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이 없었죠. 코딩이 좋아서 공부를 시작했다는 자체가
안녕하세요, 저는 42 서울 4기 2차 라 피신을 막 끝내고 본과정을 앞두고 있는 찐 비전공자 예비 카뎃입니다.
피신 시작할 땐 매일 일기처럼 써야지~ 했는데 역시나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네요. 끝난 지 열흘이 다 돼 가는 이 시점에서 흐려져가는 기억을 더듬어봅니다.
저 또한 인터넷에 흩어져 있는 수많은 글을 찾아보면서 준비를 했기 때문에 (물론 가서 멘붕오는 건 피할 수 없음), 떨리는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는 방법이 될 수 있길 바라며 글을 씁니다!
글쓴이의 나이대가 느껴지는,,
찐 비전공자예요... .. 코딩의 ㅋ자도 모르던. . .
이과 없는 문과 고등학교에서.. . . 예체능쪽으로 대학을 갔구요.. ..
컴퓨터 공부 한다고 하면. .. 친구들이 물어요 .. . "뭐 코딩 그런거 하는거야?"
그 이상 대화가 이어지지 않아요 . .. ..
저는 원래 영상을 하던 사람이었습니다. 방송국 취업 하려고 인턴까지 했는데 계속 '이게 맞나?' 하는 의문이 들었어요. 수직적인 조직 문화가 힘들었을 뿐만 아니라, 하고 있는 일이 제 가치관과 맞지 않다고 느꼈습니다.
일에선 즐거움을 느낄 수 없었고, 스트레스를 해소하기 위해 다이어리 어플을 다운받았습니다.
신나게 상사 욕과 우울한 마음을 뱉어대던 어느 날, '어? 근데 이거 나도 만들겠는데?' 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다음 날부터 아이패드에 있는 'swift playground(스크래치같은 swift 교육 앱)'를 틈틈히 했고, 그 과정에서 공부를 해보고 싶다는 마음이 생겼습니다.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대학 내내 쌓아온 소위 '스펙'이 아까워서, 그리고 새로운 분야에 대한 도전이 두려워서 얼마 동안은 해 오던 걸 버리지 못했어요. 놓지도 잡지도 못하는 상태로 질질 끌다가 마음을 다잡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나는 지식도, 정보도, 인맥도 없는 찐 비전공자니 내게 가르침을 주고 함께 아이디어를 실현해나갈 사람들이 필요해...'
라는 생각을 시작으로 교육 프로그램 검색을 하다가 42 서울을 알게 됐고, C 언어로 과정이 진행된다는 것을 보고 당장 중고서점에 달려가 윤성우의 열혈 C 책을 사서 키보드를 두드렸습니다.
한 달 정도 되는 시간 동안 매일 공부했고, 그 배움의 과정이 너무나도 짜릿했습니다. 기본적인 수준이지만 컴퓨터 언어를 알고 코드를 짤 수 있다는 것 자체가 자신감을 북돋아 주었던 것 같습니다.
예전엔 전혀 알지 못했던 분야에 도전하는 일은 어렵지만, 영 못 할 일은 아니라는 생각이 듭니다. 정말 아무 베이스가 없는 진또배기 비전공자(그 흔한 경제수업도 안들어봄)인데 어떡하지, 싶은 분들도 관심과 열의가 있다면 하실 수 있습니다. 물론, 심각한 컴맹 혹은 진짜 노관심이라면 어렵겠지만요.
앞에 구구절절 이야기했듯, 저는 C 언어를 미리 공부했습니다.
제가 마음을 먹은 당시(1월) 가장 빨리 시작할 수 있는 코딩 부트캠프가 42서울이었고, 그래서 저는 42서울을 목표로 무작정 C 언어를 공부했습니다.
덕분에 C 언어 공부하기가 2021년 제가 가장 잘 한 일 현재 TOP 1에 위치하고 있습니다. 미리 공부를 한 덕에 피신 기간 동안 멘탈이 터질 일이 별로 없었기 때문입니다.
라피신 후기를 찾아보면 사람들이 맥 os를 비롯한 아이맥 사용법에 1차 멘붕, 쉘 스크립트에 2차 멘붕이 온 것 같았습니다. 다행히(?) 영상 관련 일을 하느라 예전부터 맥북을 썼던 터라 맥 os는 큰 문제가 아니었지만, 쉘은 문제였습니다.
강의는 재미도 없고, 명령어들을 암기해야 할 것 같은 부담이 생겨 연습 겸으로 필요한 기능을 터미널 명령어들을 활용해 설치했습니다. 맥 os를 세 번 다시 까는 개고생 끝에 화질구지 사이드카를 얻고 터미널과 구면이 되었습니다.
이 시도 이후 저는 터미널 명령어를 몰라도, 그냥 구글링 열심히 하면 뭐든 된다는 자신감을 얻었습니다. 이 자신감 덕분에 멘탈 터질 위기의 1주차를 잘 버텨냈다고 생각합니다.
주변에 코딩의 ㅋ자도 모르는 지인들밖에 없는 탓에 저는 인터넷 정보에 의존해야 했습니다. 꽤나 많은 글을 찾아 보고 라피신에 대해 찾아낸 정보는 다음과 같았습니다.
사람들이 가장 궁금해할 것들이며, 꽤나 많은 정보가 나와 있어 저도 마음 편하게 후기나 팁을 남길 수 있는 부분인 것 같아 이야기를 해 보려 합니다.
진짜입니다. 그냥 맨땅에 헤딩입니다.
여기서 계속 하는 말이 있습니다. "인터넷과 매뉴얼과 동료들에게 물어보세요~!"
네, 정말 그 세 개만 동아줄마냥 붙들고 해야됩니다.
내가 전공자다, 하면 괜찮은데, 비전공자다, C 언어 초면이다, 하면 안괜찮아요. (경험담)
정말 염치 불구하고 그저 고수분들 팔 잡고 늘어져야 합니다. 살아남으려면 페르소나 제대로 만들고 질문해야 합니다!
매 주 팀플이 있는데, 강제로 해야 하는 건 아닙니다. 자기가 신청하는 것!
저는 마지막 팀플 빼고 다 했는데, 하면서 도움이 정말 많이 됐습니다. 좋은 친구들도 사귀었고, 문제를 풀면서, 팀원들에게 알려주면서, 평가 받으면서 쑥쑥 성장하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저는 세 팀플 모두 긍정적인 경험을 하고 좋은 결과를 냈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도 많이 계셨어요. 마지막 팀플과 달리 앞의 팀플들은 조원을 랜덤으로 배정해주기 때문에 소위 '운빨'이 정말 심합니다. 그리고 2주차 팀플부터 난이도가 엄청 올라갑니다.
전공자분들도 던지는 문제가 나오기도 하니 자기 페이스나 멘탈에 따라 달리 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매 주 시험도 있습니다. 이 또한 강제는 아닌데 안할 이유가 없긴 하죠?
시험은(특히 첫 시험은) 그냥 멘탈 와장창입니다. 첫 시험은 입구컷 당하는 사람이 정말정말정말 많습니다.
저는 운 좋게도 시험 시작을 하긴 했고, 또 C 언어를 공부했어서 출발이 좋았습니다. 근데 C 언어를 안다고 해서 다 푸는 것도 아니고, 모른다고 해서 무조건 입구컷 당하는 것도 아닙니다. 다만, 시험을 시작한 이상 C 언어를 모르는 것보단 아는 게 무조건 좋습니다.
시험은 그냥 가서 맞닥뜨려보는게 좋을 것 같아요. 저는 시험 시작하고서도 한시간 넘게 문제를 못 풀었습니다. 왜 그런진 시험을 보면 알게 될 것...
출석 시간 채우면 돈 줍니다!
교육기간 끝나고 주는 것 같습니다!
자세한건 사무국으로 나문희1
병행 가능한가요? 라는 QnA를 많이 본 것 같은데, 만약 제게 병행 가능한지 물으신다면 '본과정 가고 싶으면 한 달 올인해라' 라고 답변하고 싶습니다.
망할 전염병 때문에 격일로 출석해서 솔직히 죽어라까진 아니었지만, 저는 출석하는 날엔 아침부터 막차까지 자리를 지켰습니다. 왕복 두 시간의 이동 시간에도 계속 개인과제, 팀과제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원격 날에도 스터디룸에 박혀있었고요.
생각보다 한 달이 짧고, 내가 해결해야 하는 과제가 많습니다!
엄청 많은 것 같은데, 저는 그냥 그거 신경쓰지 말고 나 알아서 잘하면 된다는 주의입니다. 한 달, 격일로 클러스터 나가다 보면 시간이 정말 아까워요. 뇌피셜 쫓느라 시간 허비하지 마시고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길로 그냥 나가시면 되는 것 같습니다!
근데 이렇게 말하면 너무 재수없죠? 하하... 그렇지만 피시너들 사이에서 나오는 말들은 뇌피셜이기 때문에 하나하나 연연하지 마시고, 큰 틀에서 어떤 사람이 뽑힐까를 생각해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기업에서 원하는 인재상, 기업 문화에 잘 융화될 것 같은 사람을 뽑듯, 42 서울도 교육 목표와 교육 환경에 잘 맞는 사람을 뽑아내는 것 같아요. 그걸 염두하고, 내 소신대로 하다보면 좋은 결과 있을 겁니다!
과제나 시험에 대해서 가장 궁금하시겠지만 비밀유지 서약을 했기 때문에.. 라고 연막치지만 사실 저 두 부분은 알아서 헤쳐나가시는 것이 맞는 것 같아 얘기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그 대신 한 달 동안 혼돈의 도가니 속에서 남들보다 더 빨리 적응할 수 있는 꿀팁을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꿀팁이 맞는지 아닌진 모르겠지만...)
라 피신 동안 웃는 얼굴을 디폴트로 다녔습니다.
처음 사람들을 만나서 인사할 때도, 밥을 먹을 때도, 프로필 사진을 찍을 때도, 동료 평가를 받거나 할 때도, 팀플을 할 때도, 질문을 할 때도 그냥 웃었습니다. 덕분에 사람들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과제를 하고 평가를 할 수 있었습니다. 웃는 얼굴에 침 못 뱉는다고, 즐거운 분위기에서 마친 동료평가에서 대체적으로 긍정적인 피드백을 써주신 것 같습니다.
특히, 프로필 사진을 찍을 때 꼭 웃으세요. 공장처럼 찍혀나가느라 어색할 테지만, 그 때 한 번 잘 웃어놓으면 나중에 정말정말정말! 좋습니다.
(본과정 합격 후에도 프로필 사진 쭉 간다는 건 안비밀)
맞습니다. 모두가 웃을 수 있는 건 아니에요.
나는 진짜 웃는게 안되고, 웃음이 안난다. 나는 되게 소극적이고 남에게 뭘 부탁하는게 어렵고, 분위기 좋게 만드는 게 어렵다... 라는 사람들이 있다면, 작은 초콜릿이나 젤리 등 당충전 간식류를 구비하시는 것을 추천드립니다.
물론 클러스터 내에선 코로나 때문에 못 먹지만, 그래도 누가 간식을 쥐어주는데 싫어할 사람은 없을 거예요! 저 역시 이렇게 챙겨주셨던 분들과 기분 좋게 평가와 팀프로젝트를 진행했던 기억이 아직도 남아 있습니다.
깃 사용법을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맥 os에 익숙하냐 안익숙하냐와 동일한 정도입니다. 오히려 깃 사용법이 큰 틀에선 더 유용합니다!
시간이 된다면, 공부 하는 겸 깃허브 계정을 만들어서 공부한 내용을 올려보세요! 저는 앞서 얘기했던 사이드카 깔면서 처음으로 깃 클론 어쩌구를 해보고, 개발자들은 다 1일 1커밋 한다는 말에 바로 깃허브 가입해서 터미널로 뭐든 커밋 했습니다.
그게 도움될 줄은 전혀 몰랐는데, 피신 전반의 과정에서 유용하게 쓰였습니다.
긴 말 않겠습니다.
잘 챙겨 드시고, 잘 주무세요! (최고 중요)
하루 종일 클러스터에 있을 피시너의 필수템 두 가지를 꼽는다면 저 두 가지를 꼽겠어요.
자리에서 물 또한 마실 수 없어 클러스터에 '오아시스'라는 물 먹는 공간이 따로 마련 돼 있습니다. 제 정신을 책임져줄 카페인이 시원하게 보관되기 위해선 보냉이 잘 되는 대용량 텀블러만한 게 없습니다.
+) 저는 안 썼는데, 슬리퍼도 꿀템이래요.
어려운 문제 하나가 며칠 동안 내 발목을 잡는다면?
'모르는데 어떻게 풀어' 라는 마인드로 쿨하게 넘어가는 것도 괜찮은 방법입니다. 진심으로.
(100점과 1등만 알아주는 K 학습과정 속에서 자라와서 불-편 한 건 인정하지만, 그래도 일단 붙고 봐야죠!)
3~4주차때 고비가 옵니다.
저는 4주차때 공부를 위해 코드를 짜는 게 아니라, 레벨업을 해야 해서 코드를 짜야 된다는 게 너무 힘들었습니다.
집중도 안되고, 문제 풀기가 어려울 땐 동료평가를 다니면서 사람들과 이야기도 하고, 새로운 코드를 보며 리프레쉬도 하는 걸 추천합니다.
주변에 라 피신을 경험해본 경험자가 있다면 커피 한 잔 때리면서 꿀팁 전수받으세요. 없다면? 댓글 주세요!
라피신 진짜 재밌습니다. 진짜 힘든데 재밌어요.
그냥 진짜 수영장에 던져놓고 알아서 헤엄쳐 나와야 하는 환경 자체가 재밌습니다. 객관적으로 그게 재밌는 건 아닌 것 같고, 저랑 잘 맞았던 것 같아요. 도전정신과 독립심이 강한 분이시라면 분명 저처럼 재밌다고 느끼실 겁니다.
(생각해보니 객관적으로 재밌는 일들이 4기 2차, 저희 그룹에 많이 터지긴 했던 것 같네요.)
솔직히 후기에 '못 붙어도 귀중했던 한 달'이라는 말을 보고서 의심이 돋았는데 하고 나니 그 말이 이해가 됐습니다.
저는 제가 모르는 부분을 아는 전공자들과, 저와 같이 성장하고자 하는 비전공자들이 정말 필요했어요. 혼자 공부하는 건 정말 답답하고 힘든 일이었습니다. 그래서 피신 기간 동안 제가 모르는 걸 알려준 고수들, 같이 모르는 걸 찾아나갔던 동료들을 만난 게 정말 큰 행운이라고 생각해요.
제가 요즘 가장 동의하면서 동의하지 않는 짤입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도 안 늦었고, 늦었어도 당장 시작하면 된다는 생각으로 살고 있고, 하던 일을 그만두고 새로운 길로 가려는 친구들에게 항상 그렇게 말합니다.
흔한 비전공자가 개발자 되고 싶어서 방황하는 테크를 타본(그리고 여전히 타고 있는중인) 제가 이 분야로 노선을 바꾸고 그 첫 단계로 피신을 끝낸 후 단언할 수 있는 건, 생각하지 말고 그냥 일단 뭐라도 정해서 해보는게 이득이라는 것입니다.
42 서울이 아니더라도, ssafy든 우아한 테크 코스든 부스트코스든 국비학원이든 부트캠프든 대학원이든 대학교든 전과든 취업이든 뭐든간에 그냥 내가 이야기를 나누고, 지식을 쌓을 수 있는 사람들과 그룹에 들어가 시작하는 게 가장 빠른 길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갓 출발한 사람이라 결과를 확신할 순 없지만, 어떤 이유에서건 이 길이 맞겠다 생각이 들면 당장 한달이라도 달려보는걸 추천합니다. 시작을 응원합니다!
좋은 글 정말 잘 읽었습니다!
저는 지난 두번의 라 피신 신청을 실패했는데,
이번 여름에는 기회가 주어졌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