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0827 사랑하는 딸에게.

샨티(shanti)·2022년 8월 27일
0

TIL

목록 보기
84/145

하루를 마무리 하기 전, 오늘 있었던 일들을 잔잔히 되짚어봅니다.
성공과 실패의 모든 요소에서 '배울 점'을 찾아내어 기록하고,
더 성장하는 내일의 나를 위해 'action plan'을 세웁니다.


사랑하는 딸에게.

사랑하는 봄아. 사랑하는 아가, 서진아.

오늘을 30분 남겨두고 배운 것을 쓰기 위해 뽀모도로 시트를 캡쳐한 뒤 벨로그 창을 띄워놓고 앉아있는데 꺼억 꺼억 울던 너의 목소리가 잊혀지지 않아 결국 너에게 쓰는 편지로 오늘의 TIL을 대신하려고 해.

요 며칠 엄마가 재워주지 못해서 서운했지?
엄마는 요 며칠이 마치 끝나지 않을것만 같은, 가슴이 터질 것 같은 두려움의 시간이었던 것 같아.
잘 하고 싶은 마음은 가득한데 어디서 이렇게 기가 포옥 꺾인건지
영영 회복되지 않을 것 같은 두려움에 시달렸던 시간이었단다.

그래서 밤마다 너를 재우기를 포기하고 어떻게든 다른 것에 더 매달렸던 것 같아. 그 노력만큼 아웃풋이 없는게 너무 아쉽고 또 속상할 뿐이야.

봄아,
그래도 이렇게 주저앉기에는 네가 버텨주고 양보해 준 것들이 너무 많아서 엄마 역시 쉽게 포기할 수가 없었어.

너는 아파서 열이 나는 날에도, 피곤한 날에도, 어린이집에 가기싫었던 날에도 엄마가 공부를 해야한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하루에 9시간 가까이 어린이집에 맡겨졌었고 그 시간이 벌써 3개월이 넘어가고 있으니... 아이이기에 차마 다 표현하지 못할 어려운 시간을 견뎌주고 있다는 것 잘 알아.
아니, 솔직히 말하면 엄마는 네가 잘 견뎌주고 있다고 생각했어.

그런데 오늘 밤, 정말 오랜만에 팔베개를 하고 재워주는데
잘 잤으면 하는 마음에 '엄마는 서진이가 정말 정말 보고싶었어' 라고 귓속말로 속삭여주는 순간 네가 참았던 눈물을 엉엉 터뜨리며 우는 모습을 보며
엄마는 무언가 크게 잘못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아.. 봄이가 내가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힘들었구나,
27개월 아이는 아무것도 모를거라 생각했는데. 이제는 엄마의 부재와 그 서운함을 아는 시기가 오는것이구나'

방금 있었던 일이기에 그렇겠지만, 내게 등을 돌리고 누워 서럽게 우는 너의 모습을 잊을수가 없을 것 같아.

봄아. 지금까지 잘 지내고 또 건강하게 버텨주어서 고마워.
그리고 정말 미안해. 엄만 진심으로 네가 괜찮을거라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라는 걸 오늘에서야 깨달았어. 그리고 너무 오래 숨기지 않아줘서 고마워.

괜찮지 않을 땐, 괜찮지 않다고. 나 힘들다고 말해주었으면 좋겠어.
엄만 네가 그런 표현을 하지 못할 나이라고 생각했는데 오늘 일을 겪으며 그게 아니라는 걸 알게된 것 같아.

엄마가 공부 때문에 함께하지 못하는 시간이 많아 서운하다고, 슬프다고 얘기해주면 좋겠어. 오늘처럼 꾹꾹 눌러담아둔 눈물을 그렇게 터뜨리면 엄만 정말 마음이 무너지고 슬퍼.

봄아, 오늘은 이 메가테라 과정을 선택한 계기이자 또 삶의 큰 스승이자 멘토라고 생각하는 분을 만나뵙고 왔어.

엄만 지금의 선택을 후회하지 않아.
힘들지만 후회하고 싶지는 않아.
아마 이 선택을 하지 않았더라면 엄마는 지금 너에게 느끼는 미안함과는 비교할 수 없는 미안함을 10년, 20년 뒤에 느끼고 있을 것 같아.

물론, 엄마도 자괴감이 들 때가 많아.
지난번에 오프라인 모임을 하면서 엄마 또래의 부모가 봄이 네 또래의 아이들과 함께 어린이대공원에서 신나게 놀고 햄버거를 먹으러 왔는데, 엄만 그 옆에서 급히 점심을 먹고 또 강의를 들으러 갈 준비를 하고 있었거든.
그런 찰나의 순간엔 엄마도 사람인지라 그런 생각이 들곤 해. 이게 맞는건가 하는 생각 말이야.

봄아. 엄마는 오늘 스승님이 말씀하신 대로, 엄마가 갖추지 못한 삶의 또다른 영역에서 deck을 쌓아올리는 시간을 보내고 있어. 잘 살고 싶어서. 너랑 더 나은 삶을 살고 싶어서 봄아.

한가지 약속하는건, 너는 엄마에게 큰 동기이자 힘의 원동력, 삶을 살아가는 이유, 포기할 수 없는 큰 이유이지만 지금 겪는 이 어려움과 힘듦에 대한 보상을 네게 요구하지 않을거야. 정말로 약속해.

그저 봄이 네가, 내가 겪었던 '돈'으로 인한 힘듦과 고통을 그대로 겪지는 않았으면 하는 마음 뿐이야. 그 부분에 있어서만큼은 좀 더 자유롭고 마음 편히 살았으면 좋겠어. 진심으로.

봄아. 봄아. 서진아.
엄만 항상 네게 고맙고 미안할 뿐이야.
건강하게 행복하게 지낼 수 있도록 엄마가 더 잘할게.

그리고 오늘처럼 서운함에 울게 만들어서 미안해.
잘 자. 엄마가 오늘 계속 속삭여주었던 말 진심이야.
정말로 사랑해. 엄마도 서진이 많이 많이 보고싶어. 알지?

엄마 더 잘할게. 미안하고 사랑해.

profile
가벼운 사진, 그렇지 못한 글

0개의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