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가장 많은 거절을 받은 해를 보내며

빙티·2025년 12월 30일

어떻게 지냈냐면…

올해를 한 줄 요약하자면 ‘살면서 가장 많은 거절을 받은 해’다.
채용해달라고 여기저기 문을 두드리고 다녔는데 문도 몇 개 없었을뿐더러 잘 열리지도 않았다.

나는 감정 기복이 크지도 않고, 잘 해낼 수 있다는 이상한 믿음도 있다.
하지만 그래도 불합격 메일은 좀 아팠다. 길면 하루 정도 내상을 입고 골골댔던 것 같다.
걸어가면서 눈물이 난 적도 있다. 사연 있는 사람처럼 보였겠지만 내막은 그냥 K-취준생인데.
나중에는 메일 제목만 보고도 합격인지 불합격인지 감지하는 예지 능력이 생겼다.

그래도 부정적인 감정이 쌓이게 두지 않으려 노력했다.
자신을 향한 의구심이나 시장에 대한 절망은 상황을 헤쳐 나가는 데 딱히 도움 되는 것들은 아니니까.
그보단 내가 부족한 부분이 어딘지 찾을 기회로 여기거나, 회사와 핏이 맞지 않았다고 생각하며 최대한 관성적으로 준비하려고 노력했다.

아무튼! 여름쯤 여차저차 취업에 성공해 직장인이 됐는데 아직까진 출근이 싫었던 날은 없다.
나중에 흑화 직장인이 되어 위 문장을 다시 읽어보면 재밌을 것 같다.

기억에 남는 말

작년 회고에서는 제임스의 말씀을 인용했는데, 이번에는 레아의 말씀을 인용하려고 한다.

사람들은 세상이라는 문서에 읽기(read) 권한을 가진 채 태어난다.
하지만 무언가 원하는 바를 이루려면 더 높은 권한인 편집(write) 권한이 필요하다.
그래서 세상에 더 적극적으로 편집 권한을 요청해 보라고 하셨다.

내가 한 해 동안 많은 거절을 당했다는 것은, 그만큼 많은 요청을 날렸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앞으로도 거절에 개의치 않고 요청을 날려댈 용기와 맷집을 기르는 과정이었다고 생각하자.

얻게 된 능력

학창 시절, 많은 청중 앞에서 조리 있게 이야기하는 사람들을 부러워했던 기억이 난다.
작년만 해도 20명 남짓한 사람들 앞에서 테코톡을 할 때 잔뜩 긴장했었다.

하지만 몇 번의 면접 경험들로 얼굴이 3mm 정도 두꺼워지며 기세로 밀고 나가는 능력이 생겼다!
덕분에 연말에는 제이슨이 주최하시는 유스콘에 연사자로 참여해 굉장히 많은 사람들 앞에서 발표도 했다.

유스콘은 주니어 발표자를 위한 콘퍼런스라서 발표 경험이 없는 사람들만 연사자가 될 수 있다.
이거 나잖아? 하면서 신청했는데 인상 깊게 들었다는 피드백을 많이 받아서 한 해를 뿌듯하게 마무리했다.

발표 내용은 사실 2024 제이슨 어록이다.
입사 후 개발을 잘 하는 법과 함께 을 잘 하는 법을 고민했다.
답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경험 부족으로 작년에는 이해하지 못한 제이슨의 말을 구구절절 공감하며 만들어진 결과물이다. 자식은 부모 마음도 모르고 자기가 혼자 큰 줄 착각한다는데...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 주워다가 일인분 개발자로 만들어 주셔서 항상 감사할 따름이다.

마무리

사람 문제가 제일 힘들다고 하는데 나는 인복이 참 많다. 늘 주변 사람들에게 자극도 응원도 많이 받는다.
특히 작년에 우아한테크코스에서 만난 크루들, 코치님들과의 인연이 수료 후에도 이어지는 게 너무 소중하다.
난 회고를 귀찮아하지만 제임스의 제안으로 끝끝내 이 글을 작성하고 있는 것처럼 말이다.

그리고 올 한 해 동안 만난 사람들에게도 잔뜩 배울 수 있었다.
2026년에는 또 어떤 사람들을 만나 무슨 일을 하게 될지는 모르지만,
지금처럼 몸 건강한 채로 따뜻한 이불 속에서 뿌듯하게 회고를 적을 수 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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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머니에게 설명할 수 없다면 제대로 이해한 게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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