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VILLA FONTAINE GRAND TOKYO ARIAKE 조식. 뷔페식이었지만 아침이라 적당히 취사선택하여 받았다
오전 5시 50분 경부터, 요란한 벨소리와 진동음이 내 귀를 날카롭게 들어왔다. 이른 아침이었지만 제4단의 단장이신 황 교수님께서도 방일단이 기상했는지 확인했고, 여러 과정이 신속하게 이루어졌다. 신칸센을 타고 도쿄에서 미야기현으로 가야하는 일정인만큼 바쁘기도 했고, 짐칸이 좁은 신칸센의 특성상 모든 짐을 다른 방식으로 미나미산리쿠 호텔 칸요로 보내야했기 때문이다. 이러한 과정은 오전 6시 30분까지 일사불란하게 이루어졌다. 아침에 일을 끝내고 난 피로감이 가실채도 없이 졸린 눈을 비비며 조식을 먹은 후, 오전 8시 40분에 버스에 올라타며 본격적인 일정이 시작됐다.

도쿄역에서, 센다이행 신칸센
창가에서 도쿄의 풍경이 변하기를 여러 번, 어느덧 우리는 도쿄역에 도착해있었다. 신칸센을 타기까지 도쿄역을 둘러보는 과정에서 가장 놀라웠던 점은 한국의 기차역과 분위기가 많이 달랐다는 점이었다. 서울역이나 부산역, 울산역 같은 한국의 기차역은 주로 중앙 광장이 있고 역 천장까지의 높이가 매우 높은 반면, 도쿄역의 경우 지하철역을 연상케하는 낮은 천장을 바탕으로 공항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안내전광판을 가지고 있었다. 요약하자면 한국은 깔끔하고 탁 트인 분위기의 기차역을 가진 반면, 일본은 인구밀도가 높고 붐비는 분위기를 가졌다. 기차역과 같은 공공시설에 대해서조차 해석이 이렇게 다를 수 있구나라는 점이 인상깊었던 반면, 이렇게 사소한 부분 하나하나가 쌓여가며 나라의 개성이 되고, 가까운 곳에 있음에도 인식이나 추구하는 방향성이 크게 달라지는 것은 아닌지 고민해보게 됐다. 흘러가는 시간처럼 바뀌어가는 신칸센 창 밖의 풍경을 바라보며 한일간의 차이, 그리고 더 나아가 지금의 갈등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된건지, 고민은 깊어져만 갔다.

점심이었던 카이센동. 초밥처럼 간이 되어 있어 맨밥만 먹어도 맛있었다
신칸센에서 잠시 눈을 붙인 사이, 어느새 미야기현의 입구, 센다이역에 도착했다. 부산이나 거제도에서 느낄 수 있는 비릿한 소금향이 아닌 은은한 간장향이 감도는 이국적인 바다냄새가 났다. 혼슈 섬 동북쪽에 있는 미야기현은 가장 낮은 온도가 1.6도, 가장 높은 온도가 25도일 정도로 따뜻하면서도 극단적인 기후가 아니기에 고품질인 특산물이 많은 편이다. 이러한 점을 바로 증명이라도 하듯 점심식사로 품질좋고 신선한 해산물이 잔뜩 들어간 카이센동이 나왔다. 아쉽게도 나는 해산물, 특히 날 것을 잘 먹지 못하기에 일부 반찬만 먹고 식사를 마무리했다. 대신, 비교적 식사를 마무리한 덕택에 미야기현의 여러 특산품을 둘러볼 시간을 더 얻을 수 있었는데, 사전조사를 해온 덕택에 빠르고 합리적으로 기념품을 구매할 수 있었다.

위에서부터,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차례대로 규탄(우설), 사사 카마보코, 아래부터는 준다모치, 그리고 닛타 상의 추천인 하기노츠키
출입국에 문제가 될지도 모르는 규탄(우설)과 지금 사면 돌아갈 때 즈음까지 보관이 어려울 것 같은 하기노츠키는 포기하고, 앞으로 많이 나올 해산물 위주의 식단에 대비해 준다모치를, 어머니께 드릴 사사 카마보코, 가까운 사람들에게 선물할 준다(풋콩) 소가 든 과자를 구매하였다. 숙소로 돌아와서 준다모치를 먹었을 때, 달달한 녹두빵 소를 떡과 함께 먹는 느낌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했다. 어쩌면 기대한 느낌 그대로였지만, 또 한편으로는 너무 예상대로라 특산품치고는 약간 아쉽다는 느낌을 받았다. 개인적으로는 준다모치를 도전해보는 것보다 준다(풋콩) 소가 든 과자를 추천드리고 싶다. 그 외에도 하기노츠키를 구매하지 못한 것이 아쉬웠는데, 귀국까지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좋은 선택일거라 생각한다.


마츠시마를 둘러보기 위한 유람선 외부(위), 내부(아래)
식사 후 방문하게 된 마츠시마는 미야시마, 아마노 하시다테와 더불어 일본에서 삼경이라고 불리는 곳이다. 그만큼 일본 열도에서 손 꼽히게 아름다운 절경을 가진 곳이며, 이러한 아름다움을 최고의 방식으로 만끽하기 위해 마츠시마 시마메구리 관광선 니오마루 코스를 통해 관광유람선 니오마루를 타고 아름다운 섬들을 유람하게 되었다. 50분 정도의 유람이었지만 깔끔한 선내와 아름답고 개성적인 섬들의 경치, 시원한 바닷바람을 맞으며 낭만적인 유람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유람선에서 바다를 배경으로 한 컷
니오지마는 동일본대지진의 영향권 내에 있었음에도 큰 피해를 입지 않은 지역 중 하나이다. 가장 큰 이유는 니오지마의 많은 섬들이 방파제 역할을 충실히 해주어, 충격을 분산, 그리고 흡수하였기 때문이다. 자연이 내리는 거대한 시련 앞에서 인간은 너무나도 작고 무력할지도 모르지만, 자연의 아름다움을 숭상하고 보존하려고 노력해왔던 모든 행동이 마치 자연이 주는 보상처럼 다가와 인간을 지켜줄 수도 있다는 큰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관광유람선의 이름 니오마루의 유래가 되는 니오지마
동시에 섬들을 바라보며 인간이 저항할 수 없는 시간의 흐름과 변화라는 측면에 있어서도 깨달음을 얻을 수 있었다. 최근까지 아치 모양이었던 마츠시마의 한 섬의 일부가 자연적으로 풍화되어 두 섬이 되었다고 한다. 마츠시마에서 가장 인상깊고 아름다웠던 니오지마 역시 시간이 흘러감에 있어 깎이고 풍화되어 언젠가 오늘 본 모습과는 크게 달라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새롭게 태어난 두 섬이 기존의 아치섬과는 또 다른 매력을 가졌던 것처럼 자연의 아름다움을 보존하되 변화를 두려워만 할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투박한 조약돌 하나하나가 모여 멋진 절경을 만드는 것처럼 구성요소 하나하나의 아름다움과는 다른 잔잔함에서 오는 조화가 자연의 진정한 아름다움이 아닌가 싶다.

JENESYS 2022 한국청년방일단(대학생) 제4단, 마츠시마에서
마츠시마에서의 일정을 마무리하고 잠깐 남는 시간동안 가까운 곳에 위치한 도다이지라는 작은 사찰에 방문했는데 807년에 건립된 역사가 깊은 곳이라 놀랐던 기억이 난다. 불교의 다섯 대왕을 모시고 있는 사찰로 원래 500년에 한 번씩 돌아가며 다섯 대왕불을 모셔왔으나 1700년대 이후부터는 33년에 한 번씩 모시는 대왕을 바꾼다고 한다.

마츠시마 주변의 유명한 사찰, 고다이도
사찰이 가지는 고풍스러우면서도 담백한 아름다움을 가지고 있음과 동시에, 운세를 확인해보고 복을 비는 일본 전통의 신토 문화도 잘 녹아있어 방일단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100엔을 넣고 운세를 확인해보며 대길(大吉)을 뽑은 친구들은 좋은 운을 한 해동안 계속,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액운을 날려버리고 좋은 것만 들어오길 바라며, 정말로 마츠시마에서의 모든 일정을 마무리하고 숙소로 이동하는 버스에 몸을 맡겼다.

이런식으로 100엔에 운세도 뽑아볼 수 있다. 나는 말길(末吉)이 뽑혔다

미나미산리쿠 호텔 칸요의 다다미방, 2인 1실
숙소인 미나미센리쿠 호텔 칸요에 도착하자 직원분께서 버스에 올라타 호텔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주의사항을 이야기해주셨다. 다다미방에 유카타를 입고 생활할 수 있는 곳이기에 충격에 약한 다다미를 보호하기 위해 다다미 위에서는 캐리어 바퀴를 끌지 말아달라는 점, 분리수거를 부탁드린다는 점 등 주의할 부분이 많았다. 각 방에는 온천용 수건과 몸을 닦기위한 긴 수건, 유카타가 정리되어 있었다. 콘센트는 어느 정도 있었지만 방 여러 군데에 퍼져있어 바로 파악하긴 힘들기도 했지만, 책에서 읽었던대로 일본식 가정집처럼 세면실과 화장실이 분리되어 있어 신기했다. 다만, 호텔 내부에 와이파이가 있긴 했지만 전파가 잘 터지지 않았고, 특히 개인적으로 지침한 와이파이 도시락 외의 다른 포켓 와이파이의 신호가 약해져 다른 방일단분들이 불편함을 느끼기도 했다.
오늘부터 3일 간 머무르게 된 미나미센리쿠 호텔 칸요는 다다미방이 인상깊은 전통일본풍 호텔이기도 하지만, 동일본대지진 당시 피재민들을 위해 호텔과 온천을 무료 개방했던 숙소 이상의 의미를 지닌 곳이기도 하다. 더 자세한 이야기를 풀어보고 싶지만, 16일날 미나미센리쿠 지역을 시찰하며 함께 글로 정리해보는 것이 나을 것 같아 호텔에 대한 설명은 이만 줄이도록 하겠다.

미나미산리쿠 호텔 칸요에서의 저녁 만찬
오전 7시 30분에 저녁 만찬이 있었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5층 로비의 매점에 관심이 쏠렸다. 실제로 가장 가까운 편의점도 2km 정도 떨어져 있기도 했고, 바로 온천에 들어가기에는 시간이 애매하고 만찬장인 퀸 엘리자베스와 가까웠기에 더 많은 사랑을 받았던 것 같다. 그렇게 시간이 되어 저녁 만찬장에 들어왔고 비행기 결항으로 어제 저녁 늦게 도착했던 제주팀의 인사와 방일관계자분들의 환영 인사와 다음 일정에 대한 안내를 들은 후, 본격적인 식사가 시작됐다. 바다와 가까운 특성상 고급 해산물 위주의 음식이 식사로 나왔는데, 뚜껑을 열었을 때 살아있는 전복이 움직이는 모습을 보고 신기함과 놀라움에 함께 함성을 지르기도 했다. 위에서도 한 번 언급했듯 해산물, 특히 날 것을 잘 먹지 못하기에 회와 버터전복찜 등은 주변 방일단 동료들에게 주고, 먹을 수 있는 계란찜이나 생선구이 위주로 식사를 마무리했다.

식사를 마친 후 2층에 위치한 노천탕에 들어가 피로를 풀었다. 이슬비를 맞으며 따뜻한 탕에 몸을 녹이니 피로가 저절로 풀리는 듯 했다. 함께 온 방일단 친구를 보고 일본인인줄 알았는지 취기가 오르신 한 중년 일본인 아저씨가 어디서 왔냐고 말을 걸었는데, 한국에서 왔다는 대답으로부터 이야기가 이어져 여러 대화가 오고 갔다. 일상부터 다소 논쟁적일 수 있는 한일간의 갈등 문제까지 여러 대화가 오고 가는 중 아저씨가 이런 말씀을 하셨다.
“솔직히 너희 한국인 중에서 사실 일본인을 미워하는 사람들이 많지 않느냐?”
방일단 친구가 당황스러워하지 않도록 옆에 있던 다른 일본인 아저씨께서 질문했던 아저씨를 말리며, 미래가 중요한 것이 아니겠느냐고 너희같은 청년이 앞으로 긍정적인 한일관계를 이끌어나가 달라고 부탁하며 함께 자리에서 일어나셨다.

다다미방에서 유카타를 입고
아픈 역사도 있고, 서로 다른 점도 많지만, 처음에는 방일단 친구가 일본인인줄 알고 말을 걸었던 것처럼 우리들은 저마다의 생각과 감정을 가졌지만 똑같은 사람이다. 서로 많이 다르고, 그 때문에 갈등을 겪고 많이 싸울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중요한 것은 서로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한 발자국씩 앞으로 나아가는 것.
서로의 색으로 덮으려할 필요없이, 각자의 개성을 인정하며 서로에게 다가간다면, 차이는 갈등의 불씨가 아닌 오히려 더 밝은 미래를 위해 내려온 축복일지도 모른다.
마치, 마츠시마가 보여준, 변치않는 조화와 변화의 아름다움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