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의 시작은 인턴 이였다. 당시 학교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1개월 이상의 인턴 근무 경력이 필요했다(졸업이 뭐라고 너무 혹독하다).
이를 위해 여러 기업들의 인턴 공고를 물색은 해보았으나 취업 빙하기 였던 시기인 만큼 인턴이라는 자리를 얻기란 쉽지 않았다. 그러던 중 운좋게 한 스타트업의 공고를 발견하게 되었고 과제부터 면접까지 진행하여 프론트엔드 개발자 인턴으로서 합격하게 되었다.
그 당시에 회사는 투자 유치를 위한 초기 제품을 개발하고 있던 굉장히 작은 규모의 회사였다. 근무하는 회사의 전체 규모도 10명조차 안됐다. 이를 보면 과연 인턴을 뽑을 여력이 있었을까 싶긴 했다. 어찌됐든 합류하게 되면 인턴으로서의 활동을 잘 이어나가는듯 했다.
하지만 약 1개월 뒤에 진행했던 투자유치 라운드는 실패로 돌아갔고 자금 유치에 실패한 회사는 결국 사업을 접을 수 밖에 없었다. 당시에 근무하던 다른 분들에게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였다. 정말 뉴스에서만 보던 회사 구조조정, 폐업 소식을 현실에서 보게되었다.
다행히도 졸업요건 상으로 1개월간의 근무기록만 필요했던 터라 크게 문제가 될 요소는 없었다. 오히려, 기존 계약보다 짧더라도 요건을 채울수 있을 정도의 근무를 할 수 있었기에 나에게는 이득이기도 했다. 하지만 제품에 애정을 갖고 개발을 했었는데 한순간에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은 정말 큰 아쉬움이 남았다.
인턴활동을 마치게(?) 된 나는 졸업에 대한 걱정을 조금 내려놓고 취업 준비 활동을 하게 되었다. 하지만 이때까진 몰랐다. 앞으로 얼마나 혹독한 시기가 찾아올지 말이다.
이제 취업공고는 인턴의 범위를 넘어서 정규직 공고까지 확장해서 살펴볼 수 있게 되었다. 분명 찾아볼 수 있는 폭은 넓어졌으나 크게 달라질 것은 없었다. 코로나로 인한 경제 침체는 계속되었고 이는 여러 회사들을 재정적으로 어렵게 만들었다. 이로인해 많은 회사들은 취업에 소극적이였고 특히나 신입에 대한 수요는 거의 존재하지 않게 되었다. 개발자 공고들을 온갖 플랫폼에서 찾아보더라도 내가 과연 도전할 수 있는 공고일까? 라는 것들은 거의 없었다.
실제로 내가 지원한 자격요건 중 대부분은 경력자들을 위한 공고였다. 신입을 위한 공고들은 정말 씨가 마른 수준이였다. 그래도 기술요건에서 어느정도 내가 만족한다 싶은 경우 그리고 3년 이상의 공고 까지는 지원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이력서도 정말 몇번을 보고 뜯어고쳤는지 모르겠다. 수많은 다른 개발자들의 이력서들을 읽어보고 관련 유튜브 영상들도 엄청나게 참고해보았다. 몇번이나 다시 읽어보고, 내가 해본 프로젝트들을 되돌아보면서 이력서에 써넣을 수 있는 좋은 멘트들을 뽑아내고 지워내고를 반복했다. 또한, 운이 좋게도 몇명의 현직자 분들로부터 피드백을 받아보기도 했다.
정말 열심히 발버둥 쳐봤지만 대부분은 서류 단계에서 부터 탈락하기 일 수 였다. 운이 좋게도 정말 소수의 공고들에서는 과제 전형이나 면접 전형을 진행해 볼 수 있었으나 결과적으로는 모두 탈락하게 되었다.
첫번째 시즌에 시도해보는 취업 준비 치고는 정말 잘 해냈다고는 볼 수 있었으나, 열심히 해서 기대가 컸던 것에 비해 결과는 다소 처참해서 꽤나 쓴맛을 보게된 시즌이였다.
취업 준비를 계속해서 하고 있던 와중, 졸업을 앞두고 있던 터라 약간의 공백기가 찾아오게 될 참이였다. 그런 시기에 YAPP이라는 개발 연합 동아리 공고를 발견 하게 되었다. 단순히 개발자 분들 뿐만 아니라 기획자, 디자이너 분들과 함께 팀이 되어 2-3개월 가량의 기간 동안 프로덕트를 제작해 볼 수 있는 기회였다.
개발 연합 동아리이기에 가벼운 마음으로 지원하긴 했지만 되돌아보면 정말 회사 면접에 뒤지지 않을 만큼 경쟁이 치열했던 지원 경험이었다. 자소서 및 이력서를 제출하는 지원서 부터 해서 이를 통과하더라도 다대다 면접을 통과해야만 합격할 수 있었다. 면접 경험도 실제 회사 면접을 보는 것 만큼이나 질문들이 날카로웠고 이번 면접을 계기로도 나의 부족한 점을 많이 알아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답변에서 아쉬웠던 부분들이 많이 존재해서 좋은 결과를 기대하지는 않았지만, 좋게 평가받았던 부분들이 있었는지 22기 프론트엔드로 합류하게 되었다.
3개월이라는 다소 짧을 수 있는 기간이였긴 했지만, 되돌아보면 정말 재밌던 시기였다. 나와 같이 프론트엔드 개발자를 준비하거나 이미 회사를 다니고 있는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고 프로젝트를 통해 개발을 하면서도 서로 돕고 배워갈 수 있었다. 또 기획자, 디자이너 분들과 함께 팀을 이루어 제품을 만들어낼 수 있었던 시기였던 터라 정말 열심히 그리고 즐겁게 개발했던 것 같다. 특히나 팀프로젝트를 통해서는 사람들을 사로잡을 수 있는 제품은 어떻게 만들어낼 수 있을지를 수없이 많이 고민했던 것 같다. 그동안은 개발만을 해왔고 할 수 있었다면 이번 활동을 통해서 조금이나마 프로덕트에 대한 식견을 넓힐 수 있던 좋은 계기였다. 물론 동료 개발자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몰입해보면서 개발자로서도 엄청나게 성장할 수 있었다.
얍 활동으로 한층 강화된(?) 이력서를 가지고 새로운 마음으로 도전은 해보았으나 여전히 쉽지 않았다. 업계에서는 좀처럼 좋은 소식들을 들어볼 수 없었고 채용시장은 지난 상반기와 다를바 없이 여전히 얼어 붙어 있었다. 채용 공고들 역시 마찬가지로 경력자 분들을 위한 공고들로 가득했다.
하지만 정말 비참했던 것은 그 어려운 시기 동안에 굴러들어온 기회 속에서도 내 스스로가 걷어찬 경우가 있었다는 것이다. 시간에 쫓기며 정말 열심히 과제의 요구 사항들을 구현해 나갔지만 가장 중요한 제출을 빼먹어 버려 결과적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로 과제 전형이 마무리 되어버렸다. 물론, 제출을 했더라도 완벽하게 구현한것은 아니 였기에 결과는 좋지 않았을 거라 확신은 하지만 어떠한 평가도 받지 못한 채 어렵게 기회를 그대로 날려버린 것이 너무 서러웠다. 이 때문에 며칠은 괴로워했던 것 같다.
이에 더불어 길어지는 채용 준비 기간은 더더욱 나를 지치게 했던 것 같다. 반복되는 서류 제출 후에는 탈락메일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고, “무엇이 문제였을까” “어떤 요소를 고치면 더 나아질 수 있을까” 라는 고민은 점점 더 의미가 없어지게 되면서 점점 의욕을 잃어가고 있었다. 이번 시즌이 떨어지면 빠르게 휴식기를 가지고 다음 시즌에 도전해봐야 하나 싶을 정도로 좌절을 많이 했던 시기였다.
그렇게 힘든 시기를 맞이하던 와중에도 운좋게 나의 경험과 지식을 긍정적으로 평가해주던 회사가 있었고 코딩 테스트를 거쳐 면접까지 진행하게 되었다. 면접은 정말 쉽지 않았는데 2번의 온라인 라이브 코딩 면접부터 쉽지 않았으며 최종 면접은 하루 4시간 가량동안 4번의 면접을 진행해야 했다. 최종 면접 당시 정말 왜 이렇게 까지 한번에 하는지 궁금해서 물어보니, 한 두번의 면접가지고는 개발자를 검증하기는 어려운 반면 면접자와 면접 진행자 모두의 경험을 위해서는 하루에 진행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보았기 때문이라고. 그렇게 험난했던 면접들을 통과한 끝에 최종적으로 입사할 수 있게 되었다. 되돌아보면 정말 운좋게도 나의 활동이나 경험들이 긍정적으로 평가되었던 덕에 합격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입사하고 나서 지금까지는 너무나 만족스러웠다. 아직까지는 3개월이라는 짧은 기간 이지만, 나의 개발 역량을 마음껏 펼치면서 개발할 수 있었다. 팀내 프로덕트를 위한 디자인 시스템 개발도 해내어 여러 개발자들이 사용할 수 있는 컴포넌트 들을 만들어냈으며, 신규 프로젝트도 무난하게 진행중에 있다. 우리 팀의 자유롭고 다양한 의견들을 존중해주는 분위기가 큰 몫을 했다고 생각한다. 2024년에는 취업 준비가 아닌 회사의 프로덕트 개발에만 집중해보면서 나의 개발역량을 성장 시킴과 동시에 회사의 성장에도 견인할 수 있는 개발자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