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달리기

shleecloud·2021년 10월 19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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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 이사 온 이웃집이 공사 중이라 카페로 피난 갔다. 날씨가 좋아 보여서 셔츠에 반팔만 입고 나갔다가 저녁에 추워서 혼났다. 패딩도 심심찮게 보였는데 다 이유가 있었구나. 패딩 입은 사람들이 우르르 돌아다니길래 이상하게 쳐다봤는데 이상한 건 나였고요.

다녀와서 달리기도 했다. 최근 기강이 해이해진 것 같아서 5킬로만 뛰려다가 10킬로 뛰었다. 정신이 느슨해진 게 느껴진 게 평소 피니시 지점인 5킬로에서 '진짜 달리기 싫다'라고 진심으로 생각했다. 달리다 보면 내 안의 나태한 목소리가 들린다. 날 것 그대로의 마음.

어려운 문제를 풀다 보면 어렴풋이 느낀다. 풀기 싫고 쳐다보기 싫다는 생각이 든다. 편한 길만 찾고 싶어진다. 이런 나를 마주하고 극복하려고 없는 시간을 쪼개서 달리러 나왔다. 무릎이 아픈 것도 아니고 날씨가 더운 것도 아닌데 이건 명확한 핑계였다. 정신이 나약해졌다는 증거다. 과감하게 피니시 지점을 넘어서 달리기 시작했다. '진짜 달리려고? 오바잖아!!!' 라는 목소리를 애써 무시했다.

달리기 좋은 날이다. 덥지도 않고 춥지도 않고. 노래를 들으며 아무 생각도 안 하고 달렸다. 할까 안 할까 고민한다고 시간 쓰는 게 세상에서 제일 아깝다. Just Do It! 힘든 구간을 넘기자 6킬로 지점에서 거짓말처럼 모든 체력이 회복되고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러너스 하이가 왔구나. 그 이후로는 힘든 구간 없이 쭈욱 완주했다. 체력은 20킬로도 가능했는데 안 뛰다가 갑자기 오래 달리면 다칠 것 같아서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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