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안정적인 곳에서 느낀 위기감

샨티(shanti)·2022년 4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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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등고래 성장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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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발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며, 혹등고래 성장일기를 쓰는 샨티입니다.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가 가득합니다. 😅


시작하며...

당황스럽게도 글 하나를 쓰는데 꼬박 일주일이 걸렸다.
쉽게 쉽게, 키보드에 손길 닿는대로 써내려가자 마음먹었지만 썸네일만 근 대여섯 개를 만들었다가 갈아치웠고 제목도 여러 차례 지웠다 쓰기를 반복 ㅎㅎ.
처음 접한 벨로그(velog)란 사이트 창을 띄워놓고는 몇 시간 동안 그냥 멍~하니, 그렇게 며칠을 쳐다보고 있기도 했다.

커리어 전환을 앞둔 이들의 마음이 나와 같을까?
많은 사람들이 새로운 길을 앞두고 신발끈을 묶었다 풀기도, 가방을 매었다가 내려놓기를 반복하며 형체 없는 두려움과 씨름하기를 반복할 것 같다.

어쨌든!
나는 여러 이유로 현재 커리어를 정리하고 개발자가 되기 위해 공부하려 한다. 궁극적인 목표는 혹등고래가 되는 것🐋
교육과정인 메가테라&그 밖의 이야기들은 다른 글에서 더 자세히 해보기로 하고...😀
새로운 출발선 앞에 선 지금,
떨리는 마음을 가라앉혀보고자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를 남긴다.

🌹 Special thanks to
깊이 존경하는 머니랩 커뮤니티 부형님(Alex)과 멤버분들
그리고 무작정 찾아간 샨티를 환대해주신 시드웨일 홀맨/노아/로지/헤일리님




💀 가장 안정적인 곳에서 느낀 위기감


내가 탄 배는 순항중인 것 처럼 보였다.

전 직장과 비교했을 때 환경이나 연봉 모두 좀 더 나은 곳에 입사했고, 일을 잘하진 못했지만 열심히 해서 그랬는지 정해진 연차보다 1년 빠르게 승진했다.
아이도 어린이집에 안정적으로 적응했고, 해고됐던 남편은 어찌됐건 일용직으로 다시 일을 시작했다. 남편이 회사에서 짤렸던 덕분에(?) 소득분위가 낮아져서 꽤 괜찮은 공공임대주택으로 이사 올 수도 있었다.

가족을 포함한 대다수의 사람들이 내게 "이제는 걱정할 일이 없네~"라고 이야기했다.
사실 틀린 말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항상 출근하면 경건한 의식(ritual)마냥 모니터에 붙여놓은 포스트잇을 조용히 읖조렸는데(뭐야... 무서워...)
거기엔 new collar라는 암호같은 단어가 적혀 있었다.

주위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했던 이 위기감.
몇 개월 동안 머니랩 강의를 들으며 내가 발 딛고 사는 세상이 모두에게 동등하지 않다는 것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social welfare라는 제한적이고 특정된 분야에서 specialty 없는 white collar로 살아가는 모습을 정면으로 바라보고 나니, 내가 운전하는 이 배가 더이상은 안전하지도, 순항중이지도 않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2021년 7월
아이러니하게도, 살아온 인생 중 가장 안정적인 것만 같은 시기와 장소에서 가장 강력한 위기감을 느끼고 있었다.


✅ 결심은 충분, 근데... 어떻게?


결심은 충분했다. 언제든지 짐 싸고 책상 뺄 준비는 하고 있었다.
근데, 뭘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더라. 정말 치명적이었다.

단순히 '더 안정적인, 불멸의 직장'으로 옮기는 것이 목표는 아니었다.

커리어 전환의 1차 목표이자 방향성은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세상의 변화에 나를 좀 더 노출시킬 수 있는 분야로 움직이는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안정적이라고 생각하는 '공무원'이라는 직업, 그리고 그들의 직장인 특정 부처의 존폐를 논의하는 요즘 뉴스들을 보니 더더욱 불멸의 직장이란 없다고 확신했다. (사실 세상에 안정적이라는 게 어디 있겠냐마는...)

그렇게 시간은 8개월 남짓 흘러가버렸고 그 사이에 나는 육아휴직(이라 쓰고 퇴사준비)기간을 보내게 되었다.

휴직 기간에도 몸부림과 같은 삽질은 계속됐다.
육아를 병행하며 유명한 업체를 통해 PM(Project Manager) 관련 온라인 과정을 듣기도 했지만 결과가 좋지는 않았다.

'실패해도 다시 돌아갈 곳이 있잖아.🥰'

따뜻한 변명과 핑계가 나를 끌어다가 다시 원래의 삶으로 되돌려 놓곤 했다.


🐋 진심 덩어리인 사람들을 만나다


혼자 고민만 하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던 시간만 흐르던 중.
빅크(BIGC) 머니랩 세션 우등생 멤버에 포함되면서 부형님과 함께 식사할 기회를 얻었다.

다른 우등생 멤버분들도 계시는 자리였지만, 과감하게 커리어 고민을 털어놓았다. 이대로는 1년, 5년이 지나도 바뀔 게 없을 것 같다는 절박한 마음 때문이었다.
내가 꽤 오랜 시간 고민해온 걸 아시는 부형님이 진심어린 조언을 해 주셨고 용기를 얻어 집으로 돌아갔던 기억이 난다.

고기도... 넘나 맛있었구요...😌

며칠 뒤,
부형님의 초청으로 갔던 패션쇼 행사장에서 내가 그렇게도 갈망하던(!!) 메가테라 커리큘럼을 알게 됐고 심지어 시드웨일 대표인 수형님(홀맨)도 만나게 됨...😀

다짜고짜 수형님을 붙잡고 "저 연락처좀 주세요!!! 꼭 상담하고 싶어요!!!"라고 외쳤고, 그렇게 시드웨일의 사무실로 방문해서 대면 상담까지 하게 되었다.

모든 과정을 다 담기에는 글이 너무 길어지기에 간략하게 적었지만,
메가테라 트레이너인 홀맨/노아/로지/헤일리님의 1시간 반 가량 상담해주신 덕택에!!
나는 아주 든든한 마음으로 퇴사를 결정하고 커리어 전환을 위한 공부를 앞두고 있다.

퇴사를 앞둔 시점에 마음이 든든할 수 있을까?
앞뒤가 맞지 않는 것 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내가 든든함을 느끼는건 바로 진심 덩어리인 사람들을 만났기 때문이다.

  • 타인의 삶을 위한 조언에 누구보다도 신중한
  • 앞으로 닥칠 어려움에 대해 솔직한
  • 그러나 그 어려움을 혼자 겪도록 놔두지 않겠다는 굳은 의지&실행력을 가진

나는 어쩌다 이렇게 진심 덩어리인 사람들을 만나게 되었을까...
정말 든든하고 또 감사할 뿐이다.


🧚🏻‍♀️ 쉼 없이 찾아오는 유혹

놀랍게도...
마치 누가 타이밍 맞춰 연출이라도 하는 듯이...
심지어 퇴사 통보는 7월에 할 예정인데...

어제는 본부장님과 동료 대리, 그리고 이 글을 쓰고 있는 오늘은 같은 팀이었던 주임에게서 연락이 오고있다.
방금 다른 본부로 인사발령이 났으니 원래 맡았던 업무는 털어낼 거라고.
진작 좀 옮겨주지 그랬냐악!!!!!!!!!

그러니 무리해서라도 복직을 하라고... 혹시라도 퇴사하면 다시 일하기 힘들거다, 그래도 여기에서 다른 일도 해보는게 어떠냐 하는 진심담긴 걱정과 독려의 말들.
아님 퇴사를 고려하는 내가 미쳤다고 생각할지도...

사실 당장의 필요를 채울 수 있는 정말로 매력적인 제안이다.
모두가 인정하는 '애 낳은 여자가 다니기 좋은 직장'. 많지는 않지만 따박 따박 나오는 월급. 소위 꿀빠는 자리로의 발령. 내년 집 재계약을 생각하면 지금 직장에서 한푼이라도 더 받는게 대출나오기는 편할텐데 하는 현실적인 부분 등등
마음 속 갈등이 전혀 없다고 말하긴 어렵다. 지금의 나로서는 너무나도 좋은 제안이기에...

하지만 되돌린 발걸음을 멈출 생각은 없다. 그러지 않을거라 다짐한다.
이 커리어로는 기하급수적으로 빨라지는 세상의 변화와 그 난이도에 대응할 수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망할 일 없다 했던 항공업계에 몸담았던 남편이 코로나19를 이유로 무참히 잘려나간 그 때부터, 나는 언제든 핸들을 꺾을 마음의 준비를 하고있었던 것 같다.


🖋 커리어 전환을 위한 공부를 앞두고...

잠시잠깐 자기 방어좀 하고 가자면ㅋㅋㅋ ㅠㅠ
커리의 전환의 목적이 돈은 아니다... 진짜다.
용돈 수준이긴 하지만 맞벌이 하고 살면 나쁘지만은 않은 복지&월급을 받고 살았다.

개발자 연봉을 경쟁적으로 올린다는 뉴스 때문에 너도 나도 개발자 양성과정에 뛰어든다는 신랄한 글들을 하도 많이 봐서... 약간 자존감 낮아짐;;

째뜬! 공부를 앞둔 지금 마음은...

떨린다.
사실 어떤 말로도 표현할 길이 없다. 그저 떨린다.
커리어 전환 그 무게감과 난이도를 가히 짐작할 수 없기에 약간은 두려운 마음으로 시드웨일 로지님께 추천받은 책을 읽으며 생소한 단어들에 익숙해지려 하고 있다.

6개월, 1년 뒤의 내 모습을 장담할 수도, 또 아직 구체적으로 그릴 수는 없다.
하지만 실력있는&희소가치로 가득한 개발자, 그리고 더 나아가 시간이 흐른 뒤에는 혹등고래로 성장하여 나와 같이 고민을 거듭하던 이들에게 의미있는 모범사례가 되고 싶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끝까지 살아내자. 샨티!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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