 기억이 있다. 지금에서야 별거 아니지만, 당시엔 32비트 64비트 따져가며 버킷을 다운받고 C드라이브 깊숙한 곳을 탐험하고 하는게 참 신기했다. 하나의 다른 세상이었다. 그 시절 우리가 가장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는 공간이었다.
아무튼 막연히 컴퓨터 컴퓨터 하다가, 고등학교때 아두이노 프로젝트를 하면서 이 분야가 정말 마음에 들었다. 막상 대학에 들어오니 PS스러운 것만 잔뜩 시키고 웹/앱 개발은 알려주지 않더라.
그래서 또 어떻게 배울 방법을 모색하다 보니 여기까지 왔다. 프론트엔드? 내가 개발한 것을 가시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이 가장 마음에 들었다. 막연히 홈페이지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고. 그냥 일단 해보자 라는 마인드였고, 그렇게 약 한달여간을 html, css, javascript, 그리고 React와 보내게 되었다.
인생은 참 어쩌다 보니 살게 되는 것 같다. 물결에 떠밀려 목적지에 도착하면 그 과정은 잘 기억나지 않는다. 그렇기에 과거를 그리워하나보다. 참 일기라도 몇개 써둘걸 그랬다.
그런 심정으로 끄적이는 중이다. 평소에 잘 쓰지도 않는 글을, 굳이 블로그까지 만들며 쓰는 이유는 그냥 스물하나의 나를 기억하고 싶어서.. 뭐 다른 것들은 부차적이다. 프로젝트 계획, 배운 내용 정리 등등
막상 만들고 보니 별 거 없는 것 같지만..
생각보다 사회는 나에게 많은 것을 해주지 않는다. 그걸 스물하나에 처음 깨닫다니.
연못 위의 오리는 평온한 것처럼 보이지만 그 아래에선 끊임없이 발을 움직이고 있다.
휴학을 결심했지만, 아무에게도 말 못하고 있다. 떳떳한 명분도 존재하고, 지금까지 열심히 달려왔다는 것을 부정하려는 사람도 없을 텐데.. 왜일까.
가장 큰 이유는 지쳐서. 너무 힘들었다. 낮게 기대면 의도치 않게 상대방을 짓누르고 높은데는 기대기는 커녕 우러러 볼수록 나를 좀먹는다. 결국 기댈 곳은 나밖에 없고, 그 조차 한계가 명확하다. 기댄다는 표현이 맞는지.. 그냥 흘러가는 대로 살게 되는 것이다.
현상유지 하는 것도 버거운데, 3학기동안 방 안에 틀어박혀서 남들만큼 하고 따로 생산적인 일을 하는게 쉬운 일이 아니다. 이미 3년을 그렇게 살았는데, 그 결과가 이렇다니 과거의 나에게 너무 미안하지 않은가.. 눈물이 날 지경이다.
머릿속에 하고싶은 말이 많지만 정리가 되지 않는다. 항상 머릿속에 있는 말들을 끄집어 내면 어딘가 변질되더라. 그저 후회하지 않기만을 바래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