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은 42서울 출신 개발자를 왜 채용해야 할까? (라피신 한 달 경험기)

seonja kim·2020년 12월 2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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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달 간의 라피신 과정을 거쳐 드디어 42 서울 본과정생이 되었습니다.

하루에 잘 먹으면 두끼, 바쁠 때는 한끼만 겨우 먹으면서 결국 살아남았습니다!

라피신 과정을 체험기보다는 그 경험을 바탕으로 장기적으로 어떤 인재가 양성될 것이고, 대략 1년 후부터 배출되기 시작할 42 본과생들이 가질 특성들에 대해 나누고 싶어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한 달 경험으로 한 예상이므로 본과정을 경험하면서 달라지는 저의 관점도 계속 공유드리고 싶습니다.


42서울에 대해 모르시는 분들도 많으실 것 같아 간단하게 42서울과 라피신에 대해 설명드리겠습니다.

42서울 :

프랑스에서 시작한 Ecole 42의 한국판으로 전공, 나이, 학력에 상관없이 컴퓨터 프로그래밍에 관심있는 누구나 지원할 수 있는 無학위, 無교수, 無교재 과정입니다.

라피신 :

42서울 본과생으로 선발되기 위해 치뤄야 하는 한 달 간의 시험 기간으로 개인과제, 팀과제, 시험으로 구성되어 스스로의 선택을 통해 각 과제와 시험을 진행해 나갈 수 있습니다.

라피신이라는 시험에 참여하는 분들을 피시너, 그 분들이 공부하는 공간을 클러스터라고 부릅니다.

Born to be an adventurer

한 달이란 시험기간은 절대 짧지가 않습니다.

나이가 적든 많든 본업을 뒤로 하는 위험을 감수하고 오는 분들이 대부분입니다. 누군가에게는 무모해 보일 수도 있지만 끝까지 하시는 분들의 대부분은 각자의 의미가 확고하였습니다. 그 의미가 사회적으로 보기에 높은 의미는 아닐지라도 말입니다.


피드백을 주고 받는게 자연스러운 문화

42에서 정말 놀라웠던 부분은 바로 잘 설계된 동료평가 부분이었습니다.

매 과제는 2명의 동료에게 평가를 받고 난 후 기계 채점에 들어가게 됩니다.

평가를 받기 위해서는 점수가 필요하므로, 점수를 획득하기 위해 다른 사람을 채점하여 점수를 획득해야 합니다.

피채점자는 채점자의 실력에 무관하게 본인의 코드를 상대방에게 이해시킬 의무가 있으며, 이에 실패할 경우 아무리 맞는 결과를 도출하는 코드라고 해도 이는 실패한 코드로 처리됩니다.

문제는 이런 실패한 코드가 과제의 여러 문제들 중 어디서 시작되었든 그 문제 이후는 모두 실패한 코드로 채점합니다.


반대로 실패한 코드라도 채점자를 이해시키고 상대방의 논리를 받아칠 수 있다면 채점자는 성공한 코드로 채점하게 됩니다. (물론 이는 기계 채점에서 걸러지지만 이러한 토론의 결과는 rigor라는 개인 점수로 다 기록이 되어지게 됩니다.)

여기서 주목할 부분은 코드의 결과보다 다른 사람의 코드를 읽고 이해할 수 있는 능력, 동료끼리 서로의 코드의 차이점을 자유롭게 토론, 만약 진도가 느린 채점자라면 그 사람에게 문제를 이해시키고 코드의 논리를 이해시키면서 자연스럽게 이뤄지는 튜터링 효과입니다.


이 과정은 자연스럽게 한 사람을 좋은 구성원, 동료, 사수가 되는 과정을 동시다발적으로 경험하게 하는 것입니다.


자신의 끈기를 그 한계까지 시험하는 기회

듣기 거북할지 모르겠지만 문제를 풀다보면 이런 소리를 많이 듣고 또 하게 됩니다.

이번에도 틀리면 진짜 뛰어내리고 싶다...

그 정도로 절대 쉽지 않은 과제들입니다. (300명이 약간 넘는 인원 중 1-2주 후면 포기하는 피시너가 3분의 1 정도 되는 것 같습니다.)

C 언어로 코딩을 처음 해보는 것도 모자라 이미 많이 사용되고 있는 라이브러리들은 대부분 사용 금지되어 있습니다. 대신 그 기능들을 스스로 구현해서 사용합니다. (atoi, itoa, strcpy, strcmp 등등)


단순히 문제가 원하는 것 같은 답을 도출해내는 것에서 끝나지 않고 코드 스타일이 형식에 맞는지 확인하고, 기계 채점을 돌리게 됩니다. 이 기계 채점이 원하는 예외처리들이 있는데 그 부분들은 문제에 자세히 서술되어 있지 않고 채점이 끝난 후 내 코드가 도출한 답과 기계 채점이 도출한 답의 차이점을 분석하면서 도출해내야할 때가 있습니다. 이는 난이도가 높아지면서 점점 많아집니다.


내가 못 찾겠으면 얼굴에 철판깔고 주변에 물어보러 다녀야 한정된 시간에 정해진 문제들을 해결해낼 수 있습니다.

여기저기 물어봐서 고치고 고쳐서 자신있게 낸 결과가 통과하지 못 하면 그 좌절감은 엄청나지만 한정된 시간으로 좌절감조차 느끼고 있을 여유가 없습니다. 코로나 여파로 클러스터 사용시간도 한정되어 있어 클러스터에 있을 수 있는 시간에는 모두 뛰어다니고 식사를 거르는 일도 일반적입니다.


정말 모두가 자신의 한계를 끝까지 시험해보는 기회이고, 이러한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붙들고 과제들을 통과하는 사람만이 본과정이라는 결과를 받을 수 있습니다.


결론

위에서 언급한 부분 이외에도 많은 교육 장치들이 있고 이는 놀라울 정도로 효과적인 자기주도적 학습, 동료 학습, 협업이 가능하게 해줍니다.


이 한 달을 끝까지 살아남아 있는 피시너들을 보면 대부분 각자가 가지고 있는 의지가 확고했고, 본인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다른 분들에게 도움을 요청하기에 주저함이 없었습니다. 자신보다 조금 부족한 분들에게 어떻게든 본인의 지식을 나눠주려고 노력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었고 그런 분들만 본과정 합격이라는 결과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이는 바로 기업들이 원하는 스스로 빠르게 배울 수 있고, 협업이 가능한 개발자가 아닐까 싶습니다. (물론 여기서 협업이란 다른 부서를 포함하겠지만 문제를 이해하지 못 하는 채점자에게 문제와 코드를 이해시키는 과정을 연습하면서 비개발자와의 소통도 연습되는게 아닌가 합니다.)


42의 교육 장치들에 대해 더 말씀드리고 싶은 부분이 많지만 차차 본과정을 수행해나가면서 관련된 글 더 작성하도록 하겠습니다.


마지막까지 읽어주셔서 감사드리며 2021년에도 복만 가득한 한 해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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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개의 댓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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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년 12월 20일

정말 축하드립니다!!! 본과정에서도 많이 성장하고 좋은 개발자가 되시길 빌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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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월 1일

라피신을 경험한 사람으로서 100% 공감되는 글입니다 합격 축하드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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