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발자 인생 중간 점검.

Seoyong Lee·2026년 1월 4일

개발 관련 생각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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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개발자로 다시 시작하겠다고 다짐한 이후 벌써 5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 지금까지 개발자의 길을 제대로 걸어온 걸까요.

연말 연휴에 쉬면서 떠오르는 생각들을 짧게 적어보았습니다.

신사업과 반복 훈련

프론트엔드 개발자로 시작해서 지금까지 했던 일들을 생각해 보니 연차에 비해 서비스를 처음부터 개발하고 완성해본 경험이 유독 많았던 것 같습니다. 이렇게 초기 단계에 대한 경험만 많은 게 좋은 건지는 모르겠습니다. 안정적인 서비스 운영 경험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커리어에 문제가 생길까 봐 걱정은 됩니다.

그러나 반복적인 0 to 1 경험에서 얻은 것은 확실히 있습니다. 바로 완성을 반복할수록 더 높은 위치에서 전체를 내려다볼 수 있는 여유가 생긴다는 점입니다.

처음 웹사이트를 하나 개발할 때는 아는 건 전부 구현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완성에 대한 기준이 스스로 너무나 높았습니다. 결국 첫 도전은 바퀴만 달린 자동차와 같이 밸런스를 잃고 부분의 완성으로 끝나고 말았습니다. 그러나 2번째 시도에선 이전 경험을 통해 익숙해진 부분은 더 빨리 끝낼 수 있었고, 힘을 주고 빼야 할 부분을 파악해 가면서 단계를 진행하니 여유가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이러한 경험을 반복하면서 지금은 AI의 도움을 받아 모바일 앱과 인프라, 백엔드까지 전체 서비스 개발을 자유롭게 도전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어떤 일이든 처음엔 어렵더라도 반복 훈련 사이클을 최대한 돌리다 보면 심리적 장벽이 낮아지면서 자연스럽게 쉬워지는 것 같습니다. 물론 이를 꾸준히 진행하기 위해서는 포기하지 않을 만큼 적절하게 목표를 설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AI의 현실 충격

올해 AI는 본격적으로 현실에 침투하면서 많은 것들을 바꾸기 시작했습니다. 실무에서도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하였고 Cursor와 함께 코드를 짜면서 이젠 다신 이전으로 되돌아갈 수 없을 것 같은 느낌을 강하게 받았습니다.

AI가 외부 지식에 접근하는 방법이 다양해지기 시작하면서 전문분야에 대한 질문에도 준수한 답변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AI와 문답을 반복하다 보면 마치 나의 지식을 확장시켜 줄 진정한 멘토를 만난 것 같은 느낌을 받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더 이상 지식이 중요하지 않은 시대가 온 것은 아닐까 라는 불안감도 몰려옵니다. 회사 다니면서 힘들게 대학원을 졸업했는데 수업에서 배운 내용을 GPT가 더 잘 요약해서 알려주니 그동안 쫓아왔던 '지식'이라는 것은 과연 무엇일지 허무하기도 합니다.

개발자에게 필요한 지식이란 무엇일까요?

지식의 정의

몇 년 전 헌책방에서 가져온 후 책장 한구석에 잠들어 있던 피터 드러커의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에서 진정한 지식에 대한 힌트를 얻을 수 있었습니다.

지식은 책이나 자료은행 그리고 소프트웨어 프로그램 안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다. 책이나 자료은행 그리고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들은 오직 정보만을 담고 있다. 지식은 언제나 사람 속에 구현되어 있고 사람이 갖고 다니며, 사람에 의해 창조되고 증대되거나 개선되어진다.

— 피터 F. 드러커,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308쪽.

평소 책을 읽다가 중요하다고 생각되는 문구에는 밑줄이나 메모를 붙여두지만 위 문장은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했었는지 아무런 표시도 없었습니다. 그러나 AI 시대에 다시 읽어본 위 글은 이전과는 다르게 다가왔습니다.

이제 누구나 GPT에게 물어보면 쉽게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세상이 되었습니다. 그러나 진정한 '지식'은 결국 사람의 맥락 안에서 생성되고 전달될 수밖에 없습니다.

이는 개발자도 다르지 않을 것 같습니다. 정보에 기반한 단순 작업을 넘어, 사람과 제품의 맥락 속에서 지식을 적용하고 판단할 수 있는 개발자가 혼란 속에서도 경쟁력을 유지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 요구사항을 “문장”이 아니라 “의도/제약/리스크”로 번역하는 능력
  • 트레이드오프를 기록하고 관계자를 합의시키는 능력
  • 사용자/운영 등 제품 맥락을 코드 결정에 반영하는 능력
  • AI가 준 정보를 검증하는 능력

지식사회에서의 사람들은 배우는 방법을 배워야 한다.

— 피터 F. 드러커, 『자본주의 이후의 사회』, 295쪽.

앞으로의 방향

앞으로의 인생은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전공인 소프트웨어 주변을 맴돌며 먹고살 것 같다는 어렴풋한 느낌은 들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방향으로 갈지는 아직 제한을 두고싶지는 않습니다.

다만 상상을 실체로 만드는 일이라면 뭐든지 즐겁게 할 것 같습니다.

References

Drucker, Peter F. (1993). Post-Capitalist Society. New York: HarperCollins.
The Search for Product-Market Fit by Jerome Kehrl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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