샘 알트먼과 미디엄 & 트위터 창업자 에반윌리엄스가 투자한 스타트업에서 세렌디피티 (Serendipity) 네트워크, 메이븐을 최근 런칭했어요.
전 OpenAI 개방형 (Open-endedness) 팀 리더가 새롭게 런칭한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메이븐 (Maven) 이 최근 프로덕트 헌트 1위를 하며 화제가 되었습니다. 게다가 이 소셜 서비스는 OpenAI 샘 알트먼과 트위터와 미디엄의 창업자 에반 윌리엄스 (Ev Williams) 가 투자한 스타트업입니다. 이 정도 백그라운드를 가진 스타트업이라면 주목하지 않을 수 없겠죠. 😅
물론 저는 이러한 스토리와 별개로 메이븐이 관심사 팔로우 서비스, 스닙팟 과 매우 비슷한 특징 을 내세우고 있기 때문에 보다 자세히 살펴보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
메이븐 메인 카피: “관심사를 팔로우 하세요, 인플루언서가 아닌!“
창업자 Ken Stanley 는 2022년 OpenAI 에서 퇴사하고 스타트업 메이븐을 만들었으며 2024년 초 메이븐 (Maven) 앱을 런칭했는데요. OpenAI 에 합류하기 전에는 Uber AI 팀 리더이자 UCF (센트럴 플로리다 대학) 대학 교수로 개방형 진화 (Open-endedness evolution) 분야에 대한 연구를 리딩했습니다. OpenAI 에서도 개방형 팀을 이끌정도로 이 ”개방형 AI” 에 대한 연구를 지속하였고 창업한 이후에 메이븐 서비스 역시 만든 이유가 “개방형 AI” 라고 소개합니다.
그렇다면 메이븐 소개에 앞서 먼저 개방형 AI (Open-ended AI) 에 대해 알아볼까요?
AGI (인공일반지능) 는 현재 인공지능의 주요 목표 중 하나로 포괄적이고 범용적인 인공지능인데요. 이러한 AGI 를 만들기 위해서 인공생명 (Artificial Life) 분야에서 주로 연구되어온 개방형 진화 (Open-ended evolution) 를 AI 분야에 접목시킨 것이 개방형 AI 입니다.
인공생명은 말 그대로 생명의 진화 과정을 자연이 아닌 인공적으로 시뮬레이션을 통해 재현하는 것을 연구하는 분야이구요. 이 과정에서 Ken Stanley 는 진화 과정이 소수의 우월한 종으로 수렴되지 않고 오히려 다양하고 복잡한 종들로 발산이 일어나는 것에 주목하고 이러한 발산을 시뮬레이션하기 위한 개방형 진화 알고리즘 (EA, Evolutionary algorithm) 에 대한 연구를 많이 발표했어요.
Ken Stanley가 2002년 선보였던 NEAT 알고리즘을 이용한 슈퍼 마리오 월드 자동 플레이 소개 영상
AI는 딥러닝 알고리즘 처럼 완전한 수렴을 목적으로 최적화하는 경우가 대부분인데요. 점차적으로 유전 알고리즘 (EA) 과 유사한 랜덤 탐색 과정을 통해 성능을 향상하는 시도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특정 문제에서는 기존 기계학습, 강화학습 (RL) 보다도 더 효율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합니다. 또한 AGI 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정답 만을 목적으로 하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 인간의 영역이라고 생각되는 창의성까지 필요로 하므로 이러한 창발적이고 정답이 없는 영역까지 나아가기 위해 개방형 AI 가 필요할 것으로 생각됩니다.
기존 SNS 는 수렴형, 하지만 메이븐은 발산형 서비스!
아무튼 Ken Stanley 는 그렇기 때문에 목적이 분명한 수렴형이 아닌, 특별한 목적이 없이 다양성이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발산형 과정이 중요한 가치라는 점을 역설합니다. 그래서 기존 SNS 들과는 완전히 대척점에 있는 메이븐을 만들게 되었다고 말이죠.
OpenAI 에서 개방형 AI 를 연구하던 Ken Stanley 는 현재의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 들이 얼마나 부작용이 많은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었고 가장 큰 원인이 인기 중심 (Popularity) 최적화에 있다고 보았어요. 이러한 과정이 전형적인 최적화 (optimization) 를 추구하는 수렴 (convergent) 과정이기 때문에 다양성이 사라지게 된다고 본 것이죠.
특히 이러한 과정에서 사용되는 핵심적인 기능 Like (라이크) 와 Follow (팔로우) 를 문제의 원흉으로서 지목합니다. 이 때문에 수렴 과정이 지속되면 결국에는 1% 미만의 인플루언서 만 소셜 네트워크에서 주목 받을 수 있게 되며, 필터버블 및 에코챔버, 영향력을 늘리거나 광고/홍보가 목적인 콘텐츠의 범람, 동일 집단 외 배척 문화와 같은 수많은 문제를 야기 시키게 된다고 합니다. 그래서 메이븐은 “No likes, no follows” 를 내세우며 등장했어요.
이에 따라 메이븐에서는 특정 포스팅에 대해 랭킹을 위한 점수화는 일절 하지 않는 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인기 중심 (Popularity) 인 기존 소셜 네트워크와는 완전하게 반대 지점에 있는 서비스를 추구하기에 유저가 어떤 반응을 했는지는 전혀 고려하지 않고 오로지 그 콘텐츠가 어떤 주제 (topic) 를 가지고 있는지 만을 고려해서 노출한다는 것이죠.
여기서 순수하게 내가 선택한 관심사만 가지고 포스팅이 노출되는 경우 메이븐이 추구하는 다양성과는 거리가 있죠. 이를 극복하고 우연하게 내 관심사가 아니어도 좋은 콘텐츠를 접할 가능성인 세런디피티 (~ 세렌디피티, Serendipity) 요소를 추가시켰습니다. 이 요소는 말그대로 랜덤 (Randomness) 으로 내 관심사가 아닌 정보도 노출 될 수 있게 되며 이는 Ken 이 주목하는 개방형 진화 (Open-ended) 를 유도하고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그래서 메이븐은 ‘세런디피티 네트워크 (Serendipity network)’ 이며 기존 소셜 네트워크들은 ‘인기 콘테스트 네트워크 (Popularity contest networks)’ 라고 구분합니다. 콘테스트라니.. 😂
메이븐: ‘세런디피티 네트워크 (Serendipity network)’
기존 소셜 네트워크: ‘인기 콘테스트 네트워크 (Popularity contest networks)’
저는 여기까지 들어보고 기존 소셜 서비스와는 확실히 다른 서비스로 관심이 생겼지만, 동시에 콘텐츠가 다 동등하게 취급된다면, 수많은 스팸 등 광고 콘텐츠나 별로 퀄리티가 좋지 않은 것은 어찌할 지에 대한 의문이 제일 먼저 떠올랐는데요. 메이븐 측은 점수화는 하지 않지만 특정한 임계점이 있다고 하며, 이 임계점을 넘어서는지 여부 만을 고려한다고 합니다. 정확히 어떤 최소 조건이 있는지는 밝히지 않았는데요. 저는 여기서 딥러닝 활성함수 (Activation function) ReLU (Rectified Linear Unit)가 떠오르면서 조금은 납득 되었어요.
메이븐에서는 다른 유저들이 쓴 포스팅들이 거의 무작위로 쏟아집니다. 그렇기에 분명 기존 소셜 네트워크처럼 중독성 있거나 재미있는 콘텐츠를 보는 서비스는 아닙니다. 딱히 유익하거나 재미가 보장되지 않은 콘텐츠들이 주로 보이니까요. 그렇다면 이 서비스는 사용자로서 어떻게 사용되는 것을 기대할까요?
메이븐은 영향력, 인기도와 같은 요소를 없앴기 때문에 정보를 퍼트리고, 받아보는 용도로는 적합하지 않다는 점을 분명히 합니다. 대신 다른 사람들의 포스팅에 댓글을 달면 스레드 형태로 계속 이어지면서 대화가 이어지는 부분을 핵심으로 합니다. 메이븐에서는 사실 첫번째 게시글과 댓글 간의 UI 디자인 적인 차별화가 없이 거의 동일한 콘텐츠로 취급합니다. 그리고 내 피드에는 굳이 첫번째 게시글을 강조해서 보이지 않는 경우도 많아요. 오히려 댓글들도 일반 포스팅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같은 관심사에 대한 “대화” 를 계속 이어가는 것, 그리고 누구나 흥미로운 대화 중간에 언제든 편하게 참여하는 것을 유도합니다. 여기서 중요한 점으로 굳이 그 대화가 어떻게 흘러왔는지를 알 필요가 없이 그냥 대화가 이어지도록 유도했어요. 심지어 레딧 처럼 댓글에 대한 대댓글 분기 처리도 일부러 하지 않았다고. Ken 은 이렇게 한 이유에 대해 우리가 평상시 다른 사람들과 대화를 할 때 중간에 참여한다고 해서 그 전에 그 테이블에서 무슨 대화를 하고 있는지 알아야만 참여할 수 있는 것은 아니지 않냐고 이야기합니다. 그리고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우연하게 흥미로운 대화가 일어나면서 새로운 주제들이 계속 더 늘어나는 것을 기대합니다.
실제로 이용해보면 앱 메인화면에는 여러 대화의 중간 포스팅이 자주 노출되는데, 포스팅 주제는 내가 관심없었더라도 댓글이 내 관심사라면 노출이 됩니다. 그리고 기존에 내가 참여했던 대화에서 추가된 댓글들이 생기면 다시 올라오게 되구요. 그래서 일반적인 소셜 서비스 보다는 오히려 카카오 오픈채팅 방에서 느낄 수 있는 경험과 더 유사합니다.
당신이 지금 가입한 첫번째 날이어도 당신의 영향력은 기존 가입자들과 동등합니다.
from 메이븐 * 그리고 스닙팟 도 그렇습니다. 😉
그렇다면 메이븐은 어떤 점이 매력적일 까요? 저는 가입 Day 1 부터 메이븐에서는 누구나 동일한 영향력을 가질 수 있다고 한 점이 와닿았어요. 어차피 본인의 메세지가 널리 전파되고 증폭되는 것을 기대한다면 페이스북 / 인스타그램 / 링크드인 과 같은 곳이 더 맞을 거라고 이야기 하구요. 메이븐은 홍보가 아닌 대화를 위한 곳 이니까요. 한편, 이런 점 때문에 Ken은 기존에 중독성이 강한 콘텐츠를 무기로 하는 소셜 네트워크를 상대하는 데 있어 그린빈으로 마리화나를 상대하는 기분이 든다고… 😅
메이븐은 현재 주요 테크 미디어 (Wired, ZDNet, TechCrunch), 레딧 및 유튜브 채널들을 통해 PR이 이뤄지고 최근 화제가 되면서 가입자가 늘어나고 있습니다. 주로 기존 소셜 서비스들에 대한 문제점에 공감하는 유저들에게 소셜 디톡스 서비스로서 어필되고 있어요.
얼리어답터 성향의 유저들을 통해 새로운 소셜 서비스가 떠오르는 일은 종종 있었지만 이후 빠르게 그 열기가 식는 경우를 우리는 자주 보았습니다. 그래서 저는 메이븐이 성공할 것으로 쉽게 생각되지는 않습니다. 이미 소셜 서비스 시장은 완숙 단계에 이르렀다고 보이기 때문에 메이븐이 아니라 그 어떤 새로운 소셜 서비스가 나와도 실패할 것이라고 예상하면 99% 는 정답이겠죠.
그만큼 새로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가 자리를 잡는 것은 쉽지 않다는 것을 Ken 역시 잘 알고 있다고 하구요. 해결책을 찾는 과정에 있다고 합니다. 저 역시 스닙팟을 만들어 나가고 있는 입장에서 많은 공감이 되었어요. 특히 어떤 해결책이 나오든 확실한 것은 기존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의 성공에서 배우기는 어렵다고. 이를 진화 알고리즘에 빗대어 기존에 성공한 방식이 다시 작동할 가능성은 없다고 확신하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는 메이븐을 살펴보고 창업자의 인터뷰 들을 찾아보면서 일반적인 스타트업과는 다른 부분들도 흥미로웠습니다. 예를 들어 보통 스타트업을 창업하게 되면 사람들에게 가치를 주고 세상을 바꾸는 것이 중요해 지는데, Ken 의 경우 본인의 연구를 현실로 만들어보고 싶은 것이 창업 목적이라고 밝힌 점에서 창업자 보다 교수님 답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래서 메이븐을 일종의 거대한 사회 실험으로 볼 수 도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한편, 메이븐의 미래가 아닌 지금 당장 스닙팟에 있어서 배울점이 많았습니다. 스닙팟은 메이븐 처럼 내가 팔로우한 관심사를 받아본다는 점이 유사하지만, 업/다운 보팅을 통한 인기도 (Popularity) 가 핵심 요소인 부분은 메이븐과 완전히 다르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대화 보다는 정보 구독형 서비스라는 점에서 같은 유형의 서비스가 아니기도 하구요.
하지만 메이븐이 강조한 발산형 서비스는 좋은 방향이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스닙팟도 장기적으로는 인기도를 통한 수렴적인 요소 만이 아닌 다양성이 발현되면서 진화 하는 방법을 고민하게 되었습니다.
마지막으로 혹시 이 글을 읽고 메이븐 (Maven) 뿐 아니라 스닙팟에도 관심이 생기셨다면 스닙팟 (Snippod) 앱을 다운 받아주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