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실험1

sidamo ·2023년 9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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뻘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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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이 오지 않아 뒤척이다가 남들은 어떻게 사나 호기심이 들어 카카오톡 친구창을 뒤적거렸다.
교회에서 알게 된 사람의 프로필이 최근에 갱신된 건지 위에 떠 있었다.
소설가를 준비한다고 했었나… 몇번 정도 교회에 오더니 요즘은 보이지 않았다.

문예지에서 신인상을 받았다는 사진이 올라와 있었다.
등단에 대해서 궁금해져 찾아보다가 디시에서 좋은 글을 보게 되었다.
대충 요약하면 문학계에도 더러운 부분은 있지만 그걸 핑계삼아서는 안된다.
계속해서 노력해라, 독립출판의 길은 야생이다 등등

문득 등단이 개발자가 되는 과정이랑 비슷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입문자들에게 빠르고 쉽게 결실을 맺게 해 준다는 달콤한 유혹들,
그런 달콤한 유혹에 넘어가면 진실된 기회를 놓치게 되는 것,
실력 좋은 사람은 결국 인정받는다는 것, 할 수 있는건 노력 뿐이라는 것도
문단이나 회사가 싫으면 더 험난한 야생에서 스스로 살아남아야 하는 것까지
정말 닮은 구석이 많은 듯 보였다.

세상살이 참 쉽지 않다.
왜이리 어려운지
쉽고 편해 보이는 길은 수렁으로 빠지는 지름길일 뿐…

어떤 일을 하더라도
일정한 부분은 반복적으로 하게 되는데
그 속에서 디테일들을 캐치해서
그것들을 조금씩 느리게 매일매일 개선시켜나가야 한다.
그런 점진적인 변화는 눈에 띄지도 않고 정말 힘들다.

하지만 그런 변화들이 오랜 기간동안 누적되어서 기본기가 쌓이게 되면
나중에는 반복적인 부분들은 무의식적으로 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정말 미세한 부분들이 잘 파악되고 그것들을 의도적으로 조절하여서
디테일들을 인지하지 않고 일을 처리하는 사람과
압도적인 차이를 만들어낼 수 있다.

그런 디테일들을 잘 캐치하려면
'당연하다'는 자세를 취해서는 절대로 안된다.
항상 모든 요소와 상황에 대해서 이유를 생각해야 하고
어떤 행동을 할때 근거를 따져보는 습관을 들여야 한다.

나는 이것을 롤 랭크게임에서 다이아몬드를 찍으며 깨달았다…
아이러니하게도, 인생을 비관하며 현실을 잊고 회피하기 위해서 했던 게임에서
인생에서 어떠한 성취를 이루기 위한 약간의 비밀을 엿본 것 같았다.

어영부영 다녔던 대학교에서 그나마 기억에 남은 것들 중 모델링이라는게 있었다.
처음 듣고 전율을 느껴서 아직까지 기억에 남은 듯 한데
그중 파라메트릭 모델링이라고 실세계의 문제를 이론적인 기반으로 모두 정립하고
전개해나가는것은 너무 어렵기 때문에 기존에 세워진 적당한 모델을 가져와서
변수들을 바꿔서 문제에 맞는 형태로 모델을 튜닝해나가는 그런게 있었다.

프로그래밍에서 라이브러리를 활용해 문제를 해결하는것도
파라메트릭 모델링의 구현이 아닌가 싶다.

나는 롤을 통해서 세운 모델을 파라미터를 바꿔서 내 인생에 적용하는 실험을 해볼 생각이다.
하지만 내일도 아침에 처 자고 점심에 일어나서 커피 내리고 유튜브, 넷플릭스 볼 것 같다.
나라는 인간의 행태를 이미 안다.

대학교도 전공과목 F를 맞으면 졸업을 못할지도 모른다는 위기감 때문에
모든 과목을 벼락치기로 겨우 졸업했다.
나라는 놈은 진짜 X되기 직전이 아니면 움직이지를 않는 인간이다.

글을 쓰면서 생각이 정리되기 시작한다.
‘그러면 X되는 환경을 직접 만들면 되겠네
생활 수준을 의도적으로 완전히 다운그레이드시키면
거기서 빠져나오기 위해 발버둥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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